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04)
독식하는 재벌 3세-104화(104/518)
104화. 후계자 (2)
며칠 후.
할아버지가 화를 내며 집으로 돌아오셨다.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를 보자마자 푸념을 늘어놓으셨다.
“아주 썩을 놈들이야. 대부업법을 만들자니까 뭐라는지 아느냐? 외환위기 시대에 외화가 들어오는 걸 왜 막느냐고 따지더구나. 오히려 장려를 해야지 왜 규제를 하냐고 말이다.”
“일본에서 들어오는 자금인 걸 알면서도 그런 말을 했습니까?”
“글로벌 시대에 일본 자금이라고 유입을 막을 수는 없다고도 하더구나.”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돈이 다 같은 돈이지, 미국 돈은 되고 일본 돈은 안 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더러운 목적을 가지고 한국으로 유입되는 일본 대부업의 자금이었다.
“청와대에선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금감원이 워낙 강하게 나오지 청와대에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나 보더구나. 요즘 정부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곳이 금감원 아니더냐.”
금감원은 금융감독원을 줄여서 부르는 단어였고.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건정성 확보와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부처였다.
쉽게 말해 금융을 감독하는 부서가 금감원이었고.
외환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권력이 강한 부처이기도 했다.
“그래도 일본 대부업체들이 무슨 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려는지 뻔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식민지 시대처럼 일본 대부업체들이 국민들의 돈을 수탈하고 기업까지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지만, 들은 척도 안 하더구나.”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해 주는 것 같군요.”
“그래도 우선은 내가 강하게 나오고 있으니 최고 금리를 어느 수준까지는 설정할 수 있을 게야.”
조만간 일본 대부업이 정식으로 한국으로 진출하게 된다.
TV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는 24시간 대부업 광고가 장악하게 되고, 사람들은 쉽고 빠르게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게 될 것이었다.
“법정최고금리를 최소 50% 이하로는 설정해야 합니다. 솔직히 50%도 너무 높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20% 이하였으면 합니다.”
“내가 노력은 해 보마.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구나. 그런데 네가 이렇게 애국심이 강한 줄 몰랐구나.”
“애국심이 아니라 태우그룹을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잠재적 고객들의 주머니를 일본 대부업체가 뺏아 가는 걸 막고 싶을 뿐입니다.”
“허허, 그래 이유야 어찌 되었든 옳은 길로만 가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애국심이 아니라 그룹의 이득.
언론에 알려지면 큰일이 날 말이었지만, 할아버지는 이런 나의 대답에 매우 흡족해하셨다.
***
며칠 후.
할아버지의 노력 덕분에 법정최고금리가 대통령 시행령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무려 66%에 달하는 법정최고금리였고, 일본에 비하면 3배나 높은 금리였다.
본격적으로 일본 대부업체가 들어오기 전에 나도 움직여야 했고.
때마침 강 대위가 좋은 소식을 전해 왔다.
“필리핀에 숨어 있던 의사를 찾아냈습니다. 지금 사무실로 데리고 오고 있는 길입니다.”
“생각보다 더 빨리 찾아내었네요.”
“필리핀에 숨었다고 해 봐야 한국인 아니겠습니까? 한국 사람이라면 한식을 찾기 마련이라 생각하고 한식당을 위주로 잠복한 결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한식 사랑은 유명했다.
여행을 가면 여행 가방 안에 꼭 고추장과 김을 챙기는 민족이 우리 아니겠는가?
의사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었고.
한식을 찾아다니다 강 대위가 보낸 사람에게 포착되었다.
“오는 길에 심문을 했나요?”
“입에 본드를 붙여 놓았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맡기면 입을 열게 할 순 있지만, 뒤처리가 까다로워 아직 거기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강 대위가 거느리고 있는 인력 대부분은 군인들이었고.
군사 시절 군인들은 고문 기술자나 알 법한 기술을 강제로 배워야 하기도 했었다.
“잘했어요. 고문같이 잔인한 행위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입을 열게 할 수 있어요.”
“지금 도착했다고 합니다.”
“눈을 확실히 가리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세요.”
광화문 곰의 사망선고를 한 의사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곧장 의사의 상세정보를 확인했고, 특이 사항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특이 사항 : 오성파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음.]조폭을 잘 모르는 나도 오성파에 관해선 알고 있었다.
부산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조폭이 오성파였고, 야쿠자와도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조직이기도 했다.
“오성파가 그렇게 무서웠나? 다 알고 있으니 거짓말할 생각은 말고.”
“……혹시 정부에서 나오신 분들이십니까?”
“그건 알 필요 없고. 오성파에게 협박을 받아 이선일 회장의 사망선고를 거짓으로 한 대가로 얼마를 받았는지나 말해.”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오성파가 무서워 필리핀으로 도망갔을 뿐입니다.”
의사는 제 입으로 사망선고를 거짓으로 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필리핀에서 한국까지 끌려오고 눈까지 가린 상태라 유도 질문에 당해 버린 의사였다.
“이선일 회장의 진짜 사망 원인은 뭐야?”
“청산 가스 흡입으로 인해 심장 발작을 일으켜 사망하였습니다. 자연사로 위장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독극물입니다.”
“오성파가 이 회장을 청산 가스를 이용해 암살했나?”
“거기까진 모릅니다.”
이 회장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니었다.
독극물로 인한 암살.
명동의 주인이 되기 위해 누군가가 이 회장을 죽였다는 뜻이었다.
“너를 협박한 오성파의 조직원이 누구지? 그리고 넌 왜 오성파에게 협박을 받게 된 거고?”
“……도박 때문이었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 당해 빚을 지게 되었고, 그걸 빌미로 오성파에서 저를 협박했습니다. 저를 협박한 사람은 오성파의 박광도라는 사람이고, 행동 대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강 대위 방향으로 돌렸고.
그는 다급히 움직여 박광도라는 사람의 신상정보를 확인해 가지고 왔다.
“오성파 행동대장으로 박광도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과는 7범이고, 살인 교사 혐의로 재작년까지 감옥에 있었습니다.”
강 대위는 경찰 라인을 움직여 정보를 획득했고.
그 정보 안에는 사진까지 들어 있었기에 보다 자세한 신상정보를 능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소속은 오성파가 맞았고, 직급도 행동대장이 맞았다.
그리고 특이사항으로 이 회장의 암살을 교사했다는 점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박광도 이 사람을 정밀 조사해 보세요. 이 회장 암살을 계획한 사람입니다.”
“오늘부터 24시간 감시에 돌입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의사 양반은 당분간 조용한 곳에 숨겨 두세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관련된 사람도 보호해 주시고요.”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겠습니다.”
***
강 대위로부터 다시 연락이 온 건 사흘이 지나고였다.
내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그는 사진 몇 장과 영상을 보여 주었고, 그 안에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있었다.
“얼굴이 많이 익숙하네요. 설마 태우자동차 창원 공장에 있던 이 상무?”
“맞습니다. 이선일 회장의 사촌 동생인 이준수 상무입니다.”
“태우자동차에서 쫓겨나고 다른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선일 회장이 부산 지역의 공장 관리를 맡겼었습니다. 이 회장이 돌아가자마자 공장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창원과 부산은 가까운 거리였다.
그러니 광화문 곰이 이 상무에게 부산 공장을 맡긴 건 이해가 가는 조치였다.
“공장을 관리하는 사람이 왜 오성파 박광도와 함께 있는 거죠?”
“정확한 정보는 파악 중이지만, 부산에서 박광도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셔야 할 자료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강 대위가 꺼낸 자료는 화학 약품 구매 내역서였고.
이 상무가 관리하던 공장에서 구입한 것들이었다.
“공장에서 화학 약품을 구입할 수도 있죠. 설마?”
“청산 가스 제조에 필요한 화학 약품입니다.”
“이 상무가 사건의 주범이란 뜻이군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상세 정보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지만.
나는 확신을 얻기 위해 이 상무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특이 사항 : 청산 가스 제조, 이선일에게 청산 가스 주입.]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광화문 곰을 죽인 사람은 이 상무였다.
“사촌 동생이 형을 죽이다니. 광화문 곰이 이 상무에게 해 준 게 얼만데.”
“원래 사람이란 동물은 간사하지 않습니까. 창원 공장에서 왕처럼 지내다 작은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으니 앙심을 품었을 것입니다.”
“그럼 마지막 퍼즐만 맞추면 되겠군요. 이 상무가 어느 파벌에 붙어 있나요?”
“아직은 어느 파벌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이영한과 박 팀장 사이에서 줄을 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상무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중이었다.
이영한과 박 팀장 사이에서 자신을 더 대우해 주는 쪽으로 붙기 위해 간을 보고 있었다.
“이 상무와 손을 잡는 쪽의 반대편을 명동의 주인으로 만들어야겠군요.”
“이 상무 옆에 사람을 붙여 놓겠습니다.”
“아!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은근슬쩍 이 상무가 광화문 곰의 죽음과 관련되었을 수도 있다는 정보를 양쪽에 전부 흘리세요.”
“그렇게 되면 박 팀장이 이 상무를 죽이겠다고 나서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당연히 이 상무는 이영한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마도 그렇게 되겠죠.”
아무리 생각해도 뱀 같은 이영한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 박 팀장이 광화문 곰의 후계자가 되도록 아주 약간의 간섭을 하고자 했다.
***
며칠 후.
박 팀장이 내게 연락을 해 왔다.
광화문 곰의 죽음에 관한 증거를 찾기 전까지 연락을 하지 않겠다 했던 그였기에 그의 연락에 흔쾌히 만남을 약속했다.
약속 장소는 명동.
광화문 곰의 사채 사무실이 있는 곳이었고.
지금은 박 팀장이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이었다.
“사무실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네요. 다음에 올 땐 화분이라도 하나 사 들고 와야겠어요.”
“사채 사무실 분위기가 좋을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또 그렇네요. 그나저나 절 보자고 한 거면 이 회장님의 죽음의 증거를 찾으셨다는 뜻이겠군요.”
박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몇 장의 자료를 꺼내 들었다.
“이영한이 회장님을 죽인 것이 분명합니다. 저택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영한뿐이며, 최근에는 상속 문제로 회장님과 싸우기까지 했습니다.”
“1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상속했다고 들었는데 그 문제로 싸웠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100억 원에 만족하지 못하고 회장님이 가진 재산 전부를 상속해 달라고 했었고, 회장님은 크게 노하셔 언성을 높이셨습니다.”
박 팀장이 치아가 부러지기 직전까지 이를 악물었다.
눈물까지 고여가며 화를 참아내고 있기도 했었다.
“그렇군요. 박 팀장의 말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인 증거라고 보긴 어렵죠.”
“그래도 이영한이 명동의 주인이 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많은 사채업자가 그에게 붙었습니다. 더 힘을 키우기 전에 견제를 해야 합니다.”
“우선 생각을 좀 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사무실을 방문하는 건 조금 위험하네요. 다음부터는 저를 대신할 사람을 보내도록 하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 팀장의 사무실을 나섰다.
누가 본다면 사무실 안에 심한 악취가 난다고 생각할 정도로 내 움직임은 빨랐다.
악취가 나긴 하지.
욕심에 미친 악귀가 풍기는 악취가.
분명 이 상무가 이 회장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는 소문을 뿌렸는데.
갑자기 이영한이 이 회장을 죽였다고 나오는 박 팀장이었다.
나는 나오기 전에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상세 정보를 확인했고, 새로운 특이사항이 적혀 있었다.
[특이 사항 : 이준수 상무와 손을 잡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