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05)
독식하는 재벌 3세-105화(105/518)
105화. 후계자 (3)
박 팀장의 사무실에서 나오자 강 대위가 날 경호했다.
그는 20명이 넘는 인원과 함께 주변에 숨어 있었고.
내가 밖으로 나오자 직접 차량을 준비해 나를 안으로 태웠다.
“박 팀장이 이 상무와 손을 잡은 것 같네요.”
“박 팀장 말씀이신가요? 그는 누구보다 광화문 곰에게 충성을 바치던 인물이지 않습니까?”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상을 가지만, 정승이 죽으면 개 한 마리도 얼씬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죠. 박 팀장은 광화문 곰에게 충성을 바친 게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던 권력에 충성을 바친 거죠.”
광화문 곰은 사망했다.
아마 이 상무가 광화문 곰을 죽이려고 했을 때 박 팀장이 있었다면 목숨을 다해 이 회장을 보호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광화문 곰은 죽었다.
죽은 권력에 더는 충성할 필요가 없으니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 상무와 손을 잡았다.
이 상무가 자신이 주군처럼 따르던 사람을 죽인 사람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야쿠자의 자금이 이 상무 쪽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팀장이 보유한 돈과 야쿠자의 돈까지 합쳐진다면 명동이 그들에게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이영한이 상속받은 재산으로는 막아 내기 어렵겠죠. 사채업자 몇 명이 그에게 붙었다곤 하지만, 박 팀장은 명동을 빠삭하게 알고 있으니 상대가 안 되겠죠.”
“이영한을 도와주실 생각이십니까?”
“대화를 해 보고 결정해야겠네요. 이영한을 비밀리에 만나 봐야겠어요.”
“오늘 중으로 만나실 수 있도록 약속을 잡아 보겠습니다.”
오늘처럼 머리가 어지러운 날은 오랜만이었다.
박 팀장을 밀어주기 위해 사전 작업까지 했건만, 가장 먼저 광화문 곰을 배신하는 사람이 그가 될 줄이야.
***
늦은 밤.
작은 체육관 건물에서 이영한과의 만날 수 있었다.
이 체육관은 강 대위가 데리고 있는 직원들이 운동하는 장소였고, 2층과 3층은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었다.
“이런 곳에서 나를 보자고 할 줄은 몰랐네. 그런데 왜 사람을 오라가라 하는 거야?”
“그렇게 불만이면 그냥 가세요. 명동이 박 팀장에게 넘어가든 아니면 이준수에게 넘어가든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이영한은 여전히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뭘 어떻게 착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나를 아랫사람 대하듯 말하고 있었다.
“할아버지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그런데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거야?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면 안 된다고 하는 건데. 할아버지가 하늘로 갔다고 사람이 이렇게 변하네.”
“착각하고 있는 부분은 정정해 드리죠. 이 회장이 절 도운 게 아니라 제가 이 회장을 도왔습니다. 이 회장이 저를 거둔 게 아니라 제가 이 회장을 거뒀다고 봐야겠죠.”
나는 아주 예의 바른 어조로 말을 하였다.
물론 어조와 달리 내용은 아주 공격적이었지만.
“태우그룹 후계자라고 너무 깝치는 거 아냐? 미성년자 졸업한 지도 얼마 안 되는 놈이 할아버지를 거뒀다고? 재벌 3세는 싸가지가 없다더니.”
“의미 없는 말싸움은 그만하죠. 솔직히 전 당신과 이러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어요. 명동이 누구에게 넘어가든 태우그룹과는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저놈은 글러 먹었다.
명동의 주인이 되기엔 분위기 파악도 하지 못했고,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옷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광화문 곰이 사라졌다곤 하지만 명동은 애초에 4명이 나눠 가졌던 곳이다.
현금왕이나 백 할매 혹은 강 회장에게 명동의 주인이 될 기회를 줘야겠다.
“잠깐만! 사람을 이렇게 불러 놓고 그냥 가는 법이 어딨어!”
“이 회장과의 인연을 봐서 충고 하나 해 드리죠. 상속받은 재산이나 얼른 챙겨서 명동을 떠나세요. 그래야 당신이 살아요. 미국 쪽에도 숨겨 둔 주식이 꽤 있으니 한번 알아보시고요. IT 주식들이라 수익이 꽤 괜찮게 나왔을 겁니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지! 나스닥에 투자를 한 건 할아버지와 나만이 알고 있는 일이야. 박 팀장도 모르는 사실을 당신이 어떻게 아는 거냐고!”
갑자기 돌변하는 이영한이었다.
뱀처럼 능글맞던 사람이 진중한 모습으로 변하였다.
“어떻게 알긴. 내가 알려 줬으니 알지. 부동산을 목숨처럼 여기던 이 회장이 왜 부동산을 처분하고 미국 주식을 샀겠어? 나는 당신이 미국 쪽 일을 알고 있는 게 더 신기한데?”
“……혹시 할아버지가 말한 귀인이 당신이었습니까? 부도날 기업의 회사채를 다른 명동 사채꾼에게 넘기게 도와주고, 미국 주식 정보를 알려 준 사람이 김민재 본부장님이셨습니까?”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지금까진 일부러 망나니인 척 연기를 했다는 건데.
물론 처음 그를 봤을 때 가진 능력치가 낮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광화문 곰의 손자니 당연히 멍청한 놈은 아니라고만 생각했었다.
“전부 내가 맞다면 뭐가 달라집니까?”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이선일 회장의 손자 이영한입니다. 그간 결례를 범해 죄송했습니다.”
무릎을 꿇고 고개까지 숙이는 이영한이었다.
나는 문 쪽으로 향하는 몸을 돌려세워 그에게로 다가갔다.
“지금까지 연기였나요? 왜 그런 연기를 한 거죠?”
“할아버지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누가 주동자인지 알 수가 없으니 할아버지와 평소 만남을 자주 했던 사람들을 전부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관심이 조금 생기는군요. 숨겨진 이야기를 전부 해 보세요. 그래야 당신을 믿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릎을 꿇진 말고요. 저는 그런 허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이영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조심스런 몸짓으로 의자에 앉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제가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생활하길 바라셨습니다. 그랬기에 명동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고, 의도적으로 할아버지와 제 사이가 나쁘다는 소문까지 내셨습니다.”
“광화문 저택에서 함께 지내지 않은 이유도 거기 있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남몰래 저를 교육시키셨고, 몇 년 전부터는 미국으로 보내 나스닥 투자를 담당하도록 하셨습니다.”
광화문 곰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명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추악한 일을 해야만 했을 터.
손자에게만큼은 자신의 전철를 밟지 않게 하고 싶었겠지.
“그럼 요즘은 할 일이 없었겠군요. 나스닥에 투자했던 자금 대부분을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왔으니까요.”
“80%가 넘는 주식을 처분하고 달러를 한국으로 들여왔고, 그 과정에서 저도 같이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100억 원을 상속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건 어떻게 된 일이죠?”
“한국에서 투자회사를 만들라며 상속해 주셨습니다. 제가 양지에서 일하기 위해선 합법적인 상속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대충 상황이 그려졌다.
손자에게 투자회사를 차리게 만들고, 자신의 자금을 투자하려고 했겠지.
그래야 자신이 죽고 나서도 명동의 사채꾼들이 그 돈을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
“자금을 투자회사로 옮기기 전에 이 회장이 돌아가셨겠군요.”
“자금의 절반가량을 옮기긴 했지만, 차명으로 된 자금은 옮기지 못했습니다.”
“박 팀장의 도움이 있어야만 차명 자금을 받아 낼 수 있겠군요. 그런데 박 팀장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더군요.”
“정황상 박 팀장과 이준수가 손을 잡고 할아버지를 해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박 팀장이 배신할 이유를 찾질 못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명동을 박 팀장에게 물려주시려고 하셨습니다.”
팥이 없는 붕어빵을 누가 좋아하겠나?
물론 이 회장이 살아 있을 때 상속 과정을 끝마쳤다면야 박 팀장은 팥 없는 붕어빵을 억지로 삼켜야 했겠지만.
지금은 목줄을 잡아 줄 이 회장이 사라졌으니 붕어빵에 팥을 넣고 싶을 터.
“제가 알아본 바로는 이준수가 오성파와 손을 잡고 이 회장을 처리했어요. 그러고 나서 박 팀장과 손을 잡은 듯 보이네요.”
“이준수가 오성파와 손을 잡았습니까? ……빈대 같은 새끼가 결국.”
“그리고 오성파는 일본 야쿠자와 연관이 있어요. 일본 대부업은 한국 사채시장을 장악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명동을 장악하고 있는 이 회장이 눈엣가시였겠죠.”
“이준수와 박 팀장. 할아버지는 그들을 먹여 주고 키워 주셨습니다. 아무리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지 말라고 했지만, 그들은 할아버지에게 그래선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눈에 핏발을 세우며 분노하는 이영한이었다.
그의 모습에서 회귀 전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하지만 그의 상황은 훨씬 나았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그에겐 이 회장이 남긴 재산이 있었고, 도와줄 사람도 있었으니까.
“원하신다면 도움을 드릴 순 있습니다. 이 회장을 명동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이 아직 유효하죠. 양지에서 다시 음지로 돌아올 준비가 되셨나요?”
“이미 음지로 들어왔습니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명동을 장악하기 위해 사채업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이영한이 뱀 같은 사람이란 건 변함이 없었다.
그는 독을 숨기며 복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지원을 받는 박 팀장을 물기엔 그의 이빨은 너무도 나약했다.
“조만간 박 팀장과 이 상무는 일본 자금을 등에 업고 명동을 장악하려 들 겁니다.”
“제가 보유한 모든 재산을 투입해 그들을 막고자 합니다.”
“반쪽짜리 재산 가지곤 턱없이 부족하죠. 제가 자금을 지원해 드리죠. 일본 자금을 이기려면 최소한 비슷한 규모는 되어야겠죠. 10조 원 정도면 그들을 찍어 누를 수 있을 겁니다.”
이영한이 큰 소리로 침을 삼켰다.
10조 원이라는 금액에 놀란 듯 보였다.
“태우그룹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10조 원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10조 원이나…….”
“이 회장에게 미국 주식을 조언한 사람이 접니다. 당연히 저도 따로 미국에 투자를 하고 있고, 10조 원 정도는 어렵지 않게 융통할 수 있는 인맥도 있어요.
인맥을 동원할 필요도 없었다.
SAVE 투자회사만을 통해서도 10조 원을 손쉽게 명동에 풀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이영한에게서 진심이 느껴진다고 해서 과도한 정보를 알려 줄 필요는 없으니까.
“10조 원이면, 충분히 방어가 가능합니다!”
“그냥 방어만 해서는 안 되겠죠. 무조건 찍어 눌러야 합니다. 박 팀장 쪽에서 이율 60%로 돈을 빌려주면, 바로 옆에서 50%로 돈을 빌려주세요. 30%로 금리를 낮추면 20%로 낮춰 버리고요.”
“그렇게 하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수익이 얼마 남지 않게 됩니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출혈 경쟁은 매우 익숙해지죠. 경쟁자를 죽이기 위해선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이 기업가입니다.”
지금도 나는 다양한 분야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나 태우통신의 경우엔 KS텔레콤을 이기기 위해 막대한 돈을 부어 OTT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거기에 비해 명동은 손해도 아니었다.
금리를 20%로 낮춘다고 해도 그만큼의 수익은 들어오니까.
물론 월가에서 돈을 굴리는 것보다야 수익률은 낮아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결코 손해는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닥에 고개를 박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이영한이었고.
나는 고개를 창가로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광화문 곰과 했던 약속을 손자를 통해 지킬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