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07)
독식하는 재벌 3세-107화(107/518)
107화. 닷컴의 시대 (1)
1998년이 한 달도 남지 않았을 무렵.
나는 모든 일정을 뒤로 한 채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월가의 하이에나들이 워낙 닦달을 해서 더는 시간을 끌 수가 없었다.
“한 팀장, 월가에서 그렇게 뭐라고 하나요?”
“하루에도 최소 10곳 이상에서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퀸덤펀드에서 옹호를 해 줘서 그나마 이 정도지 우리 회사로 찾아올 기세였습니다.”
“하긴 눈이 돌아가겠지. IT 주식을 우리가 왕창 가지고 있으니까.”
IT 주식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아마존은 몇 달 사이 9배가 넘게 상승했고, 우리가 다량으로 보유한 IT 주식도 최소 5배 이상 상승했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많이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IT 주식이 저점일 때부터 사들이기 시작했고, 400억 달러가 넘는 IT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400억 달러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었고.
100억 달러로 구입한 주식들이 상승해 400억 달러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알짜배기 같은 회사들의 주식만 보유하고 있으니 월가의 하이에나들이 군침을 흘리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월가의 하이에나들이 IT 주식을 나눠 먹자고 아주 아우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혼자 먹기엔 너무 많은 양이긴 하죠. 괜히 욕심을 부리다간 배탈이 나요.”
“정말 IT 버블이 시작될 거라고 보시는군요.”
“버블이 시작되기 전에 월가에게 폭탄을 넘겨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가 강제로 넘기겠다는 것도 아니고 달라고 하니 비싼 값에 팔아 치울 수 있죠.”
IT 산업이 버블이라고 하면 누가 믿을까?
그냥 들고만 있어도 한 달에 2배의 수익을 내는 산업이 IT였다.
뭐 장기적으로 보면 IT 산업이 버블이 아니긴 했다.
10년만 지나도 구글이나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기업이 나스닥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10년 후의 이야기고, 당장 내년부턴 IT 관련주들이 대폭락을 하게 된다.
“하이에나들이 이빨을 들이밀기 전에 만나 봐야겠네요.”
“대표님이 오늘 오신다는 소식에 월가에서 일방적으로 오늘 저녁에 찾아오겠다고 통보를 했습니다.”
“찾아온다니 기다리면 되겠네요. 책상에 좀 앉아서 기다려야겠어요.”
“그러지 말고 휴게실로 가시죠. 최고급 침대를 구비해 두었습니다.”
회사 휴게실에 최고급 침대가 있다?
얼핏 들으면 복지가 좋은 회사처럼 들리겠지만, 잠도 회사에서 자라는 악독한 심보였다.
뭐 나야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좋지만.
“대표님, 약속 시간이 되었습니다.”
체감상 1분도 자지 않은 것 같지만.
벌써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고, 월가의 하이에나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혹시 회사에 샤워실도 있나요?”
“휴게실 바로 옆이 샤워실입니다. 씻고 나오시면 스타일리스트를 불러 두겠습니다.”
누굴 보고 이런 걸 배웠을까?
회사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한 팀장이었고.
그 덕분에 난 샤워는 물론이고 스타일링까지 마치고 회의실로 향할 수 있었다.
“헤이, 킴! 너무 오랜만이야. 자주 미국에 들어오라고. 한국에서 뭐 먹을 거 있다고 거기에만 있어.”
“요즘은 인터넷 시대 아닙니까? 한국에서도 전 세계 일을 볼 수 있어요.”
“그럼 미국에서 한국 일을 보며 되겠네.”
조지가 가장 먼저 회의장으로 찾아왔다.
그와 실없는 농담을 몇 마디 나누자 다른 이들도 속속들이 도착했고, 월가에서 이름 꽤나 날리는 사람들로 회의장이 가득 찼다.
“다들 화가 많이들 나셨네요. 무슨 일 때문에 이러시는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SAVE 투자회사에서 IT 주식을 다 가지고 있으면 우린 뭘 하란 말인가!”
“저를 그렇게 모르십니까? 일본 파생상품도 SAVE 투자회사에서 다 먹을 수 있었지만, 저는 여러분들과 공유를 했습니다. IT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이 원하신다면 지분을 판매하려고 했습니다.”
“흠흠, 진작 그렇게 말했으면 되지 않았나. 우린 자네가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하는 줄 알았다네.”
회의장의 분위기가 따스하게 변했다.
먹이를 나눠 주겠다고 하니 하이에나들이 꼬리를 흔들고 있는 중이었다.
“애플을 제외한 IT 주식을 다른 주식과 교환하거나 지금 주가 그대로 판매할 생각입니다. 우선 CUC 인터네셔날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요즘 상황이 어려우니 우선권을 줘도 괜찮으시겠죠?”
“흠흠, 법적 분쟁으로 힘든 곳이니 협상을 먼저 해야겠지.”
CUC 인터네셔날은 분식 회계 문제로 시끄러웠다.
올해를 넘기기 전에 회사를 처분해야 할 것이었고, 그들은 마지막으로 한탕 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우리에게 우선 협상권을 줘서 고맙습니다. 우리가 가진 주식 중 원하는 주식이 있습니까? 당연히 IT 관련 지분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게임도 IT 관련으로 치나요? 저는 블리야드 지분과 IT 주식을 교환하고자 합니다.”
“블리야드라면 가능합니다. 한국에서 블라야드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블리야드는 아주 유명한 게임 회사였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스타크라는 게임으로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었고, 한국의 민속놀이라고까지 불리는 게임이 되었다.
그런 게임을 보유한 블리야드였지만.
아직 스타크의 인기가 폭발하기 전의 상황이었기도 했고, 워낙 주인이 자주 바뀌는 회사이기도 했다.
지금은 CUC 인터네셔날의 소유였지만.
조만간 CUC는 사라질 것이고, 소유는 유럽 쪽으로 넘어가게 될 터였다.
“블리야드 지분 100%를 전부 인수하고자 합니다. 지금의 주가로 계산을 해 보면 대략 10억 달러 쯤 되겠네요.”
“흠, 10억 달러면 적당한 가격이군요. 그럼 10억 달러만큼의 IT 주식을 제가 선택해서 가져갈 수 있습니까?”
“애플을 제외한 지분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현재 블리야드의 주가는 고작 1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년만 지나도 10배가 오르고, 20년이 지나면 80배가 오르는 회사였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무려 680억 달러가 넘는 금액으로 인수하려고까지 했다.
그런 회사를 나는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셈이니 막대한 이득을 남기는 교환이었다.
이런 식으로 나는 여러 회사들과 주식을 교환했다.
내가 원하는 주식이 없는 경우엔 현금을 받기도 했고.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내가 보유한 주식 절반인 20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월가의 회사들과 나눠 가졌다.
“고생이 많았네. 그런데 나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 알짜배기 같은 IT 주식을 게임이나 영화 배급사 같은 주식과 교환을 하다니. 혹시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가?”
“일본 파생상품도 전 월가와 나눠 가졌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입니다.”
퀸덤펀드의 조지가 의문을 가졌다.
그가 보기엔 내가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협상이었으니까.
하지만 일본 파생상품이라는 전례가 있었기에 의심을 깊게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뱅가드와의 거래는 좀 실망스럽네. DVD 대여 업체 주식은 왜 받은 건가? 뭐 인터넷을 통해 DVD를 대여해 주니 IT 산업의 일부라고 보는 사람도 있어 주가가 오르고 있긴 하지만.”
“요즘 영화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태우그룹과 같이 사업을 진행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인터넷 DVD 대여업체의 이름은 넷플릭스였다.
뱅가드가 지분의 85%를 보유하고 있었고, 아직 주식 상장도 하지 않은 기업이었다.
“하긴 자네가 원해서 한 협상이 아니긴 하지. 월가 놈들이 자네 것을 빼앗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나? 나도 매한가지이고.”
“저는 적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다른 분들에게 잘 좀 말씀해 주세요.”
“그건 걱정 말게나. 자네를 대신해서 내가 생색을 제대로 내줄 테니까.”
내가 생색까지 낼 수는 없지.
1년만 지나도 대폭락할 주식을 떠넘겼는데 생색까지 내면 그건 예의가 아니지.
***
다음 날.
나는 쉴 틈도 없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 본사로 향했다.
아직은 신사옥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특이할 것 없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MP3 플레이어 제작에 투입된 사람 대부분이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이노폰 개발진들도 한때는 태우전자 소속이었으니 안면이 있었다.
“아는 얼굴이 많아 반가운가 보군.”
“그래도 스티브를 만난 게 가장 반가운 일이죠. 얼굴이 많이 상하셨네요. 잠은 제대로 주무세요?”
“잘 시간이 어디 있겠나? 내 인생의 최고 역작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요즘은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잠을 안 자도 되는 약이 개발된다면 사 먹고 싶을 정도네.”
스티브의 건강상태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기에 더는 건강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신제품 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되었나요? 태우전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협조하라고 말해 두긴 했지만, 제대로 도움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태우전자 덕분에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네. 이럴 게 아니라 시제품을 보러 가지.”
스티브와 함께 건물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3중 보안 시설을 거쳐서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장소였고, 그곳에서 스티브는 휴대폰 시제품을 내게 보여주었다.
아이폰이었다.
내겐 너무도 익숙한 아이폰이었지만 나는 감탄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벌써 여기까지 완성이 되었습니까?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몇 년이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완성품은 아니네. 아직 갈 길이 멀었지. 상품성이 많이 떨어지는 시제품에 불과하네.”
나는 익숙하게 아이폰을 작동해 보았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스티브가 왜 완성품이 아니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터치감이 많이 떨어지네요. 그리고 반응 속도도 렉이 걸린 듯이 움직입니다.”
“반도체 기술이 조금만 더 발전한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여기까지가 한계네. 소프트웨어적으로 보완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
스티브와 내 입장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아이폰이었지만.
지금 나온 휴대폰과 비교하기 어려운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와이파이가 가능한 제품이라는 점이었다.
“완성까지 정말 몇 걸음 안 남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 출시해도 혁신적인 제품으로 꼽힐 거라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는 절대 출시할 수 없네. 이렇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이 애플의 로고를 달고 출시되는 꼴은 절대 볼 수 없지.”
완성도에 매우 집착하는 스티브였다.
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부분까지도 신경 쓰는 완벽주의자였다.
“이노폰2가 그때까지 버텨 주겠습니까?”
“이노폰 덕분에 시간은 벌었지. 이제 나머지 시간은 맥을 통해 벌어야 하지 않겠나? 언제까지나 자네 도움을 받을 수는 없으니.”
스티브의 말에는 자신감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가 돌아오고 난 뒤 애플의 제품 대부분이 판매량이 증가하였고, 특히나 맥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나 전문가들에게 사랑받는 컴퓨터가 맥이었고.
이는 스티브의 완벽주의자 성향 덕분이었다.
“아이폰 개발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 몇 가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특히나 터치감 문제를 해결할 기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특허는 태우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겠지? 특허료를 얼마나 뽑아내려고 그러는 겐가?”
말문이 막혔다.
아이폰에 들어가 있는 태우전자의 특허만 해도 최소 100가지가 넘었고.
그중에는 핵심 특허도 있었기에 아이폰이 출시되면 태우전자로 들어오는 특허료는 상상을 초월했다.
“아이폰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태우전자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난일세. 자네와 태우전자가 없었다면, 아이폰은 몇 년은 더 지났어야 시제품이 나왔을 걸세.”
내 어깨를 두들기며 웃어 보이는 스티브였다.
죄송하지만, 빨대를 좀 꽂아 두겠습니다.
나는 사과의 의미를 담아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