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08)
독식하는 재벌 3세-108화(108/518)
108화. 닷컴의 시대 (2)
미국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작 2박 3일에 불과한 일정이었지만, 미팅만 10번을 넘게 가졌고, 만난 사람은 100명이 훌쩍 넘는 강행군이었다.
강행군에 눈꺼풀이 절로 감겨왔지만.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쉴 틈이 없었고, 회사에 도착하는 즉시 태우통신 사장을 기획실로 불러들였다.
“태우통신 점유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가요?”
“이번 달 들어 근소한 차이로 1위 자리를 차지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격차이긴 합니다.”
1998년이 고작 10일도 남지 않았다.
올해는 운 좋게 통신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곤 해도 내년부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태우통신도 스포츠 업계와 스폰서 계약을 맺어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나서야겠습니다.”
“이미 태우건설이 축구단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혹시 야구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태우통신의 이미지와 야구는 잘 맞지 않죠. 그래서 E-스포츠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려고 합니다.”
“E-스포츠라는 것이 있습니까?”
스폰서 계약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구기 종목을 떠올렸다.
구기 종목이 아니라고 해도 최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와 스폰서 계약을 하고자 했다.
“요즘 PC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건 당연히 아시죠?”
“잘 알고 있습니다. PC방이 태우통신을 이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많은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PC방에 관심이 많으시니 점유율 1위를 하고 있는 게임도 뭔지 아시겠군요.”
“……죄송합니다. 거기까지는 자세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블리야드에서 만든 스타크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러니 태우통신은 스타크 게임단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을 세워 보세요.”
태우통신 이주영 사장은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스포츠 후원도 아니고 게임단을 후원하라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였다.
하지만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나를 따르기로 한 순간부터, 내 지시가 그의 생각보다 우선 순위였으니까.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 게임단 후원 계획을 세우고, 새해부터 정식 후원에 들어가겠습니다.”
“게임단에서 우선해서 선발할 선수를 알려 드리죠. 우선 임효한 선수부터 무조건 잡으세요. 아마 KS텔레콤과 한국 통신에서도 조만간 게임단을 만들 겁니다. 그들보다 먼저 좋은 선수를 확보해야 합니다.”
“KS텔레콤에서도 게임단을 만들려고 한단 말입니까? 그럼 더 빨리 움직이겠습니다!”
그 어떤 설명보다 KS텔레콤 한마디가 더 효과적이었다.
KS텔레콤이란 단어가 나오자 눈빛이 돌변하는 이주영 사장이었으니까.
통신사 더비.
앞으로 E스포츠에서 가장 치열한 라이벌전이 될 것이었고.
거기서 KS텔레콤보다 우위를 얻기만 해도 기업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최고의 연봉과 최고의 시설을 선수들에게 제공해 주세요. 그래야 태우통신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죠. 어설프게 지원을 해 주었다간 팬들에게 나쁜 인상만 심어 주게 됩니다.”
“E스포츠 선수들에게도 팬들이 있습니까?”
“팬이 없는 스포츠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스타크의 팬덤은 한국의 어떤 스포츠보다 더 거대해질 겁니다.”
아이돌의 팬덤보다 E-스포츠 선수 한 명의 팬덤이 더 거대해질 날이 조만간이었다.
그리고 가장 거대한 팬덤을 구축할 선수는 바로 임효한 선수였고, 그가 이름을 날리기 전에 데리고 와야 했다.
“최고의 시설과 장비 그리고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게임단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방송사에서 게임 중계도 시작하게 될 겁니다. 우리가 공식 스폰서를 따내세요. 자금이 부족하면 태우전자가 공식 스폰서가 되어도 좋으니 무조건 대회 이름 앞에 태우가 붙도록 만드세요.”
E-스포츠 시장의 선점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했다.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는 연령층은 대부분이 젊은 층이었고, 이는 E-스포츠를 보는 연령층과 겹쳤다.
“그리고 블리야드 게임도 우리 게임 플랫폼을 통해 조만간 제공될 겁니다. 스타크에 접속하려면 집에서든 PC방에서든 우리 플랫폼을 이용해야만 되는 거죠.”
“태우통신에 가입하면 플랫폼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주는 이벤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스타크까지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다면 신규 가입자가 더 늘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미국까지 가서 블리야드 지분을 산 것 아니겠는가?
그것도 금싸라기 같은 IT 주식을 넘겨주고 말이다.
뭐 1년만 지나도 금싸라기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할 주식이긴 하지만.
***
밤이 늦을 때까지 기획실에서 업무를 보았다.
고작 2박 3일의 출장이었지만, 내가 관여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일거리가 많이 쌓여 있었다.
겨우 모든 일을 다 쳐내고 당장에라도 눕고 싶었지만,
명동의 일이 궁금했기에 집이 아니라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다이먼은 아예 여기로 사무실을 옮겼어요?”
“경호를 위해서라도 여기서 업무를 보는 편이 낫다고 강 대위가 그랬습니다. 음지의 일이니 몸조심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잘하셨네요. 강 대위, 경호 인원을 좀 더 늘리세요. 이번 기회에 신규 인원을 더 채용하셔도 좋고요.”
“인원은 이미 충분합니다. 200명이 넘는 인원이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강 대위에게 경호 회사를 차려 주었다.
많은 태우그룹의 경호 업무를 강 대위의 회사에서 담당하고 있었기에 따로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혹시 모르니까 다이먼은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방검복을 착용하고 다니세요.”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그래야 할 것 같긴 합니다. 그리고 저보다 이영한 씨가 더 위험하기도 합니다.”
“뭘 어떻게 했길래요?”
“박 팀장 사채 사무실 앞 건물에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박 팀장 사무실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 이영한 씨의 사무실에서 돈을 빌려 바로 갚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영한은 내 예상보다 더 공격적이었다.
박 팀장의 사무실보다 무조건 더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려주었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사람을 세우는 건 물론이고, 대형 현수막까지 명동 곳곳에 붙여 두기까지 했었다.
“박 팀장이 독이 잔뜩 올랐겠네요.”
“일단 겉으로는 티를 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준수가 길길이 날뛰고 있습니다. 이영한의 사무실로 몇 번이나 쳐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이끌고 이영한을 공격하러 갔다는 말인가요?”
“사람을 끌고 가긴 했지만 싸움이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약간의 협박성 발언만 하고 돌아갔습니다.”
이준수 상무가 날뛸 만도 했다.
야쿠자의 자금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그였고, 이번 일이 잘못되면 가장 위험한 사람도 그였으니까.
그는 서서히 자신이 얼마나 보호받고 있었는지 알게 되겠지.
광화문 곰이라는 든든한 방어막이 사라진 지금은 자신의 목숨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도.
“직접 위해를 가할 배짱은 아직 없나 보군요.”
“명동에 부산 오성파 조직원과 야쿠자의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조만간 직접적인 공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영한 쪽에도 호위 병력을 배치해 두세요. 우리가 직접 싸움에 개입하지는 마시고요. 딱 이영한의 목숨만 구해 낼 정도로만 개입하세요.”
“이미 보호 인력을 배치해 두었습니다. 인력을 더 파견해 명동의 분위기를 세밀하게 파악하도록 하겠습니다.”
강 대위는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다.
명동 곳곳의 건물에 CCTV를 설치해 감시하고 있었고, 많은 인력까지 명동에 투입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
박 팀장의 사무실.
오늘도 이준수가 사무실에서 씩씩거리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영한, 그 새끼 혼자서 한 일이 아니라니까요. 분명 김민재 그 썩을 놈이 도와주고 있는 게 분명해. 아니면 이영한이 돈이 어디 있어서 돈을 막 뿌리겠어요.”
“아직은 확실치 않습니다. 그리고 김민재 본부장이 개입한다고 해도 일본 쪽의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명동에 투입하긴 어렵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문제는 명동을 먹는 데 돈을 더 써야 한다는 거 아닙니까!”
박 팀장과 이준수의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치킨게임을 걸어오는 이영한을 상대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자금을 사용한 그들이었기에 얼굴이 좋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명동의 상황도 자신들의 편이 아니었다.
어디서 돌았는지 박 팀장 사무실에 일본 자금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터져 나왔고, 그 소문을 들은 사채꾼들이 이영한과 손을 잡기 시작하였다.
“이영한이 보유한 자금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겁니다. 회장님의 재산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영한이 상속받은 재산 규모로 보면, 이제 남은 돈이 거의 없을 겁니다.”
“김민재가 도와준다면? 그럼 더 버틸 거 아닙니까!”
“태우그룹에서 대놓고 도와주진 못할 겁니다. 대기업이 대부업에 뛰어들었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될 테니까요.”
“김민재가 그렇게 만만한 사람 같나요? 분명 꼼수를 써서 이영한을 도와줄 겁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죠?”
박 팀장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매일같이 사무실을 찾아와 징징거리는 이준수에게 짜증이 난 그였다.
“우리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 겁니까? 그냥 편하게 해결하죠.”
“편한 방법이라면?”
“쓰윽-!”
이준수는 자신의 목을 엄지손가락으로 긋는 동작을 취했다.
명동에서 잔뼈가 굵은 박 팀장이었기에 그 동작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죽이자는 말입니까?”
“어차피 목숨 걸고 하는 싸움 아닙니까? 꼭 돈으로 밟아 죽일 필요가 있을까요? 진짜 죽이면 돈도 아낄 수 있는데 말이죠.”
“누구를 죽이자는 겁니까?”
“이영한과 김민재. 뭐 둘 중 한 명만 죽어도 해결되는 문제죠. 둘 다 죽일 수 있으면 더더욱 좋고요.”
“김민재 본부장의 뒤에는 태우그룹이 있습니다. 괜히 건드렸다 난리가 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우그룹의 입지는 굳건했다.
아무리 명동이 거대한 자금을 움직이고 있다곤 해도 재계 2위의 대기업 후계자를 처리할 정도의 능력은 없었다.
“김민재에게 원한 산 사람이 한둘이겠습니까? 우리가 했다는 것만 안 걸리면 되는 문제 아니겠어요?”
“그래도 너무 위험합니다.”
“그럼 이영한부터 우선 처리하고 생각해 보죠. 그래도 정 안 되면 김민재까지 처리하는 것으로 하고요.”
“김민재 본부장이 다치기라도 하면 김태중 회장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모든 힘을 총동원해 정부를 움직일 겁니다.”
“그러니 우선 이영한부터 건드려 보자고요. 그래야 김민재도 겁을 먹고 몸을 사라지 않겠어요?”
박 팀장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광화문 곰의 정식 후계자로 인정받기만 하면 명동을 접수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 회장의 손자인 이영한의 존재가 문제긴 했다.
“우리 쪽 인원을 동원하긴 어렵습니다. 이미 얼굴이 다 팔린 상태라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 야쿠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죠. 야쿠자라면 히트맨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이 있지 않겠어요? 박 팀장은 중간 다리 역할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영한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버리는 박 팀장이었다.
이준수와 손을 잡았을 때부터 이미 인간이 되길 포기한 그였기에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