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09)
독식하는 재벌 3세-109화(109/518)
109화. 닷컴의 시대 (3)
1998년의 마지막 날.
국가 부도 사태로 시끄러웠던 98년도 이제 오늘이면 끝이었다.
태우그룹 전 계열사는 종무식을 가졌고, 기획실의 직원들도 오늘만큼은 일직 퇴근을 했다.
“실장님도 일찍 들어가세요. 저도 이만 퇴근하려고 합니다.”
“본부장님이 정시에 퇴근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저 때문에 실장님이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닙니다. 본부장님을 모시게 되어 제가 영광이지요.”
우리는 덕담을 나눠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고.
나는 미리 대기하고 있는 차량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본부장님! 조심하세요!”
운전 기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핸들을 강하게 꺾었다.
곧이어 빠르게 지나가는 덤프 트럭 한 대.
술에 취한 건지 잠에 취한 건지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는 덤프 트럭이었다.
혹시?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던 덤프 트럭을 떠올렸다.
정적을 처리하는 장면에서 꼭 등장하는 도구가 덤프 트럭이었기에 누군가가 나를 해하기 위해 덤프 트럭을 이용한 건 아닐까란 생각까지 흘러갔다.
“졸음운전인 것 같습니다. 소리를 질러서 죄송합니다.”
“이 시간에 졸음 운전을 하는 사람이 다 있네요.”
다행히 그런 내 생각은 착각이었다.
가로수를 박고 멈춰 선 덤프 트럭에선 순박하게 생긴 사람이 내려왔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방을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넘어가려고 하려는 순간.
덤프 트럭에 붙어 있는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 저런 스티커를 보신 적 있으세요?”
“일본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도깨비 형상의 스티커였다.
야쿠자들의 몸에 박아 넣는 이레즈미 문신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기도 했다.
“덤프 트럭 번호판이 뭐였죠?”
“번호까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지역은 부산이었습니다.”
회귀 전에는 번호판에 지역이 적혀 있지 않았지만.
지금 시대에는 번호판에 지역이 적혀 있어, 어느 지역 차량인지 알 수가 있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덤프 트럭이 오는 경우가 흔한가요?”
“덤프 트럭이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오가니 드문 일은 아닙니다.”
부산 차량 그리고 이레즈미 스티커.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떠오르려고 했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강 대위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표님! 이영한이 공격을 받았습니다. 명동 출신은 아니고, 일본에서 온 놈들이 이영한을 공격한 것 같습니다.]“설마 죽은 건 아니죠? 크게 다쳤습니까?”
[우리 쪽에서 급히 개입해 불상사가 생기는 건 막았지만,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설마가 역시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 시간에 부산에서 온 차량이 내 옆에서 졸음 운전을 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우연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꾸민 일일 확률이 더 높을 터.
“차를 돌려주세요.”
나는 저택이 아니라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중간에 내려 강 대위의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사무실로 이동했고, 평소보다 몇 배는 많은 인원이 건물 주위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을 뚫고 사무실 위로 올라가자.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 강 대위의 모습이 보였다.
“강 대위도 다치셨나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명동에서 크게 싸움이 터졌었습니다. 그사이 야쿠자로 보이는 인물이 이영한을 습격하였고, 그 과정에서 조금 다쳤습니다. 다행히도 다이먼 님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흠, 혹시 이레즈미 문신을 한 사람이 공격했나요?”
“그렇습니다. 혹시 본부장님도 공격을 당하신 겁니까?”
“공격이라기보단 경고에 가까운 짓을 당하긴 했죠.”
덤프 트럭 이야기를 강 대위에게 전해 주었고.
어찌나 흥분을 하는지 감아 놓은 붕대가 다 풀어지며 피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감히 대표님을 건드리다니!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더는 살아서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리겠습니다!”
“진정 하세요. 그쪽에서도 저를 직접적으로 건드릴 마음까지는 없었던 것 같으니까요. 물론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겁니다.”
화가 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예의를 갖춰 싸워 주려고 했더니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그럼 나도 더는 예의를 갖춰 줄 필요가 없지.
“제가 어떻게 움직이면 되겠습니까?”
“우선 오늘 사고를 일으킨 덤프 트럭 기사의 정보를 확인하세요. 사진은 물론이고 계좌까지 조회해 보세요.”
“지금 바로 확보하겠습니다.”
“그리고 야쿠자를 동원하고 있는 조폭 세력이 오성파라고 했죠?”
“부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조직 폭력 집단입니다.”
“그놈들부터 지워 버려야겠어요. 반대 세력을 지원해 주세요.”
“지원이라고 하면 돈을 말씀이십니까? 아니면 인력까지 지원을 해 줍니까?”
“가리지 말고 지원을 해 주세요. 일본에 붙은 놈들이니 싹 쓸어 버려야죠.”
“특수부대원 출신으로 선별해 부산으로 보내겠습니다.”
박 팀장의 팔다리부터 잘라 내야겠다.
우선은 가장 큰 지원군인 오성파를 밀어 버리고.
그다음 차례는 박 팀장이 가지고 있는 돈줄 차례였다.
“그리고 국세청을 이용해 박 팀장이 가지고 있는 차명 계좌를 밝혀내세요. 제가 알고 있는 정보가 꽤 되니 어렵진 않을 겁니다.”
“국세청으로 힘들면 경찰과 검찰까지 움직이겠습니다.”
박 팀장이 가지고 있는 차명 계좌는 원래 광화문 곰의 소유였다.
나는 그와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고, 차명 계좌가 어떤 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약간은 알고 있었다.
물론 이런 정보만으로는 차명 계좌를 잡아내기 힘들지만.
명동의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될수록 차명 계좌의 돈을 꺼내 쓰고 있는 박 팀장이었기에 틈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준수 상무가 움직이고 있는 자금도 철저히 파헤치세요.”
“차라리 이준수 상무가 이 회장을 살인했다는 증거를 경찰 쪽에 넘기는 편이 쉽지 않겠습니까?”
“야쿠자의 돈을 등에 업고 있는데 경찰 쪽에 약을 안 쳤겠어요? 게다가 증거도 부족하니 금방 빠져나올 겁니다.”
“그럼 이준수 상무의 자금만 집중해서 조사해 보겠습니다.”
이것만으론 부족했다.
박 팀장과 이준수 상무를 옥죄기 위해선 명동의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명동 3인방과 약속을 잡아 주세요.”
“광화문 곰에 밀려나 명동을 떠났다고 알고 있습니다.”
“돈 놀이 하던 사람이 떠나면 어딜 가겠습니까? 결국 다시 오게 될 사람들이니 미리 만나서 이야기를 좀 나눠 봐야겠습니다.”
광화문 곰, 현금왕, 백 할매 그리고 강 회장.
명동의 4인방이라고 불렸던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명동에서 물러나 있었다.
3인방은 광화문 곰에 의해 명동에서 밀려났고, 광화문 곰은 사촌 동생에 의해 세상에서 밀려났다.
광화문 곰이 있었다면 3인방의 도움이 필요없었겠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처음 세운 계획도 변해야만 했다.
***
명동을 주름잡던 3명의 사채꾼.
한때는 대기업 회장들이 줄을 서서 그들을 만나고자 했지만, 지금은 뒷방으로 물러나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이 돈이 없어서 물러나 있는 건 아니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광화문 곰을 피해 잠시 몸을 숨기고 있었을 뿐이었고.
광화문 곰이 사라졌으니 어떤 식으로든 복귀를 하게 될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명동 3인방과의 만남은 어렵지 않게 성사되었다.
나는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그저 광화문 곰의 후원자가 만나고 싶다고만 했을 뿐.
“반갑습니다. 김민재입니다.”
명동 3인방과의 첫 만남.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깜짝 놀라는 그들이었다.
내가 너무 젊었기에 놀란 듯했고, 내 이름을 듣자 상체를 들썩이며 다시 한번 놀라기도 했다.
“광화문 곰이 어떻게 사람이 되었나 했더니 태우그룹에서 마늘과 쑥을 줬나 봅니다.”
“태우그룹이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도움을 조금 줬습니다. 부도가 날 만한 회사를 알려 주고, 전망 좋은 회사의 정보도 알려 주었죠.”
강 회장이 대표로 나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한때는 부산에서 대기업을 이끌던 기업 총수였지만, 군사정권의 눈밖에 나 명동으로 들어온 케이스였다.
“김 회장님의 손자분이 아주 훌륭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명동까지 휘어잡은 능력자인 줄은 몰랐네요. 허허허.”
“광화문 곰에게 한보그룹 주식을 넘겨받으셨죠? 제가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삼미, 진로도 제가 지시한 일이죠.”
쾅!
현금왕 단청수가 식탁을 내리쳤다.
외환위기로 쓰레기가 된 주식을 떠넘긴 사람이 나라는 것에 화를 내고 있었다.
“우릴 능욕하고 싶어서 불렀나? 자네 할아버지도 우리한텐 예의를 지키네!”
“저는 돈이 안 되는 일은 안 하는 사람입니다. 어르신들을 능욕한다고 해서 저에게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쓸모없는 짓을 하겠습니까?”
“그럼 우리를 왜 보자고 한 거지?”
“돈이 되는 일을 같이하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원래라면 광화문 이 회장과 하기로 했던 일인데, ……아시다시피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명동에서 치고 박으며 정이 든 명동 4인방이었고.
갑작스럽게 사망한 광화문 곰을 회상하는 그들이었다.
“광화문 이 회장과 무얼 하려고 했는가?”
“그 전에 말씀드려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 야쿠자와 대부업체에서 명동을 접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오른팔이었던 박 팀장과 사촌 동생인 이준수 상무가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이 회장의 후계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긴 들었는데 상황이 그렇게까지 번졌나 보군.”
혀를 차는 강 회장이었다.
하지만 그가 잘못 아는 사실이 있었기에 바로잡아 주었다.
“선후 관계가 잘못 되었습니다. 후계자 전쟁으로 일본과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일본과 손을 잡고 이 회장을 친 것입니다. 그로 인해 후계자 전쟁이 발생했고요.”
“이 회장을 박 팀장이 죽였다는 겐가?”
“이준수 상무가 이 회장의 죽음과 관련이 있고, 박 팀장은 그 사실을 알고서도 이준수 상무의 손을 잡았습니다.”
“쯧쯧, 아주 썩을 놈들이군. 개도 주인은 물지 않는 법인데. 이 회장이 어디서 요물을 데려다 키웠군.”
이번에도 잘못된 부분이 있긴 했다.
박 팀장과 이 회장의 죽음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오해하도록 두는 편이 나았기에 정정하지는 않았다.
“명동을 시작으로 일본 자금이 한국 사채 시장을 장악하려고 들 겁니다. 그들은 음지뿐만 아니라 양지의 시장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일본 사채꾼이 양지로 나온다는 겐가?”
“정식으로 대부업 등록을 하고는 전 국민을 상대로 돈놀이를 하려는 계획이죠. TV 광고까지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무리 일본 대부업체가 돈이 많다고 해도 양지로 나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뒤를 봐주는 사람이 꽤 되나 보군.”
정치권의 도움이 없으면 대부업의 양지 진출은 어려웠다.
일본 대부업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금융기관의 도움까지 받고 있다고 봐야 했다.
“뒤를 봐줄 사람이라면 저에게도 많이 있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이왕 음지인 명동에서 떠나셨으니 이번 기회에 양지로 진출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명동 3인방을 통해 일본 대부업을 막는다.
내가 명동 3인방을 만나려는 이유였고, 박 팀장과 이준수 상무의 목을 움켜잡을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