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1)
독식하는 재벌 3세-11화(11/518)
11화. 인재 모집(1)
1992년 새해가 밝았다.
그동안 나는 미국에서 생활하며 학업에 집중했고, SAVE 투자회사의 운영은 제프리 부사장과 한 팀장에게 일임했다.
회사는 안정권에 들어섰고.
내가 몇 가지 힌트만 줘도 월가에서 알아주는 수익률을 뽑아내는 투자회사로 성장했다.
제프리가 알아서 투자한 40억 달러가 10개월 사이에 48억 달러로 무려 20퍼센트가 넘는 수익을 뽑아내었다.
물론 내가 주도한 투자의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한다.
나는 20퍼센트가 아니라 최소 1,000퍼센트의 투자율을 자랑했으니까.
하지만 이런 큰 건은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 꾸준히 플러스 성장을 하는 것에 만족을 했다.
이렇게 회사가 굳건히 뿌리를 내렸으니 내가 잠시 한국으로 들어갈 짬이 생겼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회장님께서 저택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실장님이 직접 오셨어요? 제가 뭐라고 직접 오고 그러세요. 이 정도 일은 밑에 직원들 시키셔도 되는데.”
“도련님이 1년 6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셨는데 제가 직접 와야죠.”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걸프전에 투자하고, 제프리를 비롯한 인재 영입 그리고 파운드화 공매도까지.
큼지막한 일을 몇 개 해결하니 어느새 1992년이 되어 있었다.
“실장님은 변함이 없으시네요. 더 젊어지신 것 같기도 하고요.”
“도련님은 이제 성인이 다 되셨습니다. 키도 많이 크셨고, 얼굴선도 굵어지셨습니다.”
“그래 봐야 아직 미성년자예요. 나머지 이야기는 차 안에서 하죠.”
“저택으로 모시겠습니다.”
비서실장이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저택으로 향했다.
고작 1년 6개월이 지났건만 창밖으로 보이는 한국의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다.
물론 전생에 살았던 서울의 모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제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한창 서울 구경에 빠져 있을 동안 어느 샌가 저택에 도착했다.
나는 차 트렁크에서 할아버지에게 줄 선물들을 챙겨 저택 안으로 들어갔고, 할아버지가 대문 앞에서 나를 반겨 주셨다.
“우리 강아지 왔구나! 미국 음식이 입에 안 맞더냐? 얼굴이 아주 반쪽이 되었구나.”
“너무 잘 맞아서 문제였어요. 몸무게가 8Kg이나 쪘어요.”
“뱃살 하나 없는데 살이 찌긴 뭐가 쪘어. 빨리 들어가자. 너 좋아하는 갈비찜 왕창 해 놨다.”
할아버지는 나를 잡아끌고 식탁에 앉혔다.
내가 한술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할아버지였지만 나는 숟가락 대신 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이건 뭐냐? 밥부터 먹고 보마.”
“중요한 일이니까 먼저 보세요. 그래야 제가 마음 편히 밥을 먹죠.”
할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종이를 펼쳐 보셨고.
종이에는 영어로 가득했지만, 세계화를 울부짖는 할아버지답게 단번에 종이에 적힌 내용을 파악했다.
“합격했구나! 그것도 무려 하버드 대학교에!”
“마음 같아서는 작년에 합격하고 싶었는데. 준비할 게 생각보다 많아서 좀 더 걸렸어요. 늦어서 죄송해요.”
“늦긴 뭐가 늦어. 네 또래 애들은 고등학교에 다녀야 할 시기에 너는 대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이른 거지!”
“그리고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다 우리 민재가 노력해서 된 거지.”
할아버지는 무려 7장의 추천서를 받아 주셨다.
자신의 모든 인맥을 사용해 하버드 입학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의 추천서를 받아 내셨다.
사실 내 능력으로 받은 추천서만으로도 충분했지만, 할아버지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버드 경제학과에 합격했는데 몇 년이고 기다려야지!”
할아버지 목소리가 아주 정정하셨다.
얼마 있지 않으면 80세가 되시는 할아버지셨지만, 평소에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하셨기에 노인처럼은 보이지 않으셨다.
“저 이제 밥 먹을게요.”
“그래 천천히 많이 먹거라. 여기! 국 좀 데워 와요. 하버드 다니는 우리 손자 국이 식었어.”
“아이고! 우리 도련님이 먹을 건데 당연히 데워 와야죠. 회장님이 이렇게 웃으시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할아버지는 미소를 주체하지 못하고 남발하고 계셨다.
생선 가시도 직접 발라 숟가락 위에 올려 주셨고, 물까지 직접 따라와 내 앞에 놓아주셨다.
이 맛에 내가 공부를 했지.
사회에 하루라도 빨리 진출하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하긴 했지만, 어찌 보면 할아버지에게 기쁜 일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였기도 했다.
꿀맛 같은 식사를 마치고.
할아버지와 오붓한 대화를 나누려고 할 때 누군가가 저택을 찾아왔다.
“회장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신민국당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어허, 그렇게 집으로 찾아오지 말라고 했건만. 일단 안으로 모시게나.”
정치인은 기업인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괜히 꼬투리가 잡혀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었고, 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낮에 약속도 하지 않은 채로 방문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 나는 할아버지 옆을 지키고 서서 손님을 맞이했다.
“김 회장님, 반갑습니다. 뵙기가 너무 힘들어 무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이 늙은이를 봐서 뭐가 좋다고 이렇게들 찾아왔는가.”
“옆에 계신 청년이 그 유명한 회장님 손자입니까? 회장님을 닮아 총기가 넘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흠흠, 안 그래도 이번에 하버드 대학에 합격했다고 하더군.”
“아이고! 정말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손님의 정체는 신민국당의 강준기 의원이었다.
3선 의원인 그는 신민국당의 실세 중 실세였고,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할아버지에게 이렇게나 저자세로 나온다?
나는 곰곰이 그 이유를 고민했고, 전생의 기억이 확 떠올랐다.
신민국당에서 대선 후보로 할아버지를 추대하려고 했던 일이 있었고, 14대 대통령 선거까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 지금이었다.
“민재 너는 방에 들어가 있거라. 이 할애비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좀 나누다 와야겠다.”
“시차 때문에 피곤하네요. 방에서 쉬고 있을게요.”
나는 얌전히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침대에 누워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모든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돌려 봤지만, 할아버지가 정치를 해서 좋은 꼴을 보는 결과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머리를 너무 굴려 과부하가 오려고 하는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할아버지가 직접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님들은 벌써 돌아가셨어요?”
“할 이야기가 많은 사이는 아니니까. 참 곤란한 사람들이라니까.”
“혹시 이번 대선에 할아버지를 추대하려고 하는 건가요?”
“민재 네가 그건 어찌 알았느냐?”
“미국에 있어도 한국 소식은 다 듣고 있었어요. 신민국당에서 대선 후보로 내세울 사람은 없으니 인지도가 높은 할아버지를 추대하려고 하겠죠.”
할아버지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사랑스러운 손자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에서 태우그룹을 이끄는 김태중 회장으로 변하셨다.
“군사 정권에서 우리 태우그룹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숨만 쉬어도 뜯어 가던 놈들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까?”
“그래서 할아버지가 대통령이 되시려고 하시는 거예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객관적으로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걸 할아버지도 잘 알고 계신다.
그런데 신민국당의 국회의원과 지지자들이 열심히 부채질을 하니 혹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저는 아직 태우그룹을 상속받을 수가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할아버지가 대통령이 되면 당연히 태우그룹은 저한테 상속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잖아요. 그리고 만약 상속한다면 막대한 상속세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리고 대선 후보가 되면 언론에서 철저한 검증 절차를 밟을 건데 기업을 이끌면서 먼지 한 톨 안 나올 리가 없지 않나요?”
신민국당이 부채질로 피운 불씨를 나는 최대한 밟아 끄기 위해 노력했다.
할아버지도 내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셨다.
“민재 너는 할애비가 대통령이 될 그릇이 안 된다고 생각하나 보구나.”
“설마요. 태우그룹을 재계 서열 3위까지 올린 할아버지라면 당연히 우리나라도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으시겠죠. 하지만 대통령은 고작 5년이면 끝나요.”
“네 말이 맞다. 고작 5년 동안 대통령 자리에 앉겠다고 태우그룹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지.”
“그리고 막대한 세금과 상속세를 생각하세요. 그 돈의 절반만 차기 대통령 후보에 투자해도 더 많은 이득을 뽑아낼 수 있지 않겠어요?”
할아버지는 장사꾼이셨다.
장사꾼에게 가장 중요한 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이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점을 내가 파고들자 할아버지의 눈빛이 또 한 번 달라지셨다.
미세하게나마 남아 있던 대통령에 대한 미련이 완전히 사라진 눈빛이 되었다.
“대통령 자리에 올라 봐야 욕만 먹지. 우리 민재 말처럼 대통령 후보를 지원하는 편이 몇 배는 이득이 되는 일이지. 그래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누가 될 것 같으냐?”
“YS나 DJ 중에서 한 분이 되시지 않겠어요?”
“현재그룹의 장 회장도 출마를 했고, 꽤 많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데 왜 제외한 게냐?”
“유권자는 멍청하지 않으니까요.”
할아버지는 설명을 이어 가라는 듯 손짓을 하셨다.
“우리나라에서 3지대에서 출마해서는 당선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3지대 후보의 지지율로는 원내 교섭 단체를 만드는 정도에 그칠 거고, 결국은 거대 양당에서 당선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민재가 세상 보는 눈이 꽤 밝구나. 그래서 YS와 DJ 중에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느냐?”
“YS가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하지만 DJ에게도 꾸준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대선은 5년 뒤에도 또 찾아오니까요.”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이었다.
YS를 이어 대통령에 오를 사람이 DJ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나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러니 YS와 DJ 두 명 모두에게 지원을 하라는 말이구나.”
“아니면 두 명 모두에게 지원을 하지 않거나요.”
“민재가 미국물을 너무 많이 마셨구나. 대통령의 입김 한 번이면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도 휘청거리는 게 한국이란다.”
YS를 지원해도 외환위기가 닥치면 무너지는 게 태우그룹이다.
차마 이 말은 할아버지에게 할 수 없었기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민재 너도 회사를 경영해 보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게다. 불합리하고 억울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게 있단다.”
“태우그룹을 어떤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게끔 키울게요.”
“그래 궂은 일은 내가 다 할 테니 네가 태우그룹을 이어받고 나서는 그렇게 하려무나.”
“할아버지. 그래서 말인데요. 초석을 다지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내가 한국에 들어온 이유가 이 말을 꺼내기 위해서였다.
하버드 합격증을 자랑하는 건 작은 이유에 불과했다.
“초석이라…… 그래 뭐가 하고 싶은 게냐?”
“태우그룹 장학생을 모집하고 지원하고 싶어요.”
“그룹 차원에서 이미 많은 장학생을 지원하고 있단다.”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태우그룹이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장학생과 지지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만, 장학생 한 명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이 네 생각보다 더 많이 든단다.”
결국은 돈이 문제였다.
지금 당장 써먹을 수도 없는 장학생에 큰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 할아버지셨다.
“태우그룹 장학 재단을 만들어만 주세요. 제가 기부금도 유치하고 운영해 볼게요. 장학 재단을 운영한 경험은 회사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허허, 그래 너도 돈 귀한 줄 알 나이가 되었지.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한번 느껴 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