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10)
독식하는 재벌 3세-110화(110/518)
110화. 닷컴의 시대 (4)
명동 사채업은 음지였다.
하지만 대부업 등록을 하고 사채를 놓으면 합법이었다.
당연히 세금이 나가긴 하지만, 명동이라는 작은 구역을 대한민국 전체로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우리보고 지금 양지로 나오라는 말인가?”
“3금융권으로 진출하시지요. 일본 대부업체도 진출하는 판국에 어르신들이 양지로 나가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나는 반댈세. 3금융권으로 나가면 또 정부가 얼마나 간섭을 하겠나.”
강 회장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운영하던 대기업을 정부에 의해 빼앗겼었기에 정부와 엮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강 회장이었다.
“군사 정권 시절은 이제 끝났습니다. 특히나 외환 위기로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온 지금 그런 일이 반복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흠, 그건 그렇다고 쳐도 문제는 또 있네. 우리가 아무리 명동에서 알아주는 쩐주라고 해도, 일본 대부업을 상대할 정도의 자금은 없다네. 그리고 외환위기로 손해를 본 건 기업들뿐만이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네.”
외환위기의 여파로 명동 사채꾼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도록 유도한 사람이 나였으니까.
광화문 곰을 명동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부도가 날 회사채를 저들에게 넘겼었다.
당연히 그 액수만큼 피해를 봤으니 돈이 부족할 수밖에.
“일본 대부업체와 상대할 수 있을 만한 쩐주를 한 명 붙여 드리겠습니다.”
“한국에 그만한 돈을 가진 쩐주가 있는가?”
“한국에 없다면 외국에서 불러들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박 팀장도 일본에서 돈을 끌어다 왔으니 우리는 미국에서 끌어다 오면 될 일입니다.”
“미국이라면 설마?”
“월가의 투자 회사 한 곳을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SAVE 투자회사를 명동 3인방에게 붙여 줄 계획이었다.
많은 금액도 필요가 없었다.
몇 조 정도만 붙여줘도 명동 3인방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일본 대부업체와 싸울 만했다.
“월가와 손을 잡는다면 승산은 충분히 있는 싸움이지.”
“돈이 부족해서 배팅을 멈출 일은 없을 겁니다.”
“허허, 그런데 나는 근본적인 의문 하나를 가지고 있네. 우리가 왜 자네와 손을 잡아야 하지. 우리가 명동에서 밀려난 이유는 자네 때문이 아닌가.”
맞는 말이긴 했다.
나는 저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안긴 장본인이었고, 저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원수나 다름이 없었다.
“광화문 이 회장도 저와 좋은 관계로 시작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린 손을 잡았고, 결과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명동의 일에 더는 관여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명동이 일본에 넘어가는 꼴을 보고 있을 수는 없더군요.”
“그러니 자네 손을 잡으라는 겐가?”
“제가 먼저 배신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구역이 겹치지 않는 사람만큼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긴 광화문 곰의 후원자가 태우그룹 황태자일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나는 대화를 하면서도 3인방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혹시나 먼저 일본 대부업체와 손을 잡은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아직은 일본 대부업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와 손을 잡으시겠습니까?”
“자네와 손을 잡으면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건가?”
“명동은 광화문 이 회장의 손자에게 넘겨주고, 양지로 나가시면 됩니다. 명동에서 벌어들이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벌 수 있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선의로 돕겠다는 사람의 말은 믿지 않는다네.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니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저들에게 내가 무얼 바라겠는가?
돈이라면 SAVE 투자회사라는 든든한 돈줄이 있는데.
물론 뭐, 챙길 건 챙겨야겠지만서도.
“금융회사의 지분을 나눠 가지겠습니다. 어르신들이 25%씩 그리고 나머지 25%를 제가 가지겠습니다.”
“월가의 투자회사의 지분은 어떻게 하고?”
“제 몫에서 월가의 지분을 나눌 겁니다. 그리고 가끔 제가 부탁드리는 일을 도와주시면 됩니다. 인수하고 싶은 회사의 주가를 낮춰야 할 때 도움을 요청드리겠습니다.”
“더러운 일을 우리에게 맡기겠다는 겐가?”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되도록이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락된 일을 요청드릴 테지만요.”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3인방이었고.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백 할매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나는 찬성이야. 일본 놈들에게 우리 몫을 뜯길 순 없지. 너희들도 그냥 한다고 해! 싫으면 나 혼자 다 해 처먹을 테니까. 그냥 꺼지든가.”
“백 할매가 한다면 우리도 해야지.”
명동의 백 할매.
외환위기에서 가장 피해를 적게 입은 사채꾼이었다.
그만큼 조심성이 강했고, 확실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절대 지갑을 열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조만간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내년 초부터 3금융권 금융사를 경영하실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겠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 회장 손자를 도와주면 되는 게지? 그 꼬맹이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던가? 돌잔치 때 한 번 보고, 이 회장 칠순 잔치 때 한 번 봤던가?”
“우리 얼굴이나 기억할는지 모르겠어. 그래도 이 회장 손자가 도움이 필요하다니 도와줘야겠지. 광화문 곰을 생각해서라도 말이야.”
이영한에게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
그것도 명동에서 가장 유명한 3명이 이영한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박 팀장의 이름값에 밀려 세력 확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이영한에게는 천군만마보다 더 든든한 지원군일 것이다.
***
그날 저녁.
명동 3인방과의 만남을 끝내고 병원을 찾아갔다.
야쿠자의 공격을 받아 수술까지 받은 이영한의 병문안이었다.
“병원 밥이 입맛에 맞나 보군요. 얼굴이 더 좋아졌어요.”
“좀이 쑤셔서 죽겠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퇴원을 수속을 밟을 생각이었습니다.”
복부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이영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그가 대단해 보였다.
“아직도 명동에 미련이 남아 있나요? 배에 칼까지 맞았는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나요?”
“이제야 명동에서 일하는 사람답지 않습니까? 양지에서 완전히 음지로 갈아탈 의지가 생겼습니다. 저에겐 칼빵이 아니라 주사인 셈이었죠.”
“저승에서 이 회장님 볼 면목이 없을 뻔했어요.”
“늦었지만 감사드립니다. 본부장님이 배치한 경호원이 아니었다면 정말 할아버지를 만나 뵈러 갈 뻔했습니다.”
이영한의 의지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의욕에 불타고 있는 중이었고, 양자에 대한 미련까지 버린 모습이었다.
“이 회장님은 당신이 명동이 아닌 투자회사 사장으로 있기 바랬는데 정말 명동에서 자리 잡아도 되겠습니까?”
“투자회사나 금융권에 대한 미련은 완전히 버렸습니다. 명동이야말로 제 고향이고, 제가 있어야 할 곳입니다.”
“명동에 만족한다고 약속을 하시면, 명동의 주인이 될 방법을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약속합니다. 박 팀장과 이준수, 저 썩을 놈들만 처리할 수 있으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습니다.”
흥분하는 이영한이었고.
그의 복부에서 붉은색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진정하고 들으세요. 명동 3인방이 당신을 돕기로 했어요. 그들을 따랐던 사채꾼들을 당신 쪽에 붙도록 해 줄 겁니다.”
“명동 3인방이라면 할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어르신들 말씀이십니까? 그들이 왜 저를? 오히려 무주공산이 된 명동을 노리지 않겠습니까?”
“그분들은 이제 명동에 미련이 없어요. 제가 양지로 나갈 방법을 알려 주었거든요.”
“음지는 제가 양지는 어르신들이 차지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서로의 영역을 확실히 해야 분란이 없어요. 나중에 괜히 양지로 나가겠다고 하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사람 마음은 갈대였다.
지금은 명동에 집중하고 있지만, 등이 따듯해지고 배가 부르면 다른 곳으로 생각이 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지금 단도리를 쳐 둬야 했다.
양지로 눈을 돌리면, 나와 척을 져야 한다고 분명히 알려 둬야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테니까.
“명동에 만족한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만약 양지로 정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회사를 차리겠습니다.”
“월가에 진출하는 건 말리지 않죠.”
“제가 미국에서 몇 년 지내다 보니 시장 규모가 비교가 안 되더라고요. 그런 곳을 두고 왜 한국 시장을 진출하겠습니까? 명동이야 고향 땅이니 가지려는 것이지만요.”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내일부터 명동 3인방이 당신과 함께할 겁니다. 그들과 함께 당당히 명동을 한 바퀴 도세요. 그러면 알아서 사채꾼들이 밑으로 들어올 겁니다.”
명동은 대한민국에서 소문이 가장 빠르게 도는 곳이었다.
한국 증시를 알기 위해선 명동을 찾아가란 말이 나올 정도였고, 당연히 명동에서 일어난 일은 더더욱 빠르게 퍼져 나가기 마련이었다.
***
다음 날.
이영한은 붕대를 감은 채 퇴원을 하고는 명동으로 향했다.
그가 명동에 도착하자 검은 세단 3대가 따라붙었고, 명동 3인방이 자연스럽게 차에서 내려 이영한의 옆으로 다가갔다.
“자네가 광화문 곰의 손자인가? 역시 핏줄은 숨기지 못하나 보군. 이 회장과 똑 닮았어.”
“이놈아, 고개 좀 숙여라. 이 할매가 고개를 들고 쳐다봐야겠어?”
“배에 칼빵 맞고 명동으로 다시 올 정도면 뚝심이 나쁘지 않군. 뭐 하는가? 빨리 따라오지 않고.”
강 회장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지역으로 향했고.
그의 밑에서 일했던 사채꾼들이 뛰어나와 인사를 올렸다.
“다들 알고 있지? 광화문 곰 손자 녀석일세. 자네들이 잘 좀 챙겨 주라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어르신의 부탁인데 당연히 그래야지요.”
“괜히 박 팀장과 엮이지 말고, 한 번 배신한 놈이 두 번 배신을 못 하겠나?”
“그 소문이 사실입니까? 박 팀장이 광화문 이 회장을 그렇게 했다는 소문이요?”
“그러니 우리가 이 녀석을 돕는 거 아니겠나? 광화문 곰을 저승으로 보냈는데 손자까지 같이 보낼 순 없지 않은가.”
그다음은 백 할매의 차례였고.
곧이어 현금왕까지 자신의 구역이었던 곳을 돌며 사채꾼들에게 이영한을 소개해 주었다.
당연히 그 소식은 박 팀장과 이준수에게 전해졌고.
건물 옥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기까지 하는 그들이었다.
“노친네들이 단체로 노망이라도 났나? 왜 저러는 겁니까?”
“아무래도 김민재 본부장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 사람들이 이영한을 돕고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어요? 김민재부터 처리를 해야 한다니까요. 이영한 저 새끼는 그냥 바지 사장에 불과해요.”
“흠, 아무래도 생각을 다시 해 봐야 할 것 같군요.”
“김태중 회장도 이해할 겁니다. 자식을 저승으로 보낸 경험을 해 봤으니 손자가 저승으로 가는 경험도 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이준수는 이미 반쯤 미쳐 있었다.
이번 일이 잘못되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기에 못 할 짓이 없었다.
그렇게 이준수가 분노를 표출하고 있을 때, 부하 직원 한 명이 다급히 옥상으로 올라왔다.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호들갑이야!”
“부산 검찰청과 경찰청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였습니다. 이미 오성파가 공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