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11)
독식하는 재벌 3세-111화(111/518)
111화. 닷컴의 시대 (5)
부산 남천동에 있는 작은 술집.
거기서 나는 부산광역시 경찰청장과 술잔을 기울였다.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제 자식 놈을 책임져 주셨는데 당연히 부탁을 들어드려야죠. 그리고 조폭을 때려잡는 일이라면 경찰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본부장님이 부탁하지 않았어도 조만간 치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이경식 청장에게는 자식이 두 명 있었다.
장녀는 공부를 꽤나 잘해 문제가 없었지만, 장남의 경우엔 공부에 영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를 닮아 운동에는 소질이 있었고, 경호학과를 졸업한 상태였다.
물론 경찰 학교에 들어가거나 경찰 시험에 합격했다면.
아버지인 청장이 끌어 줄 수 있었겠지만, 시험에 합격할 머리는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청장의 장남을 강 대위 경호회사에 취직시켜 주었다.
이미 경호회사 중에는 TOP3 안에 들어가는 회사였고.
연봉도 대기업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경우도 있었기에 경호학과 학생이라면 모두가 입사하길 원하는 회사였다.
“위험한 일에는 배제될 겁니다. 그리고 원하신다면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발령 나게 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놈은 고생을 좀 해봐야 합니다. 부산에 있으면 또 제 품에 들어오려고 할 겁니다. 이번 기회에 서울에서 고생 좀 시켜야겠습니다.”
“그럼 서울 본사에서 경호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임원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렇게만 해 주시면 더할 바가 없습니다. 커서 뭐 할지 걱정이었는데 이제 밥값은 하고 살겠습니다.”
자식 농사만큼 어려운 농사가 어디 있겠는가?
청장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자식 농사로 고생을 하고 있었고, 내가 그 걱정을 덜어 주었다.
“오성파는 언제까지 처리가 될까요?”
“이미 오성파 두목을 체포했습니다. 간부진도 조만간 잡아들일 수 있고, 나머지 놈들이야 알아서 흩어질 겁니다. 그런데 본부장님 같으신 분이 왜 오성파에 관심을 두십니까?”
청장의 입장에서는 궁금할 만도 했다.
대기업 후계자가 조직 폭력배에 관심을 두는 일은 흔하지 않으니까.
“저와 친분이 깊은 어르신이 오성파에 의해 살해당하셨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증거가 부족해 법적으로 처리할 수가 없으니 이번 기회에 증거를 찾고 싶군요.”
“혹시 그분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광화문 곰, 이선일 회장님이십니다.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선고받았지만, 의사가 오성파의 협박을 받아 거짓 사망 선고를 했다는 증언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나는 USB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의사의 증언을 비롯한 다양한 증거가 들어 있었고.
더불어 오성파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까지 들어 있었다.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겠습니다.”
“청장님도 부산 경찰청장에서 마무리하시긴 아쉽지 않으십니까? 치안총감까지 오르고 퇴직을 하셔야지요.”
“거기까진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대통령께서 임명하시는 자리인데 저는 거기까지 선이 닿지 않습니다.”
경찰의 총수는 경찰청장이었다.
부산 지역 경찰청장도 매우 높은 직위였고, 그 위에는 치안총감인 경찰총장만이 유일했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정권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했고, 인사 청문회를 통과해야만 앉을 수 있었다.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서울로 올라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제가 경찰청으로 말씀이십니까? 저를 지지하는 세력이 적어 대통령께서 임명하신다고 해도 반발이 심할 듯합니다.”
“당연히 세력도 붙여 드려야죠. 경찰청에서 아무도 청장님에게 반기를 못 들 정도의 세력을 이미 구축해 두었습니다. 본청으로 올라가기만 하시면 됩니다.”
다양한 직군의 공무원들이 SAVE 펀드의 가입자였고, 그중에는 경찰도 상당수였다.
지금까지야 구심점을 할 사람이 없어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었지만, 경찰청장이라는 구심점이 생기만 한다면, 단번에 경찰청 최대의 파벌이 탄생하게 된다.
“이번 일을 확실하게 해결하겠습니다. 오성파의 말단 조직원까지 다 잡아들이고, 이 회장님의 죽음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 내겠습니다!”
“그렇게만 해 주시면, 경찰청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정치권으로 가셔도 좋고, 로펌이나 경호회사의 사장으로 보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나 저를 신경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활동비에 보태 쓰시라고 차에 가방 몇 개를 넣어 두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좀먹는 조폭을 청소하시는데 당연히 청소비를 드려야지요.”
청장의 차 트렁크에 억 단위의 돈을 넣어 두었다.
내가 넣은 것이 아니라 이영한이 준비하고 넣은 돈이었다.
혹시 모를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돈이기도 했다.
“가, 감사합니다. 오성파를 상대하느라 고생하는 경찰들을 위해 사용하겠습니다.”
“청장님이 사용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활동비가 부족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후원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규모의 후원은 처음이라.”
자식을 취직시켜 준다고 해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겠나?
지금 당장 돈이 입금되고, 자신의 미래까지 책임져 줘야 목숨을 걸고 오성파를 청소하겠지.
***
며칠 후.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영한이 찾아왔다.
“명동 70% 정도를 접수했습니다. 전적으로 본부장님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일본 대부업체가 정식으로 한국에 등록했다고 하네요.”
“3금융권에 진출하는 겁니까?”
“올해부터 아주 시끄러워질 겁니다.”
1999년은 대부업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TV만 틀면 대부업 광고가 튀어나왔고, 초등학생이 대부업체의 로고송을 따라부르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되는 해였다.
“저야 명동의 일에만 신경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3금융권 문제야 어르신들이 잘 해내실 겁니다.”
“저쪽도 우리와 마찬가지일 겁니다. 음지는 박 팀장이 양지는 이준수 상무가 담당하겠죠. 그러니 양방으로 공격해 나가야 씨를 말릴 수 있어요.”
“명동의 일은 걱정 마십시오. 이미 제가 거느린 세력이 박 팀장의 세력보다 배는 더 많습니다.”
“언제까지 이 회장님을 따르던 사람을 박 팀장 밑에 둘 겁니까? 그 세력까지 당신이 흡수해야죠.”
박 팀장의 세력은 곧 광화문 곰의 세력이기도 했다.
당연히 손자인 이영한이 흡수해야 할 세력이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박 팀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저를 원수처럼 대하고 있습니다.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서 영입이 어렵습니다.”
“조만간 박 팀장의 세력에 균열이 발생할 겁니다.”
“어지간한 균열로는 그들을 흔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주 큰 한 방을 준비했죠. 같이 TV나 보실까요?”
나는 무심하게 TV를 틀었다.
대화 도중 갑자기 TV를 봐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당황하는 이영한이었지만, TV에서 재미난 주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자 곧 상황을 이해했다.
[명동 사채왕의 죽음]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
오늘의 주제는 명동이었고, 광화문 곰의 죽음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균열이라는 게 설마 방송입니까?”
“명동은 원래 법이 통하지 않는 곳 아닙니까? 그렇다면 법 말고 다른 방식으로 해결을 봐야죠.”
시사 고발 프로그램은 부산의 공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준수 상무가 일했던 공장이었고, 직원들이 청산 가스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모자이크 처리되었지만, 사망 선고를 내렸던 의사의 진술까지 더해졌다.
모든 정황 증거가 이준수 상무를 가리키고 있었고.
사촌 형의 재산과 일본 자금을 등에 업기 위해 폐륜을 저지른 사람으로 예쁘게 포장되었다.
“광화문 이 회장을 죽인 사람과 박 팀장이 손을 잡았다는 게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래도 박 팀장 밑에 있는 직원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확실히 균열이 강하게 생기겠습니다. 곧장 접촉해 보겠습니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은 정말 알찬 내용으로 가득 찼다.
내가 건넨 정보와 부산 지방 경찰청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내용이었다.
“저는 이제 할 만큼 한 것 같네요. 나머지 일을 부탁드려도 되겠죠?”
“밥상을 다 차려 주셨는데 숟가락 정도는 제가 직접 들어야죠. 목숨을 걸고 박 팀장의 세력을 흡수해 보겠습니다.”
“큰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 절대 혼자 다니진 마세요.”
“명동에서 저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항상 주의하겠습니다.”
이영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송이 끝난 지금이야말로 박 팀장의 세력이 가장 혼란에 빠져 있을 터.
1분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1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흡수할 수 있었다.
***
나는 명동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명동의 일은 일종의 취미 생활에 가까웠고, 태우그룹의 일이 내게는 주업이었다.
특히나 업계 1위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태우통신의 일이 가장 중요했다.
“E스포츠단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숙소와 장비 세팅을 마무리했고, 본부장님이 말씀하신 선수들과 계약을 끝마쳤습니다. 이번 주 내로 공식 발표를 할 예정입니다.”
스타크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졌고.
1세대 게이머가 낸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할 정도였다.
“공식 대회 일정도 빠르게 잡으세요.”
“케이블 채널 한 곳과 계약을 맺어 스타크 공식 대회를 중계하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기업도 슬슬 게임단을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나요?”
“현재 확인된 바로는 5곳 이상에서 게임단 창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E-스포츠가 한국에서 시작되려고 했다.
그 중심을 태우그룹이 잡고만 있다면,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대기업들이 게임단을 만들기 시작하면, 협회 문제가 나올 겁니다.”
“축구협회 같은 협회 말씀이십니까?”
“돈이 되는 곳엔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죠. 태우통신에서 협회를 이끌어 가도록 한 번 해보세요.”
“블리야드 게임사와 방송국이 우리와 손을 잡았으니 그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일은 태우통신의 점유율을 올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KS텔레콤과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OTT 서비스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서비스를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은 그렇게 인기가 있지는 않습니다. 태우통신 가입자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즐길 순 있지만, 불법 다운로드에 비하면 비싼 금액이기에 관심이 크지 않습니다.”
“TV로 OTT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만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태우전자에서 상반기에 인터넷 TV를 만들기로 했으니 그때까지만 견뎌 보세요.”
영화는 큰 스크린에서 볼수록 재미가 상승하는 법이었고.
당연히 영화관이 제일이었고, 그다음은 TV였다.
작은 컴퓨터 모니터로 볼 때야 상관이 없겠지만, TV로 OTT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면 당연히 가입자가 늘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