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12)
독식하는 재벌 3세-112화(112/518)
112화. 열풍 (1)
1999년도 어느새 3개월이 지나갔다.
워낙 많은 기업을 인수 합병했기에 할아버지와 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고, 집으로 돌아와서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태우통신이 신기한 곳에 후원을 하고 있더구나. 나는 스포츠 게임단에 후원을 하는 줄 알았더니 게임단을 만든 줄은 몰랐어.”
“웬만한 구기 종목을 후원하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좋습니다. 그 덕에 태우통신이 KS텔레콤의 점유율을 5%가량 앞서고 있습니다.”
“뭐 그런 건 젊은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리모콘을 집으셨다.
태우통신이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 게임단을 후원하든 게임 대회를 후원하든 문제 삼지 않을 분위기였다.
“쯧쯧, 요즘 TV 광고가 왜 다 이따위인 줄 모르겠구나. 유명한 연예인들까지 대부업 광고에 나와 뭐 하는 짓거리인지.”
“거금의 광고비를 주니 안 할 수가 없겠죠. 결국엔 자기 이미지를 깎아 먹는 일인 줄 모르고 저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저 광고는 좀 낫구나.”
나는 TV로 눈을 돌렸고.
거기에는 명동 3인방이 만든 대부업체의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사채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일본 대부 업체의 높은 금리를 대놓고 꼬집는 내용이었다.
“다 같은 대부업체긴 해도, 저 업체는 나름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려준다고 하더군요.”
“그래 봐야 명동 사채꾼들 아니냐. 내가 저놈들에게 돈을 빌린다고 얼마나 굽신거렸는지 넌 모를 게다.”
명동 3인방과 할아버지의 인연은 깊었다.
지금이야 부채가 전혀 없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명동에 가장 많이 다녔던 대기업 총수가 할아버지셨다.
“그래도 일본 대부업체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편을 드는 걸 보니 네가 도움을 줬나 보구나. 광화문 곰에게도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무슨 방식으로 돕는지는 모르겠다만 너무 깊게는 관여하지 말거라.”
“태우그룹 일만으로도 할 일이 넘쳐 납니다. 명동이나 대부업체의 일은 저들이 알아서 해야죠. 저야 약간의 조언만 해 준 것이 전부입니다.”
대화 도중 광고가 넘어갔고.
태우자동차에서 만든 신형 자동차 광고가 나왔다.
“요즘 태우자동차의 판매량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허허, 유럽 시장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단다. 폴란드 공장을 인수하길 정말 잘했지. 내년이면 폭스바겐을 누르고 유럽 시장 1위까지 노려볼 생각이다.”
“미국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에 미국에서 선호도 조사를 발표했는데 한국 기업 중에서 우리 태우자동차가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더구나.”
태우자동차는 확실히 세계시장에 먹혔다.
태우전자나 태우통신 같이 제품에 내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도 않았건만.
태우자동차의 판매량은 매년 큰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고,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큰 열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제2의 혼다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합니다.”
“제2의 혼다가 아니라 제1의 태우자동차가 되어야지. 너와 내가 그렇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할아버지가 태우자동차에 많은 투자를 한 덕분입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도 이제 코 앞입니다.”
태우차와 카이차의 경쟁 구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룹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두 자동차 회사였기에 생산되는 자동차의 퀄리티가 매우 높아졌다.
“네가 데리고 온 프랑스 사장이 일을 아주 잘하더구나. 벌써 카이자동차의 부채를 상당 부분 해결했어.”
“카이자동차 직원들에게는 악마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보면 그만한 경영자가 없죠.”
“내가 봐도 심할 정도로 구조조정을 하더구나. 그리고 분 단위로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더구나.”
카를로스 곤은 정말 악마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화장실을 가는 시간도 통제하고 있었고, 작업 도중 대화까지 못 하게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문제가 터져 나와야 했겠지만.
외환위기 이후 실업난은 더욱 심해져 가고 있었기에 반발이 튀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태우차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 건 직원들도 마찬가지였기에 참아 내기도 했다.
“덕분에 카이차의 점유율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죠. 그에 반면 현재차가 인수한 SS차는 계속해서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하네요.”
“SS차가 현재차의 발을 잡고 있는 꼴이 되었구나. 그러게 무리하게 기업을 인수하면 안 되는 것인데 장 회장이 이번엔 크게 실수를 했어.”
할아버지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이야.
장 회장은 할아버지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무분별한 기업 인수로 태우그룹이 망할 뻔한 걸 내가 어떻게 살려 놨는데.
“현재차도 미국 시장에서 반응이 나쁘진 않지만, SS차에 들어가는 돈이 워낙 많으니 당분간은 정체될 것 같습니다.”
“그사이에 우리는 더 멀리 나아가야겠구나.”
할아버지도 결국엔 장사꾼이셨다.
라이벌 기업이 주춤하는 걸 기회로 여기시고 계셨다.
“그런데 태우전자의 주가가 이상하더구나. 신제품이 출시되지도 않았는데 주가가 빠르게 오르더구나. IT 사업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덕분이라는 보고는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승폭이 너무 크구나.”
“IT 붐이지 않습니까? 요즘 IT 글자만 들어가도 주식이 오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태우전자에서 진행하는 IT 사업은 매출도 잘 나오고 있으니 당연히 오를 수밖에요.”
“그래도 반년 사이에 벌써 2배나 올랐어.”
할아버지의 걱정이 이해가 갔다.
태우전자는 결국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였고, 가전제품 판매량에 따라 주가가 변동해야 했다.
“다른 IT 기업은 2배가 아니라 5배도 오르기도 합니다.”
“태우전자는 IT 기업이 아니라 가전제품 회사지 않느냐.”
“그래서 2배밖에 오르지 않은 거죠. IT부서를 계열사 분리를 했다면 10배도 오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 그럼 이번 기회에 IT부서를 분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나도 할아버지와 같은 생각으로 IT부서를 만들긴 했었다.
태우전자의 부서로 시작해서 새로운 계열사로 분리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생각을 잠시 접어 두었다.
최소한 지금 당장은 할 수가 없었다. IT 버블이 터질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태우전자와 함께라면 주가를 방어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태우전자의 소속이기에 주가가 상대적으로 적게 상승하고 있지만, 대폭락 장이 오게 될 때를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이었다.
“저도 계열사 분리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계열사가 또 하나 늘어나면 문어발 확장을 한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느냐?”
“태우전자 주주들도 불만을 가질 겁니다. IT부서 덕분에 주가가 오르고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계열사 분리를 하면 태우전자의 주가가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기업을 경영하면 욕먹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단다.”
“당연히 욕먹을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IT부서가 독립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가 만든 IT부서였기에.
할아버지는 더는 계열사 분리를 재촉하지는 않으셨다.
“IT부서는 네 뜻에 맡기마. 그런데 연애는 언제 하려는 생각이냐? 회사에만 박혀 있지 말고 어여쁜 처자도 만나고 다니거라.”
“다른 재벌 3세들은 여자 좀 그만 만나고 다니라고 한다던데. 할아버지는 다르시네요.”
“네가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그런 말을 하겠느냐. 할애비의 나이를 생각해서라도 빨리 결혼을 하거라. 가문도 나이도 따지지 않을 테니 네 마음에 드는 처자 한 명만 빨리 데리고 오거라.”
나도 결혼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 일이 좀 많아야지.
아침 7시에 출근해서 해가 질 때까지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기만 하는데 언제 이성 교제를 하고 다니겠는가?
나는 얼렁뚱땅 주제를 넘기고 싶었지만.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할아버지였기에 자꾸만 이야기가 거기로만 흘러갔다.
그 순간, 할아버지의 고개를 TV로 향하게 하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
[명동 사채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선일 회장의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선일 회장의 사촌 동생인 이준수 씨가 구속되었습니다.]광화문 이 회장과 관련된 뉴스였다.
나는 경찰, 검찰, 그리고 국세청까지 이용해 이준수를 파헤쳤고, 그는 결국 구속 수사를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회장의 죽음의 진범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다른 범죄 사실도 상당했기에 당분간은 구치소에 갇혀 지내야 하는 이준수였다.
“결국 이 상무가 구속이 되었구나. 정치권에 보호를 받고 있는 것 같던데 용케 잡아들였어.”
“워낙 증거가 확실하니 정치권에서 나서긴 어려웠을 겁니다.”
“저런 놈이 태우그룹에 있었다니 아주 치가 떨리는구나. 이 회장이 안쓰러워. 저런 놈을 사촌 동생이랍시고 챙겨 줬다니.”
할아버지는 광화문 이 회장의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셨다.
그렇기에 평소보다 더 화를 내며 이 상무를 욕하며 뉴스를 시청하셨다.
“아직까지 이 상무가 태우자동차에 남아 있었다고 생각하면 아주 끔찍합니다.”
“네가 이 상무를 적절한 시기에 잘 쳐내 주었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네가 하는 일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 같구나.”
“운이 좋았습니다.”
“운도 실력 아니겠느냐? 그래서 다음은 무슨 사업에 손을 댈 생각이냐?”
회귀 전 세웠던 1차 목표는 달성했다.
외환위기에서 태우그룹을 살리자.
그럼 이제 2차 목표를 실행할 때가 되었다.
“태우전자를 더 키울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미 IT부서 덕분에 커진 태우전자를 더 키우겠다는 게냐?”
“태우전자가 여기서 더 성장을 하려면 반도체 사업에 적극 뛰어들어야 합니다.”
“CL그룹도 반도체 사업을 현재그룹에 뺏긴 판국에 뭘 어쩌려는 게냐?”
“그럼 우리가 현재그룹으로부터 반도체 사업을 뺏어 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현재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럽긴 하더구나. 이제 때가 되었느냐?”
“아직은 왕자의 난이 정식으로 발발하지 않았습니다. 이르면 내년 이맘때쯤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를 잘해 둬야 반도체 사업을 뺏어 올 수 있겠지요.”
현재그룹 왕자의 난은 기정사실이었다.
장 회장이 아무리 기를 쓰고 경영권 분쟁을 막아 보려고 하지만, 자식 농사만큼은 장 회장이라고 해도 어찌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반도체 사업을 뺏어 오는 건 그렇다 쳐도, 그 사업이 돈이 되겠느냐? 요즘 반도체 시장이 하락세라고 하더구나.”
“장기적으로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임은 분명합니다. 그 시간을 버틸 돈이 없는 기업은 망하게 되겠죠. 하지만 태우전자는 버틸 능력이 됩니다. 그러기 위해 IT부서를 태우전자에 묶어 둘 생각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IT 붐이 꺼진다고 한들.
결국 IT 사업은 돈이 되는 사업임에는 분명했다.
그러니 반도체 사업이 살아날 시간을 태우전자는 벌 수 있었다.
“허허, 네 계획대로만 된다면 태우전자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을 수도 있겠구나.”
“거기에 배터리 사업도 지금보다 몇 배는 키울 생각입니다. 배터리 사업에도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지만, 최소한 적자는 보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시간과 돈이 필요한 사업이 여러 개가 있었다.
반도체, 배터리, LCD 등등.
나는 그 중 반도체와 배터리에 투자할 계획이었고, 10년 후의 태우그룹의 캐쉬카우가 될 사업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