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13)
독식하는 재벌 3세-113화(113/518)
113화. 열풍 (2)
명동의 사무실.
박 팀장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과 며칠 전이었다면 부하 직원들이 담뱃불을 붙여 주었겠지만, 지금은 그의 곁에 아무도 없었다.
딸깍! 딸깍!
심지어 라이터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부싯돌이 나갔는지 도통 라이터에서 불이 나오지 않았고, 박 팀장은 담배를 문 채로 의자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 순간. 쾅!
닫혀 있던 문이 강제로 열리며 이영한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불붙여 줄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도와주러 왔어. 그래도 할아버지를 20년 넘게 모셨는데 담뱃불 정도는 붙여 줘야지.”
“다 보고 있었나 보군.”
라이터가 고장났는지 이영한이 어떻게 알았겠는가?
사무실 전체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박 팀장이었다.
“다 보고 있으니 지금 찾아온 거 아니겠어?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막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
“빨리 끝내지. 괜히 시간 끌지 말고.”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에 향 대신 담배 연기라도 올려야 하지 않겠어?”
“구차하게 시간 끌고 싶지 않다. 그냥 죽여라.”
박 팀장은 이미 생을 포기했다.
명동을 먹기 위해 이준수 상무와 손을 잡았건만 구속당해 버렸고.
일본 대부업체는 명동을 포기하고 3금융권 사업에만 집중했다.
게다가 오성파는 부산 경찰이 탈탈 털고 있어 서울로 올라오긴커녕 도망다니기 급급한 상황이었다.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왜 이준수와 손을 잡은 거야? 마지막까지 할아버지에게 가장 충성한 사람이 당신이잖아. 솔직히 네가 나를 적대시하지만 않았어도 난 명동을 너에게 넘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고.”
“명동은 넘겨받아서는 주인이 될 수 없는 곳이다. 스스로 쟁취해야만 명동의 주인이 될 수 있지. 이 회장님이 그렇게 알려 주셨다.”
이영한은 참으로 답답했다.
할아버지가 자신을 숨기지만 않았더라도 박 팀장과 함께 명동은 물론이고 3금융권까지 진출할 수 있었을 건데.
“쟁취할 거면 이준수의 손을 잡지 말았어야지! 그랬다면 당신이 더 유리한 싸움이었어.”
“아마 그랬겠지 내가 이준수와 손을 잡지 않았다면, 김민재 본부장이 너를 도와주지 않았을 테니까.”
“그걸 알면서도 왜 이준수의 손을 잡았지?”
“잡을 수밖에 없었다. 너나 이준수에게는 혈통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나는 이 회장님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였으니까.”
박 팀장은 항상 열등감을 느끼고 살아왔었다.
망나니짓을 하는 이준수를 이 회장이 보살피고.
손자란 이유로 100억 원대의 유산을 상속받은 이영한의 모습에 그 열등감이 폭발했다.
명동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혈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박 팀장.
그렇기에 이준수가 이 회장을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의 손을 잡아 버렸다.
“혈통은 개뿔. 할아버지는 항상 너에게 명동을 물려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셨다고! 그래서 내가 명동 근처에도 못 오게 하셨지.”
“이 회장님이 나에게 명동을 물려주고 나시고 돌아가셨다면, 나는 너를 예전처럼 보살폈겠지.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나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럼 선택을 좀 제대로 하던가!”
“……부탁 한 가지만 해도 될까? 내 유골을 바닷가에 뿌려다오. 온전한 상태로 회장님을 볼 면목이 없다.”
또르륵, 박 팀장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반성의 눈물도 아니었고, 후회의 눈물도 아니었다.
이선일 회장에 대한 그리움으로 흘리는 눈물이었다.
“내가 널 죽이긴 왜 죽여. 그냥 꺼져. 다시는 명동에 돌아올 생각 말고 꺼지라고.”
“날 살려 주겠다는 건가?”
“너를 죽이면 나는 할아버지를 무슨 면목으로 보라고? 할아버지가 가장 아낀 사람이 넌데. 내 손으로 어떻게 죽이냐고!”
“아직 많이 여리군. 명동의 주인은 그래선 안 된다. 가족이라고 해도 끊어 낼 수 있어야만 명동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고질을 하고 싶어?”
“회장님에게 드릴 변명 하나가 생겼군. 내 목숨을 바쳐 너에게 좋은 충고를 해 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쿵! 박 팀장이 발을 강하게 굴렀다.
그는 반발력을 이용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경호원들은 이영한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박 팀장이 향한 곳은 이영한이 아니었고.
그는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마치 다이빙 선수가 물속으로 뛰어들듯 의도적으로 머리부터 땅으로 떨어지는 박 팀장이었다.
“씨발! 마지막까지 진짜! 으아아아아!”
이영한이 창문을 내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처참한 몰골로 생을 마감한 박 팀장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영한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
이영한이 명동의 주인 자리를 차지했다.
그 소식을 내게 가지고 온 사람은 다이먼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애국투사라 여기고 있었고, 나보다 더 이번 일에 몰입한 상태였다.
“명동의 주인이 정해졌다곤 하지만, 아직 일본 대부업이 한국에서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자꾸만 일본에서 돈을 가지고 오다 보니 싸움이 끝나지가 않고 있어요.”
“금리가 30%대까지 떨어졌더군요.”
처음 일본 대부업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금리가 60%선이었다.
하지만 명동 3인방이 차린 3금융권에서 일본 대부업보다 무조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고, 일본 대부업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금리를 낮췄다.
“단순히 치킨 게임만으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하루라도 빨리 일본 대부업을 한국에서 쫓아내야 합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온단 말입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SAVE 투자회사의 자금을 이용해 본진을 공격하시죠. 퀸덤펀드의 도움까지 받아서 다시 일본 엔화를 공격하는 겁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한국으로 돈을 보내게 부담스러워지지 않겠습니까?”
참 극단적인 방법이었다.
다이먼이 얼마나 이번 일에 몰입했는지 또다시 알게 되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쁜 생각만은 아니었다.
“SAVE 투자회사 자금으로 일본 엔화를 살짝 흔들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거기다 퀸덤펀드의 조지가 방송에 나가 딱 한마디만 하면 됩니다. ‘지금의 엔화는 고평가되어 있다!’ 이렇게만 하면 엔화가 출렁거릴 겁니다.”
조지의 한마디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일본 엔화를 이미 한 번 공격한 전례까지 있었기에 그가 나설 것처럼 연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일본 대부업체가 살짝 흔들리긴 하겠네요. 하지만 완벽히 뿌리 뽑기엔 부족해요.”
“좋은 방법 없겠습니까?”
“한 번 써먹은 방법이긴 하지만, 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죠.”
“이미 써먹은 방법이라고 하시면 설마 파생상품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그건 일본 대지진과 시기가 겹쳐 운 좋게 통한 방법이지 않습니까.”
1년만 있으면 지진보다 더 큰 재앙이 찾아온다.
닷컴 버블이라는 재앙.
미국과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뒤흔들 닷컴 버블이었다.
“일본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IT 관련 기업 파생상품을 판매해 보세요.”
“파생상품에 호되게 당했는데 또 구입을 하겠습니까?”
“IT 주식이 하루에도 20%가 오르고 있는 시대죠. 미국에서는 열풍을 넘어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주식이 IT입니다. 일본이라고 그걸 모르겠습니까?”
“하긴 요즘은 주부와 학생까지 IT 주식을 구입한다고 들었습니다.”
IT 버블은 이유가 있는 버블이었다.
2000년대부터는 인터넷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모든 전문가가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고, 이미 많은 가정에 인터넷이 보급되어 있기도 했었다.
“그러니 IT 주식을 파생상품으로 판매하면 호기심이 생길 겁니다. 거기다 수익률을 300% 정도로 높이면 무조건 물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IT 기업이 폭락해야만 우리가 이기는 싸움입니다. 점점 사회 분위기가 IT 친화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IT 사업이 망하겠습니까? 파생상품을 잘못 팔면 SAVE 투자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습니다.”
다이먼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다이먼까지 걱정할 정도니 일본 대부업체가 파생상품이라는 미끼를 덥석 물겠다는 확신까지 생겼다.
“IT 버블은 무조건 터지게 되어 있어요. 물론 IT 사업은 계속해서 발전하겠지만, 그 속도에 비해 주가가 오르는 속도가 너무 빨라요. 주가가 한번 폭락해야 속도가 맞춰질 겁니다.”
“그럼 파생상품을 얼마나 판매하실 생각이십니까?”
“300억 달러 정도면 되지 않겠어요? 그 정도는 돼야 일본 대부업체 씨를 말릴 수 있겠죠.”
1999년이 되면서 환율이 안정세에 돌입했다.
한때는 2,000원 선까지 올라가려던 환율이었지만, 지금은 1,200원 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300억 달러면 35조 원이 넘는 금액이었고, 아무리 돈이 많은 일본 대부업체라고 해도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대표님을 믿고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해 보겠습니다.”
“이런 일은 한 팀장이 경험이 있으니 맡겨 보세요.”
“한 팀장은 지난 파생상품으로 이미 얼굴이 알려져 있는데 역효과가 나지 않겠습니까?”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기 좋지 않겠어요? 복수를 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도 꽤 될 겁니다. 파생상품은 2년 만기로 만들면 딱 좋겠네요.”
다이먼은 침을 꼴깍 삼켰다.
마치 애국 투사가 일본군을 상대로 작전을 실행하기 전과 비슷한 긴장감까지 다이먼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
5월이 되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조지는 내 부탁을 받아 엔화를 공격하는 발언을 해 주었고.
엔화가 흔들리며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본 대부업체의 금액이 줄어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IT 파생상품이 튀어나왔다.
일본 대부업체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켜 줄 너무나도 좋은 기회처럼 느껴졌을 터.
그 덕분에 한 달도 안 되는 시간만에 100억 달러가 넘는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고.
그동안 IT 기업의 주식은 계속해서 우상향하고 있었기에 파생상품 계약을 원하는 대부업체가 늘어만 갔다.
이렇게 좋은 소식을 안고 5월을 시작하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회장실로 나를 호출하셨다.
“나와 같이 갈 곳이 있다. 미국에서 손님이 오시니 네가 같이 가야겠구나.”
“미국에서 중요한 손님이 오시나 봅니다.”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할 수 있지. 그 사람이 힘들 때 내가 좀 도와주었거든.”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할아버지를 따라나섰다.
미국에서 온 손님을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내가 맞이하는 그림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미국에서 정말 중요한 손님이 왔다면, 언론에서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손님이 방문한 것 같으니 더 자세히 묻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할아버지와 같은 차를 타고 여의도로 향했고.
그곳에는 대형 모델 하우스가 완공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만간 손님이 이곳으로 올 게다. 준비하고 있거라.”
할아버지와 나는 하얀 장갑을 나눠 받았고.
한 손에는 가위를 들고 커팅식을 대기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무렵 할아버지가 말한 손님이 모델 하우스 앞에 등장을 했다.
차에서 손님이 내리는 순간.
나는 벼락이 머리를 향해 내리꽂는 기분을 받으며 소리를 질렀다.
“트럼프? 저분이 왜 여길?”
미국 제45대 대통령이 될 트럼프가 한국에 있었다.
그것도 할아버지와의 개인 친분으로 초대를 받아서 한국에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