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14)
독식하는 재벌 3세-114화(114/518)
114화. 열풍 (3)
커팅식이 진행되었다.
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커팅식을 마무리했고.
모델 하우스의 간판을 가리고 있던 흰 천이 치워지고 나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트럼프 모델 하우스]모델 하우스 이름이 트럼프였다.
그제야 나는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기억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90년대 중반 트럼프를 도와 미국에서 빌딩을 세운 적이 있었고, 그 인연을 바탕으로 그의 이름을 빌려 한국에 건물을 세웠었다.
향후 대통령이 될 트럼프였지만.
지금은 TV에서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자주 연출하는 기업가였다.
“자네가 김민재인가? 김 회장이 자네 자랑을 많이 하더군.”
“TV에서만 뵙다가 이렇게 실제로 뵙게 되니 정말 영광입니다.”
“나 홀로 집에 영화를 봤나 보군. 한국에서 그 영화가 흥행했으니 자네도 거기서 날 봤겠군.”
크리스마스만 되면 TV에서 나오는 영화가 나 홀로 집에였고.
트럼프는 거기서 카메오로 출연해 주인공에게 길을 알려 주는 연기를 했었다.
“연기가 매우 훌륭하셨습니다. 그리고 기업가로서의 모습도 존경하고 있습니다.”
“허허, 김 회장이 손자 자랑을 할 만하군. 다음에 미국에 오면 날 찾아오게나. 가족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하겠네.”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트럼프를 대했다.
향후 대통령이 될 사람과 공짜로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는 일이 아니니까.
***
1박2일 동안 트럼프의 옆에서 가이드 노릇을 하고 회사로 돌아왔다.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지만, 우성일 사장이 본부장실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기에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집중을 했다.
“본부장님, 인터넷 TV 개발이 끝났습니다. 늦어도 다음 달부터 판매가 가능합니다.”
“역시 우성일 사장님은 능력이 있으신 분이라니까요. 벌써 인터넷 TV를 개발할 줄은 몰랐네요.”
“시제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직접 한번 보시지요.”
자신감 넘치게 시제품을 꺼내는 우성일 사장이었고.
인터넷 TV가 기획실에 설치되자 나는 작게 환호성을 질렀다.
“이야, 아주 좋네요. 일반 TV와 비교해도 무게와 크기가 그렇게 크지도 않고 디자인도 예쁘게 잘빠졌어요.”
“칭찬 감사드립니다. 셋톱박스를 같이 사용해야만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부분만 제외하면 딱히 단점이 없는 TV입니다.”
90년대에는 여전히 볼록한 CRT TV가 주를 이루었다.
크기도 컸고, 무게도 무거웠으며 발열까지 뜨거운 CRT TV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평면형 TV가 출시되기 시작했고, 이미 CL전자나 삼진전자에서는 LCD TV를 판매하고 있었다.
평면형 TV만 놓고 본다면 태우전자는 후발주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인터넷 TV 분야에서는 선발주자이자 유일한 주자이기도 했다.
“LCD는 CL전자로부터 조달받나요?”
“지금은 CL전자와만 계약을 체결했지만, 판매량이 늘어나면 삼진전자와도 추가로 계약을 체결할 계획입니다.”
“그럼 미리 삼진전자와도 계약을 체결하세요. 인터넷 TV는 아주 불티나게 팔릴 테니까요.”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대화를 하면서도 난 인터넷 TV의 성능을 확인해 보았다.
회귀 전의 인터넷 TV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지는 기술력이었지만, 내가 원하는 기능은 모조리 포함되어 있었다.
“OTT 서비스를 이용해 영화를 끊김없이 볼 수 있군요.”
“영화는 물론이고, 음악까지 실시간으로 재생이 가능합니다. 물론 태우에서 만든 음원 사이트에 가입을 해야만 음악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TV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었다.
제대로 인터넷 TV를 이용하기 위해선 OTT 서비스에도 가입해야 했고, 음원 사이트에도 가입을 해야만 제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 인터넷을 연결해야 하니 태우통신까지 이용해야 인터넷 TV 이용이 가능했다.
태우전자, 태우통신 그리고 IT부서까지.
3곳이 동시에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인터넷 TV였다.
“확실히 제약이 몇 개 있네요. 그럼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해야겠군요.”
“셋톱박스까지 달려있는 제품이라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가전제품 판매로 적자를 본다고 해도 태우통신과 IT부서에서 수익을 메꿀 수 있어요. 오히려 크게 흑자를 볼 수 있죠.”
가전제품만을 팔아서 돈을 버는 시대는 끝이 났다.
부가 상품과 옵션이 더 돈이 되는 시대가 찾아왔다.
“그럼 그냥 저렴하게 판매할 순 없으니 할인 행사를 통해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겠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죠. 태우통신 3년 약정을 하면 TV를 공짜로 주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해 보세요.”
“무료로 TV를 준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손해가 너무 막심합니다.”
“태우통신의 점유율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태우통신이 설마 무료로 TV를 가져가겠어요? 태우통신에서 TV를 구입하는 형식으로 마케팅이 진행될 테니 태우전자가 크게 손해를 입진 않을 겁니다.”
약정 할인이라는 마법을 사용하면 모두가 이득을 볼 수가 있었다.
2년~3년의 약정을 통해 가입자 수를 단번에 늘릴 수 있었고.
고객은 위약금을 피하기 위해 3년 동안은 태우통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TV를 준다고 해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고, 장기적으로 본다면 오히려 이득이 되는 장사였다.
“TV를 준다고 하면 태우통신을 가입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겠습니다.”
“그리고 통신사를 옮길 경우 추가 혜택을 준다고 하면, 더 몰려들지 않겠습니까?”
“인터넷 TV 생산량을 더 늘려야겠습니다.”
“그래서 삼진전자 LCD와도 계약을 체결하라고 한 겁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일본 업체와도 계약을 추진해 보세요.”
부품을 한 곳에서만 조달하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만약 CL전자와 LCD 독점 계약을 체결했는데 공장에서 사고라도 나면 부품 조달에 지장이 생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부품 조달을 막는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다양한 경로를 뚫어 둬야 했다.
“일본 업체와 조만간 일정을 잡아 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인터넷 TV를 출시하면, 다른 업체에서도 비슷한 TV를 만들어 낼 겁니다.”
“특허를 우리가 죄다 보유하고 있어서 우리가 허락해 주지 않으면 흉내조차 내기 힘든 상황입니다.”
“삼진이나 CL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도 꽤 되니 시끄러워질 수도 있어요.”
인터넷 TV 특허를 우리가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삼진과 CL은 평면 TV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괜히 분란이 생기면 서로 곤란해졌다.
“인터넷 TV 특허를 허락해 주는 대신 OTT와 음원 사이트는 반드시 우리가 만든 사이트를 이용하도록 계약을 체결하세요.”
“가전 제품 판매량은 줄어도 IT부서의 매출이 상승하겠습니다.”
“가전 제품 판매량도 크게 줄진 않을 겁니다. 우리가 인터넷 TV 시장을 먼저 선점하기만 하면요.”
TV는 한 번 사면 최소 5년 이상을 사용했다.
태우통신 가입자에게 TV를 무상으로 뿌려 버리면, 당연히 다른 회사의 TV 판매량은 급감하게 되었다.
“오늘부터 태우통신과 마케팅 TF를 만들어 기획에 들어가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KS텔레콤을 밟고 올라서야 합니다.”
“태우전자에서 확실히 서포트하겠습니다.”
태우통신이 1위 자리에 올라서기만 하면 굳히는 건 일도 아니었다.
우리에겐 아이폰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아직 남아 있었으니까.
***
한 달 후.
태우통신 이주영 사장이 기획실로 뛰쳐 들어왔다.
상기된 표정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좋은 소식을 전하는 그였다.
“우와아! 드디어 KS텔레콤과의 격차를 2자리수로 벌렸습니다. 인터넷 TV를 무료로 주는 마케팅이 제대로 통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죠. 돈을 그렇게 썼는데 당연히 격차를 벌려야겠죠.”
말 그대로 돈으로 찍어 눌렀다.
통신비 할인, 인터넷 TV 무상 제공, OTT, 게임 플랫폼, 음원 사이트까지.
태우통신에 가입하기만 하면 이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니 당연히 가입자가 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혜택을 주기 위해 태우그룹은 막대한 자금을 사용했다.
지금 당장만 놓고 본다면 막대한 출혈이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득을 보는 장사였기에 출혈을 감수했다.
“OTT와 음원 사이트의 가입자 또한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IT부서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 플랫폼의 경우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태우전자와 통신의 주가가 오르는 속도만 봐도 가입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 있죠. 몇 달 사이 2배가 넘게 올랐더군요.”
“전부 본부장님 덕분입니다. IT부서를 본부장님이 만들어 주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TV가 결정타가 되었습니다.”
TV는 고가의 전자제품이었다.
특히나 인터넷 TV의 경우 일반 TV보다 더욱 고가였다.
그런 인터넷 TV를 인터넷에 가입만 해도 무료로 준다고 하니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휴대폰과의 결합 상품 할인도 추진하세요. 격차를 벌렸으니 이제 유지를 해야겠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격차를 유지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격차를 벌리겠습니다.”
한동안 태우통신의 독주는 계속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국의 통신사들은 결코 만만한 집단이 아니었다.
분명 어떤 식으로든 반격을 가할 것이 분명했다.
***
모든 업계는 얽히고설켜 있기 마련이었다.
특히나 통신 업계는 다른 회사라고 해도 선후배 사이인 경우가 많았고.
이권을 나눠 먹어야 하기에 학교가 달라도 서로를 선배 혹은 후배라고 부르는 경우까지 있었다.
“선배님, 요즘 태우통신이 너무 막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통신 업계의 발전을 위해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선을 자꾸만 넘더군요.”
양대 통신사의 임원들이 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한때는 통신사의 임원이었지만, 지금은 정치권 혹은 정부부처에서 일하는 관료까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선배님이 기강을 좀 잡아 주셔야겠습니다. 태우통신은 통신사 모임에도 잘 참석하고 있지 않습니다.”
“새로 통신사를 운영하다 보니 기존의 룰을 잘 모르는 것 같긴 하더군요.”
“정보통신부에서 한마디만 해 주면 알아서 설설 기지 않겠습니까?”
통신사를 관리 감독하는 부처가 정보통신부였고.
정보통신부의 관료 몇 명은 통신사와 이권을 나눠 먹는 사이기도 했다.
“규제를 하려고 해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쉽지가 않아요. 우리는 규제하고 왜 저쪽은 규제하지 않냐고 나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김태중 회장이 청와대와 친하다 보니 VIP의 눈치가 보이기도 합니다.”
“VIP가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눌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진짜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하는 시늉만 해도 태우통신이 겁을 집어먹지 않겠습니까?”
통신사 임원과 정보통신부 관료의 이야기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정치권 인사가 헛기침을 내었다.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합니까? 정치권을 움직이면 간단한 일인데.”
“정치권을 움직이실 수 있겠습니까?”
“정치권에서 먼저 나설 수는 없어도 명분만 생기면 언제든지 나설 수 있죠. 가령 학부모들이 단체로 항의하고 나선다면 정치권에서도 당연히 움직여야겠죠.”
국회의원 양일섭.
통신 카르텔의 일원으로 국회의원 3선을 지닌 정치인이 태우통신 죽일 묘수를 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