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18)
독식하는 재벌 3세-118화(118/518)
118화. 새 시대 (2)
10년 후에는 현재자동차는 단독으로 재계 서열 3위까지 오른다.
하지만 현재건설, 증권, 전자는 큰 어려움을 겪으며 규모가 축소되거나 다른 그룹에 넘기게 된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장남인 장경준의 차지인 셈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니 하나라도 더 많은 계열사를 얻기 위해 후계자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우리가 한쪽을 도와준다면 무게추가 확 기울겠죠?”
“태우증권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재그룹의 지분을 한쪽으로 밀어준다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손으로 현재그룹의 회장을 만든다면 콩고물이 많이 떨어지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네요.”
“왜 그렇습니까?”
“장영주 회장님께서 저에게 부탁하셨어요. 절대 경영권 분쟁에는 개입하지 말아 달라고요.”
“그런 일이 있으셨습니까? 장 회장님은 오늘 같은 날이 올 걸 예상하고 계셨나 봅니다.”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야겠지.
하지만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자꾸만 생기곤 했다.
***
나는 정말 현재그룹 경영권에는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육남인 장영준 회장이 나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거절할 명분이 없었기에 그와 만날 수밖에 없었다.
“바쁘신 분을 불러내어 죄송합니다. 꼭 뵙고 싶어 염치 불구하고 연락드렸습니다.”
“저보다 장영준 공동 회장님이 더욱 바쁘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일부로 ‘공동 회장’이란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아직 너는 진정한 현재그룹의 총수가 아니란 뜻이었고, 그래야 장영준 회장이 발끈하여 본심을 더 빨리 꺼내 놓을 테니까.
“허허, 공동 회장이란 단어가 왜 이렇게 듣기 싫은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실수를 했나 봅니다. 앞으로는 장 회장님이라고 불러 드리겠습니다.”
“실수랄 것도 없지요. 제 직책이 공동회장이니 당연히 그렇게 부르셔야지요.”
속마음을 완전히 숨기지 못하는 장영준이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장영준의 상세 정보를 살펴보았고, 확실히 장영주 회장보다 확연히 떨어지는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오래 자리를 비우실 수 없으시니 제가 먼저 본론을 꺼내겠습니다. 저는 현재그룹의 현재 상황에 개입할 수가 없습니다. 장영주 명예 회장님과 그러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아버지와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니 저를 도와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아버지가 선택한 현재그룹의 후계자는 저이니까요.”
장영주 회장에게 선택받은 후계자.
이보다 더한 명분은 없었고, 순리대로 가자면 그가 차기 총수가 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장남이 아닌 육남이었기에 장영주 회장을 제외한 사람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나 다른 형제들.
그들은 당연히 장남이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나섰고.
친척들도 장남을 옹호하고 나섰기에 장영준이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도 약속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럴 거면 왜 이 자리까지 나왔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와 장영준이 만났다는 소문이 돌아야 장남인 장경준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
역시나 소문은 빠르게 돌았다.
대한민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왕자의 난이라 그런지 나와 장영준이 만나는 장면을 몰래 찍은 기자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당연히 장경준에게도 연락이 왔고.
전처럼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히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강 대위가 관리하는 장소에서 장경준과의 만남을 가졌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절대 장영준 공동 회장을 지지하기 위해 만난 건 아니었습니다. 장영주 명예 회장님이 저에게 경영권 분쟁에는 절대 개입하지 말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기에 장영준 공동 회장을 지지해 주지 못한다는 말만 하고 나왔었습니다.”
“허허허, 김민재 본부장님이 변명하실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김민재 본부장님이 영준이를 지지한다고 한들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시는 분이신데.”
나는 분위기를 풀기 위해 의도적으로 길게 핑계를 댔다.
내 의도가 정확히 먹혀들었고, 우리는 아주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와 그런 약속을 하셨습니까?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군요.”
“사실 장영주 명예회장님께선 장영준 공동 회장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제가 거절했습니다. 그 대신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맺었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일부로 꺼내 들었다.
이래야 장경준의 자존심에 금이 갈 테니까.
“참, 아버지도 너무하시죠? 장남이라서 똥물을 뒤집어썼더니, 이젠 똥물을 쓴 경력 때문에 회장 자리를 못 물려주시겠다고 하시네요.”
“감옥에서 고초를 겪어 무릎이 안 좋으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비만 오면 무릎이 어찌나 쑤시는지. 그렇게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이렇게 되었네요.”
슬픈 이야기를 웃는 얼굴로 말하는 장경준이었고.
나는 그러는 사이 그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장영준보다 훨씬 우월한 능력치에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장영주 회장과 흡사한 능력치.
그런데 왜 장영주 회장은 차기 회장으로 장경준이 아니라 장영준을 지지하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가 회장 자리에 오른다면, 그는 모든 것을 다 차지하려고 들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나머지 형제들은 제대로 된 기업을 물려받지 못하게 될 테니 온화한 성격의 장영준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일지도 몰랐다.
“요즘 들어 제가 앵무새가 된 기분이 듭니다. 같은 말만을 반복하게 되네요. 저는 현재그룹의 경영권 분쟁에는 개입할 수가 없습니다.”
“영준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으니 만족합니다.”
말로는 만족한다고 하지만 아쉬움이 가득한 장경준이었다.
이런 그를 위해 나는 새로운 주제를 꺼내 들었다.
“주제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될까요?”
“김민재 본부장님을 누가 막겠습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든 경청해야지요.”
“제 자랑 같지만, 저는 할아버지에게 안목이 뛰어나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적 있습니다. 제가 젊은 나이에 태우전자 사장과 기획실 본부장을 맡은 것도 안목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것만큼 없어 보이는 행동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서두로 자기 자랑을 늘어놓았고, 장경준이 큰 관심을 보였다.
“김태중 회장님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겠지요. 제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 1위가 아버지고 2위가 김태중 회장님입니다.”
“그런 제 안목으로 봤을 때 장경준 공동 회장님의 능력이 장영준 공동 회장보다 훨씬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허허, 저를 띄워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아버지가 영준이를 선택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를 띄워 주기 위해 하는 말은 결코 아니었다.
태우그룹의 후계자인 내가 왜 굳이 그런 말을 하겠는가?
“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장영준 공동 회장의 능력으로는 현재그룹을 이끌어 나가기 부족해 보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명을 어기고 어깃장을 부리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미 장영주 명예회장께서 장영준을 후계자로 지목을 했으니 결과가 바뀔 수는 없습니다. 현재그룹에서 장영주 명예 회장님의 말씀은 절대적이니까요.”
“이런 말을 하는 의도를 모르겠군요.”
무슨 짓을 해도 차기 회장은 장영준이다.
이런 말을 내가 길게 풀어놓으니 장경준 입장에서는 울화통이 터질 만도 했다.
“저와 같이 길게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이죠?”
“차기 회장 자리는 그냥 장영준에게 넘겨주세요. 능력 없는 사람이 그룹의 총수 자리에 오르면, 그룹 전체가 흔들리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그때 장경준 회장님께서 현재그룹의 계열사를 흡수하시면 됩니다.”
나는 장영주 회장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생각이었다.
약속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그 이후 현재그룹이 흔들릴 때 인수 합병을 하는 건 약속을 어긴 행동이 아니었다.
“마치 현재그룹의 계열사를 나눠 갖자는 말처럼 들립니다.”
“현재건설을 장경준 회장님께서 가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럼 저는 무얼 해드려야 합니까?”
“현재전자의 반도체 분야를 태우그룹에서 가져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내 목적은 반도체였다.
물론 장경준 회장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현재 전자의 반도체를 가지고 올 수도 있지만.
장경준 회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반도체를 가지고 올 수 있기에 이런 제안을 던졌다.
“현재건설을 가지고 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영준이는 절대 건설을 내어주지 않을게요.”
“지금 건설업은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뛰어난 경영자가 있다면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올 수 있지만.”
“영준이는 뛰어난 경영자가 아니니 현재건설이 무너질 거란 말인가요?”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나는 닭 쫓던 개처럼 구경이나 해야 합니다.”
장사꾼들은 말로 하는 약속은 믿지 않았다.
장경준도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미리 준비한 서류를 꺼내 들었다.
“1년 안에 태우건설이 위기를 겪지 않는다면,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재건설 지분 8%를 드리지요.”
“지분을 그냥 넘기겠다는 건가?”
“물론 무료로 드리는 건 아니고, 그때의 주가에 맞는 가격만 받고 넘겨드리겠습니다.”
“흠, 나쁜 조건은 아니군요. 그런데 아무리 영준이가 경영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현재건설에 이어 현재전자까지 위험해지겠습니까?”
현재전자는 상당히 괜찮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특히나 CL전자에서 반도체를 뺏어 왔기에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도 했다.
“건설업보다 더 경영 능력이 필요한 분야가 반도체입니다. 그리고 반도체는 초기 개발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현재그룹이 여러 개로 쪼개지면 장영준 회장이 어디서 그런 자금을 구하겠습니까?”
“갑자기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김민재 본부장이 보기에 저는 어떻습니까?”
“장영주 회장님을 가장 많이 닮은 아드님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경영 능력은 완전 판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제야 미소를 짓는 장경준이었고.
내가 내민 서류에 곧장 사인을 남겼다.
“마음이 후련해졌습니다. 동생에게 그룹을 빼앗긴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는데, 김민재 본부장님 덕분에 마음이 정리가 되는군요.”
“현재건설이 휘청거리기 전에 SS자동차부터 정상화시켜야 할 겁니다. 그래야 나머지 자금을 현재건설 인수에 사용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SS자동차 문제라면 걱정할 것 없어요. 당분간은 내가 직접 SS자동차에 출근을 하며 정상화를 시킬 생각이니까요.”
걱정되는 부분이 SS자동차였다.
과거에는 태우자동차가 SS자동차를 인수했지만, 이번엔 현재자동차의 차지가 되었다.
SS자동차로 태우그룹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걱정이 되었다.
“잘 아시겠지만 오늘 이야기는 우리 둘만의 비밀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퍼져나간다고 해서 누가 믿기라도 하겠습니까? 그리고 현재그룹에 고의적으로 피해를 입히겠다는 것도 아니니 문제가 될 소지는 전혀 없지요. 그래도 입단속을 철저히 하긴 하겠습니다.”
장경준 회장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아버지에게 선택을 받지 못한 장남.
그동안 얼마나 속앓이를 했겠는가? 하지만 이제 새로운 희망이 생겼으니 과거의 일은 훌훌 털어 버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