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19)
독식하는 재벌 3세-119화(119/518)
119화. 새 시대 (3)
장경준 회장과의 만남을 마치고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장 회장을 만난 이유는 현재 반도체 인수를 위해서였고, 인수 합병의 전문가가 강 대위의 사무실에 있었다.
“다이먼! 현재 반도체 인수를 슬슬 준비해야겠어요.”
“오! 드디어 반도체까지 인수하는 겁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늦어도 내년 초에는 매물로 나올 겁니다. 그 전에 사전 작업을 확실하게 해 둬야 저렴하게 인수할 수 있죠.”
“제가 알아서 준비해 놓겠습니다.”
다이먼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할 일이 생겨 활기가 도는 그의 얼굴이었다.
그러기도 잠시, 다이먼은 심각한 얼굴로 신문을 꺼내 들었다.
“오늘 코스닥 지수가 2834로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IT 기업들의 상승세가 코스닥을 위로 올리고 있어요.”
“최고점을 찍었으니 이제 떨어질 일만 남았겠네요.”
“지난달에도, 두 달 전에 최고점을 찍었을 때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또다시 최고점을 경신했습니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저는 아니었잖아요? 이번엔 제가 하는 말이니 믿어도 좋아요.”
IT 버블의 최전성기가 바로 지금이었다.
최고의 수익을 얻기 위해선 지금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맞았지만.
나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작년 말부터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그래야 변명 거리가 생기니까.
나중을 대비하면 수익율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작년부터 처분하는 것이 맞았다.
“한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었는데. 일본 대부업체들 벌써부터 돈 준비하라고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아주 약이 제대로 올랐나 보네요.”
“우리가 제대로 계약을 지키지 못할까 걱정하는 전화도 왔다고 합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몇 달만 지나도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갈 겁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 전화를 슬슬 피하겠죠.”
높이 날아오를수록 추락이 힘든 법이었다.
IT 버블은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고, 상승할 때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추락하게 된다.
“IT 파생상품 일은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그보다 현재건설부터 조사해 주세요.”
“강 대위와 협조해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얼핏 봐도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구석을 여러 곳 발견하긴 했습니다.”
“우리가 국가에서 진행하는 대형 사업을 독점했으니 더욱 상황이 안 좋아졌을 겁니다.”
건설업계에서 태우건설만이 흑자를 보고 있었다.
아파트 분양 계획도 엎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건설업계에서는 곡소리만이 흘러나왔고, 현재건설이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었다.
***
며칠 후.
할아버지가 나를 급하게 회장실로 호출했다.
“기자회견 보았느냐? 장 회장, 이 사람이 병실에서 나와 직접 기자회견을 할 줄은 몰랐어. 몸도 안 좋은 사람을 데리고 뭐 하는 짓인지. 자식이 아니라 웬수들이라니까.”
“그래도 장 회장님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했으니 현재그룹 후계 문제가 잠잠해지겠습니다.”
현재그룹 문제는 결국엔 장영주 회장님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그랬기에 병실에서 누워 계셔야 했던 장영주 회장님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후계 문제를 정리하셨다.
회귀 전에도 비슷한 일이 생겼긴 했지만.
그때보다 훨씬 빠르게 후계 구도가 정리되었다.
장경준 회장이 물러선 덕분이었고, 나와 나눈 대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장 회장, 저 사람도 참 대단해. 멀쩡한 장남을 두고 그룹을 육남에게 물려주는구나.”
“그룹을 물려줬다고 하긴 어렵지 않겠어요? 현재자동차와 관련 계열사는 장남이 가지고 독립을 하니까요.”
“허허, 아무리 장 회장이라고 해도 상속 문제는 어쩔 수가 없나 보구나. 현재그룹이 자식 수만큼 쪼개지게 생겼어.”
아직은 현재자동차를 제외한 계열사는 현재그룹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장 회장이 돌아가시면 당연히 다른 자식들도 상속을 받게 될 터.
최소 5~6덩어리로 쪼개지게 될 수밖에 없는 현재그룹이었다.
뭐, 우리 태우그룹 입장에서는 전혀 나쁠 게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축하드립니다. 태우그룹이 재계 1위 그룹이 되었습니다.”
“이게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겠구나. 현재그룹이 쪼개져서 어부지리로 1위를 하게 되었으니.”
“올해 안에 태우그룹을 진정한 1위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쪼개진 현재그룹을 다 더한다고 하더라도 비비지 못하게끔 태우그룹을 성장시키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남이 떠먹여 준 밥으로 배를 채우는 건 거렁뱅이나 하는 짓 아니겠느냐.”
입으로는 싫다고 하는 할아버지셨지만.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도는 얼굴을 하고 계셨다.
절대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현재그룹을 넘어 태우그룹이 재계 1위가 되는 순간이었으니까.
이제는 우리가 수성을 할 차례가 되었다.
지금처럼 그룹을 경영하면, 안정적으로 1위 자리를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한국 1위 기업에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
2000년도 어느새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슬슬 닷컴 버블의 징조가 여러 곳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에 있던 한 팀장이 놀래 한국까지 날아올 정도로.
“IT 주식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IT 주식 대장주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만 봐도 몇 달 사이 주가가 40% 이상 빠졌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대주주로 있는 아마존의 경우 주가가 반토막이 되었습니다. 애플도 마찬가지로 50% 이상 주가가 빠졌습니다.”
“최고점을 찍은 지 딱 5개월 만에 IT 주식들이 반토막이 되었네요.”
2000년 1월은 IT 기업들의 최전성기였다.
나스닥은 IT 열풍으로 인해 몇 년 사이 400% 이상 상승했었다.
그런데 최고점을 찍으니 이제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분석력이 뛰어난 한 팀장은 그 이유를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투자 대비 매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IT 기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많은 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 갔지만, 기대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니 주가가 빠지고 있습니다.”
“IT 붐은 아직은 시기상조죠. 아직 고속 인터넷망이 제대로 구축되지도 않았으니 사용자가 많을 수가 없죠.”
“이번에도 대표님의 생각이 맞아떨어졌습니다.”
벌써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었다.
이제 시작이었으니까. 고작 반토막이다.
앞으로 하한가는 계속될 것이고, 반토막이 아니라 파산하는 기업이 넘쳐 나게 된다.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엔 파산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90%에 가까운 주가 하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기도 했다.
“월가의 반응은 어떻죠?”
“당연히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IT 주식을 조금이라도 비싼 값에 처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연락이 왔나 보네요.”
“SAVE 투자회사에서 IT 기업 지분을 인수한 곳들에게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지금 주가에 지분을 다시 사가 줄 수 없겠냐는 연락이었습니다.”
이제 월가도 알고 있었다.
IT 기업의 주가 하락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그러니 지금의 주가에라도 주식을 처분하고 싶어 했다.
“여기서 가격이 좀 더 떨어지면 지분을 다시 사들이세요.”
“IT 기업 주식을 다시 사라는 말씀이십니까? IT 기업의 주식은 최소 몇 년 동안은 하한가를 칠 게 분명합니다.”
“어림잡아도 10~20년 정도는 IT 기업의 주가가 지지부진하긴 할 겁니다. 하지만 20년 후에는 IT 버블 때보다 100배는 더 뛸 겁니다. 그러니 지금 지분을 확보해야죠. 대량으로 지분을 확보할 유일한 기회니까요.”
한 팀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생각 정리를 마쳤다.
“20년 정도가 지나야 제대로 된 인터넷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IT 기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본격적인 IT 시대는 20년 정도가 걸리겠죠. 지금 IT 버블이 터진 것도 시대보다 너무 앞서갔기 때문이기도 하죠.”
“20년 뒤에나 상승할 종목을 벌써 수집하는 건 너무 장기 투자가 아니겠습니까? 지분을 대량으로 확보할 기회라고는 하지만, 현금을 너무 오래 묵히게 됩니다.”
“돈이냐 다른 곳에서 벌면 되죠. 일본 대부업체와 요즘 연락은 잘 되나요?”
한 팀장의 입꼬리가 천장을 향해 솟구쳤다.
“연락을 피하는 곳도 있고, 위약금을 얼마든지 낼 테니 파생상품 계약을 해지해 달라는 연락도 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같은 방법으로 두 번이나 당하나 몰라요.”
“도박장에 가면 그런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이 아니라 100번도 당하는 게 사람입니다.”
사람의 심리는 참 오묘했다.
이번엔 홀이 나왔으니 다음에는 짝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
지난번에는 파생상품 계약으로 잃었으니 이번에는 딸 거라는 믿음.
그런 믿음 덕분에 카지노가 돈을 버는 것이고, 나도 돈을 벌 수 있었다.
“길게 끌 것 없어요. 어차피 여기서 IT 기업의 주가가 더 떨어진다고 해서 일본 대부업체에게 돈을 더 받아 내긴 힘들 겁니다.”
“지금 주가로 청산을 해도 부도날 일본 대부업체가 여러 곳이긴 합니다.”
“청산을 원하는 곳은 청산을 해 주세요.”
“IT 주가가 다시 오를 거라고 믿는 대부업체도 꽤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지옥을 보여 줘야겠죠. 지금이라도 청산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세요.”
여전히 일본 대부업체는 한국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었다.
그나마 명동 시장을 이영한이 잡고 있고, 명동 3인방도 견제를 하고 있어 회귀 전만큼의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특히나 다이먼이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 일본 대부업체의 이미지를 깎아내렸고, 그 덕에 일본 대부업체의 사용자가 감소하기도 했었다.
“보스! 이번에 일본은 제가 가도 되겠습니까?”
“이번엔 안 됩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대형 사고가 터질 건데. 다이먼은 한국에 있어야죠.”
“그 좋은 구경을 한 팀장 혼자 하는 겁니까? 아직 현재건설이 무너지려면 몇 달은 더 있어야 합니다. 딱 한 곳만 찍고 한국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현재건설은 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그래도 2000년 후반기는 되어서야 자금난에 빠졌지만, 태우건설이 대부분의 건설 사업을 장악하고 있어서 그런지 벌써 힘들어했다.
“흠, 그럼 딱 한 곳만 다녀오세요. 대신 강 대위와 경호원 50명도 같이 다녀오세요.”
“너무 많지 않습니까?”
“관광 가는 거라면 혼자 가도 되지만, 빚 받으러 가는 거니까요. 그리고 상대가 일본 대부업체입니다. 야쿠자가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요.”
“저를 건드리는 순간 미국 대사관에서 곧장 움직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일본 대부업체에서 그렇게 나오겠어요?”
“야쿠자가 괜히 야쿠자겠어요? 뒤가 없이 사는 놈들이니 깡패짓이나 하면서 먹고사는 거죠.”
다이먼은 엔딩을 직접 찍고 싶어 했다.
그동안 일본 대부업체와 싸우느라 고생을 했으니 그 정도는 들어줘야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오랜만에 강 대위랑 직원들 해외여행이나 한번 시켜 줘야겠네요. 비행기 요금은 제가 내겠습니다.”
“설마 비용 문제 때문에 제가 가지 말라고 하겠어요?”
“그만큼 제가 진심이라는 거죠. 지금 바로 준비를 하러 가 봐야겠습니다.”
다이먼은 얼른 밖으로 뛰쳐나갔다.
혹시나 내가 일본으로 가지 말라고 할까 봐 그런 듯 보였다.
“원래는 참 진중한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저렇게 변했나 모르겠어요.”
“대표님과 있다 보니 성향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일본 일이 마무리되면 미국에서 많이 힘들어질 겁니다.”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IT 지분을 우리에게 넘기기 위해 굽신거리고 있지만,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IT 버블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려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IT 지분을 팔라고 한 건 월가였다.
우린 단지 그들의 요청을 받아 보유하고 있던 IT 지분을 넘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하이에나들이 언제 이유를 물어보고 물어뜯겠는가?
그들과 영원히 척을 질 게 아니라면, 우리를 대신할 먹잇감을 던져 주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