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2)
독식하는 재벌 3세-12화(12/518)
12화. 인재 모집(2)
미국의 대학은 보통 9월에 학기를 시작한다.
그전까지 나는 시간이 남았기에 할아버지를 도와 장학 재단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장학 재단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고.
한 달도 걸리지 않아 장학 재단 설립이 마무리되었고, 독립된 사무실과 20명가량의 직원이 재단으로 배정이 되었다.
“네가 원하던 태우그룹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기존에 운영하던 장학금을 전부 재단으로 몰아넣었고, 내 사비까지 털어서 200억 원 수준의 운영금을 만들어 뒀으니 어디 한번 잘 운영해 보거라.”
“200억 원뿐인가요?”
“200억이 어디 동네 강아지 이름이더냐? 민재 너도 아직 애는 애구나. 200억 원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도 모르고.”
할아버지가 혀를 차시며 말 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SAVE의 자금이 조 단위가 넘는다는 걸 모르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장학 재단은 전적으로 저에게 맡기시는 거죠? 중간에 할아버지가 간섭하실 거면 지금 말씀하세요. 시작도 안 할 거예요.”
“태우그룹 신경 쓰기도 바쁜데 장학 재단까지 내가 신경 쓸까? 그래도 세금 문제부터 잡다한 행정 문제는 보고를 받아야 하니 그건 그룹 본사 기획팀에 보고를 하거라.”
“그 정도는 이해할게요. 그런데 보고 절차는 저로 통일해야 합니다. 재단의 직원이 할아버지나 다른 사람에게 보고하면 전 바로 손 놓아 버릴 거예요.”
“고집하고는. 알겠으니까 큰 문제만 일으키지 말거라.”
할아버지는 은퇴할 나이가 진작 지났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으니 이제 하나씩 나에게 넘겨줄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그 계획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그전까지는 장학 재단만을 나에게 맡기실 생각이셨다.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장학 재단은 네가 알아서 운영해야 하는 거 알고 있지? 학업에 바쁘다고 재단 일에 불성실하면, 크게 꾸중 들을 줄 알거라.”
“걱정 마세요. 시작을 안 했으면 모를까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인 거 할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
“그러니 재단을 너에게 맡겼지. 흠흠, 이제 나는 가 보마. 유능한 직원을 많이 배정해 뒀으니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게야.”
할아버지는 내 어깨를 두들기며 재단 이사장실을 나섰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눈가가 촉촉해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할아버지는 빠른 걸음으로 재단 사무실을 나서셨고, 그제야 나는 직원들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방금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김태중 회장님의 손자입니다. 할아버지와 저는 태우그룹의 미래를 위해 우수한 재능을 가진 이들을 지원하고자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직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반응은 꽤 호의적이었고, 직원들은 미소와 박수로 나를 받아들였다.
만약 태우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 내가 이런 식으로 인사를 했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치열한 경쟁과 그 속에서 배운 경험을 통해 높은 자리에 오른 계열사의 임직원이다.
아무리 회장 손자라고 해도 낙하산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내가 오르는 걸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가 장학 재단이라 그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다른 계열사는 돈을 벌지만 장학 재단은 쓰기만 한다.
딱히 성과를 만들어 낼 필요도 없고 경쟁도 필요 없는 곳이 장학 재단이다.
어찌 보면 공무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직원들을 보면 계열사의 경쟁에서 지쳐 자발적으로 지원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능력치는 나쁘지 않긴 하네.’
태우그룹에서 최소 몇 년은 구른 직원들이다.
다들 우수한 업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앞으로 내가 하려는 일을 깔끔히 처리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우선 첫 번째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성적 상위 5퍼센트 안에 드는 학생 중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부터 지원하려고 합니다. 교육부와 협의해서 자료를 구해 주세요.”
“이사장님, 학생이라고 하면 고등학생입니까?”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우선 지원하려고 합니다.”
“그 자료라면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은 이미 다양한 경로로 장학금을 지원해 주고 있었기에 내가 원하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다.
“명단은 제가 직접 확인하고 장학금 지원 대상을 선정하겠습니다.”
“지원 대상 선정의 기준이 있으십니까?”
“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습니다. 명단에 사진도 포함되어 있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내가 정한 기준은 능력치였다.
학업이 우수한 학생일수록 우수한 업무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오로지 공부에만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있으니 내가 사진을 보고 능력치를 일일이 확인한 뒤 장학금을 줄 계획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사업을 더 진행하려고 합니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사장님 뜻은 좋지만, 장학 재단의 자금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장학 재단은 1, 2년만 운영할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데, 창업 자금까지 지원하기엔 무리입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창업 자금 지급은 기부금을 통해 해결할 겁니다. 그러니 직원 여러분은 홍보에만 신경 써 주세요. 대학은 물론이고 은행과도 협의해서 홍보 활동을 해 주세요.”
창업자금이야 SAVE 투자회사의 돈을 끌어다 사용하면 그만이다.
수천억 원을 꺼내 써도 SAVE 투자회사의 자본금을 생각하면 절대 큰 금액이 아니니까.
왜 이런 곳에 큰돈을 쓰냐고?
태우그룹을 거대하고 단단한 제국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각계각층에 태우그룹과 끈끈한 고리를 가진 우수한 인재를 박아 넣어야만 어떤 위기가 와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학생과 청년을 지원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은 조금 먼 미래를 위한 안배였고, 가까운 미래를 위해서는 이미 높은 곳에 오른 사람들과의 유대 관계가 필요했다.
“저는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그 일을 할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나는 사무실을 나섰고.
재단 사무실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보스 오셨습니까! 한국의 커피 맛도 아주 좋습니다.”
데이비드가 종이컵에 담긴 커피 믹스를 마시며 반갑게 인사를 해 왔고.
그의 옆에는 한정훈 팀장이 어색한 표정으로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비행은 어떠셨나요?”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었습니다.”
장거리 비행을 마치면 피곤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팀장의 얼굴은 평소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회사에서 제프리는 항상 과도한 업무를 부여했고, 한 팀장은 하루에 3~4시간도 자지 못하며 업무를 업무를 쳐 내고 있었다.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바로 일 이야기로 넘어가죠. 제가 보낸 자료는 다 읽어 보셨죠?”
“검찰, 경찰, 공무원의 명단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라인이 없어서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이죠.”
“설마 이 사람들을 전부 지원하실 생각이십니까? 한국은 라인이 없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한국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한 팀장이었다.
학연, 지연, 인맥. 이 3가지가 충족되지 못하면 대한민국에서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나 90년대에는 그런 경향이 더더욱 강했다.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우수한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에요.”
“하지만 학벌이 좋지 않거나 개천 출신인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을 지원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아웃풋을 얻어 내긴 힘듭니다. 차라리 제대로 된 라인을 지원해 주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저들의 라인이 되려고요. 라인을 지원하는 것보다 라인을 아예 만드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굳이 라인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까? 태우그룹에서 지원하는 고위 공직자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롭게 만들 라인은 일종의 변수라고 볼 수 있죠. 할아버지가 만든 라인을 뒤에서 돕거나, 팽팽한 상황에서 무게추가 우리 쪽으로 기울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이죠.”
지금 시대는 기업과 권력은 유착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재계 서열 3위의 태우그룹을 이끌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인맥 관리 자금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외환위기 때 할아버지의 인맥만으로는 버티지 못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까.
“보스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명단의 인물들을 만나 지원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냥 지원해 주면 없어 보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SAVE 투자 회사 이름으로 펀드를 하나 만들 생각이에요. 미국에서도 우리 회사가 만든 펀드가 있는지, 있으면 가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치잖아요.”
월가에서 SAVE 투자회사의 소문이 슬슬 돌기 시작했다.
걸프전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퀸텀펀드와 손까지 잡았다는 소식에 부자들이 우리에게 투자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펀드를 만들지 않았다.
“저들이 펀드에 가입하려고 하겠습니까? 당장 손에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비자금을 받는다고 달라지나요? 비자금으로 목돈을 받았다고 아무렇게나 쓰고 다니다가는 구설수에 오르니 그저 창고에 숨기기밖에 더 하겠어요? 비자금도 어차피 은퇴 이후에나 쓸 수 있는 돈이죠.”
한 팀장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펀드나 비자금이나 어차피 은퇴 이후에나 사용할 수 있는 돈이면, 보관에 신경 쓸 필요도 없는 펀드가 더 유용하겠습니다.”
“노후 걱정이 사라졌으니 굳이 윗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사라지겠죠. 펀드의 자금이 쌓이면 쌓일수록 충성심도 더 높아질 거고요. 그리고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에겐 바로 돈을 지원해 주는 방법도 같이 사용할 겁니다.”
“그런데 아직 펀드 개념이 한국에는 대중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의심하는 사람이 꽤 나올 것 같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비드까지 한국에 불러들인 거죠.”
나는 데이비드를 바라보며 말했고.
데이비드는 종이컵에 남은 믹스커피를 탈탈 털어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인센티브가 있나요?”
“50명을 펀드에 가입시키면 10만 달러. 80명 이상을 가입시키면 50만 달러를 약속하죠.”
“그럼 명단에 있는 사람 전부를 가입시키면요?”
“100만 달러!”
“콜! 오늘부터 당장 움직이면 되는 겁니까?”
“재단 쪽에서 자리는 마련해 줄 테니까. 천천히 움직이세요. 제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만 영입을 마치면 됩니다.”
데이비드는 이미 안달이 나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인맥이 넓지 않은 데이비드였기에 다리를 놓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한 팀장이 재단과 협의해서 자리를 마련하세요.”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런데 데이비드가 몇 달이나 한국에 있으면,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원 사업은 어떻게 됩니까?”
나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지원을 진행 중이었다.
능력치가 우수한 사람의 창업을 지원해 주거나, 내가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미래에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게 침을 발라 두고 있었고, 데이비드가 전면에 나서 그들을 만났었다.
“데이비드가 만든 팀이 그 역할을 앞으로 대신할 겁니다.”
“보스가 좋은 사람을 너무 많이 뽑아서 미국에서 내가 할 일이 없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