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21)
독식하는 재벌 3세-121화(121/518)
121화. 새 시대 (5)
“이게 정말 휴대폰입니까? 휴대폰이 아니라 컴퓨터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한 팀장이 경악을 내질렀다.
애플 본사에 도착해서도 표정을 풀지 않은 그였지만.
스티브가 아이폰을 꺼내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한 팀장이었다.
계속해서 감탄사만 내뱉은 그를 두고, 나는 스티브와의 대화를 이어 갔다.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터치 인식부터 화면전환까지 전부 만족스럽습니다.”
“좋게 봐주니 다행이군. 하지만 내 눈에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투성이네. 조금만 더 개선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쉽지가 않아.”
스티브의 완벽주의자 성격은 여전했다.
이러다가는 아이폰의 출시는 몇 년 뒤에나 될 성싶었다.
“이제는 결단을 내릴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IT 버블만 터지지 않았어도 시간이 더 있었을 테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흠, 애플의 주가가 반토막이 된 것에 내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이대로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다시 쫓겨날 수도 있고 말이야…….”
“올해 안에 출시를 해야 합니다.”
휴대폰 개발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판매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부품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조립 공장도 신설해야 하는 등.
못해도 3~6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니 지금 결정을 내려야 올해 안에 출시가 가능했다.
“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욕 들어먹을 만한 완성도는 아니긴 하지. 알겠네. 아이폰 출시 계획을 잡아 보겠네. 대표 자리에 남아 있으려면 어쩔 수가 없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전방위에서 지원사격을 해 드리겠습니다.”
스티브는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PTSD가 있었다.
내가 애플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가지는 불안감이었다.
뭐 그 덕에 아이폰의 출시가 빨라졌으니 나야 나쁠 건 없지.
***
스티브와의 만남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공항에서 아주 의외의 인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스! 잠시 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차로 가시죠.”
“데이비드! 한국에 있었어요?”
나는 데이비드와 함께 차로 이동했고.
강 대위가 직접 운전하는 방탄 차량이 대기 중이었다.
방탄뿐만 아니라 도청 방지 시스템까지 부착되어 있는 차량이었기에 웬만하면 잘 이용하지 않는 차량이었다.
“할 말이 뭐길래 이렇게 준비를 하셨죠?”
“우리가 심은 씨앗이 러시아에서 꽃을 피우려고 합니다.”
“핏빛 꽃이 드디어 피려고 하나 보군요.”
블라디미르 푸틴.
드디어 그가 러시아의 대통령이 되려고 했다.
우린 그가 무소속으로 지낼 때부터 지금까지 후원을 지속했었다.
“러시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통령 임명식에 참석을 해 달라는 연락이었습니다.”
“당연히 가야죠.”
“SAVE 투자회사 대표로 가실 겁니까? 아니면 태우그룹의 대표로?”
“표면적으로는 태우그룹의 대표로 가야겠죠. 그쪽이 더 많이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럼 저 먼저 러시아로 가서 자리를 잡아 놓고 기다리겠습니다.”
데이비드는 그대로 공항으로 돌아가 러시아로 향했고.
나는 차를 옮겨타고는 할아버지를 뵙기 위해 태우그룹 본사로 향했다.
“김민재 본부장 왔는가! 미국에 꿀 발라 놓은 것도 아닐 텐데 미국은 뭐 그리 자주 갔다 오는 게야?”
“애플의 신제품을 보고 왔습니다. 태우전자와 협업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물은 마음에 들고?”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조용히 드릴 말씀이 더 있습니다.”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고.
할아버지는 더 캐묻지 않으시고 회장실 안쪽 작은 방으로 이동하셨다.
화재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대피실이었지만, 보안을 위해 만들어 놓은 장소기도 했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사방을 막아 놓은 대피실이었기에 감청에서 안전한 장소였다.
“무슨 일이길래 얼굴이 그렇게 심각한 게냐?”
“조만간 러시아에 새로운 대통령이 임명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왔으니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난 또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더니. 네가 호들갑을 떨었구나.”
할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태우그룹 입장에서는 러시아는 주요 고객 국가가 아니었기에 나온 반응이기도 하셨다.
하지만 내가 뒷말을 이어 해도 이런 반응이 나오려나?
“러시아의 새로운 대통령이 저를 정식으로 초대를 했습니다. 대통령 임명식에 참석을 해 달라고 하더군요.”
“러시아 대통령이 말이더냐? ……그 사람과 친분이 있느냐?”
“개인적으로 꾸준히 지원을 해 주고 있었습니다.”
“선거 자금이라도 대 주었다는 게냐?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줄 어떻게 알고?”
“우연한 기회에 그에 대해 알게 되었고, 분명 큰 사람이 될 것 같아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해 주었습니다.”
“허허, 아주 용하구나. 그런데 나는 조금 걱정이 되는구나. 정치인은 항상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사람들이란다.”
대한민국에서 기업하는 사람 중에 정치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특히나 군사 정권 시절을 거친 기업가라면 정치인이라면 아주 기겁을 했다.
그러니 할아버지도 그렇고 현재그룹의 장 회장도 직접 정치에 관심을 두시기까지 하셨다.
“그래서 직접 가서 어떻게 반응할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흠, 러시아에 간다고 해서 얻어 낼 건 있겠느냐? 대한민국이 국가 부도가 났다면 러시아는 파산을 하지 않았더냐.”
외환위기로 힘들었던 건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러시아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했다.
우리야 IMF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러시아는 협상에 실패해 IMF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그 결과 국가가 파산을 신청할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힘들 때 손을 내밀어야 더 많은 것을 얻어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전권을 위임해 줄 테니 네가 알아서 해 보거라. 아무것도 얻어 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안전하게만 다녀와야 한다.”
“기업가로 방문하는 건데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습니까?”
“그래도 모르는 일이란다. 흠, 그런데 일국의 대통령 임명식에 본부장 자격으로 참석하는 건 좀 부족해 보이는구나.”
할아버지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고는 예상치도 않았던 폭탄선언을 던지셨다.
“기획실은 이제 졸업을 해야지. 태우그룹의 부회장으로 직함을 새로 파 주마.”
“너무 이릅니다. 20대의 나이에 부회장에 오르면 여기저기서 이상한 소리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최소한 태우그룹 내에서는 반대하는 사람이 없을게야.”
“그래도….”
“단독 부회장이 아니라 배성균 부회장과 같이 공동 부회장 자리에 오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 거라.”
언젠가는 부회장 자리에 올라야 하긴 했다.
하지만 항상 나이가 문제였고, 최소 30대가 되고 나서야 부회장 자리에 욕심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먼저 이렇게 파격적인 제안을 하실 줄이야.
“제가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장단 회의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이 나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과반이라면 너무 쉬운 것 아니더냐? 네가 주무르고 있는 사장의 숫자만 해도 과반에 근접할 텐데.”
나를 따르는 사장단 파벌이 있음을 할아버지는 알고 계셨다.
내가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고, 이미 여러 번 티를 냈으니 당연히 알 수밖에 없는 정보였다.
“저는 완벽하게 중립을 지킬 생각입니다. 오롯이 사장단 회의의 결정에 이번 일을 맡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50%가 아니라 80% 이상의 찬성이 나와야 부회장직에 오르겠습니다.”
“80%는 조금 과하지 않겠느냐?”
“그 정도는 되어야 제가 부회장에 올랐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반쪽짜리 부회장이 되긴 싫습니다.”
“흠, 알겠다. 시간이 촉박하니 내일 바로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마.”
나는 정말 이번 사장단 회의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부회장에 지금 오르나 몇 년 뒤에 오르나 달라질 건 없으니까.
그래서 난 내일 열릴 사장단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
갑자기 소집된 사장단 회의.
각 계열사 사장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리했다.
김태중 회장이 아직 회의장에 도착하지 않았기에 작게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그들이었다.
“오늘 왜 모이라고 했는지 알아?”
“난들 알겠어? 어디 사고 친 계열사 있는 거 아냐?”
잡담을 나눈 지도 10여 분.
여전히 김태중 회장은 회의장에 들어서지 않았다.
그런데 비서실장이 앞으로 나서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회의에는 회장님과 김민재 본부장님은 참석하지 않습니다. 오늘 회의의 모든 것은 비밀에 부쳐질 것이며.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음을 약속드립니다.”
모두가 하던 말을 멈추고 비서실장을 바라봤다.
도통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비서실장의 말이 이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회의 안건은 부회장 임명입니다. 김민재 본부장을 그룹 부회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투표를 통해 결정하려고 합니다.”
“회장님의 뜻이십니까?”
“이번 안건은 회장님의 뜻과는 무관합니다. 전적으로 사장단 회의를 통해 결정하라는 것이 회장님의 뜻이십니다.”
회의장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그 누구도 목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눈은 바쁘게 움직였다.
특히나 김민재 파벌에 속한 사장들은 동시에 우성일 사장을 바라봤다.
우성일 사장은 난감함 표정으로 어깨를 들어 올렸다.
김민재 본부장에게 아무런 지령을 받은 적이 없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는 그였다.
또 다른 파벌도 눈을 빠르게 돌렸다.
배성균 부회장을 따르는 파벌, 태우건설 장수영 사장을 따르는 파벌. 등등.
그들도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사장단 회의가 소집되었기에 제대로 의견 교환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바로 찬반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이번 투표는 비밀 투표로 진행됩니다. 회의실에 마련한 투표소로 한 명씩 들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개가 넘는 투표소가 어느새 회의실 안쪽에 만들어졌다.
기획실 직원들이 투표함을 가지고 들어오자 곧장 투표가 진행되었고, 여전히 의견 교환을 하지 못한 채 계열사 사장들은 한 명씩 투표소로 들어가야만 했다.
“투표가 진행될 동안 정숙을 유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투표를 마친 인원은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투표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이어졌다.
O 혹은 X. 1초면 그릴 수 있는 표시였지만.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었기에 투표소 안에서 고뇌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무려 2시간이 지나서야 투표가 끝이 났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장들이 다시 회의실로 소집되었다.
그런데 회의실에는 김태중 회장이 먼저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허, 뛰지 말고 천천히 와서 앉게나.”
“회장님을 기다리게 하여 정말 죄송합니다.”
“나도 방금 왔네. 어허, 천천히 오라니까.”
마치 수업 시간에 늦은 학생처럼 자리에 앉는 사장들이었다.
1분도 걸리지 않아 모두가 자리했고, 비서실장이 투표함을 가지고 앞으로 나섰다.
“지금부터 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개표에 앞서 내 할 말이 있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상관치 않겠네. 그저 자네들의 의견을 알고 싶었을 뿐이네. 내 마음 같아서는 김민재 본부장을 부회장에 앉히고 싶지만, 자네들이 반대하는데 그럴 수는 없지 않겠나?”
“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투표에는 2시간이 걸렸지만.
개표에는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비서실장은 몇 번이고 확인 작업을 마친 뒤 결과를 발표했다.
“찬성 35표. 반대 3표. 90% 이상의 찬성으로 이번 안건이 통과되었습니다.”
“허허, 반대표를 던진 사람이 3명밖에 되지 않는가? 더 볼 것도 없겠군. 김민재 본부장을 호출하게나.”
입꼬리가 귀에 걸린 김태중 회장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사장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만약 반대표를 던졌다면? 아주 난리가 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