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22)
독식하는 재벌 3세-122화(122/518)
122화. 폭풍전야 (1)
나는 결과를 모른 채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여는 순간 쏟아지는 박수 소리.
특히나 우성일 사장이 두 팔을 벌리며 세레머니를 하는 모습에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김민재 본부장을 부회장으로 임명하겠네. 사장단 90%가 찬성을 했으니 겸허히 받아들이게나.”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두들기며 말씀하셨다.
그런데 90%나 찬성을 했다고? 이건 내 예상 밖이었다.
나를 반대하는 파벌이 꽤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니면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파벌이 아닌 개인의 결정으로 투표를 했든가.
그런데 90%면 3명 정도가 반대표를 던졌다는 건데.
나도 모르게 사장단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세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태우건설 장수영 사장 그리고 그의 오른팔인 태우엔지니어링 박혁수 사장.
굳이 상세 정보를 확인하지 않아도 그들이 반대표를 던졌음을 알 수 있었다.
장수영 사장은 꽤 큰 파벌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투표로 인해 그의 파벌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임명 소감을 생각했다.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할까?
20대의 나이에 부회장에 되었으니 겸손을 떨어야 할까?
나는 잠시 동안의 고민을 마치고 첫마디를 내뱉었다.
“태우그룹은 우물 안의 개구리입니다. 한국 재계 서열 1위라고 한들 세계로 나가면 100위에도 들기 어렵습니다. 세계라는 두꺼운 벽을 허물기 위해선 태우그룹의 전 직원이 한뜻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한마디로 파벌 싸움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조금 돌려 말하면 알아서 내 밑으로 들어오라는 뜻이기도 했다.
굳이 반대표를 던진 장수영 사장을 바라보며 말을 했기에 내 의도는 모두에게 아주 잘 전해졌을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압도적인 기술과 실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인사 규정을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갑작스런 인사이동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룹의 부회장이 되었다.
이젠 인사팀을 마음대로 움직일 권한도 생겼으니.
전 직원의 상세 정보를 확인해 인사이동을 시킬 계획을 세웠다.
인맥이나 정치력으로 올라온 사람들은 사표를 쓰는 편이 나을 것이다.
오지의 해외법인으로 발령받기 싫다면 말이다.
그런데 너무 심했나?
내가 말을 할수록 사장단의 표정이 굳어만 갔다.
채찍을 이만큼 쳤으면 당근도 던져 줘야겠지.
“저 혼자만의 능력으로는 태우그룹을 세계 1등 그룹으로 키워 나갈 수 없습니다. 여러 선배님들의 도움이 필요하며, 그에 걸맞는 보상을 약속드리겠습니다. 한국 1위 기업인데 연봉을 다른 곳보다 적게 받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
연봉 이야기가 나오자 웃음꽃이 피었다.
회사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곳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연봉과 보너스를 임원에게 지급할 계획이었다.
그래야 쓸모없는 인간을 쉽게 쳐 낼 수 있으니까.
“인사는 여기까지 하지. 비서실장이 앞으로 본부장이 하던 일까지 맡아서 해 주게나.”
“김민재 부회장의 임명 소식을 언론에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실적을 강조하는 기사를 쏟아 내어 반발 여론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반대 여론이 나올 수밖에 없긴 할 게야. 20대 부회장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대한민국은 많이 경직되어 있으니.”
“최선을 다해 막아 보겠습니다.”
20대 부회장.
질투를 받기 딱 좋은 명함이었다.
아무리 내가 실력적으로 뛰어나다곤 하지만, 결국엔 할아버지의 손자였다.
회장의 혈통이기에 20대 부회장이 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너무 막지 마세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들을 수밖에 없는 욕이라면 짧고 굵게 듣는 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될 수도 있습니다.”
“결과를 만들어 내면 부정적인 이미지는 벗겨지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기업가에게 결과는 곧 주가였다.
IT 버블이 터지기 시작하며 여러 계열사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를 방어하기만 해도 후한 점수를 받아 낼 수 있었다.
“나도 부회장의 말에 동의하네. 너무 애쓰지 말고 살짝 지원 사격 해 주는 정도로만 언론을 움직여 보게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다들 회사로 돌아가게나. 할 일이 태산인데 시간을 낭비해서 쓰겠나?”
긴급 소집된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사장단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모습에 할아버지는 나를 바라보며 윙크를 해 주셨다.
나이를 먹을수록 애가 된다더니.
요즘 들어 할아버지의 장난기가 심해진 것 같다니까.
***
며칠 후.
그룹 본사에 새로 생긴 부회장실에 짐을 풀었다.
부회장이라고 새겨진 명패를 어색하게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기획실장이 찾아왔다.
“반대 여론이 생각보다 강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도 아침에 신문을 보며 확인을 했어요. 저 때문에 태우그룹이 위험하다는 사설도 있더군요.”
태우그룹은 여러 언론사에 많은 광고를 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태우그룹에 해가 되는 기사가 잘 나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20대 부회장 임명은 워낙 거대한 이슈였기에 광고주의 심기를 거슬린다고 해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언론사들이었다.
“몇몇 언론사의 광고 비중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하지만 김씨 일가와 비교하는 기사를 쓴 언론사는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세습과 태우그룹의 후계 구도를 비교한 기사도 있었다.
대기업을 좋아하지 않는 언론사라 자극적으로 기사를 쓴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렇다고 영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그냥 두세요. 그보다 러시아 임명식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나요?”
“비밀리에 모든 준비를 끝내 놓았습니다. 비행기 편부터 숙소, 그리고 경호 인원까지 배치해 두었습니다.”
“짐도 다 풀기 전에 러시아 출장을 가게 생겼네요.”
임명식까지 5일이 남았다.
워낙 거대한 행사기에 임명식 3일 전부터 러시아에 도착해 있어야 했다.
“러시아 출장을 다녀오시기 전에 인사이동 작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아주 시끄러울 거예요. 다른 계열사도 아니고 태우건설이니까요.”
나는 며칠 동안 태우건설 직원의 인사 명부를 확인했다.
능력치와 상세정보, 특이사항까지 꼼꼼히 확인하느라 정말 눈이 빠질 뻔했다.
그래도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 지루하지는 않았다.
쓰레기 같은 놈을 발견할 때면 구역질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그런 놈들을 이번에 치운다고 생각하며 밤을 지새웠다.
“장수영 사장 쪽에서 심하게 반발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긴 합니다.”
“월권행위에 가깝긴 하죠.”
계열사 직원의 인사권은 사장의 권한이었다.
아무리 부회장이라고 해도 직원의 인사이동을 명령하는 건 월권에 가까웠다.
선전포고라고 받아들이겠지.
뭐 그런 의미가 전혀 없는 건 아니긴 했지만, 태우건설이 워낙 방대한 조직이었기에 우선적으로 가지치기를 해야만 했다.
“사표를 제출하거나 인사이동 명령을 거절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슨 선택을 하더라도 상관없어요. 알아서 비켜 주면 더 고맙긴 하겠지만요.”
“러시아 출장을 다녀오시고 나면, 어떻게든 결과가 나올 듯합니다.”
“실장님이 중간에서 고생 좀 하세요.”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러시아로 떠났다.
장수영 사장 같은 사람을 쳐 내는 건 이제 큰일도 아니었으니까.
부회장 자리에 올랐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쳐 낼 수 있었다.
***
다음 날.
나는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데이비드와 강 대위가 수십 명의 경호원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고, 러시아 경찰과 군인까지 나를 경호하고 있었다.
“조금 과하지 않나요? 대통령이 와도 이렇게는 안 하겠어요.”
“아직 러시아 상황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푸틴을 인정하지 않는 올리가르히가 세력을 모으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올리가르히.
권력형 재벌이라고 해야 할까?
정부 혹은 군부의 도움을 받아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올리가르히라 불렀고.
국영기업을 손아귀에 쥐고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푸틴은 올리가르히를 배척하고 있었고.
KGB 출신 같은 무관으로 구성된 실로비크가 앞장을 서고 있었다.
올리가르히와 실로비크의 전쟁.
불똥이 내게도 튈 수 있으니 데이비드와 강 대위가 많은 수의 경호원을 공항에 집결시킨 것이기도 했다.
“숙소까지 경호원이 같이 가는 건 아니겠죠?”
“숙소 주변은 군대가 호위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러지 마시고 얼른 차에 타시지요.”
강 대위의 호위를 받으며 데이비드와 함께 차량에 탑승했다.
군대에서나 볼법한 방탄 차량이었고, 주변에는 무장한 경호 차량이 호위를 하고 있었다.
“보스! 크렘린궁에서 오늘은 휴양지에 있는 별장에서 묵으라고 하네요.”
“호텔이 아니고 별장? 경호 때문에 조용한 곳에서 지내라는 건가?”
“자세한 건 저도 듣지 못했어요. 그냥 주소 하나 보내준 게 전부라니까요. 얼마나 딱딱하던지. 딱 봐도 군인 출신 같았어요.”
“주인이 별장에서 묵으라면 묵어야죠.”
모스크바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조용한 시골 마을로 이동했다.
무려 4시간이나 걸려서야 겨우 별장에 도착했고, 곳곳에서 군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확실히 경호 문제가 생기진 않겠네요. 마치 군부대 안에 들어온 기분까지 들어요.”
“우리 쪽 경호원도 별장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해요. 러시아 정부에서 책임지고 경호를 해 주겠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데이비드와 강 대위만을 데리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조금은 낡아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별장 안은 초호화로 꾸며져 있었다.
“여기서 임명식까지 기다려야 하나 보죠? 이럴 줄 알았으면 며칠 더 늦게 올 걸 그랬어요.”
“그러니까요! 굳이 왜 오늘까지 러시아로 와 달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러시아 일정은 내가 짠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 정부에서 일정을 통보해 주었고, 나는 그냥 일정대로 움직이고만 있을 뿐이었다.
“빨리 짐이나 풀고 가볍게 한잔하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쉴 틈이 생겼네요.”
“러시아에 왔으니 위스키를 마셔야겠네요! 제가 세팅을 해 놓겠습니다.”
데이비드가 신이 나서 술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갑자기 밖을 지키고 있던 군인들이 별장 안으로 들어오더니 우리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뭐 하는 짓입니까?”
반항할 틈도 없이 몸 구석구석을 만지는 군인들이었고.
우리가 흉기가 될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자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죄송합니다.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도통 제 말을 듣질 않는 놈들이라서요.”
푸틴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별장 안으로 들어왔고, 손짓 한 번으로 별장 안을 가득 채우던 군인을 밖으로 내보냈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부회장 김민재입니다.”
“우리 사이에 인사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리고 태우그룹보다 SAVE 투자회사 대표로 소개해야 하지 않나요? 허허허.”
푸틴의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뼈가 들어 있었다.
그는 러시아 KGB 출신이었기에 정보에 빠삭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