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25)
독식하는 재벌 3세-125화(125/518)
125화. 폭풍전야 (4)
한 달이 지나 6월 중순이 되었다.
나는 한 달 동안 직원들의 인사 명부를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
재계 1위 그룹이다 보니 당연히 직원의 숫자도 어마어마했고, 새로운 조직도를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이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태우통신 이주영 사장이 기쁜 소식을 가지고 부회장실로 찾아왔다.
“부회장님! 블리야드에서 이번에 출시한 다이블로2가 아주 대박을 쳤습니다.”
“태우통신 점유율이 또 올랐나 보군요.”
“다이블로2의 한국 유통권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 보니 점유율이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스타크에 이어 다이블로2까지.
블리야드는 연타석 홈런을 쳤고, 덕분에 태우통신과 게임 플랫폼이 큰 이득을 봤다.
“좋은 소식이군요. 스타크 대회로도 꽤 재미를 봤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젊은 사람들 중에 태우통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봐도 됩니다. 특히 태우게임단 소속 프로게이머들의 팬층이 매우 두터워졌습니다. 팬클럽 숫자만 50만 명이 넘습니다.”
태우게임단은 대성공이었다.
구기 종목 스폰서보다 들어가는 돈은 적었지만, 홍보 효과는 몇 배로 뛰어났다.
“이제 KS텔레콤과의 격차가 꽤 벌어졌겠군요.”
“15% 차이가 납니다. 다른 통신사에서 우리를 따라 하겠다고 인터넷 TV와 인터넷 강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긴 하지만, 이미 우리가 선점을 하고 있기에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우전자는 인터넷 TV로 큰 재미를 봤다.
당연히 다른 회사에서도 서둘러 인터넷 TV를 출시했지만, 우리는 OTT 서비스라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차이를 좁힐 수가 없었다.
인터넷 강의도 마찬가지였다.
일타강사를 우리가 다 데리고 있었기에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지금처럼만 유지하세요. 점유율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조바심을 가지지 마시고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1위 자리를 완벽하게 수성하려면 좀 더 출혈을 감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몇 달만 있으면 아이폰이 출시가 되니 알아서 점유율은 오르기 마련이었다.
문제는 주가 방어였다.
IT 버블로 인해 태우전자를 비롯한 여러 계열사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었다.
다르게 생각하면 기회기도 했다.
저점에서 태우그룹 주식을 확보할 좋은 기회.
***
태우그룹은 여러 개의 계열사로 나뉘어 있지만.
그룹 본사의 의지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더 정확히는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고 봐야했고, 할아버지는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의 말을 가장 신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부회장실로 박만덕 사장을 불러들였다.
IT 버블로 인해 태우그룹의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선 그의 입김이 필요했다.
“부회장으로 임명되신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사장단 회의실에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워낙 보는 눈이 많아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사이에 굳이 과한 인사를 나눌 필요가 있나요?”
“그리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사장의 입꼬리가 천장을 향해 올라가 있었다.
태우그룹 계열사가 어려움을 겪는데 미소를 보인다?
다른 계열사와 달리 태우증권은 아무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미소였다.
“올해 상반기도 거의 끝나 가는군요. 어떻게 애국 펀드 반응은 괜찮나요?”
“부회장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IT 버블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고객들이 IT 종목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난리를 쳤지만, 지금은 감사의 전화가 걸려 오고 있습니다.”
펀드를 운영하는 여러 증권사 중.
유일하게 IT 종목에 투자하지 않은 증권사가 태우증권이었다.
“IT 종목 펀드 수익률이 처참하겠군요.”
“다른 증권사에서 출시 한 펀드 중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다들 IT 종목에 발이 빠졌나 보군요.”
“적게 손해를 본 곳이 –15%고 절반 이상 까먹은 곳도 수두룩합니다. 현재증권에서 출시한 펀드의 경우엔 –70%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태우증권 펀드는 +7%의 수익률을 보고 있으니 고객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태우증권의 수익률은 고작 7%였다.
은행 예금 이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은행이 아닌 펀드끼리 비교하면, 최소 20%, 최대 80% 이상 차이가 났다.
“올해 초에 이탈한 고객들이 대부분 돌아왔죠?”
“고객 한 분은 증권사까지 찾아와 눈물까지 흘렸었습니다. 태우증권을 믿지 못해 미안하다며 대성통곡을 하였습니다.”
“이번 위기 덕분에 펀드 가입자들의 충성도가 상승했겠네요.”
“무조건 태우증권만 믿고 간다는 고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리고 펀드를 출시하고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펀드에 모이는 자금은 오히려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래서 박 사장의 표정이 좋은 것이었다.
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증권사가 먹을 수 있는 수수료도 늘어나기 마련이었고, 그 성과는 박 사장의 커리어가 되었다.
“IT 버블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계속해서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 갈 겁니다.”
“그러면 계속해서 채권 같은 안정적인 투자만 진행해야겠군요.”
“펀드야 그렇게 진행하면 되겠지만, 태우그룹의 주가 하락을 방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방어라고 하시면 혹시, 자사주 매입을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주주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자사주를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니겠습니까?”
“계열사별 잉여금이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하락폭을 방어할 정도의 잉여금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에 잉여금을 사용해 버리면, 새로운 사업 투자에 들어갈 자금이 부족해집니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들이 좋아하는 소식이었다.
거래되는 주식의 양이 줄어드니 당연히 주식의 가격은 상승하기 마련이었고, 주주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잉여금을 사용하기 싫기 마련이었다.
“태우그룹이 주주를 위한 회사라고 홍보하기 딱 좋은 타이밍 아니겠습니까? 주가 방어만 할 정도로만 자사주를 매입하면, 그렇게 많이 들지도 않을 겁니다.”
“증권사 임원들과 경제 연구소와 상의를 해 봐야 하겠지만, 자사주 매입은 나쁘지 않은 방법 같습니다.”
박 사장은 확실히 내 사람이 되었다.
IT 버블에서 태우증권 펀드가 살아남았기에 나에 대한 충성심이 더욱 강해졌다.
그래서인지 내가 제안한 일이라면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보았다.
“아! 그리고 제가 종목 하나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 애플의 신제품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애국 펀드의 투자 종목에 애플을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우회해서 투자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박 사장은 역시나 유능한 사람이었다.
태우그룹은 애플의 대주주 중 하나였고, 당연히 신제품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입하면 내부자 거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회해서 투자하겠다고 말한 박 사장이었다.
“까다로울 수도 있어요. 가능하시겠어요?”
“IT 버블로 애플의 주식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몇 개를 알고 있습니다.”
“역시 박 사장님이시군요. 그리고 애플의 주식의 경우는 절대 팔지 말고 태우증권이 쥐고 있어야 합니다.”
“부회장님이 추천해 준 종목을 어떻게 쉽게 팔겠습니까? 그런 일이 생길 것 같으면 무조건 부회장님에게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태우증권은 몇 년간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IT 버블로 인해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게 되었다.
***
벌써 더위가 찾아오는 계절이 되었다.
이런 날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사무실에만 있고 싶었지만.
현재자동차 장경준 회장이 다급히 만남을 요청해 왔기에 실외로 나가야만 했다.
“축하 인사가 늦었습니다. 부회장이 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회장님에게 축하를 받으니 더욱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우선은 덕담으로.
하지만 몇 마디 대화가 오가자마자 앓는 소리를 내는 장경준 회장이었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영준이 그놈이 소떼를 몰고 북으로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급하다는 표시 아니겠습니까? 장영주 회장님의 유지를 잇는다는 이유를 내걸고 있지만, 결국엔 정부에게 꼬리를 흔드는 행동이지요.”
“올해도 이제 몇 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했던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지요?”
사람 성격이 이렇게 급해서야.
몇 개월도 남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직 몇 개월이나 남았다고 생각해야지.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현재건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회장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열심히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이제 돌려막기 할 자금도 부족할 겁니다. 현재증권에서 출시한 펀드의 수익률이 –77%를 찍었습니다. 현재증권이 흔들리면, 어디서 돈을 수급하겠습니까?”
보통의 경우.
펀드 수익률이 나빠진다고 해서 증권사는 큰 손해를 입진 않았다.
펀드에 투자한 고객의 돈이 손실 나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태우증권에서 원금 보장 펀드 상품 출시로 대박을 쳤고.
후발 주자인 현재증권도 우리를 따라잡기 위해 원금 보장 펀드를 출시하고 말았다.
그리고 펑!
IT 버블이 터졌고, 현재증권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다.
“부회장님의 말을 들으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는군요.”
“현재건설은 다음 어음 결제일에 1차 부도가 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음 어음일이라면……, 10월 중순이 되겠군요.”
지금이야 현재차의 회장이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현재그룹의 공동 회장이었던 장경준이었다.
그렇기에 현재건설의 어음일까지 달달 외우고 있었다.
“10월에 돌아오는 어음을 막을 자금이 현재건설에는 없다고 봅니다.”
“제가 알기론 어음의 규모가 고작 200억 원에 불과합니다. 그 정도 자금도 구하지 못하겠습니까?”
“현재건설만 힘들다면 당연히 막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현재증권, 현재전자까지 휘청거리고 있으니 돈을 구하기가 힘들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아직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건설은 막대한 미수금을 숨기고 있었다.
이라크에게서 받지 못한 미수금이 1조 원이 넘었고, 다른 것까지 다 더하면 2조 원이 넘는 손실을 숨기고 있었다.
“그럼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군요.”
“현재건설을 인수할 준비만 차근차근 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미 회장님을 지원 사격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주 든든합니다! 제가 현재건설만 인수할 수 있다면, 현재반도체는 태우그룹이 인수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이제야 미소를 보이는 장경준 회장이었다.
나 또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할아버지가 그토록 원하시던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