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26)
독식하는 재벌 3세-126화(126/518)
126화. 폭풍전야 (5)
여름의 끝자락.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 할아버지와 함께 다과를 즐기며 뉴스를 시청했다.
“쯧쯧, 요즘은 뉴스만 틀었다 하면 북한 이야기밖에 없구나.”
“이산가족 상봉이 워낙 이슈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기자들도 북한에 가고, 정치인들까지 북한을 들락날락하는구나. 허허, 이러다가 정말 통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드는구나.”
남북이 정말 평화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북한의 영화가 한국의 영화관에 개봉할 정도였고.
이산가족 상봉과 백두산 방문까지 시작된 시기였다.
하지만 평화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고, 통일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꿈에 불과했다.
“통일은 어렵다고 봅니다. 북한 김씨 일가가 권력을 내려놓아야 가능한 일인데. 그런 일이 설마 생기겠습니까?”
“하긴 사람이라면 가진 걸 내려놓기 싫은 법이지.”
할아버지와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아주 오랜만에 명동에서 전화가 왔다.
“잠시 나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시간에 어딜? 설마 여자를 만나러 가는 게냐? 그럼 어서 가야지. 얼른 나가 보거라.”
할아버지는 나를 쫓아내듯 집에서 내보내셨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내가 만나는 사람은 이영한이었다.
그는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명동 3인방의 모습도 보였다.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이셨습니까? 요즘 가장 바쁘신 분들 아니십니까?”
“IT 버블 덕분에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긴 하지.”
백 할매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답했다.
말투와 달리 얼굴은 매우 좋아 보이는 백 할매였다.
IT 버블로 인해 자금에 문제가 생긴 IT 회사들이었고, 은행권에서는 더는 돈을 빌려주지 않았기에 3금융권 혹은 명동 사채를 사용해야만 했다.
“그런데 일본 대부업체에서 발을 뺐다고 금리를 올리신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아니시죠?”
“아주 살짝 올렸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법정금리보다 절반에 가까운 금액으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네.”
강 회장이 변명하듯 말했다.
나도 그들을 타박하려고 꺼낸 말은 아니었다.
만약 그들이 일본 대부업체처럼 이자를 받아 냈다면, 내가 먼저 그들을 잘라 냈을 것이었다.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금융사의 자금 절반이 SAVE 투자회사에서 나왔으니, 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업도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급하게 모이셨나요?”
“현재건설에서 돈을 빌려 달라고 찾아왔습니다. 어르신들에게 퇴짜를 맞자 명동까지 장영준 회장이 직접 찾아왔었습니다.”
이영한이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현재건설이 휘청거리다 못해 쓰러지기 직전이라는 소식이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니, 3금융권을 방문했고, 그래도 안 되니 명동까지 방문 했을 터.
“설마 돈을 빌려주신 건 아니시죠?”
“자네가 절대 빌려주지 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빌려주겠나. 우리가 그렇게 의리 없는 사람은 아닐세.”
“그럼 다행이네요.”
“명동의 모든 사채업자에게 장영준 회장에게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 놓았습니다.”
장영준에게 돈이 흘러 들어가면 곤란해진다.
우선은 1차 부도가 나야지만, 나와 장경준이 등장할 타이밍이 생기니까.
“아마 어떻게든 돈을 빌리긴 할 겁니다. 현재건설이 이렇게 무너지면 관련 회사들이 줄도산 하게 되니 정부에서 가만히 지켜보진 않을 테죠.”
“그럼 차라리 명동에서 고리로 돈을 빌려주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장영준의 밑바닥이 어디인지 알고 싶어서요. 명동에서도 거절을 당한 그가 어디서 돈을 빌릴지 말이에요.”
현재그룹의 회장 장영준.
그의 밑바닥을 알아야지만, 향후 현재 반도체를 인수할 때 편해진다.
“현재건설 이야기는 이쯤 하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좀 할까요? 요즘 부도나는 회사가 넘쳐나는데 문제 없나요? 수금이야 어르신들이나 명동이 전문가긴 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네요.”
“명동의 돈을 빌리고 안 갚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승까지 따라가서라도 돈을 받아 내는 사람이 명동의 사채업자들입니다.”
이영한의 눈빛이 많이 변해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양아치 같았던 눈빛이 지금은 날카로운 칼처럼 느껴졌다.
“명동은 그렇다 쳐도 어르신들은 조금 자중해 주세요. 기껏 양지로 나왔는데 좋은 이미지를 쌓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답답해 죽겠네. 명동의 방식을 사용하면 쉽게 받아 낼 돈을 애걸복걸해서 겨우 받아 내고 있네.”
고생이 많아 보이는 명동 3인방이었다.
양지로 나왔다고는 하지만, 벌어들이는 수익은 명동보다 오히려 줄어들었을 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돈놀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금리를 높게 받을 수 없으니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제가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부회장이 준비한 선물이라니 아주 기대가 됩니다.”
“애플의 주식을 사 두세요. 조만간 큰 수익을 올리게 될 겁니다.”
“드디어 우리에게도 정보를 주시는군요. 광화문 곰이 명동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정보가 전부 부회장님의 입에서 나왔다는 말을 들은 바가 있어요.”
명동 3인방이 귀를 쫑긋 세웠다.
대한민국 정보의 중심지인 명동 출신이라 그런지 정보의 중요성을 그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었다.
“1년 안에 못해도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겁니다.”
“최소 2배의 수익이라는 거군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아주 감사합니다.”
“IT 버블로 주가가 폭락해서 저렴한 가격에 사들일 수 있어요. 그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1년 뒤에 저에게 판매하는 조건입니다.”
“수익을 실현하려면 누군가에게는 주식을 팔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회장님이 우리의 수익을 실현시켜 주신다는데 당연히 그리해야지요.”
지금 애플의 주식을 대량 구매할 수는 없었다.
명동 3인방과 이영한의 자금력을 이용해 애플의 주식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종종 좋은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합니다.”
“저희야 당연히 그럴 생각입니다.”
“조만간 은행 인수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테니 조바심 갖지 마시고요.”
“허허, 우리를 완전히 양지로 보내실 생각이시군요. 팔자에도 없는 은행장이 되게 생겼습니다. 허허허.”
은행장이 뭐 별거겠는가?
번듯한 은행 건물과 거액의 예금만 있으면 은행이지.
건물이야 기존 은행 건물을 사용하면 그만이고, 거액의 예금은 내가 채워 줄 수 있었다.
***
운명의 10월이 되었다.
현재건설이 위험하다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10월 30일자로 어음 224억 원을 막아 내지 못해 부도를 내고 만 현재건설이었다.
부도 뉴스가 터지자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은 장경준 회장이었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현재그룹 본사로 직접 찾아가 장영준 회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놀리려고 왔습니까?”
“지금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게 신기하군. 현재그룹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현재건설을 부도내 놓고는 팔자 좋게 앉아 있구나.”
“저라고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은행은 다 찾아가 보고, 명동 사채시장까지 다니며 돈을 구해 봤습니다. 그런데 현재건설에는 돈을 못 빌려주겠다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울분을 토해 내는 장영준이었다.
장경준은 동생의 그런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패배자가 된 동생의 모습을 보면 즐거울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장경준도 결국엔 현재그룹의 사람이었고, 현재건설에 부도 딱지가 붙은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이제 어쩔 생각이냐?”
“정부에서 224억 원을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어떻게든 최종 부도는 막아 낼 수 있어요.”
“그다음은? 다시 어음 만기일이 오면 또 부도를 낼 거냐?”
쾅! 장영준 회장이 책상을 내리쳤다.
여전히 자신을 내려보는 형의 표정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저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겁니까? 제가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전에 발생한 일들입니다! 이라크에서 미수금만 제때 받을 수 있었으면 현재건설이 왜 부도가 났겠습니까!”
“미수금 문제는 네 책임이 아니지. 하지만 그 이후의 대처는 전적으로 네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질 거니 상관 마십시오.”
“하나만 묻지. 혹시 현재건설을 다른 곳에 넘길 생각은 아니겠지? 현재그룹의 모체를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게 둘 거냔 말이다!”
부도를 막아 낸다고 해도 현재건설은 회생이 힘들었다.
결국엔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는 수순을 밟게 될 터.
그렇게 된다면, 현재그룹이 아닌 다른 그룹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채권단에 넘어간다고 해서 누가 현재건설을 인수하려고 들겠습니까? 잠시 채권단에 맡겨 위험요소를 제거 한 뒤 다시 가져오면 됩니다.”
“태우그룹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겠느냐? 현재건설을 태우가 가져가면 압도적인 건설 제국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정부에서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겁니다. 태우가 현재건설까지 먹으면 건설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그냥 정부를 믿고 맡기겠다 이거냐? 그래서 소떼를 몰고 방북을 한 거로군.”
장영준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정부가 도와만 준다면, 현재건설을 다시 가지고 올 수 있다는 확신.
현재건설이 채권단으로 넘어간다고 한들 정부의 허가 없이는 다른 곳에 인수될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채권단으로 회사를 넘기면 일정 부분의 부채가 줄어들게 되고, 그 시간 동안 자금력을 확보해 다시 살려내면 됩니다.”
“남의 손에 현재그룹의 모든 것을 넘기겠다는 말을 쉽게도 하는군.”
“그럴 일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설마 현재건설을 인수하고 싶으셔서 그런 겁니까? 현재차가 현재건설을 인수할 자금력이나 됩니까?”
“…….”
장경준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장영준은 형이 왜 여길 왔는지 깨달았다.
“정말 현재건설을 인수하려고 그러는 겁니까?”
“현재그룹의 모체가 다른 곳으로 인수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
“자꾸 같은 말을 하게 하실 겁니까? 현재건설은 그 어느 곳으로도 가지 않습니다!”
“지켜보면 알겠지.”
장경준은 대화를 중단하고 회장실을 빠져나왔다.
그가 현재그룹 본사를 찾은 건 장영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역시나 동생 녀석은 부족했다.
현재건설을 가지기엔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그러니 내가 뺏어야겠다. 아니, 현재건설이 제 주인을 찾아가는 것이지.
***
10월 마지막 날.
기획실장이 부회장실을 찾아와 현재건설의 정보를 보고해왔다.
“현재건설에서 1차 부도금액 전액을 결제했다고 합니다.”
“최종부도는 면하긴 했군요.”
“건설 업계 조합에서 3조 원에 달하는 지급보증을 선 상태라 부도 처리 되긴 힘들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현재건설이 무너지면 건설업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쓰러질 수 있었습니다.”
“태우건설을 제외하고 말이죠.”
확인하고 싶은 걸 전부 확인했다.
현재건설이 마지막 보루가 정부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더는 시간 끌 필요가 사라졌으니 움직일 때가 되었다.
“현재건설 채권단과 공식적으로 접촉을 하세요. 태우그룹이 현재건설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세요.”
“정부에서 허락을 하겠습니까?”
“그건 나중 문제죠. 우선은 현재건설이 다른 그룹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분위기만 조성하면 됩니다.”
장경준을 지원 사격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래야 현재그룹이 다급해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