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27)
독식하는 재벌 3세-127화(127/518)
127화. 아쉬운 쪽 (1)
외환위기 이후 여전히 부실 기업의 문제로 뜨거웠다.
정부에서 더는 지원해 줄 수 없으니 채권단과 협의를 보라는 최후 통첩을 날렸다.
현재건설을 비롯한 대규모 기업들은 ‘설마 정부가 우리가 죽도록 놔두겠냐?’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금감원에서 ‘정부가 살려 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라고 하며 엄포를 놓았다.
이렇게 되니 현재그룹에서도 난리가 났다.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어야 할 장영주 회장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못난 놈들. 후우, 후우.”
장영주 명예 회장의 병실.
거친 숨을 쉬고 있는 그의 앞에는 장영준과 장경준이 자리했다.
현재건설을 맡고 있는 장영준은 고개를 푹 숙이며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태우그룹에서 현재건설을 노릴 거라곤 예측하지 못 했습니다. 잠시 채권단의 도움을 받아 부채를 탕감받을 계획이었습니다.”
“현재건설이 왜 그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 게냐! 채권단의 도움을 받아? 말이 도움이지 회사를 채권단에 넘긴다는 말 아니더냐!”
병세가 악화된 장영주 회장이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혈기를 보이고 있었다.
그만큼 현재건설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고, 현재건설이 채권단이나 태우그룹으로 넘어가는 걸 극도로 싫어 한다는 반증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현재건설을 자력으로 살리고 싶어도 방법이 없습니다.”
“회장이라는 놈의 입에서 그게 나올 말이냐! 방법이 없어? 없으면 찾아야지! 그게 회장이 할 일 아니더냐!”
“……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북한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갑자기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모른다고 하면 끝이더냐! 그룹 총수의 입에서 모른다는 말은 절대 나와선 안 된단 말이다!”
장영주 명예회장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이대로 있다간 아버지의 숨이 멈출 것만 같아 장경준 회장이 다급히 끼어들었다.
“현재건설이 다른 그룹의 손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제가 막겠습니다.”
“후우, 그래 형제끼리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독립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같은 현재그룹의 핏줄이니 당연히 서로 도와야지.”
“채권단과 합의해 제가 현재건설을 인수하겠습니다. 태우그룹에 넘어가는 것보다야 그게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꼭 그렇게 해야겠느냐? 영준이에게 자금을 지원해 줄 수도 있지 않느냐…….”
장경준 회장이 아버지를 바라봤다.
끝까지 자신보다 동생을 생각하는 그 모습에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아버지의 옆에 놓인 산소 호흡기를 보며 분노를 잠재웠다.
“제가 지원을 해 준다고 해서 달라지겠습니까? 고작 200억 원의 어음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습니다. 그리고 자금을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는 현재건설의 부채를 절대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현재건설의 주인이 바뀌어야 합니다.”
“1차 부도가 난 게 제 책임이라 이겁니까? 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여기서 뭘 더 해야 한단 말입니까!”
병실에서 다시 일어날 것 같은 형제의 싸움이었다.
목소리를 높이며 형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장영준.
하지만 장경준은 동생을 무시하며 아버지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현재건설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전자도 언제 부도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CL그룹에서 뺏어 오다시피 한 반도체 사업이 막대한 돈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경준이 말이 맞느냐?”
“……반도체로 인해 부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긴 합니다. IT 버블로 인해 반도체 시장까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후우, 현재건설에 현재전자까지 문제라니. 현재그룹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장경준은 가슴이 답답했다.
그룹의 후계자로 자신이 아닌 장영준을 선택했기에 이런 수모를 겪게 되었다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아버지의 건강을 생각해서도 참아야 했고, 현재건설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냉정을 유지해야 했다.
“현재증권의 상황도 최악입니다. 펀드의 수익률이 –70%에 달하고, 원금 보장으로 출시한 펀드도 있기에 막대한 돈을 지출해야 합니다.”
“현재증권까지 위험하다는 게냐?”
“상황이 이런데 어느 은행이 현재그룹을 믿고 돈을 빌려주겠습니까? 제가 채권단이라고 해도 현재그룹을 믿지 못합니다.”
“그래서 네가 현재건설을 맡겠다는 게냐?”
“남의 손에 넘어가는 것보다야 100배 낫지 않겠습니까? 현재자동차의 수출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건설이 위기를 넘길 시간을 충분히 버틸 능력이 됩니다.”
“마지막 부탁이다. 그냥 그 자금을 동생에게 지원해 줄 수는 없겠느냐?”
장경준이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대한민국 경제의 일등공신이었으며,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
그런데 지금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배임 혐의로 다시 감옥에 가고 싶진 않으니까요. 감옥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왼쪽 무릎도 안 좋은데 오른쪽 무릎까지 그렇게 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해. 그때 내가 감옥에 갔어야 했는데. 너를 대신 감옥에 보내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자신이 감옥에 간 것도, 그룹 총수 자리를 동생에게 넘겨준 것도.
전부 지난 일이었기에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현재건설의 일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였다.
“지나간 일은 그냥 묻어 두겠습니다. 그보다 현재건설을 제가 인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태우그룹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밀고 들어오면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태우가 현재건설까지 먹으면 독점이 되지 않습니까?”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느냐? 시장에는 개입하지 않겠으니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그런데 독점으로 문제를 삼을 것 같으냐?”
장경준이 장영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여전히 세상물정 모르는 동생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선택을 해야겠지. 태우그룹에 현재건설을 줄지 아니면 다른 계열사를 던져 줄지.”
“다른 계열사를 던져 줘서 현재건설 인수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김태중 회장이 예전부터 반도체에 아주 관심을 많으셨지. 반도체 사업부를 던져 준다면 가능하지 않겠어?”
장영주 명예 회장이 가슴을 두드렸다.
현재그룹의 계열사를 남에게 넘기겠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후우, 그래 건설보다야 반도체가 낫긴 하겠구나. 현재그룹의 모체인 현재건설을 남의 손에 넘길 수는 없지.”
“그리고 반도체를 넘겨야 하는 이유가 더 있습니다. 영준이가 말한 것처럼 반도체 시장은 IT 버블로 인해 불황에 빠졌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태우그룹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게 되지 않겠습니까?”
장경준은 태우그룹과 손을 잡긴 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태우그룹과 영원한 동맹 관계인 것은 아니었고.
이번 기회에 태우그룹에 폭탄을 떠넘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준이 네 생각은 어떠냐? 반도체를 태우그룹에 넘겨도 되겠느냐?”
“나쁘지 않은 계획 같습니다. 올해만 반도체 사업부의 적자 규모는 3천억 원 이상입니다. 그리고 반도체 사업부의 부채만 해도 6조 원이 넘습니다.”
“6조 원이라. 아무리 태우그룹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금액이겠구나.”
“거기다 당분간 반도체 시장은 불황의 연속입니다. 겉보기엔 반도체가 맛있어 보이겠지만, 독이 잔뜩 들어 있는 사업입니다.”
장영준은 반도체 사업부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오히려 현재건설보다 더 힘든 곳이 현재전자였고, 이는 CL그룹으로부터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태우그룹으로 넘길 수만 있다면?
현재전자가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태우전자가 겪게 되는 셈이다.
“그럼 반도체는 태우에게 넘기는 것으로 하자꾸나. 그렇게 하면 경준이 네가 현재건설을 인수할 수 있겠느냐?”
“채권단과 협의를 해 봐야 알겠지만, 태우그룹이 인수전에서 손을 뗀다면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영준이 너는 너무 아쉽게 생각하지 말거라. 현재건설과 반도체 사업부를 판매한 돈으로 다른 계열사를 살리는 데 집중하거라. 특히 현재증권만 제대로 잡고 있어도 자금 문제는 금방 해결될 게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영준은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했다.
부채만 안겨 주는 현재건설과 반도체 사업부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던가?
더는 은행권을 돌며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명동에 굽신거리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해진 장영준이었다.
***
다음 날.
나는 좋은 소식을 가지고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다이먼을 만났다.
“현재그룹에서 반도체를 태우에게 넘기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생각보다 빨리 반도체를 포기하네요. 확실히 자금이 부족하긴 한가 봅니다.”
“당연히 부족하겠죠. 중공업, 증권, 건설 모두 휘청거리고 있으니까요.”
“지금 보면, 태우 조선을 넘긴 게 신의 한 수 같습니다.”
현재그룹이 지금처럼 흔들리는 건 나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태우조선을 현재 중공업에 팔아 버리며 자금력을 부족하게 만들었고.
증권의 경우 원금 보장 펀드를 먼저 출시했기에 현재증권도 따라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건설업계는 SAVE 투자회사의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정부 주도 사업을 전부 따내었으니 현재건설이 수주할 사업이 없어졌다.
“장경준 회장이 약속을 지켰으니 우리도 약속을 지켜야겠죠? 현재건설을 장경준 회장에게 넘겨줍시다.”
“현재건설은 채권단의 손에 넘어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채권단에서 가장 입김이 강한 곳이 SAVE 투자회사 아니겠습니까?”
SAVE 투자회사는 현재그룹에게 많은 자금을 대출해 주었다.
태우조선을 인수하는 자금 모두를 SAVE 투자회사에서 빌렸으니까.
빌려준 돈은 전부 달러였고, 외환위기로 인해 대출금이 2배로 부풀려지기까지 했다.
그 부채는 각종 계열사로 골고루 퍼졌고, 현재건설의 채권단에 SAVE 투자회사도 포함되었다.
“현재건설을 너무 싼 가격에 장경준 회장에게 넘기진 마세요. 적당히 밀당을 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받아 내세요.”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분간은 현재차가 신차 개발할 자금이 부족할 정도로 쥐어짜 내 보겠습니다.”
“너무 많이 불러서 장경준 회장이 현재건설을 포기해 버리면 곤란해집니다.”
“딱 한계치까지만 받아 내겠습니다. 그래야 태우가 현재 반도체를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하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적자 규모가 너무 큽니다.”
지금 시점에서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경제 전문가의 입에서 ‘미친 짓’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걸 나라고 모를까? 다 방법이 있으니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하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