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28)
독식하는 재벌 3세-128화(128/518)
128화. 아쉬운 쪽 (2)
현재반도체를 가져와야 하지만.
과한 금액을 지불하면서 가지고 오고 싶진 않았다.
그러기 위해 다이먼이 반년 전부터 노력을 하고 있었다.
“현재 반도체를 얼마에 인수하면 좋겠어요? CL그룹이 지분 60%를 2조 5천억 원에 팔았었죠?”
“부채까지 인수했으니 6조 5천억 원에 인수했다고 봐야 합니다. 더 낮은 가격으로 인수하기 위해선 채권단의 손에 현재 반도체를 넘겼다가 인수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엄한 사람이 가져가진 않겠죠?”
“반도체 사업부의 이번 년도 적자 규모가 2조 원이 넘을 거라는 전망이 있으니 아무도 인수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전자의 반도체는 독이 든 성배였다.
그렇기에 회귀 전에는 무려 10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해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CL그룹까지 포기했으니 더 말할 게 뭐가 있겠나?
현재전자에게 강탈당한 반도체 사업부였지만, 엄청난 적자 규모에 CL그룹은 반도체 사업부 인수를 거절했었다.
‘반도체 없이 사는 법을 배웠다.’ 이런 유명한 망언까지 남기기도 했었다.
“절반 가격에 인수할 수 있겠어요? 3조 5천억 원 정도면 딱 적당할 것 같네요.”
“좋은 방법이 있긴 합니다. 현재그룹이 CL그룹에게 사용했던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정부의 도움을 받아 강탈하자는 말인가요?”
“물론 정부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현재그룹은 CL반도체를 인수할 때 현재 주가로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미 전례가 있으니 우리도 그렇게 나가도 되지 않겠습니까?”
CL그룹이 반도체를 강탈당했다고 말하고 다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현재그룹은 CL반도체를 인수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고 현재 주가로 지분을 인수하려고 했었다.
“현재 반도체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죠?”
“1998년 최고점을 찍었을 땐 3만 원이 넘었지만, 지금은 3천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매일 하한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1년만 더 가면 동전 주가 될 거란 전망까지 있습니다.”
현재 반도체는 정말 동전 주가 된다.
한 주 가격이 280원까지 떨어진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주식 세력들이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 소리까지 듣게 될 곳이 현재반도체였다.
“그럼 채권단에 잠시 맡겨 놓죠. 그래야 정부에서도 움직일 명분이 생기지 않겠어요?”
“현재 반도체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에 달합니다. 정부에서도 현재 반도체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할 것이 분명합니다.”
“다이먼이 뒤에서 열심히 흔들어 주세요. 그래야 주가가 더 떨어지지 않겠어요.”
“제가 건드리지 않아도 떨어지곤 있지만, 더 빠르게 떨어질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이제 바톤을 넘길 차례가 되었다.
사전 정지작업을 끝내 놓았으니, 마지막 깃발은 할아버지에게 넘기면 되었다.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기업 회장님들과의 대화는 내가 나서는 것보다 할아버지가 나서는 편이 더욱 효과적이었으니까.
***
한 달 후.
김태중 회장이 전경련 회의를 소집했다.
외환위기 이후 전경련의 구성원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부도로 망한 회사도 많았고 그로 인해 재계 순위가 뒤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태우, 현재, 삼진, CL, KS 같은 대기업들은 건재했기에 큰 소란 없이 회의가 진행되었다.
“다들 바쁘실 터인데 이렇게 회의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특히 오늘은 CL그룹의 고승택 회장님까지 참여해 자리를 빛내 주시는군요.”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고승택 회장을 바라봤다.
CL반도체를 현재그룹에 강탈당한 이후 한 번도 전경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었던 그였다.
그런데 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고승택 회장이 회의에 참여했고, 오늘 회의에서 대형 폭탄이 터질 거라고 확신하는 전경련 멤버들이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아직도 외환위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자꾸만 부실기업을 전경련에서 해결하라고 닦달을 하는군요. 그래서 오늘 회의를 소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에서 또 빅딜을 하라고 요청이 들어왔습니까?”
KS그룹 채정한 회장이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
다른 대기업은 자금 부족에 빠져 있었지만, KS텔레콤이라는 캐쉬카우를 보유한 KS그룹은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넉넉한 상황이었다.
“현재건설과 현재 전자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채권단과 산업 은행을 움직여 시간을 벌어 줄 테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전경련에서 하라고 하는군요.”
“현재건설은 제가 인수하겠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회장님들의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현재차 그룹 장경준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이미 현재건설은 채권단으로 넘어갔고, 현재차 그룹 차원에서 채권단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흠, 현재건설이라면 나도 관심이 가는군요. 부실한 곳만 떼어내면 나쁘지 않은 회사지요.”
“고 회장님!”
고승택 회장이 관심을 보였다.
CL그룹도 건설사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딴지 거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왜 제가 인수하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요? CL 건설과 현재건설을 합치면, 태우건설과 1위 다툼을 할 만해지지 않겠어요?”
“현재건설은 현재그룹의 모체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얘기해 봐서 뭘 하겠어요? 결정은 채권단이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고승택 회장이 오늘 회의에 참석한 이유가 있었다.
현재그룹에게 CL반도체를 강탈당한 한을 풀기 위해서였다.
“현재건설의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현재 전자 이야기를 이어서 하겠습니다. 현재 전자에서 반도체를 분리해서 채권단에 넘긴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반도체의 적자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워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영준 회장이 영혼 없는 말투로 말했다.
차마 CL그룹의 고승택 회장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기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쯧쯧, 멀쩡한 CL반도체를 뺏어가더니 꼴이 참 좋습니다.”
“외환위기에 IT 버블까지 터져 어떻게 손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게 삼키지도 못 할 음식을 왜 탐하는지. 쯧쯧쯧.”
장영준 회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고승택 회장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틀린 말이 없었기에 침묵을 유지했다.
“현재 반도체를 인수할 의향이 있는 기업이 있습니까? KS그룹은 어떻습니까? 반도체 사업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던데.”
“흠흠, 관심은 있지만 지금 당장은 인수하기 어렵습니다. 통신업계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어 자금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채정한 회장의 말에는 가시가 가득했다.
태우통신 때문에 KS텔레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김태중 회장은 애써 모른 척을 하며 고승택 회장을 바라보았다.
“흠, 그럼 CL그룹에서 다시 인수할 용의가 있습니까? 전자제품 회사가 반도체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게 그림상 좋지 않겠습니까?”
“CL전자는 반도체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웠어요. 현재그룹 덕분에 말이죠.”
현재 반도체의 적자 규모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2조 원 규모의 적자를 보는 회사를 인수할 멍청이는 없었고.
공짜로 준다고 해도 마다할 정도로 현재반도체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흠, 아무도 현재반도체를 인수할 마음이 없으신 가 봅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외환은행 이수현 은행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그룹 채권단 대표로 전경련 회의에 참석한 그에게 발언권이 주어졌다.
“현재전자가 CL반도체를 인수할 때 현재건설을 비롯한 여러 계열사를 담보로 여러 은행에 돈을 빌렸습니다. 현재반도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재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무너지고, 어음을 유통한 CL그룹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건설이야 담보를 섰으니 그렇다 쳐도 다른 현재그룹 계열사까지 위험하다는 말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현재전자는 미국 공장과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전량 현재전자가 구입하기로 약속했고, 이를 실행하지 못할 경우 현재상선, 현재중공업, 현재종합상사로 책임이 넘어갑니다.”
현재그룹은 CL반도체를 인수하기 위해 그룹 전체를 담보로 삼았다.
그도 그럴 것이 외환위기 직전에는 반도체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었다.
D램의 가격은 무려 8달러에 달했지만, 지금은 고작 1달러밖에 되지 않았기에 적자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흠, 외국 기업에서 인수 제안은 들어오지 않았나요?”
“미국의 마이크론에서 인수 제의가 들어오긴 했지만, 반도체 사업부에서 돈이 되는 부분만 인수 의사를 밝혔고, ……공짜로 주면 받는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장영준 회장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 또한 반도체 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
헐값에 한국 기업에 넘기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비싼 가격에 외국 기업에 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의 반응은 너무도 차가웠다.
돈으로 사겠다는 것도 아니고, 인수 자금을 자사 주식으로 치르겠다는 답변까지 들어야 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미국 정부에서 현재 반도체를 미국 기업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합니다. 현재반도체를 헐값에 넘기면 다른 한국 기업에 혜택을 주겠다는 말을 은밀히 전했다고 합니다.”
“도둑놈 심보가 따로 없군.”
“그래서 정부와 채권단은 한국 기업에서 현재반도체를 인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반도체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기에.
어느 대기업도 인수할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
김태중 회장마저 현재반도체를 인수할 마음을 접으려고 했었다.
그 순간.
드르륵,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휠체어 한 대가 안으로 들어왔다.
“장 회장!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긴 어떻게 왔는가?”
“사고를 쳤으면 당사자가 해결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들 정말 오랜만입니다.”
장영주 회장의 등장이었다.
현재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병원 생활만 하고 있는 그가 힘든 몸을 이끌고 회의장에 등장했다.
“고 회장, 내 마안허이. 내 욕심 때문에 이렇게 되었네.”
장 회장은 CL그룹 고 회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현재그룹을 재계 1위로 만들었던 장 회장의 약한 모습에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분노와 한이 가득 쌓인 고승택 회장마저 장 회장의 모습에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였다.
“그러게 왜 욕심을 부렸나? 현재그룹 전체를 담보 삼을 정도로 CL반도체가 가지고 싶었는가?”
“다 내 욕심이었네. 자식 놈들에게 괜찮은 회사를 나눠 주고 싶었던 애비의 욕심이었지.”
“그렇게 욕심을 부렸으면 잘해 보지 그랬나. 그랬으면 나도 자네를 마음껏 원망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고승택 회장이 고개를 돌려 버렸다.
이대로 장 회장의 얼굴을 더 보고 있다간 주책을 부릴 것만 같았다.
“고 회장, 내 부탁을 한 번만 들어주게나. 현재건설은 지키고 싶네. 영준이가 지키지 못했으니 이번엔 경준이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네. 내 마지막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나?”
“그 부탁을 내가 어떻게 들어주겠나? 현재건설 문제는 채권단과 상의를 해 봐야지. 나는 모르는 일이네.”
현재건설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돌려 말하는 고 회장이었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한 장 회장은 이번엔 김태중 회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김 회장, 현재그룹을 살려 주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