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29)
독식하는 재벌 3세-129화(129/518)
129화. 아쉬운 쪽 (3)
장영주 회장은 자존심을 버렸다.
지금 현재그룹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김태중 회장이라고 생각한 그는 철저히 저자세로 나왔다.
“태우그룹의 도움이 없다면, 현재그룹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네. 현재 반도체를 인수해 주게나.”
“마음 같아서는 당연히 그렇고 싶네만, 현재반도체를 인수하는 순간 태우그룹도 무너질 수가 있네. 현재그룹을 살리겠다고 태우그룹을 망하게 할 순 없지 않은가? 현재 반도체의 부채가 무려 16조 원에 달하는데 무슨 수로 인수를 한단 말인가.”
현재 반도체의 부채는 최악이었다.
정부와 은행이 긴급 수혈을 하고 있는 덕분에 숨만 붙어 있는 상황이었고.
장영주 회장은 최근 들어서야 이런 상황을 알게 되었다.
“자네가 결정만 한다면, 내가 직접 나서 채권단과 정부를 설득해 보겠네. 최대한 부채를 탕감한다면 태우그룹에서 충분히 경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채권의 25%를 상환하는 조건이라면 현재반도체를 인수해 보겠네. 하지만 채권단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일 걸세.”
채권의 25%.
이는 김태중 회장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었다.
부회장, 태우증권, 기획실까지 모두 모여 장시간 회의를 거쳐 책정한 현재반도체 인수 조건이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그 어느 은행에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건입니다.”
외환은행 이수현 은행장이 반대하고 나섰다.
현재 반도체 대주주이자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한 은행이 외환은행이었다.
그렇기에 채권단 대표로 전경련 회의에 참석했고, 나머지 은행의 뜻을 대변하고 있었다.
“정부의 도움을 직접 요청하겠네. 현재그룹도 살고 은행도 사는 방법을 찾아봅세나.”
“정부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부채 탕감을 75%나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현재반도체를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이대로 현재반도체가 망해 버리면 은행도 어려워진다네.”
25%라도 받을 수 있는 기회.
정부의 도움을 받고, 현재그룹의 지원을 받는다면 얼추 절반 정도의 금액은 회수가 가능하긴 했다.
반대로 현재 반도체가 정말 망하기라도 한다면?
매년 2조 원 이상 적자를 보는 반도체 회사이기에 외국 기업에서도 매각을 꺼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채권단에서 현재반도체를 경영한다면, 2조 원의 적자를 그대로 떠안아야 했다.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상의를 해 보겠습니다.”
“정부에서 최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내가 나서겠네. 그리고 현재그룹 차원에서도 최대한 자금을 마련해 보겠네.”
“좋은 방향으로 결정이 나면 현재 반도체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네.”
장영주 회장이 힘든 몸을 이끌고 김태중 회장의 손을 잡았다.
생기 하나 없는 가냘픈 손. 김태중 회장은 몇 번이고 손을 쓰다듬으며 장영주 회장을 안심시켰다.
***
밤 10시가 넘어서야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셨다.
전경련 회의가 힘들었는지 걸음걸이에 힘이 빠져 계셨다.
“회의가 많이 길어졌네요. 어떻게 원하는 방향대로 회의가 흘러갔나요?”
“모르겠구나. 장 회장이 직접 회의장까지 찾아와 채권단을 설득하긴 했다만, 부채 탕감을 75%나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협상의 기본은 가격 후려치기였다.
그래야 유리한 고지에서 밀당을 하며 괜찮은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채권단에서 70% 초반까지 부채 탕감해 준다고 하면 그때 인수하시면 됩니다.”
“은행 입장에서 그만큼이나 부채 탕감을 할 수 있겠느냐?”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채권단에서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현재 반도체 매각을 하려 들겠지만, 적자투성이 기업을 누가 인수하겠습니까? 그러니 30%라도 회수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겠죠.”
은행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찾아볼 터.
하지만 방법은 나오지 않을 것이고, 채권단에서 먼저 우리에게 손을 내밀게 되어 있었다.
“흠,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구나.”
“시간을 끌면 우리에게 유리한 싸움입니다. 적자는 계속 쌓여만 갈 테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현재 반도체를 인수해도 괜찮겠느냐? 매년 적자가 2조 원이나 발생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 정도 적자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적자가 날 것도 아니고 몇 년만 버티면 됩니다. 이미 현재반도체를 살릴 방안을 다 연구해 두었습니다.”
“네 말을 들으니 든든하구나.”
IT 버블로 나락으로 떨어진 반도체 업계지만.
결국 버티기만 하면 수익이 나기 마련이었고, 나는 버티는 기간을 단축시킬 방안까지 가지고 있었다.
“현재건설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아마도 현재차 장경준 회장에게 넘어갈 것 같구나. CL 고 회장이 처음에는 반대하고 나섰지만, 장영주 회장이 나서 양해를 구했으니 큰 문제 없이 인수 절차가 진행될 게야.”
장영주 회장의 등장은 나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변수의 등장은 환영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큰 도움이 되었다.
“어지럽게 꼬인 매듭을 장 회장님이 직접 풀어 주셨네요.”
“말년에 그게 무슨 고생인지. 쯧쯧쯧. 이래서 그룹에 돈을 쌓아 둬야 하는 게지. 우리도 언제 그런 꼴을 당할 줄 모르니 말이다.”
몇 년 사이에 참 많이도 변하신 할아버지였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부채도 능력이라고 말하며 사업 확장에만 집중하셨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나보다 더 소극적으로 움직이셨다.
“돈을 너무 쌓아 두어도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태우증권 사장이 그런 말을 하긴 하더구나. 주가를 방어하긴 해야 하니 그러라고 하긴 했지만, 일정 수준의 사내유보금은 남겨 두라고 했다.”
“제 마음 같아서는 이번 기회에 최대한 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외부에서 태우그룹을 흔들지 못하지 않겠습니까?”
“그보다 이번 기회에 상속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주가가 떨어졌을 때 너에게 지분을 넘겨야 상속세를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상속세가 걱정이긴 했다.
50%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에 최소 수조 원을 상속세로 내야 했다.
“태우그룹이 현재 반도체를 인수한다고 알려지면, 모든 계열사의 주가가 하락하지 않겠습니까? 그때 진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허허, 이놈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빈말이라도 ‘고맙습니다.’가 먼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
“항상 할아버지의 손자로 태어난 걸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럼 상속세 절차를 다 밟고 난 뒤 자사주 매입을 시작해야겠구나.”
나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할아버지의 재산을 노리는 나쁜 손자가 되니까.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헛기침을 하며 조용히 말을 꺼내었다.
“흠흠, 상속세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단다. 공익재단을 설립하거나 미술품 매입을 통해 재산을 상속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상속세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할아버지와 손잡고 감옥에 가고 싶진 않습니다. 감옥에 1~2년 갇혀 있는 것보다 고작 조 단위의 상속세를 내는 게 훨씬 낫습니다. 돈이야 벌면 그만이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허허, 조 단위를 고작이라고 했느냐?”
“할아버지의 손자라면 그 정도 그릇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속세 문제로 감옥에 간 기업 총수들을 여러 번 보았다.
지금이야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었다.
“그래 나도 이 나이에 감옥에 갈 수는 없지. 그래도 절세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마. 지분이야 어쩔 수 없지만, 현금 자산은 부동산을 매입해서 넘겨주마. 지금 부동산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상속세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게다.”
“감사합니다.”
솔직한 심정으론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가진 재산보다 내가 가진 재산이 더 많았으니까.
SAVE 투자회사에 있는 자금과 비교하면 할아버지의 재산은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러겠는가?
할아버지의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나는 공손한 자세를 취해야만 했다.
***
11월의 첫날.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오랜만에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다이먼은 물론이고, SAVE 투자회사를 맡고 있는 한 팀장과 데이비드까지 한국으로 들어왔다.
“현재 반도체의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채권단에서는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에까지 현재반도체를 매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관심을 보이는 곳은 완전 헐값에 가지고 가려 하고 있고요.”
“당연한 결과죠. 매년 2조 원의 적자를 보는 회사를 누가 인수하려고 하겠어요?”
“SAVE 투자회사에서도 바람을 열심히 넣고 있습니다. 월가에 현재반도체를 인수하면 망한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소문의 근원지는 우리였다.
한 팀장은 SAVE 투자회사를 통해 소문을 내었고.
엄청난 인맥을 보유한 데이비드가 소문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잘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태우그룹 전 계열사 주식을 떨어트려야겠어요.”
“SAVE 투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태우그룹의 주식을 일시에 매각하면 주가를 떨어트릴 순 있지만, 그럴 이유가 있습니까?”
“상속세 때문이죠.”
“……알겠습니다. 신호를 주시면 주가를 떨어트리겠습니다.”
한 팀장이 눈이 가늘어졌다.
‘꼭 있는 사람이 더 한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눈이었다.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렸고 데이비드와 눈이 마주쳤다.
“보스! 미국에 한번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문인가요?”
이번 주에 미국 대통령 선거기 실시되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의 격차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기에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부시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면, 보스가 직접 축하 인사를 전해 줘야 하지 않겠어요?”
“당연히 그래야죠. 약속 일정을 잡아 주세요.”
“그런데 부시가 대통령이 안 되면 어떻게 합니까? 여론 조사 기관마다 민주당이 유리한 곳도 있고, 공화당이 유리하게 나오는 조사도 있어요. 부시가 패배하면 SAVE 투자회사와 보스가 피해를 입지 않겠어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죠.”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내가 막대한 자금까지 지원해 주었으니 부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회귀 전보다 더 높았다.
“일단은 일정을 잡아 둘게요.”
“그리고 이왕 미국에 간 김에 다른 일도 처리해야겠네요. 퀄컴의 지분 인수를 할까 생각중입니다.”
“퀄컴이라면 휴대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 말씀이십니까? IT 버블로 주식이 반토막이 난 곳입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기도 하고요.”
IT 버블로 퀄컴의 주가는 80% 가까이 하락한다.
회귀 전을 생각하면, 앞으로 2년 동안은 더 주가가 떨어지겠지만.
아이폰이 등장하는 순간 주가가 폭등할 게 분명하니 지금 지분을 확보해 둬야 했다.
그리고 현재 반도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도 퀄컴의 기술력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