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3)
독식하는 재벌 3세-13화(13/518)
13화. 인재 모집(3)
태우그룹 장학 재단은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했다.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100명의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였고, 3억 원에 가까운 돈이 재단에서 빠져나갔다.
재단의 자본금이 200억 원이니 3억 원은 그리 큰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처리된 장학금은 1차에 불과했고, 나는 벌써 3차 장학금 지급 명단까지 선발해 놓은 상태였고, 오늘 할아버지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드렸다.
“허허, 그러니까 다음 분기까지 총 10억 원을 쓴다는 말이구나. 대충 1년에 20억 원을 쓰게 되니 재단 자본금은 10년이면 씨가 말라 버리겠구나.”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 1년에 20억 원이 아니라 40억 원 규모까지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허허허, 우리 손자가 남을 이렇게나 생각해 주는지 몰랐구나. 할애비의 입장에서는 장하다고 칭찬해야겠지만, 나는 네 할애비이기 전에 태우그룹의 경영자란다.”
할아버지가 인상을 쓰셨다.
항상 내게는 미소만 보이셨던 할아버지였기에 지금 얼마나 화가 나신 상태인지 직감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런 보고를 하면 할아버지가 화를 낼 줄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화를 단번에 풀어 드릴 방법 또한 가지고 왔다.
“그리고 보고드릴 안건이 하나 더 있어요. 태우장학재단에 기부를 하고 싶다는 사람과 단체가 있습니다.”
“혹시 하청 업체 사장들을 만나고 다녔더냐? 하청 업체들이 아무리 우리에게 일감을 받아 돈을 번다고 해도 그들을 쥐어짜는 건 내가 용납지 않는다.”
“하청 업체 사장님들을 제가 왜 만나겠어요? 기부자 명단을 보시면 알겠지만, 하청업체와 전혀 관련 없어요.”
할아버지는 그제야 명단을 확인하셨고.
심지어 명단에는 한글로 된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퀸텀펀드의 대표? 이 사람들이 왜 태우장학재단에 기부를 하겠다는 게냐?”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저를 좋게 봐 줬는지 선뜻 기부를 하겠다고 하시네요.”
“아무리 너를 좋게 봤다고는 하지만, 기부금으로 무려 100억 원을 낸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이더냐?”
할아버지가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보셨다.
사실 퀸텀펀드에서 나에게 100억 원을 기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당연히 100억 원은 SAVE 투자회사에서 나오는 돈이었고, 퀸텀펀드는 그저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었다.
“제가 방학 시즌마다 퀸텀펀드에서 인턴을 하기로 했어요.”
“인턴과 기부금은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이냐?”
“제가 기부금 100억 원을 받을 정도의 인재라는 거죠.”
“너의 어떤 모습을 보고 그렇게 판단했는지 나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구나.”
“할아버지는 저를 너무 어린아이처럼만 보세요. 저는 퀸텀펀드에서 100억 원을 투자받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해요.”
말도 안 되는 변명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분명 할아버지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비서실장을 통해 뒷조사를 시작할 게 뻔했다.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일을 계획한 것이기도 했다.
“허허, 100억 원을 기부받을 생각으로 장학금을 그렇게나 뿌린 것이구나. 일단 알겠으니 방에 가서 쉬고 있거라.”
“할아버지가 보기엔 제가 아직 돈의 소중함을 모르는 아이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저는 돈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어요. 그 점은 꼭 알아주세요.”
나는 그 말을 뒤로하고 서재를 나왔고.
거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상황을 지켜봤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비서실장이 급히 할아버지의 서재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
김태중 회장은 김택훈 비서실장에게 기부금 명단을 보여 주었다.
“퀸텀펀드의 대표가 장학 재단에 1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하는군. 정확히는 재단이 아니라 민재에게 투자하는 거라고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도련님이 미국에서 공부하실 때 월가의 사람들과 자주 만났다는 보고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퀸텀펀드의 대표가 100억 원을 투자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얼마나 필요하겠나?”
“월가의 일이라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름 안에 최대한 사실을 파악해 보고드리겠습니다.”
김태중 회장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 누구보다 손자가 뛰어남을 알고 믿고 있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혹시 월가에서 태우그룹을 작업하기 위해 민재 녀석에게 접근한 것은 아니겠나?”
“그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태우경제연구소의 말에 의하면 지금 월가는 영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에휴, 괜히 미국에 보내서 헛바람만 잔뜩 집어넣은 게 아닌가 싶어.”
“제가 본 도련님은 그렇게 그릇이 작은 사람이 아닙니다. 어떨 때 보면 10대가 아니라 산전수전을 다 겪은 50대의 임원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김 실장은 허튼소리를 할 사람이 아닌 걸 김 회장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100억 원이라는 거액의 기부금과 퀸텀펀드라는 이름값 때문에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자네가 민재를 잘 봐줘서 고맙지만 아직 미성년자에 불과하네. 최대한 자세히 조사를 해 주게나.”
“제가 직접 미국을 다녀오겠습니다.”
김 실장은 바로 다음 날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고.
도착 즉시 태우증권에서 일했던 증권맨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퀸텀펀드의 관계자도 만나 김민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다녔다.
김 실장의 인맥은 나름 막강했다.
한국에서 보다는 아니겠지만, 세계 시장에 뛰어든 태우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인맥을 만들어 두었고. 월가에도 적지 않은 수의 인맥이 존재했다.
그렇게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보름 뒤 한국으로 돌아온 김 실장.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정리한 내용을 김태중 회장에게 보고를 올렸다.
“퀸텀펀드에서 태우그룹이나 도련님을 노리고 접근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도련님이 먼저 퀸텀펀드에 접근을 했고, 도움을 주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민재 그 어린놈이 퀸텀펀드 같은 거대 헤지 펀드에게 무슨 도움을 줬다는 말인가? 자세히 한번 말해 보게나.”
김 실장은 미국에서 수집한 정보를 하나도 남김없이 풀었다.
특히나 태우증권 소속이었던 직원에게 받은 김민재의 대학 입시 에세이를 강조했다.
“도련님은 하버드 입시에 필요한 에세이를 걸프전에 관련해 작성했습니다. 걸프전에 미국이 참전하는 순간 전쟁이 빠르게 끝날 것을 예상했고,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퀸텀펀드와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퀸텀펀드의 대표들이 도련님의 뛰어난 시각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민재가 걸프전의 상황을 예상했다고?”
“특히나 유가가 급변할 것을 예측했다고 합니다.”
“허허,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군.”
“퀸텀펀드에서는 도련님을 학교 방학 기간 동안 인턴으로 받는 가치가 100억 원 이상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자기 손자가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뛰어남을 선보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였다.
“금융 감각을 익히라고 증권사 직원 몇 명을 붙여 줬더니 월가의 관심을 받을 정도가 되어 버렸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을 미국으로 파견 보내 샅샅이 뒤져 보겠습니다.”
“그러지 말게나. 민재가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과하게 감시하면 괜히 안 좋은 오해만 쌓일 수 있다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본 도련님은 다른 재벌가 2세, 3세와 다릅니다. 감시하는 것보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도련님을 위하는 행동이라 생각됩니다.”
기업 오너 가문의 일은 보통 비서실장이 처리한다.
재벌 2, 3세의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다른 기업의 비서실장을 많이 보아 온 김 실장이었다.
그렇기에 김 실장은 사고 한 번 치지 않는 김민재를 좋아하였고, 우수한 성적으로 하버드에 입학하기까지 하자 더더욱 다른 기업의 재벌 3세와 비교하게 되는 그였다.
“감시는 그렇다고 쳐도 혹시 모르니 경호 인원은 더 많이 배치하게나.”
“미국의 경호 업체에서 유능한 인재 몇 명을 영입해 불의의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기부금 100억 원.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김태중 회장은 손자인 김민재를 믿었다.
그리고 100억 원이 큰 금액이긴 했지만, 태우그룹을 이끄는 그에게는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기도 했다.
* * *
재단 근처의 분식집.
나는 라면 국물에 김밥을 적셔 맛깔나게 씹어 먹고 있었고, 맞은편에서는 한 팀장이 라면을 깔짝깔짝 건드리기만 하고 있었다.
“왜 안 먹어요? 입맛이 없어요?”
“도련님은 라면을 너무 자주 드시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도 일주일에 4번은 드셨습니다.”
“귀한 음식이니 자주 먹어 줘야죠.”
“라면이 귀한 음식이라니요?”
나는 라면이 얼마나 소중한 음식인지 전생을 통해 깨달았다.
재벌 3세일 때는 라면을 먹을 일이 없었지만, 할아버지가 감옥에 끌려갔을 때 국세청에서 재산을 다 뺏어 갔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맞아 얼마 남지 않았던 재산까지 전부 탕진했었다.
그때는 정말 라면 사 먹을 돈도 없었다.
아쉬운 소리를 하면 돈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재벌 가문의 자존심이 남아 있어 구걸까지는 하지 않았었다.
어쩌다 돈이 생기면 나는 라면부터 쟁여 두었다.
그러고도 돈이 남으면 김밥 한 줄을 사서 라면과 함께 먹곤 했었고, 내 생에 가장 맛있는 음식이 라면에 김밥이었다.
“그것보다 미국의 일은 잘 해결됐죠?”
“예상대로 김 실장님이 미국으로 직접 찾아왔습니다. 미리 만들어 놓은 대본대로 상황이 흘러갔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게 하기 위해 들인 노력이 얼만데 당연히 그렇게 흘러가야죠.”
기부금 100억 원.
이는 단순히 재단의 자금을 융통하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나를 여전히 어린아이로만 보시는 할아버지에게 내 성장을 알려 주기 위해 나는 이런 대본을 만들었다.
그래야 나중에 편해진다.
태우그룹에 입사하고 내 뜻대로 회사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에게 내가 단순히 손자가 아닌 뛰어난 인물임을 각인시켜 둬야 했다.
물론 한 번에 각인시키기란 힘들다.
그래서 나는 대학 졸업하기 전까지 이러한 대본을 몇 개 더 만들어 차근차근 진행해 나갈 계획을 세워 두었다.
“그리고 펀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확실히 데이비드가 사람 마음을 사는 데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데이비드만 나서면 일이 쉽게 흘러가곤 합니다.”
“비싼 연봉을 주는 이유가 있는 법이죠.”
“현재 30명가량을 펀드에 가입시켰습니다. 뒷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펀드에 가입하는 일이니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펀드 가입이 확실히 비자금보다야 마음이 편하겠지.
그렇게 쉬운 마음으로 펀드에 가입했겠지만, 몇 년 후에 펀드에 넣은 돈이 수십 수백 배로 불어나 있으면 어떻게 될까?
“펀드 가입이 사실은 라인에 들어가는 동아줄임을 곧 알게 될 거예요.”
“그때가 되면 우리가 펀드 가입을 묻고 다니는 게 아니라 서로 펀드에 가입하고 싶어 난리가 나겠죠. 그리고 펀드의 실소유주가 도련님을 알게 된다면 동아줄이 황금 동아줄인 것도 알게 되겠지요.”
“지금은 굳이 알릴 필요가 없어요. 그래도 펀드 가입자를 뒤에서 좀 도와주긴 해야겠어요. 알력 싸움에 밀려서 조직에서 쫓겨나는 일이 생기면 곤란하니까요.”
“그런 일이 생기면 즉시 보고드리겠습니다.”
나만의 라인을 만드는 작업이 착실히 진행 중이다.
태우그룹을 살리느라 내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