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31)
독식하는 재벌 3세-131화(131/518)
131화. 아쉬운 쪽 (5)
SAVE 투자회사의 회의실.
주요 인원이 모두 모여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듯 팝콘과 콜라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었지만, 우린 영화를 보고 있지 않았다.
영화보다 오히려 더 재밌는 대통령 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부시가 무난하게 대통령에 당선되겠습니다. 54대 3까지 앞서가고 있어요.”
“아직 더 지켜봐야죠.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는 남부 지역 개표가 먼저 끝났어요. 플로리다 개표가 시작되면 뒤집힐 수도 있어요.”
개표가 계속 진행되자 상황이 재밌게 흘러갔다.
54대 3으로 유리했던 스코어가 텍사스 개표까지 진행되자 119대 121로 박빙이 되었다.
“이제 뉴욕 개표를 시작했습니다.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라 표 차이가 좀 벌어질 수도 있겠어요.”
“좀 밀리긴 하겠죠.”
조금 밀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박빙이었던 차이가 어느새 153대 192로 크게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이대로라면 부시의 대통령 당선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오하이오주의 개표가 시작되자 판도가 바뀌었고.
플로리다주의 개표 결과가 경합으로 변하면서 차이가 확 줄어들었다.
“완전히 반반 싸움이 되었습니다. 서부와 남부는 공화당이 먹고, 해안에 가까운 주는 민주당이 먹고 있어요.”
“246대 249이군요. 살짝 밀리고 있긴 하지만 플로리다의 결과에 따라 결과에 따라 충분히 뒤집을 수 있겠어요.”
우리는 계속해서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어느새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고, 한 명씩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할 때.
“플로리가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네요. 플로리다까지 부시 우세 지역으로 떴으니 이제 결과가 뒤집힐 일은 없겠어요.”
이제는 마음 놓고 개표 방송을 볼 수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정말 아슬아슬한 격차로 부시가 승리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가 개입해서 그럴까? 생각보다 큰 격차로 플로리다에서 승리한 부시였다.
지이잉!
새벽 4시가 지난 늦은 시간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부시의 선거 캠프에서 걸려 온 전화임을 직감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네. 자네 덕분일세. 방금 고어 후보에게 승복 전화를 받았다네.]부시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오랜 선거 캠프로 목이 쉰 상태였지만, 그의 감정이 또렷하게 전달되었다.
“저에게 먼저 연락을 주신 겁니까?”
[자네 생각이 가장 먼저 나더군. 취임식에 초대를 할 테니 꼭 와 주게나.]“당연히 참석해야지요. 불러만 주시면 모든 일을 제쳐 두고 참석하겠습니다.”
[그럼 그때 보게나. 다른 곳에 연락을 돌려야 하니 이만 끊겠네.]“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대통령 당선인님.”
긴장했던가?
양손으로 공손히 바치고 있던 휴대폰을 책상 위에 던져 놓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부시 당선인의 전화였습니까?”
“고어 후보가 승복을 했다고 하네요.”
“이번에도 대표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언제 실패한 적 있나요? 그러니 퀄컴의 지분을 빨리 확보해 주세요.”
“이미 35%까지 확보를 했습니다. 이번 달 내로 50%까지 확보가 가능합니다.”
“지분 확보를 마치면, 퀄컴이 태우 반도체와 파운드리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움직여 보세요.”
“지분 50%면 최고 경영자를 바꿀 수도 있는 지분입니다. 당연히 그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애플과 퀄컴만으로 충분할까?
AMD를 비롯한 다른 IT 회사의 지분도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더 많은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재 반도체는 아직 그럴 능력이 되지 않았다.
우선은 안정적으로 애플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그러고 난 다음 다른 IT 기업을 공략해도 늦지 않았다.
IT 버블은 아직 꺼지지 않았으니까.
최소 내후년까지는 IT 기업의 주가는 계속 하락할 테니, 지금 당장 움직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쉴 틈도 없이 나는 회사로 출근을 했고, 태우전자 우성일 사장과 기획실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반도체 상황은 어떤가요?”
“채권단이 반쯤 포기한 분위기입니다. 외국 기업과 접촉을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아무도 나서고 있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정부에서도 압박을 가하고 있어 부채 탕감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시간은 우리 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단이 알아서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는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아이폰의 출시에 맞추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현재 반도체를 인수해야만 했다.
“채권단을 모두 불러 주세요. 제가 직접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습니다.”
“안 그래도 채권단에서 몇 번이나 미팅을 요청해 왔었습니다.”
“저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군요.”
“회장님께서 부회장님에게 전권을 위임하셨기에 채권단은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서로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가 애플과 독점 계약을 맺었다는 건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에 겉으로 보기엔 채권단만이 아쉬운 상황처럼 보였다.
“내일 채권단을 만나 봐야겠군요.”
“일정을 잡아 보겠습니다.”
기획실장이 일정을 잡기 위해 부회장실을 나섰고.
홀로 남게 된 우성일 사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현재 반도체를 인수하면, 태우전자가 관리하게 될 겁니다. 관리가 가능하겠어요?”
“최선을 다해 관리를 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적자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성일 사장의 능력 밖의 일이긴 했다.
적자를 2조 원씩 보는 기업을 한순간에 흑자로 전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우성일 사장을 탓할 생각으로 꺼낸 말이 아니었다.
“적자는 당연한 일이죠. 아마 우리가 현재 반도체를 인수하면, 적자폭이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어요.”
“솔직히 저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워낙 좋지 않아 향후 2~3년 동안은 지금의 적자폭이 유지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더 공격적으로 경영을 해야겠어요. 태우전자의 유보금을 현재 반도체 회생에 전부 사용할 생각입니다.”
“태우전자의 유보금을 전부 사용한다고 해도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태우전자는 많은 수익 모델을 보유하고 있었다.
가전제품을 시작으로 IT 사업들로 매년 엄청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재 반도체를 회생시킬 자금으로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서 태우통신의 자금까지 사용할 계획입니다. 합작 회사 같은 개념으로 태우전자와 통신이 현재 반도체를 공동으로 경영하는 방식이죠.”
“태우통신의 유보금까지 사용할 수 있다면, 적자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현재반도체로 인해 태우전자와 통신이 동시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괜한 걱정을 하는 우성일 사장이었다.
정 안 되면, SAVE 투자회사의 자금력까지 동원할 생각이었으니까.
“걱정 마세요. 제가 모든 걸 책임지겠습니다.”
“그럼 태우통신과 함께 현재반도체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서겠습니다.”
“너무 티 나게 하지는 마세요. 채권단에서 냄새를 맡으면 가격이 더 올라가 버리니까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움직이겠습니다.”
***
다음 날.
현재 반도체 채권단이 태우그룹을 찾았다.
대형 은행 은행장 혹은 부행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현재반도체 문제는 채권단에게도 심각한 사안이었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김민재 부회장입니다. 여기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태우그룹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저희가 감사하지요.”
채권단과 간단한 인사부터 나눴다.
지금까지는 아주 화목한 분위기였지만, 본론을 꺼내는 순간 험악한 분위기로 뒤바뀌었다.
“채권단에서는 태우그룹의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일정 부분 채무 탕감은 각오하고 있지만, 75%나 채무 탕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은행도 기업의 일종입니다. 어느 기업이 75%나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습니까?”
“태우그룹이 손해를 보는 건 상관없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반대로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부채의 25%를 안으면서까지 현재 반도체를 인수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적자가 매년 2조 원씩 나오는 회사를요?”
“…….”
채권단의 말문이 막혔다.
현재반도체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이번 인수 합병으로 태우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래도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좋은 값에 현재 반도체를 팔아야 했기에, 외환은행 은행장이 대표로 말을 꺼내 들었다.
“반도체는 결국 사이클입니다. 몇 년만 기다리면 흑자로 전환되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몇 년 동안의 봐야 할 적자가 최소 6조 원 이상입니다. 흑자로 전환된다고 해서 손해를 메꿀 수 있을까요?”
“태우그룹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외국 기업보다 태우그룹에서 인수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결국 애국심을 건드리는 은행장이었다.
그만큼 현재반도체는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다.
차라리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술력을 내밀었다면 모를까.
애국심을 꺼내는 순간 이번 협상은 내게 유리하게 흘러가게 되어 있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 그대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막심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현재반도체에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채권단은 왜 그러지 않으십니까?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큰 양보 부탁드립니다.”
“당연히 큰 양보를 해 드려야죠. 부채 탕감을 50%까지 해 드리겠습니다.”
장난치나?
부실 채권의 경우 10%만 받아도 잘 받았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50%나 받아 먹겠다니 얼마나 도둑놈 심보인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태우그룹은 기존의 조건을 고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우전자와 현재반도체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정말 75%의 부채 탕감이 아니면 현재반도체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것니까?”
“그렇습니다.”
“잠시 우리끼리 대화를 나눠 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30분 동안 나가 있겠습니다.”
나는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고민이 되겠지. 25%라도 받느냐 아니면, 채권단에서 현재반도체를 회생시키느냐.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한 외환은행의 경우엔 조금이라도 더 받아 내고 싶을 터.
하지만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채권단에 포함된 6개의 은행장 중 이미 절반이 데이비드와 만남을 가졌으니까.
은행장은 결국 계약직에 불과했다.
계약이 끝나면 결국 은행을 떠나 자립해야 했고, 그 문제는 내가 손쉽게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부회장님, 채권단 회의가 끝났다고 합니다.”
30분 후 기획실장이 나를 찾아왔다.
의자에 기대 잠시 졸았더니 훨씬 가벼운 몸놀림으로 회의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채권단 회의를 통해 최종 조건을 결정했습니다. 부채 탕감을 65%까지 해 드리겠습니다. 이 이상은 절대 안 됩니다.”
“저도 잠시만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조금 아쉬운 조건이긴 했다.
1~2년만 더 시간을 끌면 70%가 넘는 부채 탕감을 받아 낼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의 출시 일정에 맞추기 위해선 지금 당장 현재반도체를 인수해야만 했다.
사실 다급한 쪽은 나였다.
그걸 숨기기 위해 나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후우, 정말 아쉬운 조건이군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채권단과 현재반도체 그리고 태우그룹이 살아날 방법이 이것뿐이라면 받아들여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