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32)
독식하는 재벌 3세-132화(132/518)
132화. 대폭락 (1)
11월 21일.
태우그룹이 현재반도체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내가 직접 채권단과 악수를 나누며 서류에 서명을 하고는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현재반도체 인수를 축하드립니다.”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겠네요. 엄청난 폭탄을 안게 된 셈이니까요.”
“폭탄을 잘 사용하면 원자력 발전소가 되는 거고 잘못 사용하면 핵폭탄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표님이라면 폭탄을 아주 잘 만지실 거라 확신합니다.”
다이먼이 어울리지 않게 아부를 떨어 주었다.
그가 이렇게 반응할 정도면, 언론에서 심각한 반응이 나왔다는 건데.
“언론에서 저를 보고 미친놈이라고 하던가요?”
“그렇게 원색적인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뉘앙스의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긴 합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현재반도체를 인수했는데 좋은 소리가 나왔다면, 채권단이 이 가격으로 현재반도체를 넘기지 않았겠지.
“당분간 그런 반응이 계속 나올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심한 말도 나올 수 있겠네요.”
“이미 후계자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반도체 인수를 대표님이 적극 추진했다고 해서 나온 말 같습니다.”
“태우그룹 주가가 아주 난리가 났겠군요.”
“실시간으로 주가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태우전자와 태우통신의 주가는 방어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방어를 왜 한단 말인가.
내가 원하던 상황인데.
“SAVE 투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태우그룹 주식도 던져 버리세요. 그래야 주가가 더 빨리 떨어지지 않겠어요?”
“한국 주식 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잘못하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할 수도 있습니다.”
서킷브레이커는 회로 차단기에서 유래된 말이었다.
주식 시장에서는 갑작스런 대폭락 사태를 막기 위해 잠시 주식 시장을 멈춰 과열을 막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었고.
이미 한 차례가 발동된 적이 있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 아니겠는가?
SAVE 투자회사가 주식을 던지기 시작하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월가의 투자회사들도 동시에 던지게 될 테니까.
SAVE 투자회사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관측하고 있는 월가였으니까.
“상속 절차를 시작하기 딱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SAVE 투자회사를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그런데 데이비드는 지금 어디에 있죠?”
“잠시 사우나에 갔습니다.”
미국 사람이 무슨 사우나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매일 술독에 갇혀 지내서 그런가 사우나에서 땀 빼는 걸 즐기는 데이비드였다.
“저 찾으셨습니까? 보스!”
“아주 때깔이 좋네요.”
바나나 우유를 쪽쪽 빨며 사무실로 들어오는 데이비드였다.
얼마나 땀을 뺐는지 피부가 뽀얗다 못해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술기운을 쫙 빼고 왔습니다. 은행장들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봤는데 주량이 엄청나더라고요. 그리고 왜 한국 사람들은 폭탄주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은행장들까지 술을 말아 마실 줄은 몰랐어요.”
“폭탄주는 한국의 전통주나 다름없죠. 그래서 말인데 이번엔 대만 술을 좀 마셔 줘야겠어요.”
“대만이라면 또 고량주가 유명하죠. 누구와 고량주를 마시면 됩니까?”
데이비드는 SAVE 투자회사에서도 손꼽히는 연봉을 받는다.
보너스까지 더하면, 하루에도 몇억 원씩을 받아 가는 비싼 몸이 데이비드였다.
그런 사람을 보낼 정도로 중요한 일이 대만에 있었다.
“인재 몇 명을 영입해야겠어요.”
“인재 영입이라면 또 제가 전문이죠. 명단만 주시면 전부 한국으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특히 웨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예일 대학교를 나왔습니다. 그 사람은 반드시 데리고 오세요.”
대만에는 TSMC라는 회사가 있었다.
회귀 전에는 반도체 파운드리 1위 회사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아직은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기 이전이었으니 말만 잘한다면 그 회사의 인재들을 영입할 수가 있었다.
“예일대 출신이라면 말이 잘 통하겠네요. 맡겨만 주세요.”
“이번에도 보너스를 넉넉하게 챙겨 줄 테니 부탁 좀 해요.”
“부탁이라뇨. 보스의 명령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하지 않겠어요?”
바나나 우유를 단숨에 비운 데이비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재 영입은 그에게 맡겨 두었으니 이제 나는 현재반도체의 기존 인원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되었다.
***
현재반도체가 태우반도체로 이름을 바꾼 지도 일주일.
그동안 나는 밤새도록 현재반도체 직원 명부를 확인하며 능력치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뛰어난 인재가 많았다.
2조 원의 적자를 보는 회사니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이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능력만 놓고 본다면 태우전자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도 문제가 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고.
특히 임원급 중에서 능력치가 떨어지는 사람은 전부 살생부 명단에 추가했다.
반대로 임원급은 아니지만, 능력이 되는 사람은 승진 명부에 추가했다.
특히 유석재 상무의 능력은 탁월했다.
반도체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었고, 무려 S급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가만히 두겠나?
나는 그를 부회장실로 불러들였고, 태우전자 우성일 사장과 태우통신 이주영 사장도 함께 불렀다.
“반갑습니다. 제가 갑자기 연락해서 많이 놀라셨죠?”
“아, 아닙니다. 부회장님을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유석재 상무가 많이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부회장인 내가 중앙에 있었고, 양옆에는 태우전자 사장과 태우통신 사장이 서 있으니 당연히 긴장이 되겠지.
“현재반도체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란 이야기가 나오곤 했었죠. 그런데 요즘은 삼진 반도체와 일본 반도체 회사에게 밀린다고 하더군요.”
“축적된 기술력만 놓고 본다면 절대 밀리지 않습니다. 특정 분야에서는 오히려 우리 현…, 태우반도체가 앞서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 태우반도체란 말이 입에 붙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긴장을 해서 말이 헛나왔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하려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당연히 가능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태우반도체가 가진 기술력을 단순히 파운드리에 사용하는 건 낭비에 가깝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앞으로 생산해야 할 반도체의 종류입니다.”
나는 설계도 몇 장과 관련 자료 몇 장을 꺼내 들었다.
반도체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애플에서 자체 설계한 반도체 설계도가 함께였다.
물론 설계도 원본은 아니었고.
중요 기술은 검게 칠해져 있어 알아보기가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유석재 상무는 반도체 업계에서 오래 일했기에 단번에 설계도의 복잡함을 알아차렸다.
“정말 휴대폰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생산 가능하겠습니까?”
“가능은 하지만, 수율이 문제입니다. 이 정도로 복잡한 설계면 수율이 50%도 안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럼 가능은 하다는 말이군요.”
수율은 불량률의 반대말이었다.
50%의 수율이면 불량품이 50%라는 뜻이기도 했다.
“가능은 하지만, 생산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을 하다 보면 수율이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작업자들이 손에 익으면 수율이 향상되긴 하지만, 안정화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1년에 600만 개 정도를 생산해야 됩니다. 그 전에는 수율이 안정화되겠죠.”
“600만개나 말씀이십니까? 수율을 생각하면 지금 보유한 장비만으론 일정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적자를 2조 원씩 보는 기업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그러니 현재반도체의 설비는 업그레이드되지 못하고 있었고, 고장 난 기계를 자체 수리해 사용하는 지경이었다.
“원하는 만큼 설비를 새로 장만하세요. 기존의 노후화된 장비도 이번에 신형으로 전부 교체해도 좋습니다.”
“장비의 가격이 한 대에 1,400억 원이 넘습니다. 납품 일정을 맞추려면 최소 1조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1조 원 가지고 되겠어요? 이번 년도에 10조 원 이상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10조 원이나 말씀이십니까?!”
입을 다물지 못하는 유석재 상무였다.
현재반도체 시절에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을 터.
그런데 10조 원을 1년에 투자하는 회사를 만나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물론 10조 원에는 신축 공장 공사비도 포함되어 있으니 실제로 투자되는 금액은 3~5조 원 사이일 겁니다.”
“너무 과하지 않겠습니까?”
“유석재 상무님은 다른 생각은 하지 마세요. 무조건 납품 일정만 맞춘다는 각오만 해 주시면 됩니다. 수율이 50%밖에 나오지 않으면 2배의 재료를 투입하면 그만입니다. 불량품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구박받는 일도 없다고 약속드리죠.”
인풋이 있는 만큼 아웃풋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물론 반도체 산업의 경우 그 시간이 매우 길지만, 인풋을 확 늘려 버리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충분히 가능은 하지만, 인원이 조금 부족합니다. 반도체 업계 특성상 전문 인력 양성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 문제라면 걱정 마세요. 전문 인력을 스카웃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사람을 보내 뒀습니다.”
“이렇게까지 지원을 해 주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원을 받은 만큼 결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유석재 상무의 얼굴에서 비장함이 감돌았다.
처음 부회장실로 들어올 때만 해도 긴장한 신입 사원 같았다면, 지금은 백전노장의 기백을 보여 주고 있었다.
***
태우반도체를 살리기 위해선 돈지랄이 필수였다.
태우그룹은 충분히 돈지랄을 하고도 남는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낄 수 있는 돈은 최대한 아껴야 했다.
그러기 위해 나는 할아버지를 찾았고.
직접 차까지 내려 할아버지 앞에 내려놓으며 아양을 부렸다.
“태우그룹에 드디어 제대로 된 반도체 회사가 생겼네요. 기분 좋으시죠?”
“좋긴 뭐가 좋겠느냐. 적자투성이 기업을 인수해서 흰머리만 늘게 생겼구나.”
“그래서 말인데요.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도움이 있었으니 채권단에서 부채를 65%나 탕감해 준 것 아니겠느냐?”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란 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정부에서도 현재반도체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가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노력이 충분해 보이지 않았다.
“세금 감면 혜택을 요구하면 어떨까요? 최소한 흑자 전환을 할 때까지만이라도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부담이 많이 줄지 않겠어요?”
“정부야 해 주고 싶겠지만,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기 않겠느냐? 우리만 혜택을 보면 삼진전자가 가만히 있겠느냐?”
“삼진전자도 혜택을 받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거긴 고작해야 1조 원도 안 되는 적자를 봤으니 우리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더 많습니다.”
할아버지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기셨다.
그러곤 미소를 지으며 차를 단숨에 들이켜셨다.
“청와대에 들어가 봐야겠구나. 현재반도체를 인수 거부하겠다고 협박을 하면 어느 정도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역시 이런 일은 할아버지가 제격이었다.
정부를 상대할 때만큼은 할아버지보다 든든한 사람이 없었다.
나는 궂은일을 대신해 주는 할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