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33)
독식하는 재벌 3세-133화(133/518)
133화. 대폭락 (2)
나는 계속해서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다른 주제를 꺼내 드셨다.
“그런데 상속을 이제 슬슬 진행해야 하겠구나. 현재반도체 인수 이후 그룹 전체 주가가 많이 빠졌더구나.”
할아버지의 어깨가 갑작스레 뭉쳤다.
주가가 떨어지면 상속에는 유리하긴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에는 악영향을 끼쳤다.
“상속 절차가 끝나는 대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면 주가는 다시 반등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많이 빠져나갔다고 하는데 가능할는지 모르겠구나.”
그 외국인 투자자가 나라고는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다.
그저 확신이 넘치는 말투로 할아버지를 안심시키는 것이 최선이었다.
“1년 안에 반등을 넘어 상한가를 경신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내 손자답구나. 기회는 위기 속에서 태어나는 법이다. 어렵다고 해서 현실에 안주하면, 쓰러지기 마련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서 태우전자와 태우통신의 사내 유보금을 태우반도체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선은 3조 원 정도를 긴급 투입하고, 추후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해 태우반도체를 정상화시키려고 합니다.”
스윽, 할아버지가 내 손을 밀어내셨다.
그러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시고는 눈을 똑바로 바라보셨다.
“자신 있느냐?”
“자신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실패하면 우리도 현재그룹 꼴이 날 수가 있어.”
“같은 꼴을 당해도 살아남을 자신은 있습니다.”
“어디서 이런 놈이 태어났을꼬. 허허.”
할아버지가 얼마나 태우반도체를 걱정하시는지 잘 알고 있었다.
걱정하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려면 내가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
2000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난 달부터 애플에서 원하는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유석재 상무가 수율 보고서를 들고 부회장실을 찾아왔다.
“얼굴이 많이 상하셨네요. 아주 반쪽이 되셨어요. 용한 한의원에 가서 한약이라도 한 재 지어 드려야겠네요.”
“죄송합니다. 수율이 제 생각보다 더 안 나오고 있습니다.”
“왜 사과를 하고 그러세요. 불량품이 얼마가 나오든 상관없어요. 수율이 10%가 나와도 괜찮으니까 고개 드세요.”
유석재 상무는 눈가가 촉촉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보고를 이어 갔다.
“반도체 생산 초기에는 수율이 50% 정도 나왔지만, 지금은 55%까지 끌어올린 상태입니다. 신규 장비에 작업자들이 적응이 되면 조금 더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율이 제 예상보다 잘 나오고 있네요. 지금처럼만 계속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보고드릴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유석재 상무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가지고 왔나 보다.
“신제품 개발에 성공이라도 하셨나요?”
“그렇습니다. 그래픽용 128M DDR SDRAM 개발에 성공하였습니다. 그 어떤 반도체 회사의 제품보다도 최고속으로 작동한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현재반도체의 기술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단지 돈이 부족해서 제대로 R&D를 진행하지 못했을 뿐이었고.
태우그룹에서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자 빠르게 결과물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고생 많으셨어요. 기술 연구소에서도 앞으로 태우반도체와 한 몸이 되어 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시를 내려 뒀으니 도움이 되실 겁니다.”
“기술 연구소와 태우전자의 도움이 있다면, 256 DDR SDRAM도 금방 개발할 수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모바일용 D램 개발에 조금만 더 집중해 주세요.”
“이미 개량 작업에 들어갔고, 내년 상반기 안에 좋은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급 기술 개발 능력을 보유한 유석재였다.
이런 인재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현재반도체가 쓰러졌다니.
닷컴 버블의 폭발력은 대단하다고밖에는 볼 수 없었다.
“기술 개발에 현장 관리까지 하려니 많이 바쁘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하지만 태우반도체를 정상화만 시킬 수 있다면 몸을 갈아 넣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유석재 같은 인재를 갈아 넣으면 쓰겠나?
최대한 보호하며 오랫동안 태우반도체를 위해 일해야 할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를 대신해 현장을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때마침 도착을 했다.
“손님 안으로 모셔 오세요.”
부회장 전용 전화기를 사용해 비서실에 연락을 넣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근한 인상을 보유한 사람이 부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인사를 전해 왔고, 나도 영어로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웨이라고 합니다.”
“먼 길을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TSMC의 성공 주역인 웨이가 태우그룹에 나타났다.
향후 TSMC의 CEO가 될 사람을 내가 빼돌린 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아직 TSMC는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기 이전이었으니까.
“서로 인사들 나누세요. 유 상무님도 영어로 소통은 가능하시죠?”
“현재반도체 미국 지사에서 있었던 덕에 소통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유석재 상무와 웨이가 인사와 함께 악수를 나누었다.
현재반도체를 굴지의 반도체 회사로 만든 유석재 상무.
대만의 TSMC를 파운드리 업계 1위로 만든 웨이가 손을 잡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앞으로 두 분이서 태우반도체를 이끌어 나가게 될 겁니다. 이번 달 내로 공동 부사장으로 임명될 테니 그리 알고 계세요.”
“제가 부사장으로 임명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저보다 년차가 높은 임원진이 많이 있습니다.”
“년차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실력이 중요하죠. 만약 그들이 사내 정치 싸움을 걸어오면 바로 보고를 하세요. 2조 원의 적자의 책임을 그들에게 넘겨 버릴 테니까요.”
능력 우선 주의.
많은 문제가 있는 경영 방식이긴 하지만, 망해 가는 태우반도체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능력만 있다면 직급이 낮아도 부사장으로 올릴 수 있고, 반대로 창립 멤버라 할지라도 능력이 없으면 과감히 잘라 내야만 했다.
“아! 그리고 웨이 부사장과 함께 100명에 달하는 기술자가 내일부터 출근합니다. 모두 미국이나 대만 쪽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인력 부족에 도움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굽신거리는 유석재 부사장이었다.
그와 달리 이번에 합류한 웨이 부사장은 여유가 넘쳤다.
“제가 원하는 방식대로 태우반도체를 경영해도 된다고 해서 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다시 확답을 듣고 싶습니다.”
“전권을 위임하죠. 물론 유석재 부사장과는 상의를 하셔야 겠지만요.”
“엔지니어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운 법이죠. 저도 엔지니어 출신이니까요.”
미국에서 반도체를 공부한 웨이 부사장이었고.
경영 능력만큼이나 반도체 기술 개발 능력도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러니 막대한 영입 비용을 내면서까지 한국으로 데리고 온 것 아니겠는가?
***
2001년의 새해가 밝았다.
그 어느 해보다 밝은 해가 떠올랐지만, 태우그룹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보신각 종소리를 듣는 할아버지의 표정도 매우 어두웠다.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는데도 태우그룹의 주가가 여전히 하락하고 있구나.”
“아마 상반기까지는 유지 혹은 소폭 하락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보는 게냐? 반도체 수율이 60%도 나오지 않는데 어찌 반등이 가능하겠느냐? 언론이 이 부분을 물어뜯으면 주가가 더욱 떨어지지 않겠느냐?”
반도체 수율은 회사의 극비 정보였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수율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비용 처리가 가능했으니까.
특히나 할아버지는 정부로부터 감세 혜택을 받아 내셨다.
그러니 더욱 반도체 수율을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했다.
“애플의 신제품이 조만간 출시가 됩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일부를 태우반도체에서 독점 납품하게 되니 호재가 되지 않겠습니까?”
“반도체를 생산하면 생산할수록 적자를 보는데 어떻게 그게 호재가 되겠느냐?”
“경험이 쌓이다 보면 결국엔 수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벌써 한 달 사이에 수율이 5%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유석재 부사장과 웨이 부사장은 궁합이 잘 맞았다.
그들은 현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태우반도체를 혁신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 영입한 직원들은 내가 직접 선발했고, 모두 A급 이상의 능력을 보유한 인재들이었다.
정예들로만 꾸려진 회사가 태우반도체였고.
그러니 역사보다 더 빨리 흑자 전환이 될 게 분명했다.
“흠, 그런데 너는 애플의 신형 휴대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구나. 그래 봐야 결국엔 휴대폰이다. 이미 휴대폰 시장은 포화상태이지 않느냐.”
“휴대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입니다. 단순히 휴대폰 업계뿐만 아니라 IT 업계를 뒤집을 역작이 분명합니다.”
“흠, 네가 그리 말하니 나도 관심이 생기는구나. 이번 CES는 같이 가자꾸나. 오랜만에 나도 미국을 다녀와야겠어.”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가는 건 정말 오랜만 아닌가요?”
나는 소풍 가는 아이인 양 좋아했다.
할아버지와 여행을 떠난 추억은 전생에도 지금 생에도 없었기에.
하지만 할아버지는 설레는 내 마음에 찬물을 들이부으셨다.
“비행기는 따로 타고 갈 게다. 만약 비행기 사고라도 나면, 둘 중 한 명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설마 호텔도 따로 묵을 건 아니시죠?”
“당연히 그리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도 CES 행사장은 같이 들어가자꾸나.”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회사의 회장과 부회장이 동시에 사고라도 나면, 태우그룹은 마비 상태에 빠져 버리니까.
다른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알기론 코카콜라의 레시피를 알고 있는 사람은 두 명이었고, 그들은 절대 같은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혹여나 같이 사고를 당하게 되면 레시피가 사라져 버리니까.
“이왕 같이 미국으로 가는 김에 미국 대통령 취임식까지 같이 참석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백악관에서 초청을 해 준다더냐?”
“할아버지가 참석한다고 하면, 없는 자리도 마련하지 않겠습니까?”
“흠, 그래도 2주나 자리를 비우는 건 아닌 것 같구나. 나는 CES 행사만 보고 한국으로 돌아올 테니, 너는 대통령 취임식까지 참석하고 오너라.”
할아버지에게 부시 대통령을 소개시켜 주고 싶었다.
하지만 무리한 일정을 강요할 순 없으니 할아버지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같이 참석하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은데 아쉽네요.”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네놈이 일을 워낙 벌여 놓아 누군가는 수습해야 하지 않겠느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태우그룹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2배가 넘게 거대해졌고, 할아버지의 업무량이 폭주했다.
“할아버지가 있어 정말 든든합니다. 저 혼자였다면 진작 퍼져 버렸을 거예요.”
“상속 작업도 거의 끝났으니 이제 내가 하던 일도 네가 맡아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닙니다. 천천히 이어받겠습니다.”
혹여나 할아버지가 은퇴를 선언할까 봐 나는 얼른 손사래를 쳤다.
할아버지가 은퇴하는 순간, 나는 서류더미에 쌓이고 말게 된다.
그러니 최대한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그룹 총수 자리에 남아 있길 바라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