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34)
독식하는 재벌 3세-134화(134/518)
134화. 대폭락 (3)
1월 9일.
라스베가스에서 CES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세계 각국의 전자 제품 기업들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지만.
오늘만큼은 모든 관심이 애플과 스티브에게 향했다.
벌써 몇 달 전부터 떠돌던 소문 때문이었다.
‘애플이 완전 다른 형태의 휴대폰을 만들었다.’
보안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스티브였지만, 아이폰의 시제품 사진이 유출되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되었다.
전문가, 언론사, 얼리어답터 할 것 없이 모두 애플의 신형 휴대폰을 기다렸고.
드디어 오늘 소문만 무성한 애플의 신형 휴대폰이 공개되려고 하였다.
“미국이라 그런지 확실히 스케일이 크구나. 휴대폰 발표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석하다니.”
“애플과 스티브가 만든 휴대폰이라 사람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거겠죠.”
할아버지와 나는 가장 좋은 자리에서 발표회를 기다렸고.
번쩍, 핀 조명이 스티브를 비추며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뚜벅뚜벅, 스티브가 무대 중앙으로 이동했다.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반갑습니다. 애플의 CEO 스티브입니다.”
[우와아아아!]함성과 박수가 순식간에 무대를 집어삼켰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었고, 저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함성이 야유로 순식간에 바뀌고 말 것이었다.
누가 서 있더라도 긴장되는 자리.
하지만 스티브는 여유 넘치는 제스쳐와 함께 PPT를 시작했다.
“저는 오늘 세 가지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하려 합니다.”
띡! 스티브가 버튼을 누르자 대형 스크린에 3가지 아이콘이 떠올랐다.
아이팟, 전화 그리고 인터넷.
“아이팟은 다들 아시죠? 혹시 가지고 계신 분 있으신가요?”
스티브의 말에 너 나 할 것 없이 주머니에서 아이팟을 꺼내 들었다.
아이팟은 이미 차세대 음악 재생 기기로 자리를 잡았고, 특히나 CES에 참석할 정도로 전자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유하고 있었다.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환영받지 못한 기기였죠.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쉽게 음원을 다운받아 아이팟을 통해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팟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관중들의 열기가 다소 식었다.
이번에 발표할 제품이 휴대폰이 아니라 아이팟 차기작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제품은 인터넷입니다. 지금의 인터넷은 PC를 통해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아이팟에 음원을 넣기 위해선 PC에 연결하는 귀찮은 절차를 거쳐야 하죠. 하지만 우리가 만든 혁신적인 제품은 PC와 연결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스티브는 미지근한 반응을 살피면서도 계속 발표를 이어 갔다.
“다음으로는 혁신적인 모바일 전화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혁신적인 제품을 하나의 기기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음악과 인터넷 그리고 전화까지 가능한 아이폰을 소개하겠습니다.”
드디어 아이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도적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아이팟 후속작을 선보이는 것처럼 하다 갑작스레 아이폰을 등장시킨 스티브였다.
“아이폰은 아이팟의 모든 기능과 휴대폰의 모든 기능 그리고 인터넷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기능까지 보유하고 있어, 아이폰 하나만으로도 여러 개의 전자기기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우와아아아!]다시금 터져 나오는 함성.
매력적인 디자인의 아이폰에 관객들이 열광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스티브는 직접 아이폰을 작동시키며 여러 기능을 소개했다.
터치스크린, 인터넷 검색, 멀티 태스킹 등.
대중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퍼포먼스였지만, 나에게는 조금 실망이었다.
역사대로 흘러갔다면 아이폰은 6년 뒤에나 나올 제품이었다.
무려 6년이나 앞서 등장했기에 많은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터치스크린의 반응 속도는 느렸고, 음원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도 작았으며, 화질 또한 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론 스마트폰에 이미 익숙한 나였기에 느끼는 감정이었을 뿐.
대중들은 스마트폰을 처음 보았기에 열광적인 반응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도 스마트폰을 처음 보는 건 마찬가지였다.
“허허, 세상이 언제 이렇게 바뀌었는지 모르겠구나. 노트북을 휴대폰 사이즈로 줄여 놓은 것 같구나.”
“저런 혁신적인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우리 태우가 공급하는 겁니다.”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늘어나겠구나. 허허,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할아버지는 아이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셨다.
내가 만나 본 사람 중에 할아버지보다 안목이 높은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이 정도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아이폰의 성공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아직 발표는 절반도 하지 않았다.
스티브는 아이폰의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많은 퍼포먼스를 준비했고, 나는 뒤에서 많은 지원을 해 주었기에 그가 무엇을 준비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음, 분위기가 조금 다운되었군요. 분위기를 살리는 데는 음악만큼 좋은 것은 없죠.”
스티브가 아이폰을 통해 애플 뮤직에 접속했다.
지금까지는 컴퓨터를 통해서만 이용이 가능했던 음원 사이트였지만.
이제부터는 휴대폰을 통해서도 음원 사이트 연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는 퍼포먼스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데스티니 차일드가 차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군요.”
스티브는 아이폰을 통해 음원을 다운받았고.
곧이어 다운받은 음원을 아이폰을 통해 재생하기 시작했다.
발표회장에는 소울이 가득 담긴 데스티니 차일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다시금 환호성을 지르는 관중들이었다.
“음악으로도 제가 원하는 만큼 분위기가 뜨거워지지 않는군요. 음악으로 부족하면 어쩔 수 없이 영화를 틀어야겠군요.”
이번엔 OTT 차례였다.
그는 아이폰을 통해 OTT에 연결했고, 고전 명작인 록키를 재생했다.
빠-밤밤, 빠~밤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음악과 함께 실베스터 스탤론이 시장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송출되었다.
스티브는 아이폰을 들어 보였고.
대형 스크린과 아이폰에 같은 영화가 재생되어 있음을 관중들에게 보여주었다.
짝짝짝!
손가락 부서져라 박수를 치는 관중.
그 모습에 나는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애플 뮤직, OTT 서비스 모두 내게 돈을 벌어다 주는 회사였고.
스티브가 나를 대신해 광고를 해 주고 있는 셈이었으니까.
이번 발표를 통해 얻은 홍보 효과를 돈으로 계산하면 최소 10억 달러 이상이 아닐까?
한참이나 시연을 선보인 스티브였고.
마지막으로 여러 회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이폰이 탄생할 수 있게 도와준 회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나 태우전자와 태우통신 그리고 AT&T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태우그룹의 이름을 또박또박 홍보해 주는 스티브였다.
그리고 미국 통신 회사인 AT&T도 언급했다.
회귀 전에는 GSM 방식으로 서비스가 되었기에 CDMA를 사용하는 한국에는 출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초기 출시국에 한국이 포함되었다.
태우통신이 제작 단계부터 협업을 한 덕분에 한국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아이폰을 만들었고.
GSM 방식과 CDMA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2가지 버전으로 아이폰이 출시될 예정이었다.
***
잠시 후.
발표를 마친 스티브와 조용한 곳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고생 많으셨어요. 완벽한 PPT 였습니다.”
“후우, 손이 떨려서 제대로 스크린을 터치도 못 했네.”
스티브가 손을 들어보였다.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손가락.
전혀 긴장하지 않아 보였던 스티브였지만, 긴장한 모습을 악착같이 숨긴 것이었다.
“폭발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이노폰을 선보였을 때보다 10배 이상 반응이 뜨겁습니다.”
“사실 오늘 사용한 아이폰은 완벽한 제품이 아니네. 아직 오류를 다 잡아내지 못해 강제로 종료될 수도 있었다네. 그래서 곳곳에 스패어 아이폰을 숨겨 두었지.”
역시나 꼼꼼한 스티브였다.
혹여나 아이폰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여러 개의 아이폰을 미리 숨겨 둔 것이었다.
다행히도 문제가 생기지 않아 스패어 휴대폰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아이폰으로 음악과 영화를 재생할 수 있어 정말 다행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약간의 꼼수를 부렸다네. 음원 파일과 영화 파일을 미리 다운받아 두었다네. 그리고 배터리 사용량과 안테나 수신 감도는 코딩을 통해 무조건 100%로 보이도록 설정해 두었네.”
말문이 막혔다.
완벽하지 않은 아이폰을 완벽하게 보이기 위해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스티브였다.
아직 정식 출시까지 6개월의 시간이 남았으니 그 안에만 최적화에 성공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없긴 했다.
“인원이 부족하시면, 태우전자의 인원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되겠나? 태우전자 IT 부서의 직원들을 보내게나. 애플 뮤직과 OTT 서비스 최적화를 위해 그들이 필요하네.”
태우 IT.
아직은 태우전자에 속해 있는 IT 부서였지만.
그들이 만든 여러 개의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웬만한 계열사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IT 부서를 일종의 계열사처럼 태우 IT라 부르기까지 했고.
스티브도 아이폰을 제작하며 태우 IT와 협업을 했기에 태우 IT 직원들의 능력이 우수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번 달 내로 50명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까지 애플 직원이다 생각하고 일을 시키셔도 됩니다.”
“고맙네. 그런데 반도체 수율이 매우 좋지 않다는 이야길 들었네. 괜찮겠는가? 지금이라도 다른 회사도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 않겠나? 이대로 가다간 태우전자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네.”
“손해를 감수하고 시작한 일입니다. 반도체 공급에는 차질이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알겠네. 하지만 출시 전까지 수율을 70% 이상 끌어올려 주길 바라겠네.”
수율이 떨어지면 애플의 입장에서도 곤란하긴 했다.
최소한 70%까지 수율을 끌어올려야지만, 애플에서도 우리를 믿고 반도체 생산을 맡길 수가 있었다.
“이미 수율을 많이 끌어올린 상태입니다. 6개월 내로 70%까지 맞춰 보겠습니다.”
“자네를 믿겠네. 나는 그동안 아이폰 최적화에 신경을 쓰겠네.”
여전히 손가락을 떨고 있는 스티브였다.
휴식이 절실해 보였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일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
아이폰이 공개되고 열흘이 지났다.
데이비드와 한 팀장은 그 동안 애플이 얼마나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지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나에게 보고를 해 주었다.
“애플의 주가가 가파르게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닷컴 버블 이후 IT 기업이 이렇게나 반등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혁신을 넘어 미래를 창조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일단 정식 출시되어 봐야 알겠지만, 이미 구입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최소 300만 명 이상이라고 하더군요.”
애플의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태우그룹은 그 수혜를 받고 있지 않았다.
“태우그룹의 주가는 요지부동이더군요.”
“애플과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정보가 알려지긴 했지만, 수율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같이 퍼지면서 상쇄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조만간 해결될 문제였기에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보스! 취임식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이 바로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날이었고.
나는 정식으로 백악관의 초청을 받아 취임식에 참석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