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35)
독식하는 재벌 3세-135화(135/518)
135화. 대폭락 (4)
취임식을 참석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좋은 구경을 하고 온 걸 제외하면, 별다른 이득은 없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참석했기에 따로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었고, 그저 진한 악수를 나누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웬걸?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튀어 나오고 있었다.
“부회장님, 언론에서 아주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가 중 유일하게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은 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하긴 내가 워낙 좋은 자리에 앉아 취임식을 구경하긴 했다.
그러니 좋은 구도의 사진이 쏟아져 나왔고, 언론에서 이슈화하기 딱 좋았을 것이다.
한국 대표로 취임식에 참석한 총리보다 내가 더 좋은 자리에 앉은 것도 한몫을 했겠지.
“그래 봐야 잠시뿐이죠. 태우그룹의 주가가 방어가 안 되면 다시 나를 죽일 놈으로 만들겠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가를 최대한 방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매수가 높아지고 있어 지금 상태를 유지 혹은 소폭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매수세가 높아진 건 당연했다.
SAVE 투자회사에서 다시 태우그룹 주식을 사들이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는 하지만 단순 주식 매수만으로는 태우그룹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반도체 수율 문제가 해결되어야지 주가가 제대로 반등을 하겠군요.”
“아직 60%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엄청난 투자금을 쏟아부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말 그대로 반도체 공장에 돈지랄을 했다.
온도, 습도, 청정도, 등등.
변수가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설비를 도입했다.
“태우전자와 통신의 돈줄이 말라 가고 있겠군요.”
“그래도 두 곳에서 분담해서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지금까지는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캐쉬 카우가 있어서 다행이군요.”
태우통신은 점유율 1위를 바탕으로 매달 엄청난 금액의 통신료를 벌고 있었고.
태우전자는 게임 플랫폼, 음원 사이트, OTT 서비스 등 다양한 구독형 BM을 통해 현금을 쌓아 두고 있었다.
“특히나 게임 플랫폼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예상을 웃돌고 있습니다. 태우전자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사업부가 게임 플랫폼이며, 가전제품 판매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니 순이익이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죠.”
게임 플랫폼은 단순히 게임 판매 수수료만 받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템 구입, 판매, 등을 위해선 게임 플랫폼을 이용해야 했고, 우리는 결제가 진행될 때마다 일정 부분 수익을 뗄 수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내가 태우전자 사장으로 있을 때 게임 회사의 지분을 확보해 두었고.
게임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일부가 태우전자로 흘러 들어왔다.
“그 덕분에 부채 없이 태우반도체를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 플랫폼의 매출이 매월 크게 늘고 있으니 신규 공장 건설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게임이 효자군요. 닷컴 버블에도 매출이 증가하는 업계는 게임 업계가 유일한 것 같군요.”
“뛰어난 BM 덕분에 고객들이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게임 플랫폼이 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을 몇 년 일찍 도입했고, 그 덕에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게임 회사들이었다.
과금 구조의 혁신.
확률형 아이템 도입으로 돈을 뽑아 먹는다.
유저들에게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는 BM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과금 구조임은 분명했다.
“당분간은 태우전자와 통신의 매출을 전부 태우반도체에 투자한다고 봐야 합니다. 몇 년만 지나도 태우반도체가 전자와 통신을 뒷받침해 주는 날이 올 겁니다.”
“기획실에서도 태우반도체를 위한 기획을 계속해서 준비하겠습니다.”
태우반도체에 그룹 전체가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린 현재그룹과 달리 뛰어난 캐쉬 카우를 여럿 가지고 있었기에 충분히 버텨 낼 능력이 되었다.
그래도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니 캐쉬 카우를 좀 더 불릴 필요가 있었다.
***
늦은 밤.
여의도에 위치한 작은 술집에서 작당모의가 일어나고 있었다.
“장 사장님 같은 분이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합니까? 태우건설을 만든 사람이 장 사장님 아닙니까? 김 회장 손자라는 이유만으로 부회장에 오른 놈에게 밀리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다 제가 못나서겠지요. 에휴.”
전직 태우건설 사장 장수영.
은거 생활을 하던 그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웬만하면 누가와도 만남을 가지기 싫었던 그였지만, 정부의 사랑을 가득 받는 외교부 차관 최종민으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사실 최종민 차관 혼자라면 거절해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장인어른인 윤현길과 함께 만나자고 했기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윤현길은 5선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서 한 손가락에 드는 인물이었기에.
“건설업계를 이끈 장 사장님을 위해 제가 한 잔 따라 드리겠습니다.”
“윤 의원님이 따라주는 술을 받다니 영광입니다.”
“4년 전에 청문회장에서는 제가 너무 심했었죠? 허허,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다 풉시다.”
국토위의 위원장에도 있었던 윤현길 의원이었다.
건설업계와 국토위의 사이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였기에 서로 껄끄러운 사이였지만.
더는 태우건설 사장이 아니기에 장수영 사장은 술을 받아 마셨다.
“의원님이 주신 술이라 그런지 아주 꿀맛입니다.”
“저도 장 사장님과 술을 마시니 아주 단맛이 납니다. 허허허.”
“두 분끼리만 그러시면 제가 서운합니다. 저도 한 잔 따라 주십시오.”
최종민 차관이 당당하게 술잔을 내밀었다.
이들을 이곳에 모은 사람이 그였고, 다들 그의 꿍꿍이를 궁금해했다.
“술이야 몇 번이고 따라 드릴 수 있지요. 그런데 왜 저를 이 자리에 불렀는지 아직 말씀을 안 해 주셨습니다.”
“김민재 부회장을 날려 버리려고 합니다. 저도 김민재에게 당한 게 좀 있습니다. 제가 은혜는 2배로 갚지만, 원한은 10배로 갚는 스타일이거든요.”
최종민 차관은 김민재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그가 이토록 김민재를 싫어하는 이유는 여럿 있었지만, 가장 큰 건 러시아 대통령 임명식에서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닌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엘리트로만 자라 온 최종민에겐 엄청난 굴욕이었다.
물론, 김민재에게 타격을 주어 태우그룹을 길들이겠다는 생각도 역시 있었다.
“김민재 부회장의 약점은 딱히 없습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고, 이런 말은 하기 싫지만 주도한 사업을 모두 성공시켰습니다.”
“꼭 김민재의 약점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귀동냥을 좀 해 보니 건설사가 그룹의 돈줄 역할을 한다면서요? 비자금이나 분식회계 같은 정보를 아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
장수영 사장은 침묵했다.
김태중 회장의 오른팔이었기에 당연히 불법적인 일을 많이 행했었다.
최종민 차관이 원하는 비자금, 분식회계는 물론이고 더 심한 짓도 했었다.
문제는 그 일을 자기 손으로 처리했기에 알려진다면 자신 또한 감옥에 갈 수 있었다.
“장 사장님에게 피해 가는 일은 없도록 처리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을 압박하는 용도로만 사용할 겁니다.”
“모든 일은 회장님이 직접 처리하셨습니다. 저는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갑자기 말투가 바뀐 장수영 사장이었다.
그 또한 김민재와 태우그룹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배팅할 자신은 없었다.
“이번 일만 잘 해결된다면 현재건설 사장으로 취임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건설을 일으켜 세우려면 장수영 사장님 같은 분이 꼭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현재그룹의 도움을 받기로 하셨습니까?”
“동맹 관계까지는 아니고, 그저 가는 길이 같은 사람끼리 같은 길을 걷는 것 아니겠습니까?”
재계 1위였던 현재그룹.
계열사로만 봐도 현재건설은 도급 1위 업체였고, 현재차는 국내 점유율 1위 회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재계 순위부터 계열사 순위까지 1위 자리를 모두 태우그룹에게 넘겨주었다.
그런데 현재그룹이 이럴 힘이 남아 있던가?
장수영 사장은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정보력은 살아 있었고.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채권단에 넘겨줄 정도로 현재그룹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그룹이 태우그룹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최 차관을 믿지 못하면 저를 믿어 보세요. 저 윤현길이 약속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입니다.”
“윤 의원님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후폭풍을 제가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감당하실 필요 없으세요. 정보와 자료만 넘겨주시고 1년 정도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오세요. 체류비부터 품위 유지비까지 다 챙겨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는 현재건설 사장으로 취임하시면 됩니다.”
장수영 사장의 마음이 흔들렸다.
계속해서 야인처럼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중견 건설사에서 몇 번의 러브콜이 오긴 했지만, 태우건설 사장이었던 자신이 가기엔 너무 작은 회사들이었다.
하지만 현재건설이라면?
여전히 도급 2위의 회사였고, 자신이 취임하면 태우건설을 밀어내고 다시 도급 1위로 만들 자신도 있었다.
그게 진정한 복수가 아닐까?
자신을 버린 태우그룹에게 이보다 더 큰 복수는 없었다.
“집에가서 자료를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가지고 나온 자료가 적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자료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장 사장님의 마음이 더 중요하지요. 우리와 한배를 탄 기념으로 제가 술 한 잔 돌리겠습니다.”
윤현길 의원이 능숙하게 폭탄주를 제조했다.
여의도 바닥에서 그가 제조한 폭탄주를 마시지 않은 국회의원이 없다는 소문이 사실처럼 보이는 능숙함이었다.
***
며칠 후.
나는 태우자동차 중국 공장 사찰을 명분으로 중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첫날은 출장의 명분대로 신규 공장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내가 한 일은 없었다.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공장을 둘러보았을 뿐. 진짜 일은 해가 지고 나서야 진행되었다.
“자주 인사를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리고 조직 부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허허, 친한 사이끼리는 꼭 얼굴을 보지 않아도 마음을 알 수 있는 법이지.”
쩡훙친을 만나기 위해 중국까지 날아왔다.
권력의 핵심인 상하이 방의 인물로 현재 주석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쩡훙친이었다.
태우자동차 중국 진출도 그의 도움이 있었기에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선물을 주기도 했었다.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당연하겠지. 내가 퍼 준 돈이 얼마인데 당연히 그래야지.
“내년에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제가 아주 큰 선물을 준비하겠습니다.”
“허허, 내년이면 주석께서 내려오시는데 좋은 소식이라고 할 게 뭐가 있겠나?”
내년이면 중국 주석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은퇴를 하는 시기였다.
은퇴를 한다는 건 공석이 생긴다는 뜻이고, 후계자들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쩡훙친이 상무위원이 되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중국 권력의 핵심이 상무위원이었고, 그 수는 고작 7명이 전부였다.
그 자리에 오를 사람이니 지금까지 내가 쩡훙친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뽑아 먹을 게 많은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