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38)
독식하는 재벌 3세-138화(138/518)
138화. 닭장 (2)
이른 아침.
집으로 배달 온 신문을 내가 먼저 받아 보았고.
눈을 의심하는 기사가 1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현재그룹 장영주 명예 회장 별세]대한민국을 뒤집을 만한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나와 강 대위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큰 사건이었고, 할아버지와 관련된 뉴스는 일절 보도되지 않았다.
“하아, 결국 먼저 가고 말았군. 하이고. 이렇게 갈 사람이 그룹을 살리겠다고 왜 그리 아등바등거렸는지.”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큰 충격을 받으신 할아버지셨다.
분식회계 기자회견 보다 훨씬 안색이 안 좋으셨고, 잠시 소파에 앉아 안정을 취하셨다.
“힘이 장사였던 사람도 세월의 무게는 이겨 내지 못하는구나.”
“그러니 할아버지도 꼬박꼬박 진료를 받으세요. 일 바쁘다고 병원을 안 가신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다음에도 안 가시면 제가 직접 팔을 붙잡고 병원으로 갈 겁니다.”
“더 살아 봐야 더러운 꼴만 보지 않겠느냐?”
조만간 검찰 조사 일정이 잡힌 할아버지였고.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서 당하실 수모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왔다.
“할아버지 혼자 더러운 꼴을 당하시려고 하지 마세요. 저도 감당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손자에게 똥물을 튀기느니 그냥 죽고 말지.”
“그럼 제가 똥물을 다 받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예끼 이놈!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느냐. 헛소리 그만하고 조문 준비나 하거라.”
할아버지와 함께 장영주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청운동 자택에는 이미 기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정재계 인사들의 차량이 골목에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장 회장이 그래도 인생을 헛살진 않았나 보구나.”
“정재계 인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조문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가 중에 장 회장만큼 존경받는 사람이 없긴 하지. 어서 들어가자꾸나.”
할아버지와 청운동 자택 안으로 들어갔고.
우리가 등장하자 알아서 길을 터 주는 조문객들이었다.
이는 태우그룹이 재계 1위 그룹이라서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장 회장과 특별한 친분이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생이 많네. 어떻게 가는 길은 편안했는가?”
“마지막까지 현재그룹을 걱정하시며 가셨습니다. 다 저희가 못난 탓이라 고개를 들지 못하겠습니다.”
현재차 장경준 회장이 상주를 맡고 있었고.
그의 뒤로는 장영준 현대 그룹 회장을 비롯한 여러 명의 자식들이 줄지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들 모두의 손을 잡으며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자네도 왔군. 휴,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시간을 너무 많이 뺏은 것 같습니다. 추후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자네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네.”
장경준 회장과의 대화를 짧게 끝내고 옆으로 이동했고.
어느새 나는 장영준 회장과 악수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반도체 때문에 태우그룹이 고생이 많다고 들었어요. 우리가 괜히 폭탄을 떠넘긴 것 같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상황이 힘들 걸 알고 인수했으니 모든 책임은 우리에게 있지요.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덥썩.
왼손까지 들어 내 손을 잡는 장영준 회장이었다.
그런데 그의 손에서 까칠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언제 현재그룹 본사를 찾아오세요. 제가 잘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나도 자연스레 양손을 이용해 손을 잡았고.
장영준의 손에 있는 무언가가 쪽지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기 전경련 회장들이 있구나. 나는 저기 가서 숟가락을 뜨고 있을 터니 너는 편한 자리로 가서 식사를 하거라.”
“조금 이따 뵙겠습니다.”
할아버지와 난 자연스레 흩어졌고.
나는 조용히 화장실로 향해 장영준 회장이 준 쪽지를 꺼내 보았다.
[윤현길과 장경준 접촉]아주 발칙한 짓을 하는군.
상갓집에 와서 이런 쪽지를 받을 줄이야.
나는 아무 일도 없는 듯 변기물을 내린 뒤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다시금 빈소로 향했는데,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고.
할아버지를 비롯한 전경련 회장님들도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너도 모르고 있는 게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빈소를 방문하고 있다고 하는구나.”
“푸틴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이번 달 말에 예정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일정을 앞당겼다고 하는구나. 하루 전에 그 사실을 정부에 통보하다시피 말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단다.”
엄청난 행동력이라고 해야 할까?
거대 국가인 러시아의 대통령이라는 자신감 때문인지 막무가내로 움직이는 성향이 있는 푸틴 대통령이었다.
나도 그가 한국에 온다는 연락은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일정을 앞당겨 오늘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 입장하십니다.”
경호원의 숫자가 한층 더 늘어났고.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대사와 함께 빈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조문을 하였고, 장경준 회장을 비롯한 상주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푸틴 대통령이 몸을 돌려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군요. 앞으로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길 바라겠습니다.”
통역관이 재빨리 푸틴의 말을 회장님들에게 전달해 주었고.
통역이 전해지자 푸틴은 기업가 모두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악수를 나누면서 살짝 윙크를 해 주었다.
갑자기 웬 윙크?
푸틴이 이런 장난을 칠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몇 분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VIP께서 전해 주라고 한 물건입니다.”
러시아 대사관 직원이 내게 은밀히 봉투 하나를 내밀었고.
그 안에는 초소형 USB가 들어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쪽지에 이어 USB라니.
상갓집이 만남의 장소라더니 이제야 그 말이 실감이 갔다.
***
먼저 빈소를 나와 강 대위의 사무실로 향했다.
푸틴 대통령이 준 USB 안에 무슨 자료가 들어 있는지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보안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PC가 뭐죠?”
“3번 PC가 보안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고, 인터넷 연결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는 곧장 3번 PC에 USB를 연결했고.
강 대위와 다이먼이 은근슬쩍 내 뒤로 다가와 구경을 했다.
“러시아에서 뭘 보내왔는지 볼까요? 분명 심상치 않은 자료들 같긴 한데.”
“푸틴 대통령이 장영주 회장 상갓집에 갔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혹시 거기서 두 분이 만나셨습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자료를 보고 난 뒤에 이어서 하기로 하죠.”
USB를 열어 자료를 확인했다.
러시아어로 적힌 몇 장의 서류.
그리고 몇 장의 사진과 다수의 음성, 동영상 파일이 담겨 있었다.
“윤현길 의원의 자료들인가 보군요.”
“러시아 정보국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자료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불륜, 불법 선거자금까지… 이야!”
“제가 조사하고 있는 보좌관의 자료도 들어 있습니다. 역시 윤현길 의원이 낸 사고를 보좌관이 대신 덮어쓰고 처벌을 받았습니다.”
윤현길 의원의 목줄을 쥐기에 충분한 자료였다.
무소속 시절부터 푸틴을 지원해 준 보상을 이제야 받는구나.
“다들 모여서 뭘 하고 있어요? 보스! 저 한국 왔어요.”
“데이비드? 미국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한국에 왔어요? 제가 부른 적도 없는데.”
“백악관에서 아주 좋은 선물을 받아서 하루빨리 보스에게 직접 가져다주고 싶어서 한국에 왔죠.”
데이브드가 007 가방을 꺼내 들었다.
가방 안에는 윤현길 의원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백악관에서 이걸 보내왔다고요?”
“뭐, 미국이 한국 정치인을 감시하는 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 않나요? 5선 국회의원이라면 감시하는 게 당연하죠. VVIP께서 요긴하게 사용하라고 했답니다.”
같은 선물을 러시아와 미국으로부터 받았다.
내가 도와 달라고 말 한 적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선물을 준 두 국가의 정상이었다.
“강 대위가 할 일이 없어지겠네요.”
“제가 이끄는 팀이 아무리 우수하다고 한들.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 조직만 하겠습니까?”
“윤현길 의원의 약점을 찾는 정도가 아니라 한 방에 보내 버릴 수 있는 핵폭탄이 생겨 버렸네요.”
그런데 선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창 러시아와 미국으로부터 온 자료를 정리하고 있을 때.
틴센트의 대표인 마화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합작회사 설립이 마무리되었다는 연락은 법무팀으로부터 받았습니다.”
[태우그룹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준 덕분입니다. 유럽 쪽에서도 투자 제의가 들어오긴 했는데, 태우그룹에 비하면 너무 낮은 조건이었습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정말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는 마화명 대표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이런 일로 전화를 한다고?
“조만간 중국으로 들어가 합작회사를 제가 직접 챙기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더욱 감사드리죠. ……. 그리고 오늘 중으로 우리 직원 한 명이 계약서를 들고 한국으로 들어갈 겁니다.]“계약서라면 태우그룹 법무팀이 가지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따로 전해 드릴 정보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어르신께서 태우그룹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입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다이먼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우! 설마 중국에서도 윤현길 의원 관련된 자료를 보내오는 겁니까?”
“아마도 그런 것 같네요. 태우그룹을 위한 선물이라면 그것 말고는 없으니까요.”
“미국, 러시아, 중국에서 동시에 먼저 나서는 경우는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저도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네요.”
강대국 3곳에서 도와주겠다고 먼저 나서다니.
3국의 지도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긴 하지만, 이런 걸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먼저 챙겨 주겠다고 하는 걸 사양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어르신이 보내신 선물입니다.”
몇 시간 후.
정말 틴센트의 직원이 나를 찾아왔고.
그는 묵직한 서류 봉투를 내게 전해 주고는 떠났다.
“보스! 빨리 선물 보따리를 풀어 보세요.”
“일단 심호흡부터 하고요. 후우!”
강 대위의 사무실로 올라와 중국으로부터 온 선물 보따리를 풀어 보았다.
역시나, 우리의 예상대로 선물 보따리 안에는 윤현길 의원에 관련된 정보가 가득했다.
“대표님, 3국에서 보내온 자료 정도면 윤현길 의원의 정치 인생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인생 자체를 끝낼 수 있겠습니다.”
“우선 가장 약한 것부터 언론에 터트리세요. 그래야 윤 의원 쪽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겠어요? 그리고 태우그룹과 친한 언론사에 먼저 자료를 제공하세요. 그래야 윤 의원 쪽에서도 이번 일의 배후로 우리를 의심하겠죠.”
“오늘 언론사에 제보하면 파급력이 너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장영주 회장님의 별세 소식으로 이슈가 묻히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언론사에 제보하는 거죠. 이슈를 키울 생각이 없다는 뜻을 윤 의원 쪽에 알려 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