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39)
독식하는 재벌 3세-139화(139/518)
139화. 닭장 (3)
윤현길 의원의 사무실.
5선 의원답게 강남 한복판에 사무실을 마련한 그였고.
그의 밑에 있는 보좌관들도 상당히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들이었다.
“의원님! 제일 신문에서 나온 기사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가지고 와 보게나.”
돋보기안경을 쓰고 신문을 읽어 내려가는 윤현길 의원이었다.
신문의 내용은 5선 국회의원의 불법 정치 자금에 관한 보도였다.
“나를 저격하는 내용이군.”
“5선 의원 중에 대선을 준비하는 사람은 의원님이 유일하십니다.”
“제일일보에서 왜 이따위 기사를 내보낸 거지? 나를 저격하겠다는 의도였다면, 실명 거론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야.”
“제일일보는 태우그룹과 친한 신문사입니다. 태우그룹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윤현길 의원이 손가락으로 신문을 툭툭 건드렸다.
기사 내용이야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사실관계가 거의 적시되지 않은 의혹 수준의 기사였고,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으니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기사의 마지막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추가 의혹을 보도로 이어 가겠다.’
아직 풀 게 더 남아 있다는 의도가 가득 담긴 글귀였고, 윤현길 의원을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박 보좌관과 아직 연락이 되는 사람이 있나?”
“박 선배와는 2년 전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시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혹시 태우그룹에서 박 보좌관과 접촉을 한 건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태우그룹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나와 진짜 한번 해 보겠다는 건가? 참 세상 좋아졌어. 예전이었으면 기업 하는 놈들은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야.”
군사 정권 시절부터 정치를 이어온 윤현길 의원이었고.
대기업 회장들을 불러 놓고 막말을 쏟아부은 경험도 있었다.
그랬기에 대기업 회장들을 자신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태우그룹과 이야기를 나눠 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의원님이 직접 나서기 곤란하면 제가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하긴 자네도 이제 이런 일에 직접 나설 때가 되었지. 내가 대선에 나가면 자네가 지역구를 이어받을 터이고, 그러려면 기업가를 상대하는 방법도 알아야겠지.”
“김태중 회장을 직접 만나는 건 그러니 김민재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젊은 놈이라 안하무인격으로 나올 수도 있으니 각오 단단히 하게나. 재벌 3세 놈들치고 예의를 차리는 놈을 본 적이 없어.”
주강태 보좌관.
그는 윤현길 의원의 보좌관 생활만 12년을 했고.
다음 총선부터는 지역구를 이어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기로 얘기가 되어 있었다.
이미 자신을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는 주강태 보좌관이었고.
그는 항상 권력의 중심에 있던 윤현길 의원의 옆에 있었기에 자신이 김민재 부회장과 격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그날 저녁.
여의도 인근의 작은 식당에서 주강태 보좌관이 김민재 부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되자 식당의 문이 열리고 손님이 찾아왔지만, 주강태 보좌관이 기다리던 손님이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기획실장입니다.”
“김민재 부회장님은 직접 안 오시는 겁니까?”
“워낙 바쁘신 분이시라 이런 자리까지 참석할 시간이 없습니다.”
꿈틀!
주강태 보좌관의 이마 혈관이 솟구쳤다.
김민재 부회장도 아니고 고작 기획실장에 불과한 사람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얼굴에 물이라도 붓고 싶었지만, 저렇게 나오는 이유가 분명 있을 터.
“하긴 실무는 아랫사람들끼리 해결을 해야 높은 분들이 편안한 법이죠. 서로 바쁜 사람들이니 처음부터 터놓고 이야기를 해 볼까요?”
“우리 쪽에서는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그저 공격을 방어하기만 할 뿐이니까요.”
기획실장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김태중 회장을 저격한 윤현길 의원 쪽에 상당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그였다.
“너무 감정적이시군요. 이래서는 제대로 대화가 되겠습니까? 우린 아쉬울 게 전혀 없습니다. 공익을 위해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건 국회의원의 본분 아니겠습니까? 다음으로 고발할 사항은 태우건설 비자금 관련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우리도 방어에 나설 수밖에요. 비자금에는 비자금이 적당하겠군요. 음주 운전, 중국 건설 기업과의 커넥션, 부동산 투기, 군 면제, 등등. 다 말하려면 1박 2일은 더 걸리겠군요.”
“뭐…… 뭐요?”
보좌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기껏해야 이전 보좌관을 포섭해 약점을 찾은 줄만 알았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비리 혐의가 수두룩했고, 알려지면 정치 인생이 끝날 내용들이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아무 말이나 막 나열하시는군요.”
“증거가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어느 증거를 풀어야 할지 고민될 정도죠.”
기획실장은 사진 몇 장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
윤현길 의원이 직접 돈을 받는 장면부터, 보좌관이 트렁크에 돈이 담긴 상자를 담긴 사진까지.
사진을 확인한 보좌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정도 사진이면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되고도 남는다.
그렇게 되면 윤현길 의원의 정치 인생은 물론이고, 보좌관인 자신의 정치 인생마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끝나 버리고 만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설마 사진만 있겠습니까? 녹취 파일부터 동영상 그리고 장부와 서류까지 아주 넘쳐납니다. 지금까지 태우그룹을 직접 공격한 사람이 없어서 기획실에서 할 일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기획실의 능력을 펼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사실 기획실에서 확보한 증거는 얼마 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김민재 부회장이 확보한 증거들이었지만, 굳이 그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었고.
보좌관을 찍어 누르기 위해서라도 기획실에서 확보한 증거들이라고 믿게끔 만들 필요가 있었다.
“불법적으로 확보한 자료는 법적 증거로 채택될 수 없습니다.”
“정치인이 언제부터 법정에서 싸움을 했나요? 여론을 움직이기엔 충분한 자료들이지요.”
“……한국에서 기업 하는 사람이 정치인과 이렇게 각을 세워서 좋을 게 있겠습니까?”
“우리가 먼저 시작한 싸움이 아닙니다. 그저 방어만 하고 있습니다만.”
“방어를 하는 데 이런 자료가 왜 필요합니까!”
“최선의 방어가 공격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알 만하신 분이 그런 말을 하시니 조금 난감하군요.”
보좌관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식당으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유리한 쪽은 자신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미지가 생명인 대기업이기에 고개를 숙일 거라 예상했지만, 이미지가 생명인 건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래서 정말 우리와 끝까지 해 보시겠다는 겁니까? 태우그룹을 잡아먹고 싶어 안달이 난 대기업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들과 손을 잡으면 곤란해지는 건 태우그룹입니다.”
“같은 말을 그대로 돌려드리죠. 윤현길 의원을 잡아먹고 싶어 안달이 난 정치인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들과 손을 잡으면 곤란해지는 쪽은 어딜까요?”
보좌관도 태우그룹의 힘은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대기업을 경영하는 사람 중에 정치인과 선이 닿지 않은 사람은 없었고.
특히나 재계 1위인 태우그룹은 여당, 야당을 가리지 않고 여러 정치인과 선이 닿아 있었다.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자꾸 왜 피해자인 척을 하십니까? 선제 공격을 한 쪽은 우리가 아닙니다. 아! 그리고 오늘 보여 드린 증거는 우리가 수집한 자료 중 가장 약한 것들입니다. 정치 인생이 아니라 인생 자체를 끝내 버릴 자료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계세요.”
“……우선 알겠습니다. 의원님과 상의 후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사진은 가지고 가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다시 뽑으면 그만이니까요.”
보좌관은 주섬주섬 사진을 챙겼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없어 보이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
보좌관은 곧장 윤현길 의원 사무실로 달려갔고.
식당에서 들은 이야기와 사진을 그대로 윤현길 의원에게 전달했다.
쫙!
윤현길 의원은 화를 참지 못하고 보좌관의 뺨을 날렸다.
보좌관의 잘못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했다.
“어디서 감히 그딴 소리를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태우그룹에서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자료를 확보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이야? 태우그룹은 대기업이지 정보 조직이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진을 확보할 수 있는 거지? 이건 남산의 정보부에서나 할 법한 짓이라고.”
항상 진중한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윤현길 의원이었다.
하지만 보좌관이 가지고 온 사진을 보는 순간 포장지가 뜯겨지며 본모습을 드러냈다.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한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정보라면 정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정부와 손을 잡았다 이건가? 하긴 그러니 감히 나를 상대로 협박질을 하는 거겠지.”
“외람되지만, 정부의 힘이 약해지기 전까진 묵혀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흠, 그래야겠군. 늦어도 내년이면 레임덕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김치가 아주 잘 익겠어.”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른 윤현길 의원이었다.
여전히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기에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태우그룹과는 화해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획실장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보게나. 그러면 태우그룹 쪽에서는 좋다고 우리 손을 잡겠지. 원래 기업 하는 놈들의 습성이 그렇지. 어떻게든 손해를 안 보려고 발광을 하는 놈들이야.”
“그럼 이번 일은 잠시 접어 두겠습니다. 그리고 화해를 하는 척을 하며 더 확실하고 치명적인 자료를 찾아보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대답이군. 김태중 회장이 내 앞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 정도의 증거를 찾아봐!”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
스스로를 군자라 생각하는 윤현길 의원이었고.
이번 일을 시작한 사람이 자신이었으면서도 복수의 칼을 갈았다.
***
기획실장이 윤현길 의원의 보좌관을 만나고 있을 시간.
나는 현재차 본사가 있는 양재동의 조용한 노포 식당에서 장경준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아버지께서 좋아하던 식당이라네. 주인 할매가 식당 일을 그만하겠다는 걸 내가 붙잡았지.”
“인테리어 공사까지 해 주셨나 봅니다. 허름한 외부와 달리 내부는 아주 깔끔하네요.”
“주는 것 없이 어떻게 사람을 붙잡겠나? 인테리어 공사는 물론이고, 이 건물까지 사서 무료로 임대를 주고 있다네.”
장경준 회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전에는 장영준 회장이라는 공동의 적의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일이 해결되었으니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려는 듯 보였다.
“얼굴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조문객이 워낙 많이 와서 쉴 틈이 없었다네.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졌지. 김태중 회장님에게는 따로 감사의 인사를 전할 생각이네. 제대로 음식을 대접해 주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네.”
“음식은 대접받지 못했지만, 다른 건 받았습니다.”
나는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장영준 회장이 나에게 준 바로 그 쪽지였다.
[윤현길과 장경준 접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