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4)
독식하는 재벌 3세-14화(14/518)
14화. 인재 모집(4)
SAVE 펀드 가입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데이비드는 내가 준 명단 중 무려 80명이 넘는 인원을 단기간에 가입시키며 자신의 능력을 또 한 번 입증시켰다.
“데이비드! 보너스를 통장으로 받을래? 아니면 현금으로 줄까?”
“벌써 주시려고요? 아직 20명이 남았습니다. 100명을 다 펀드에 가입시켜 추가 보너스까지 받아 낼 겁니다.”
“20명이 아니라 딱 2명만 더 만나고 오면 추가 보너스를 지급할게요.”
나는 2장의 사진을 데이비드에게 들이밀었다.
“누굽니까? 한 명은 얼굴이 많이 익숙하긴 한데.”
“올해 미국 대선이 있죠? 우리도 한쪽에 지원을 해 줘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도 월가에 있으니 당연히 대선 자금을 지원해 줘야 나중에 일하기 편하긴 하겠군요.”
미국 대선 자금은 월가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럴 정도로 월가에서는 많은 자금을 후원자금으로 지급했다.
SAVE 투자회사도 월가에 자리 잡고 있으니 후원자금을 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단지 SAVE 투자회사만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금 당선될 사람은 1992년에 이어 1996년에도 대통령이 될 사람이었고.
한국에 외환위기가 찾아올 때 대통령의 자리에 있을 사람이니 더욱 눈도장을 찍어 둬야만 했다.
“우리는 클린턴 후보를 지원할 겁니다.”
“보스 괜찮겠어요? 걸프전 이후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80퍼센트 이상을 찍은 적도 있어요. 여론도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고요.”
“유리한 후보보다 불리한 후보를 지원하는 게 더 득을 보지 않겠어요? 게다가 1위와 2위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기도 하고요.”
걸프전의 승리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아만 갔다.
하지만 1990년 이후에 찾아온 경제 위기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 빌 클린턴 후보였고.
특히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선거 문구로 경제 문제의 적임자 자리에 올라서 있는 클린턴이었다.
사실 그런 이유는 뭐가 중요하겠나?
나는 이미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고,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가 재선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오케이. 그러면 빌 클린턴 주지사에게 얼마나 후원금을 줄 겁니까?”
“이왕 줄 거면 확실히 줘야 눈도장을 제대로 찍지 않겠어요? 천만 달러 정도는 지원해 줘야겠죠.”
“그 정도 금액이면 선거 캠프에서 아주 좋아하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쉬운 일 같습니다. 천만 달러를 지원하는 일은 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지속적인 유대 관계도 형성해 나가야겠죠.”
클린턴 대통령과의 관계는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부터 착실히 쌓아 나가야 외환위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은 누굽니까? 아무리 사진을 봐도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사람이 아니라 러시아 사람이라서 그래요.”
“러시아 말입니까? 미국인의 입장에서 러시아는 조금 그렇습니다.”
“냉전도 끝났는데 뭐가 문제예요? 맥도날드까지 러시아에 입성했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어요? 그리고 사진에 있는 인물은 러시아에서 그렇게 비중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블라디미르 푸틴. KGB 출신 정치인이죠.”
푸틴과 굳이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할까?
나는 이 고민을 1년 넘게 이어 갔지만, 결국 인맥은 많으면 많을수록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20년 넘게 러시아를 지배할 사람이 푸틴이다.
그리고 지금이 푸틴의 정치 인생 중에 가장 저점인 시기기도 했다.
“푸틴이라는 사람을 단순히 만나라는 건 아닐 테고, 이 사람에게도 자금을 지원해 주면 됩니까?”
“지금은 아마 무소속으로 있을 겁니다. 자금 지원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는 거죠.”
“그럼 얼마나 지원을 해 줄 생각이십니까?”
“너무 과한 금액을 지원해 주면 오히려 경계심을 가질 겁니다. 대충 500만 달러 정도면 되겠네요.”
“무소속 정치인에게 500만 달러나요? 그런 거금을 그냥 지원해 준다고 해서 받기나 하겠습니까? 명분이 너무 부족합니다.”
“부족한 명분을 알아서 채우는 게 데이비드의 역할이죠. 알아서 자금을 지원해 주고 SAVE 투자회사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두세요.”
데이비드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러시아 KGB 소속이었던 정치인을 만나는 건 미국인인 그에게 큰 부담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명분을 채울 때 보스의 이름을 간접적으로 내세울 수도 있습니다.”
“태우그룹이나 제 이름을 직접적으로 내세우지만 않으면 됩니다.”
“몇 년 뒤에 러시아에 진출할 한국 기업이 지원하는 것처럼 명분을 만들어 접근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안전이 제일입니다. 괜히 무리하게 움직이다 다치지 마세요.”
“그건 걱정 마세요. 제 전문 분야 중 하나가 생존이니까요!”
한국에 온 목적이 대충 끝이 나고 있다.
외부의 일은 데이비드에게 일임했고, 한국 내부의 장학생 양성은 재단 자체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두었다.
“한 팀장은 이제 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 주세요.”
“드디어 미국으로 돌아가는 겁니까?”
“입학 준비도 슬슬 해야죠. 아! 그리고 제가 일전에 부탁한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조기 졸업을 위한 준비 말씀이십니까?”
나는 1년이라도 빨리 졸업을 하고 태우그룹에 입사하고 싶었다.
대학교 4년 과정을 3년으로 단축해 졸업하면 1년의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성적이 필수였다.
“하버드 경제학과 출신 7명을 선발해 두었습니다. 모든 레포트는 앞으로 그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고 보스는 확인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시험의 경우에는 각 교수별 기출 문제를 구해 두었고, 문제 유형 분석까지 하고 있는 중입니다.”
“성적을 돈으로 사는 셈이죠. 저도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학교에서 4년이나 썩고 싶지 않아서요.”
“보스의 마음은 저도 이해합니다. SAVE 투자회사 규모의 회사를 만들었는데 대학 생활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지금의 내 행동이 욕먹을 짓이란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한 팀장이 내 마음을 이해해 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 * *
8월이 되자 나는 미국으로 돌아왔다.
월가에 있던 짐을 빼 메사스세추 주 케임브리지에 구입한 저택에 짐을 옮겼다.
그러는 사이 9월의 시작과 함께 신학기가 시작되었고, 동기나 선배 중에 영입할 사람이 있는지 찾아다니며 학업에 열중했었다.
하지만 9월 중순이 되자 나는 월가로 잠시 돌아왔다.
퀸텀펀드의 조지가 나와 만남을 가지고 싶다고 연락해 왔기 때문이었다.
SAVE 투자회사로 직접 방문한 조지였고, 그는 나를 보는 순간 와락 안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지겨운 전쟁이 드디어 끝났네!”
“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어디 나만 축하받을 일인가? SAVE 투자회사도 승리자 중 하나일세!”
전쟁을 함께한 전우는 깊은 유대관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피가 튀는 전쟁은 아니지만, 월가에서는 피보다 돈의 가치가 더 높았다.
막대한 돈이 걸린 전쟁에서 승리했기에 조지는 한참이나 나를 끌어안은 뒤에야 전리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다시 한번 축하하네. 이번 전쟁에서 자네가 받을 수익률은 50퍼센트네. 더 많이 챙겨 주고 싶었지만, 더 빨리 참전한 동맹군이 더 많은 전리품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
“50퍼센트면 만족합니다.”
내가 투자한 금액은 60억 달러.
50퍼센트면 무려 3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금이었다.
“변명은 아니지만, 이번 전쟁을 주도했던 나도 60퍼센트가 조금 넘는 수익률을 받았고, 수익금은 자네가 받을 돈보다 훨씬 적은 10억 달러에 불과하네.”
“영국과의 전쟁에서 이긴 대가로 10억 달러는 너무 적지 않습니까?”
“전쟁을 이번 한 번만 하고 끝낼 거면 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겠지만, 전쟁을 계속해야 하지 않겠나? 초기 투자자들 중에는 투자금의 몇 배를 받아 간 사람도 꽤 된다네.”
역시나 다음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조지였고.
당연히 나도 그 전쟁에 참여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럼 다음 전쟁은 초기부터 같이해야겠군요. 역시나 유럽 외환 시장을 공격하실 생각이십니까?”
“다음 목표는 독일로 삼을까 하네. 독일의 프랑화는 너무 고평가되어 있어. 그래서 나는 마르크화를 팔고 프랑화를 살 생각이야. 하지만 다음 작전은 동맹이 아니라 개별 작전으로 진행할 계획을 세웠네. 나를 따라 프랑화를 매수해도 되고 아니면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된다네.”
“다른 헤지 펀드와도 동맹을 맺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선봉에 서긴 하겠지만, 나를 따라올지는 알아서들 판단하라는 것이네. 언제까지 내가 모든 책임을 다 질 수는 없지 않겠나?”
조지의 말투와 표정에서 나는 교활함을 읽었다.
내가 미래의 일을 알고 있기에 그의 교활함을 읽을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이번 작전을 통해 헤지 펀드의 뒤통수를 친다.
자신을 따라 헤지 펀드들이 프랑화를 다량으로 매수하는 순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프랑화를 전부 팔아 치워 수익을 실현했었다.
나는 속마음을 숨기며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직원들과 상의하고 결정해 보겠습니다.”
“어떤 결정을 해도 상관이 없네. 오롯이 자네의 판단에 달린 일이네.”
몇 분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걸까?
영국과의 전쟁에서 생긴 전우애를 더는 그에게서 느낄 수가 없었다.
역시 이게 월가지.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는 곳이 월가였다.
“조언 감사합니다. 그리고 재단에 이름을 빌려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그건 내가 감사할 일이지. 자네 덕분에 세금 절세 효과를 톡톡히 보았네.”
퀸텀펀드의 이름으로 태우장학재단에 보낸 100억 원.
이는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지만, 기부로 인한 절세 효과는 퀸텀펀드가 보았다.
그렇기에 감사 인사까지 하는 조지였다.
“퀸텀펀드의 이름값을 빌리는 대가가 세금 절세라면 제가 아주 많이 남는 장사입니다.”
“이름값이 뭐가 중요하겠나? 이런 부탁이라면 언제든지 하게나.”
가면을 쓴 상태로 우리는 몇 차례 더 대화를 나눴고.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로 조지를 배웅해 줬다.
그가 회사 밖으로 나가자, 나는 곧장 제프리와 한 팀장을 회의실로 불렀다.
“퀸텀펀드가 월가의 뒤통수를 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고로 이 사실은 저만 알고 있어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겁니까?”
“정산은 제대로 됐어요. 수익률 50퍼센트, 30억 달러를 수익금으로 받기로 했습니다.”
“수익률 50퍼센트라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왜 배신을 한다고 하십니까?”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은 매우 안 좋았다.
대부분의 헤지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지만 않아도 안도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우리 SAVE 투자회사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40억 달러의 경우에도 고작 수익률은 20퍼센트 선이었다.
이것도 내가 틈틈이 정보를 제공해 준 덕분이었다.
“조지가 다음 목표물을 프랑화로 잡았어요. 그런데 딱 보니까 프랑화를 매수하는 척을 하다 팔아치울 것처럼 보였어요.”
“다른 헤지 펀드들이 퀸텀펀드를 따라 프랑화를 사면 가격이 상승할 테고, 그때 프랑화를 팔 거란 말씀이시군요.”
한 팀장은 단번에 상황을 이해하고 설명했다.
역시 S급 분석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다웠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