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40)
독식하는 재벌 3세-140화(140/518)
140화. 닭장 (4)
쪽지를 받아 본 장경준 회장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리고 난 그 눈썹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쪽지를 받으면 제가 장경준 회장님을 공격할 줄 알았나 봅니다.”
“정말 영준이가 이런 쪽지를 줬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원하신다면 지문 조사를 해보셔도 됩니다. 쪽지에서 장영준 회장의 지문이 검출될 겁니다.”
장경준 회장은 주먹을 쥐며 쪽지를 뭉개 트렸다.
그러다 눈을 크게 뜨고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이 쪽지의 내용이 사실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랬다면 오늘 제가 이 자리에 나왔겠습니까? 태우그룹의 정보력은 회장님께서 생각하는 그 이상입니다.”
이 쪽지를 받기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상세 정보를 확인했고, 장영준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랬기에 쪽지를 받는 순간 발칙한 짓을 한다고 생각했다.
“태우그룹의 정보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영준이가 그렇게 허술하게 움직였을 리가 없다네. 분명 의심할 만한 정황을 만들어 두고 자네에게 이런 쪽지를 주었을 것이 분명하네.”
“그렇긴 하더군요. 장수영 사장이라고 태우건설에서 쫓겨난 사람이 현재건설 사장 자리를 제의받았다고 합니다.”
“현재건설 사장은 이미 구해 놓았네. 그리고 태우건설 사람을 현재건설 사장으로 취임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네.”
“중간에서 장영준 회장이 장난질을 쳤을 겁니다.”
장영준 회장과 윤현길 의원이 작당모의를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영준 회장이 현재건설 사장을 마음대로 취임시킬 수 있는 자리에 있지는 않았다.
“영준이가 왜 그런 짓을 했는가? 정말 나와 자네를 싸움 붙이기 위해 그런 건가?”
“왕자의 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서로 싸우면 어부지리로 무언가를 얻어 낼 수 있을 것 같으니 이런 일을 벌였겠죠.”
“윤현길 의원의 배후가 영준이라고 보는가?”
“배후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장영준 회장은 그저 싸움을 부추기기 위해 윤현길 의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장영준과 윤현길의 관계를 의심했었다.
그런데 깊게 파고들수록 그 둘은 같은 배에 탄 동료가 아니었고, 장영준 회장은 윤현길을 전혀 지원해 주지 않았다.
기껏 지원해 준다고 하는 것도 거짓말에 불과했다.
현재건설이 장경준 회장의 손에 넘어갔는데, 어떻게 사장 자리를 약속한단 말인가?
“후, 미안하네. 영준이가 그런 허튼짓을 할 줄은 정말 몰랐네.”
“회장님이 사과할 일은 아니시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돕겠네. 내게 그냥 쪽지를 준 건 아니지 않은가?”
역시 눈치가 빠르다니까.
내가 고작 동생과의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바쁜 시간을 쪼갰을 리는 없었다.
“현재건설 사장에 취임하려는 부품 꿈을 꾸고 있는 장수영 사장에게 현실을 보여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현재건설 사장을 지금 바로 발표하고, 최소 5년 동안 사장 자리를 믿고 맡기겠다는 기사를 내보내겠네. 이 정도면 충분하겠나?”
“충분하고 넘치지요.”
“그런데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받은 만큼은 돌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 대상에 영준이도 포함이 되는가?”
“장영준 회장과는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윤현길 의원 한 명이면 충분하지요.”
살짝 아쉬워하는 장경준 회장이었다.
내가 누구 좋으라고 장영준 회장과 싸우겠는가?
결국 이득은 장경준 회장이 보게 될 건데.
그리고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장영준이 이끄는 현재그룹은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5선이나 한 사람이 욕심이 과했군. 이제 여의도에서 그 사람을 볼 수 없게 되는 건가?”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요.”
밟을 때는 확실하게 밟아 줘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윤현길 의원이 살아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집 지키는 개가 된다고 스스로 나선다면 살려 줄 생각은 있었다.
***
다음 날.
장경준 회장이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대대적으로 현재건설 사장 취임식을 거행했고, 최소 5년 동안 취임한 사장을 믿고 밀어주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을 공식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기획실장님, 장수영 사장을 한번 만나 봐야겠네요.”
“부회장님이 직접 말씀이십니까?”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쯤이면 배신감에 반쯤 미쳐 있을 테니까요.”
“그럼 조용한 곳에서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기획실장이 장수영 사장과의 연락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고.
30분도 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을 가지고 부회장실로 돌아왔다.
“지금 바로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목소리가 아주 다급해 보였습니다.”
“그럼 점심 식사를 같이하면 되겠군요.”
“아주 조용한 식당을 예약해 놓겠습니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식당으로 향했다.
조용한 식당을 예약해 놓는다고 하더니 산속에 숨어 있는 식당을 예약해 놓은 기획실장이었다.
백숙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었고.
내가 도착하자 직접 닭을 잡아 털을 뽑는 식당 주인이었다.
그러는 사이 장수영 사장이 뒤늦게 식당으로 도착해 어색한 걸음걸이로 내게 다가왔다.
“장 사장님, 오래간만입니다. 요즘 재미가 좋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아, 아닙니다.”
“참 아쉬워요. 태우건설 출신이 현재건설 사장에 취임하나 기대했는데, 윤현길 의원이 허풍을 부린 거라고 하더군요.”
윤현길 의원의 이름이 나오자 눈을 부릅뜨는 장 사장이었다.
설마 5선 국회의원이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겠지.
사실 윤현길 의원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긴 했다. 중간에서 장영준 회장이 수작질을 해서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모두 감언이설에 속아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혹시 사과를 하실 생각이신가요? 그럴 필요 없어요. 이미 벌어진 일인데 사과를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요. 할아버지가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서야 하는 건 달라지지 않는데 말이죠.”
“회장님이 검찰 조사를 받으시는 겁니까?”
“당연하죠.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겠어요? 뭐 조사를 한다고 해서 더 나오는 건 없으니 기껏해야 벌금형으로 끝나긴 하겠지만요.”
장수영 사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할아버지의 오른팔이었던 사람이기에 할아버지가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말에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슬프긴 할까?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면 윤현길 의원에게 분식회계 자료를 넘기지도 않았겠지.
“정말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윤현길 의원 쪽에서는 그저 협상 카드로만 사용하겠다고만 했었습니다.”
“정치인을 한두 번 만나 보세요? 반은 거짓이라고 생각하셨어야죠.”
“제가 아둔했습니다. 정말 회장님에게 해꼬지를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장수영 사장이었다.
지금 보니 조금 불쌍하긴 했다.
그러게 왜 자존심을 세운다고 태우건설을 나가서 이런 사달을 벌였는지 모르겠다니까.
“뭐 그건 그렇다 치고요. 윤현길 의원은 이제 한 발 빠질 생각 같던데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장 사장님이 거짓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덮어씌울 게 분명한데 방어는 하셔야죠.”
“저에게 죄를 덮어씌운다는 말씀이십니까?”
“왜 이렇게 순진한 척을 하세요? 그럼 설마 윤현길 의원이 책임을 지겠어요? 적당히 인지도를 올렸으니 이젠 뒤로 빠지겠죠. 먹잇감 하나를 던져 주고 말이죠.”
“저는 정말 죄가 없습니다. 거짓된 자료를 넘긴 적도 없습니다.”
“그건 제가 아니라 검찰에 가서 하실 발언이고요. 그런데 윤현길 의원과 진흙탕 싸움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털썩!
장수영 사장이 무릎을 굽혔다.
“살려 주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저기 보이시나요? 귀한 손님이 왔다고 애지중지 키운 닭을 밥상에 올려 주신다네요. 그런데 닭장에는 10마리가 넘는 닭이 있는데 왜 저 닭이 선택되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착한 녀석이었기에 선택받았습니다. 다른 닭은 자신을 잡으려고 하자 부리로 쪼고 날갯짓을 했는데 저 닭은 가만히 주인아주머니의 손을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저런 꼴을 당한 거죠.”
반항을 해야 먹잇감이 되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 부리를 움직이고 날갯짓을 해야만 했다.
“윤현길 의원을 쪼으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러면 살길이 생기겠죠. 닭장에서 살아남으면 새로운 주인을 만날 기회도 얻지 않겠어요? 그리고 새로운 주인은 닭장이 아닌 마당에서 자유를 주며 많은 모이를 줄 수도 있겠죠.”
“반드시 살아남겠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주인의 간택을 받아 보겠습니다.”
단번에 내 말뜻을 알아들은 장 사장이었다.
윤 의원을 공격해서 살아남아라. 그러면 내가 거둬 주겠다.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었다.
장 사장을 붙잡으려는 윤현길 의원의 손 한쪽을 이미 잘라 두었으니까.
양손을 피하는 건 어려워도 한쪽 손을 피해 살아남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
윤현길 의원실은 비상이 걸렸다.
예고도 없이 장수영 사장이 의원실을 찾아와 난동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제가 준 자료로 회장님을 공격하지 않기로 하셨지 않습니까! 그리고 현재건설에 다른 사람이 사장으로 취임했는데 이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제가 호구로 보이십니까!”
소리를 지르며 악을 쓰는 장수영 사장이었다.
그 모습에 보좌진들은 사색이 되었고, 윤현길 의원은 진땀을 흘렸다.
“일단 진정 좀 해 보세요. 모든 일이 다 잘 끝나 가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저도 듣는 귀가 있는 사람입니다. 의원님이야 잘 끝나 가겠죠. 먹잇감으로 절 던져 줄 테니까요. 그런데 저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닙니다. 절대 혼자는 안 죽습니다.”
“장 사장님! 왜 이렇게 흥분을 하십니까. 제가 왜 장 사장님을 먹잇감으로 던져 준단 말씀이십니까.”
“저도 보험을 여러 곳에 들어 뒀습니다. 저를 건드리는 순간 다 같이 죽는다는 것만 알아 두세요.”
장수영 사장이 씩씩거리며 의원실을 떠났다.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의원실은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장 사장 지금 보니 아주 성깔이 더러운 사람이었군.”
“그런데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태우건설 사장까지 했던 사람이니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됩니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계획을 수정해야겠네.”
“장수영 사장이 먼저 치고 나와 버리면, 상황이 이상하게 되어 버립니다. 태우그룹에 던져 줄 먹잇감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영준 회장도 요즘 연락이 통 안 되고, 요즘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윤현길 의원은 장수영 사장을 먹잇감으로 바치는 계획을 구상 중이었다.
하지만 장수영 사장이 목숨을 걸고 난장을 피우자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부리에 손이 쪼이기 전에 다른 닭을 찾아보는 윤현길 의원이었다.
그런데 그는 알고 있을까?
닭장에 남은 닭이 몇 마리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던져 줄 먹잇감이 전부 사라지면, 자신이 먹잇감이 될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