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41)
독식하는 재벌 3세-141화(141/518)
141화. 닭장 (5)
강 대위의 사무실.
나는 주먹을 꽉 쥐며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 대위가 따뜻한 물 한 잔을 내게 가져다주었다.
“검찰 조사는 금방 끝난다고 합니다. 우리 라인에 있는 검찰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저런 굴욕적인 장면이 TV를 타고 나간 게 문제예요. 검찰 조사야 당연히 금방 끝나기 마련이죠. 부채율 0%인 회사인데 분식회계로 무슨 이득을 보겠어요?”
뉴스에는 할아버지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장면이 보도되고 있었다.
보통의 경우 대기업 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포토라인 앞에 서지만, 할아버지는 당당한 모습으로 걸어가셨다.
그리고 기자들의 앞에서 약간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하셨다.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관행이 지금에 와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태우그룹은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과거의 문제를 지금의 잣대로 문제 삼는 행위는 가혹하다고 생각하지만, 성실히 답변을 하고 해명을 하겠습니다.]경쟁사와 친한 언론사의 기자들이 짓궂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주가를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식회계를 한 건 아니냐?
태우그룹이 재계 1위에 오른 것도 분식회계 때문은 아니냐?
등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할아버지는 인상 한 번 쓰지 않고 묵묵히 검찰청 안으로 들어가셨다.
“후우, 저런 꼴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는데. 윤현길 의원의 일은 어떻게 진행 중이죠?”
“그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주강태 보좌관을 잘라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미 검찰에서 압수수색에 들어갔으며, 많은 혐의를 입증하였습니다.”
“잘하셨어요. 우리도 험한 꼴을 봤으니 저쪽도 험한 꼴을 봐야 하지 않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윤 의원을 처넣고 싶습니다.”
“지금 처넣어 버릴 수는 없죠. 사방에서 숨통을 조이고 난 뒤에 처리를 해야 태우그룹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알 게 되겠죠.”
윤현길이 보유한 권력을 하나씩 자르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나 5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쌓아 온 인맥부터 시작이었다.
“그리고 다음 총선에 신영섭 변호사가 윤현길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기로 하였습니다.”
“지역구에서 마저도 외면을 받는 순간 정치인의 인생은 끝나는 거죠.”
“신영섭 변호사는 전국 어디를 가도 당선이 될 만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윤현길 의원이 5선에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지역구가 워낙 외지에 있는 곳이라 다른 정치인이 출마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5선 국회의원 임에도 인지도가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제대로 된 경쟁 상대가 없는데 어떻게 이슈가 되겠는가?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전국구급 인지도를 가진 신영섭 변호사가 출마를 결심했으니까.
“야당에도 윤현길 의원의 민감한 정보 몇 개를 푸세요.”
“당에서 윤현길 의원과 거리를 둘 만한 정보들로 풀겠습니다.”
보좌관도 잃고, 지역구도 잃고, 당까지 등을 돌린다면?
스스로를 대선 후보라 여기는 윤 의원의 자신감이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그리고 윤 의원과 커넥션이 있는 기업들을 전부 고발하세요.”
“러시아에서 보내온 자료를 이용하면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국토부에 있었기에 건설 회사와 커넥션이 있는 윤 의원이었다.
건설 회사가 윤 의원과 친해지려는 이유는 결국 이득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와 친할수록 손해만 본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곧장 등을 돌리게 되어 있었다.
“태우건설에서도 윤 의원과 관련 있는 건설회사와는 관계를 끊어 버릴 겁니다.”
“그래도 윤 의원과 관계를 끊지 않는 건설사가 있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러면 우리와 치킨 게임을 하게 되는 거죠. 그들이 따내려는 공사를 우리도 무조건 입찰해서 공사를 가로채는 거죠. 우리야 손해를 입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중소 건설사는 회사가 휘청거리겠죠.”
사실 내가 손에 쥔 증거만 이용해도 윤 의원을 끝장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끝나면 너무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난 다음 노예로 삼을지 아니면 처형을 시킬지 결정하고 싶었다.
***
윤 의원의 사무실.
10명이 넘는 보좌관과 직원이 가득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들어온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신입 직원 한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윤 의원님, 태산 건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라고 하던가?”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그래서 끊어 버렸습니다.”
답답했다.
상대방이 욕설을 한다고 전화를 끊어 버리다니.
노련한 보좌관이라면, 어떻게든 상대방과 대화를 이끌어 나가 하나라도 더 얻어 내었을 것이었다.
신입에게 뭘 바라겠는가?
선배들이 다 나가 버린 상황에서 자리를 지켜 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고생이 많았네.”
“그리고 당에서도 연락이 왔었습니다. 윤리위에 회부하기 전에 먼저 탈당을 하라고 합니다.”
“당에서 그리 말하던가? 당 대표를 내가 만들어 줬는데 이제 와서 나를 쳐내겠다니.”
모든 선거는 많은 돈이 든다.
당 대표 선거도 마찬가지였고, 윤 의원은 자신을 대선 후보로 만들어 줄법한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어 주었다.
지난달만 해도 감사하다는 전화가 왔었다.
그런데 이젠 필요 없어졌으니 당에서 알아서 나가라고 한다.
“또 무슨 일은 없었는가?”
“저도 그만 나가겠습니다. 국회의원 사무실이라고 해서 국익을 위해 일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욕만 먹는 곳인 줄은 몰랐습니다.”
“나가면 취업할 곳은 있고? 내가 알아봐 줄 수 있다네.”
“괜찮습니다. 이번에 태우건설 공채에 합격했습니다.”
태우그룹보다 더 좋은 직장을 소개해 줄 수 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윤 의원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막내 직원까지 빼내 갈 정도로 태우그룹이 악독할 줄이야.
이러다간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그룹에 빼앗기게 생겼다.
정치 공학적으로 생각해 보자.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해선 나도 공격을 가해야만 한다.
태우그룹을 어떻게 공격하면 좋을까? 기자회견이라도 다시 열어야 할까?
“저는 그럼 이만 퇴사하겠습니다.”
무슨 수로 공격을 한단 말인가.
막내 직원마저 잡지 못해 떠나보내는 판국에.
마지막 직원의 퇴사 소식에 공격 의지가 꺾여 버린 윤 의원이었다.
극심한 외로움에 빠져 있는 순간.
똑똑,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두들기고 들어왔다.
“선배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김병태 의원 아닌가! 약속도 없이 무슨 일인가? 어서 와서 앉게나.”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난 듯 반가워하는 윤현길 의원이었다.
대학 동문이자 자신과는 인연이 아주 깊은 국회의원의 등장이었다.
모두가 자신을 버린 줄 알았더니 역시 학교 동문만은 아직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차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이제 어쩔실 겁니까? 이미 여의도에선 선배님 이야기가 쫙 퍼졌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말인가?”
“선배님과 같이 있는 사진만 찍혀도 패가망신한다는 소문 말입니다.”
“……자네도 설마 태우그룹의 사주를 받고 여기에 온 건가?”
“제가 그럴 깜냥이나 되겠습니까?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오아시스는 신기루였다.
학교 후배는 자신의 편이 아니라 태우그룹의 편이었다.
“그래서 위에서는 내가 뭘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건가.”
“결자해지. 선배님이 이 사달을 만드셨으니 직접 수습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여기서 뭘 어떻게 더 할 수 있겠는가? 이미 태우그룹에 대한 의혹은 더 이상 제기를 멈추었네.”
“의혹 제기를 멈춘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겠습니까? 김태중 회장님이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서기 전에 멈추셨어야죠.”
“그럼 김 회장 앞에 가서 무릎이라도 꿇고 빌라는 말인가?”
“그건 선배님의 선택에 달렸죠. 무릎을 꿇든 아니면 할복을 하든 빨리 수습만 해 주세요. 당에서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정치인은 공생 관계였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할 것 없이 선거자금 확보를 위해선 기업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 사실을 윤 의원이 모르는 것은 아니었고, 그럼에도 태우그룹을 공격한 것은 우위에 서기 위함이었다.
정치인이 어떻게 기업가에 끌려다니겠는가?
그러니 우위에 서서 기업가를 ATM기로 쓸 계획이었다.
수수료로 법안 몇 가지를 던져 주며 생색을 내는 그런 관계.
하지만 태우그룹은 그런 관계를 원하지 않았고, 자신과 뜻을 함께했던 의원들마저도 모두 등을 돌려 버렸다.
“설마 태우그룹에서 정치 자금 후원을 끊겠다고 협박이라도 했는가? 정치인이 어찌 한낱 기업에 끌려다닐 수 있단 말인가!”
“큰일 날 소리를 하시네요. 지금이 군사 정권 시절입니까? 더 이상 기업은 정치인에게 이유 없이 돈을 주지 않습니다. 서로 공생 관계가 되어야지 일방적으로 요구해서야 쓰겠습니까?”
“자네가 이제 나를 다 가르치는군.”
“더 이상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태우그룹과의 관계를 회복하세요. 그래야 이번 문제가 해결이 됩니다.”
쾅! 김병태 의원은 문을 강하게 닫고 나가 버렸고.
정적만이 남은 사무실에서 더욱 강한 외로움을 느끼는 윤현길 의원이었다.
***
다음 날.
나는 윤현길 의원을 만났고, 그는 나를 보자마자 무릎부터 꿇었다.
“죄송합니다.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태우그룹에 극심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면 죽으셨어야죠. 왜 살아서 고개를 숙이고 계신 거죠?”
나는 속마음을 그대로 내뱉었다.
이렇게 강하게 나올 수 있는 건 강 대위가 직접 윤현길 의원의 몸수색을 진행했고, 녹음기와 같은 기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한 덕분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강 대위는 미국에서 도입한 신형 장비를 식당 부근에 설치해 도청 자체를 완전히 차단한 상태였다.
“죽으라고 하시면 정말 죽겠습니다. 죽어서라도 사죄를 할 수 있다면 목숨을 버리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 죽음이 혹여나 태우그룹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까 싶어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습니다.”
“죽기 싫다는 말을 참 어렵게도 하시는군요.”
“……살려 주십시오. 태우그룹의 노예로 살겠습니다.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무는 충성스러운 개가 되겠습니다.”
내가 원하던 상황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윤현길 의원이 스스로 노예가 되겠다고 자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멀었다. 5선이나 한 국회의원의 말을 믿을 정도로 난 순진하지 않았다.
그를 좀 더 깊은 나락 속으로 떨어트리고 나서야 개로 쓰든 노예로 쓰든 할 수가 있었다.
“개로 사용하려고 해도 과거가 너무 복잡하시더군요. 용케 아직 감옥에 안 가셨습니다.”
툭! 서류 봉투를 그의 앞에 던졌다.
미국, 중국, 러시아로부터 받은 정보였고, 아직 언론은 물론이고 아무도 모르는 윤현길 의원의 치부가 가득 들어 있었다.
“어, 어떻게 이걸.”
“이 정도 정보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죠. 국정원보다 태우그룹의 정보력이 더 뛰어나다는 소문도 못 들어 보셨습니까?”
겁먹은 개처럼 바들바들 떠는 윤현길 의원이었다.
내가 이런 자료까지 가지고 있는지 전혀 예상치 못했나 보다.
“그런데 정말 태우그룹이 만만해 보이셨나요? 인지도를 올릴 용도로 태우그룹을 공격할 생각을 다 하시다니.”
“제발 저 혼자 책임을 지겠습니다. 가족들은 살려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자료에는 윤현길 의원 가족과 관련된 내용도 들어 있었다.
특히나 병역 면제에 상습 폭행, 음주 운전까지 아주 다양한 사고를 친 그의 아들이었다.
쾅! 쾅! 쾅!
바닥에 머리를 박기 시작하는 윤현길 의원.
머리가 깨져 피가 흘러내리는 걸 보고 나서야 그의 사용 용도를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