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42)
독식하는 재벌 3세-142화(142/518)
142화. 카르텔 (1)
목이 쉬도록 용서를 비는 윤현길 의원이었다.
머리는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과다출혈 때문인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평생 미끼 역할을 하신다고 약속하면 살려는 드리죠.”
“지렁이가 되라고 하면 지렁이가 되겠습니다.”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윤현길 의원이었다.
그는 내가 말한 미끼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고 있었다.
“지금처럼 태우그룹과 반목하는 척을 하세요. 그러면 의원님 옆으로 동조하는 사람이 달라붙겠죠. 그들을 우리에게 알려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 옆으로 오는 사람 모두를 보고드리고, 그들의 약점까지 찾아내어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대선의 꿈은 접으세요.”
“이미 대선 생각은 접었습니다. 미끼가 어떻게 감히 대권에 도전하겠습니까.”
침을 질질 흘리며 대답하는 윤현길 의원이었다.
처음부터 그의 약점을 공개했다면 절대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천천히 그를 고립시켰고, 심적으로 약해졌을 때 약점을 공개했다.
그러니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윤 의원이었고, 이젠 내가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꼬리를 흔드는 충성스러운 강아지가 되었다.
“지금까지 쌓아 온 인맥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평생 외롭게 혼자 여의도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어요.”
“혼자라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히 여기겠습니다.”
“품위 유지비 정도는 던져 줄 테니 다른 욕심은 부리지 마시고요. 다른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는 사냥개를 좋아할 주인은 없어요.”
“태우그룹에서 주는 것만 평생 받아먹으며 살겠습니다.”
윤현길 의원은 일종의 통발이었다.
일반 여론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그였지만, 여의도로 한정한다면 그의 인지도는 꽤 높았다.
그러니 태우그룹을 공격할 마음을 먹는 정치인은 당연히 그를 찾아가게 되어 있었다.
그곳이 통발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24시간 우리가 감시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허튼 생각은 꿈속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마음이 든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습니다.”
윤 의원은 바닥에 뿌려진 사진을 보며 움찔거렸다.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던 장면이 찍힌 사진들.
태우그룹이 확보한 사진은 아니었지만, 윤 의원은 사진의 출저를 알 수가 없었고.
그는 태우그룹이 자신을 24시간 감시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보좌관도 우리가 사람을 보내 드리죠.”
“감사합니다. 평생을 은혜를 갚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은혜를 갚긴요. 미끼가 어떻게 은혜를 갚겠어요? 그냥 이용 가치가 있으니 이용하는 거죠.”
“평생 이용 가치가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처참한 윤 의원의 모습을 보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사람 때문에 할아버지가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서야 했다니.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 의원을 통발로 만들어 여의도에 던져 두어야 했다.
***
그날 저녁.
윤 의원과의 만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쩌억, 집에 도착해서 보니 구두에 피가 묻어 있었다.
윤 의원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였고, 구두를 쓰레기통에 박아 넣고는 거실로 들어갔다.
“오늘도 늦었구나.”
“아직 안 주무셨어요?”
“잠이 오지 않는구나. 내가 인생을 헛살았다는 생각이 자꾸 드니 누워 있을 수가 없구나.”
검찰 조사 이후 무기력에 빠진 할아버지셨다.
재계 1위 그룹의 총수에 올랐지만, 검찰 조사를 피하지 못했다는 무력감까지 더 해져 힘을 많이 잃으셨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두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정권의 눈 밖에 들면 방법이 없단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는 사람은 무조건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 법이지.”
“다시는 할아버지가 검찰청에 가실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불가능한 일이란다. 생각을 해 보거라 대통령이 돈을 달라고 하면 누가 거절 할 수 있겠느냐? 그렇게 되면 다음 정권에서 그걸 빌미 삼아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 총수를 감옥에 보내 버릴 수 있게 된단다.”
고작 5년.
그동안은 제왕적 권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통령이었고.
기업가들은 대통령에게 잘 보여야지만 기업을 원만하게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나 대통령이 바뀌어 버리면, 이전 대통령과 친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당할 수가 있었다.
아무리 줄을 잘 탄다고 해도.
딱 한 번이라도 삐끗하는 순간 감옥행 열차를 타야 했다.
“여당, 야당 가리지 않고 많은 정치인과 친하게 지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여당에서 여러 파벌이 존재하고, 야당 또한 그러하다. 모든 정치인에게 돈을 뿌릴 수도 없는데 어찌 그게 가능하겠느냐?”
“태우그룹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장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태우그룹을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그래. 나도 너라면 태우그룹을 그런 그룹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구나.”
할아버지가 웬일로 이런 반응을 보이시는 거지?
혹시나 장난일까 싶어 표정을 살펴보았지만, 할아버지의 표정은 그 어떤 때보다 더 진심이었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믿는 김에 확실히 믿어 주고 싶구나. 앞으로 태우그룹의 모든 일은 너에게 맡기고 나는 베트남의 신규 사업에만 집중하련다.”
“베트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너에게 회장 자리를 넘기고 베트남으로 영원히 떠나겠다는 말이란다.”
“너무 이릅니다! 할아버지 없이 제가 어떻게 태우그룹을 경영할 수 있겠습니까?”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저 힘없는 모습으로 소파에 기대어 계실 뿐이었다.
“그럼 잠시 베트남에 다녀오세요. 그동안은 제가 어떻게든 태우그룹을 이끌고 있겠습니다. 그 대신 은퇴한다는 소리는 다시는 하지 마세요. ”
“상속 절차도 다 끝났는데 그냥 네가 회장 자리에 오르거라. 나는 장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명예 회장에 올라 뒷방 늙은이나 하련다.”
“자꾸 약한 소리 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없으면 어떻게 태우그룹이 굴러가겠습니까! 무조건 돌아오시는 겁니다.”
“우선 베트남에게 가서 생각해 보마.”
아직은 할아버지의 그늘이 필요했다.
여전히 태우그룹에서 할아버지는 신적인 존재였고, 내가 그 뒤를 이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를 마냥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기도 했다.
검찰 조사를 받으며 많이 무너지신 분을 강제로 붙잡고 있으면 상황만 더 악화될 뿐.
베트남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오시길 기다리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었다.
***
다음 날 회장실.
김태중 회장과 비서실장이 모닝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아침 햇살을 만끽하며 커피를 들이켜는 김태중 회장의 모습은 어제와 사뭇 달라 보였다.
“한동안은 베트남에 가 있기로 했네.”
“결국 그렇게 하시기로 하셨습니까?”
“민재 그놈을 더 부려 먹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네. 능력은 있는 놈이 자꾸 할애비에게 일을 떠넘기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라도 강제로 일을 시켜야지.”
“그럼 저도 같이 베트남에 가야겠습니다. 회장님 가시는 길에 어떻게 제가 빠질 수가 있겠습니까?”
“어허, 자네는 남아 있어야지. 아직 나이도 젊은 사람이 벌써 놀고먹으려고 하나.”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김태중 회장과 비서실장이었다.
이미 비서실장은 김태중 회장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었었다.
태우그룹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선 김민재 부회장을 부려 먹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은퇴 협박.
김태중 회장이 한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간다면.
어쩔 수 없이 김민재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어야만 했다.
이 방법을 처음 꺼낸 사람이 비서실장이기도 했다.
“1년 동안 마음 놓고 베트남에서 관광이나 즐길 생각이네.”
“관광을 즐길 시간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배터리 공장부터 자동차, 전자제품 공장까지. 베트남에 지어지는 신규 공장의 수가 꽤나 됩니다.”
“일이야 실무자들이 보는 거지. 나야 산책하듯 둘러만 보면 되지 않겠는가?”
일중독에 빠져 있던 김태중 회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태우그룹이 재계 1위에 오르기도 했고, 동시대에 활약했던 장영주 회장까지 세상을 떠나니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어진 것이었다.
게다가 손자 녀석이 능력까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로 모든 짐을 떠넘기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손자 녀석이 반발할 게 당연했다.
부회장을 시킬 때도 어찌나 조마조마했던지.
그러니 이런 은퇴 쇼까지 벌이며 조금씩 짐을 떠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계열사 사장들에게는 회장님이 세계 곳곳의 공장을 챙긴다고 말해 놓겠습니다.”
“민재가 알아서 해결하겠지. 뭐 요즘 사장단 회의를 들어가 보면 다들 부회장의 눈치만 보고 있더구만. 자네가 나설 필요가 뭐가 있겠어?”
“그렇긴 합니다. 그러니 저도 3~4개월 정도만 뒷정리를 하고 회장님을 따라 베트남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 자네 마음대로 하게나. 허허허.”
쉴 생각에 얼굴이 밝아진 김태중 회장과 비서실장이었다.
그들은 옹기종기 모여 베트남의 좋은 휴양지를 검색하고, 맛집까지 알아보고 있었다.
***
아침부터 두통이 찾아왔다.
진한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두통은 가시지 않았고, 기획실장이 준비해 온 두통약까지 받아 먹어야 했다.
“일이 잘 끝나지 않으셨습니까?”
“윤현길 의원과의 일은 잘 끝났어요. 그런데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겨 버렸네요.”
“무슨 문제 말씀이십니까?”
“회장님이 은퇴를 하고 싶으시답니다. 검찰 조사로 심적 충격을 많이 받으셨겠죠.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이러시면 제가 얼마나 곤란하겠습니까?”
“설마 회장님께서 정말 은퇴를 하신다고 하셨습니까?”
“우선은 베트남에서 잠시 쉬시는 걸로 합의를 봤습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시네요.”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기획실장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기획실장과 함께 낮술이라도 마시고 싶었지만, 벌여 놓은 일이 워낙 많아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아이폰이 출시됩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출시 되니 준비를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모든 태우전자 마트 지점에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출시와 동시에 전국 모든 지점에서 아이폰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대리점에도 공급이 가능하죠?”
“그렇습니다. 전국의 모든 휴대폰 대리점에도 동시에 아이폰을 공급할 계획을 세워 두었습니다.”
“그런데 태우통신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태우통신 사장은 나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그러니 만만한 기획실장에게 불평을 늘어놓았겠지.
“뭐라고 하던가요?”
“아이폰의 와이파이 기능으로 인해 태우통신의 매출 하락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태우통신을 방문해서 설명을 해야겠네요.”
이제 딱 한 달.
내가 몇 년 동안 준비한 아이폰이 드디어 출시된다.
신경 쓸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고, 내가 직접 처리해야 할 일도 산더미였다.
이렇게 바쁜 시기인데! 할아버지는 베트남으로 떠나 버린다니.
진짜 할아버지만 아니면.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