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43)
독식하는 재벌 3세-143화(143/518)
143화. 카르텔 (2)
태우통신 이주영 사장을 부회장실로 불렀다.
아이폰 출시와 관련된 모든 일을 그가 담당하고 있어서 그런지 피곤에 절어 있었다.
“어떻게 아이폰 출시는 잘 진행되고 있나요?”
“공급부터 판매까지는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통신사에서 제약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KS텔레콤이야 당연히 막고 싶겠죠. 아이폰을 태우통신에서 독점 판매를 시작하면 점유율이 더 떨어질 게 분명하니까요.”
“KS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와 삼진전자가 손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7월에 신설되는 대한민국 표준 모바일 플랫폼(WIPI)에서 외산 휴대폰의 한국 진출을 막으려는 규제를 가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내가 아이폰의 출시를 앞당기려고 노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일명 WIPI라 불리는 악법이 시행되는 순간 아이폰의 한국 출시는 불가능해진다.
WIPI는 여러 통신사가 다양한 플랫폼을 각자 만들어 사용하니 호환이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단일 플랫폼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폰은 WIPI가 탑재되어야만 했다.
그랬기에 전생에는 아이폰이 출시가 되고 3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겨우 출시할 수 있었다.
“WIPI가 휴대용 단말기에만 적용되는 플랫폼이었죠? 아이폰은 휴대용 단말기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야지만 WIPI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요.”
“다른 통신사의 반발이 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시다시피 통신 요금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통신사들입니다. …태우통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무선 인터넷 휴대폰이 들어오는 순간 수익이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통신사가 아이폰을 막는 이유는 간단했다.
인터넷 데이터 사용료를 챙기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이 등장하면 누가 비싼 인터넷 데이터를 사용하겠나?
게다가 수수료까지 챙기지 못하게 된다.
지금은 음원을 다운받을 경우 통신사가 수수료를 떼어 갈 수 있었지만.
아이폰의 경우 자체 앱을 통해 다운받으니 수수료를 떼어 갈 건덕지가 전혀 없었다.
“아이폰 이후의 휴대폰은 무조건 무선 인터넷 기능이 탑재가 될 겁니다. 세계의 흐름을 한국만 빗겨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태우통신이 먼저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아이폰을 판매하면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어요. 다른 통신사의 고객을 영입할 수도 있고요.”
“통신사도 문제지만, 삼진전자와 CL전자에서도 반대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1월에 열렸던 CES에 삼진과 CL전자도 참여했었다.
그러니 당연히 스티브가 발표하는 아이폰을 보았을 터.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오는 순간 자사 제품이 밀려나게 될 거라는 걸 그들도 직감하고 있었다.
“통신사에 전자제품 회사까지 어깨를 걸치고 있는 상황이군요.”
“게다가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다가 아이폰 출시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지금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처할 시간을 벌지 못하게 할 속셈이 분명합니다.”
통신 카르텔이라고 해야 할까?
대한민국 10대 대기업 중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가 동맹을 맺은 격이었다.
아무리 태우가 재계 1위라고 해도 대기업 동맹을 상대로 이기기란 역부족이었다.
“무조건 WIPI 의무 탑재 규제를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최대한 정치권에 힘을 써 보겠습니다.”
“방송위원회가 규제를 총괄하고 있으니 거기를 공략하세요. 아니 제가 직접 회의에 참석하겠습니다. 통신사 간담회가 열리면 알려 주세요.”
“이번 주 금요일에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전까지 방송위원회 사람들과 접촉을 해 보겠습니다.”
잔칫상을 기껏 차려 놨더니 잔치를 못 열게 생겼다.
간담회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지만.
통신 카르텔에서 끝까지 방해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았다.
끝내 잔치를 열지 못하게 된다면, 아주 극단적인 방법까지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
방송위원회에서 개최하는 간담회.
이번 간담회의 정식 명칭은 모바일 플랫폼 특별 분과를 위한 간담회였다.
거대화해지는 모바일 시장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열린 간담회였지만, 실상은 통신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오늘은 처음 보는 얼굴들이 아주 많습니다. 허허, 이렇게나 모바일 플랫폼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강대기 위원장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송위원회 위원장은 장관급 권력을 지닌 자리였고, 통신사를 상대로 갑질할 수 있는 자리기도 했다.
그랬기에 모두가 그의 말에 박수로 회답을 했다.
삼진전자 부사장, CL전자 부사장, KS텔레콤 사장 등등.
모두가 재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었지만 위원장 앞에서는 순둥이가 되어 있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7월에 모바일 플랫폼 분과가 신설이 됩니다. 휴대폰끼리 호환이 되지 않으니 얼마나 불편합니까? 게다가 통신사마다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니 개발비도 몇 배로 들지요. 그러니 하나의 플랫폼을 다 같이 만들어 사용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미 약을 쳐 두었나 보다.
위원장은 WIPI에 매우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가만히 있다간 이대로 회의가 끝날 것 같았기에 나서야만 했다.
“WIPI가 모든 휴대폰을 관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탑재를 원하는 회사만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태우그룹 부회장님께서 직접 회의를 참석하셨군요. 아주 반갑습니다. 그런데 WIPI에 부정적인 입장이신가 보군요.”
“부정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강제 탑재 규제에 한해서만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WIPI의 안정성이 확인되고 난 다음 탑재 규제를 실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여기서 강하게 나가다간 미운털이 박히게 된다.
그러니 WIPI 탑재 규제 자체를 반대하기보단 지연시키는 작전을 사용했다.
“통신사들의 입장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싶어 하고 있죠. 그러니 정부에서 나서겠다는 겁니다. 설마 정부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시겠죠?”
“정부를 못 믿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규제로 생기는 혼란을 막고자 함입니다.”
“애플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때문에 반대하는 것 같습니다.”
삼진전자 부사장이 끼어들었다.
이태곤 부사장은 삼진전자에서 모바일 사업부를 맡고 있었고. 휴대폰 업계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인물이기도 했다.
그가 나서면 누구나 한발 물러서기 마련이었지만.
내가 꿀릴 게 뭐가 있겠어?
태우그룹 부회장이 고작 부사장에 밀린다면 할아버지가 노발대발하실 일이었다.
“그럼 삼진전자는 아이폰을 견제하기 위해 WIPI 도입을 찬성하시는 겁니까?”
“견제를 하다니요! 한국 모바일 시장의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목적을 위해 WIPI 도입에 찬성하는 겁니다.”
삼진전자 부사장이 시작이었다.
CL전자와 다른 통신사 대표들까지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국내 휴대폰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WIPI 도입이 필수입니다. 외산 휴대폰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순간 전자 회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무선 인터넷은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외산 폰도 WIPI를 사용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 아니겠습니까?]대본이라도 있는가 보다.
마치 대사를 치듯 한마디씩 던지는 통신 카르텔이었고.
방송위원회 위원장마저 그들의 편을 들고 있었다.
“흠, 태우를 제외한 모든 회사가 찬성을 하고 있군요. 그렇다고 해서 태우의 입장을 무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WIPI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선심 쓰듯 말하는 위원장이었다.
WIPI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인데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니.
놀리는 것도 아니고.
“WIPI 의무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의견을 나누고 난 뒤에 진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음, 이래서는 회의가 끝나지 않겠군요. 거수를 통해 찬반을 확인하고 오늘 회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태우를 제외한 모두가 한통속인데.
“WIPI 의무화에 찬성하시는 분?”
척! 나를 제외한 모두가 손을 들었다.
반대 의견은 물어볼 필요도 없었고.
결국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채 간담회가 끝나고 말았다.
***
간담회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다.
기획실장은 문 앞에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 얼굴을 보고는 나지막이 말을 걸어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셨습니까?”
“삼진전자가 앞장을 서고 있어서 그런지 카르텔이 아주 견고하더군요.”
“방송위원회를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편을 들어주는 회사가 전무하니 방송위원회에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보입니다.”
너무 쉽게 생각했나?
나는 아이폰 출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고만 생각했었다.
통신사 카르텔이 아이폰 유통을 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태우통신까지 인수했었다.
그리고 태우통신을 점유율 1위 회사로 만들었으니 웬만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통신 카르텔은 그 정도로 흠집도 나지 않았다.
삼진전자와 CL전자까지 우리를 견제하고 있으니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대한민국의 정치권, 방송위, 통신사까지.
통신 카르텔이 국내 휴대폰 유통망을 꽉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해야겠군요.”
“방법이 있으십니까?”
“대한민국이 뒤집힐 수도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죠.”
궁금해하는 기획실장을 뒤로하고 회사를 나섰고.
내가 향한 곳은 다이먼과 데이비드가 있는 강 대위의 사무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통신 카르텔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고, 아주 기겁을 하는 그들이었다.
“한국의 통신 업계가 그렇게 움직이는지 몰랐습니다. 통신사를 통하지 않으면 휴대폰 자체를 구입할 수 없다니요.”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휴대폰은 마트에서 사면 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자급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마트에서 휴대폰을 구입하는 시스템이었다.
이통사의 힘이 강한 대한민국에서만 이런 휴대폰 판매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통신 카르텔이 너무 단단해요. 이대로는 아이폰 한국 출시는 물 건너가게 되는 거죠.”
“방법은 없습니까? 자급제를 도입한다던가.”
“통신 카르텔이 자급제 도입을 허락하겠어요? 무선 인터넷에도 이렇게 기겁을 하는데.”
“제가 방송위원회 사람들을 만나 보겠습니다. 그중 절반만 회유하면 방법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데이비드가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
지금까지 그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결했던가?
나도 그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지만, 통신 카르텔이 있는 한 방송위원회를 회유하기란 어려웠다.
“방송위원회를 건드리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습니까?”
“그럴 수는 없죠. 국내에서 일을 해결하기 어려우면 외부를 통해 해결을 봐야겠죠. 그래서 말인데. 데이비드가 미국을 좀 다녀오셔야겠어요.”
“저야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고 오면 될까요?”
통신 카르텔이 나를 방해한다 이거지?
너희만 카르텔이 있냐? 오늘 같은 날을 위해 나도 나름의 카르텔을 만들어 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