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44)
독식하는 재벌 3세-144화(144/518)
144화. 카르텔 (3)
대망의 6월이 되었다.
2001년 하반기의 시작과 함께 아이폰이 출시되었다.
CES에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기에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폭발의 규모가 예상외였다.
미국 전역의 가전제품 매장에서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아직 출시하지 않은 유럽에서도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관광객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런 모든 상황을 기획실장이 나에게 보고를 해 주었고.
나는 기쁘면서도 씁쓸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미국에서 대박이 났는데 한국에서는 출시조차 하지 못하고 있군요.”
“통신 카르텔에서 아이폰 출시를 강하게 막고 있습니다. 7월로 예정되어 있던 WIPI 탑재 규제를 한 달이나 일찍 시작한 건 전적으로 아이폰을 견제하기 위함입니다.”
아이폰 출시 자체가 막힐 줄이야.
정치권과 방송위원회에 대규모 로비를 진행한 통신 카르텔이었다.
삼진전자와 CL전자까지 로비에 뛰어들었으니 정치권이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
정치권에서도 명분은 있었다.
자국 제품 보호.
아이폰이 들어오면 국내 휴대폰 회사가 큰 타격을 입으니 막아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명분이었지만.
통신 카르텔이 후방을 지원해 주고 있었기에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고, 결국 아이폰 한국 출시를 막는 데 성공했다.
“한국으로 아이폰이 몇 대나 들어왔죠?”
“초기 물량으로 10만 대가 지난주에 도착했습니다.”
10만 대면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특히나 초기 물량으로만 10만 대였기에, 한국 출시가 늦어질수록 애플과 태우그룹이 큰 피해를 입는 구조였다.
“물건은 있는데 팔 수가 없다니 참 웃기는 상황이군요.”
“규제만 풀리면 지금이라도 당장 판매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통신 카르텔에서 전력을 다해 막고 있으니 올해 안에 출시가 가능할지도 미지수입니다.”
근심이 가득한 기획실장이었다.
반면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늦어도 이번 달 안에는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아이폰이 미국 시장에서 광풍을 일으키면 당연히 한국 고객들도 아이폰 출시를 요구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아이폰 출시 문의를 해 오는 고객들의 수가 하루에도 수천 명이 넘습니다.”
통신 카르텔을 이기기 위해선 우리도 카르텔이 필요했고.
휴대폰을 직접 구매하는 고객이 누구의 편을 드냐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아이폰 출시를 바라는 고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통신 카르텔의 명분은 약해지니까.
“아이폰의 광풍이 불수록 우리에겐 유리해집니다. 그러니 태우그룹 차원에서 아이폰 홍보에 전력을 다해 주세요.”
“이미 미국에 진출한 태우 가전제품 마트에서 아이폰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홍보비를 더 늘리세요. 가만히 둬도 광풍이 불긴 하겠지만, 그 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어요.”
***
통신 카르텔이 또다시 모임을 가졌다.
태우통신을 제외한 통신 회사와 삼진, CL전자가 참여한 모임이었다.
그들은 축배를 들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WIPI 덕분에 대한민국 통신 업계의 발전이 기대가 됩니다!”
“모든 건 위원장님이 신경 써 주신 덕분입니다.”
서로를 진심으로 칭찬하는 그들이었다.
전자 회사는 아이폰의 출시를 막아 자사 휴대폰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으니 좋고.
통신 회사의 경우에는 무선 인터넷을 막아 데이터 요금을 더 뽑아낼 수 있으니 좋았다.
그리고 방송위원회의 경우에는 통신 카르텔의 후원을 받을 수 있으니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었으니 진심이 담긴 칭찬이 오갈 수가 있었다.
“태우그룹의 꼴이 좋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통신 업계 1위 자리에서도 내려오지 않겠습니까?”
“삼진과 CL전자가 도움을 주신다면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이번 신제품부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우통신에서는 약간의 패널티를 줄 생각입니다. 그래도 공급 자체를 막을 순 없으니 신제품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는 정도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태우통신에서는 휴대폰의 이름 대신 고유 넘버로 불러야겠군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휴대폰은 다양한 이름을 보유하고 있었다.
삼진전자의 신제품의 이름은 애니컬이었다.
하지만 삼진전자에서 애니컬의 이름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태우통신은 애니컬이라는 이름 대신 SCH-480으로 홍보를 해야 했다.
그렇게 큰 패널티라고 볼 순 없긴 했지만.
고객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는 있었고, 당연히 태우통신의 점유율이 떨어질 요소이기는 했다.
비열하고 유치한 방법.
하지만 통신 카르텔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대규모 집단이었다.
그렇기에 비열하고 유치한 방법을 사용함에도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나저나 아이폰을 스마트폰이라고 부른다면서요?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시대의 흐름이 바뀌겠습니까?”
“사람들은 익숙한 기기를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노트북이 있는데 굳이 스마트폰이 필요하겠습니까? 우리 CL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반응이 뜨겁다곤 하지만 조만간 꺼질 불씨에 불과하죠. 처음에는 신선해서 좋아하겠지만, 결국엔 비싼 가격을 주고 아이폰을 사용할 이유가 없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 진출에 회의적인 통신 카르텔이었다.
전자 회사의 경우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피쳐폰을 버릴 생각이 없었고.
통신 회사는 비싼 데이터 요금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피쳐폰이 유리했다.
“제가 한 잔씩 돌리겠습니다.”
“오랜만에 건배사라도 한번 외쳐 볼까요?”
“좋은 건배사라도 있으십니까?”
“오늘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태우그룹을 챙겨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참 좋은 생각입니다.”
[태우그룹을!] [위하여!]태우그룹을 농락하는 건배사를 외친 통신 카르텔이었다.
그렇게 몇 잔의 술이 더 돌아가고 있을 때.
방송위 차관급 직원과 각 회사의 실장급 인사들이 동시에 모임 장소 안으로 다급히 들어왔다.
“미국에서 슈퍼 301조를 발동하였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슈퍼 301조를 발동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아이폰 출시를 막는 규제를 규탄하며, 한국 휴대폰과 자동차 기업을 상대로 슈퍼 301조를 발동하였습니다.”
슈퍼 301조.
자국의 이익을 방해하는 국가를 상대로 무제한 보복 조치를 하겠다는 법률이었고.
슈퍼 301조가 정식으로 발동이 된다면, 한국의 휴대폰과 자동차를 미국에 판매를 할 수가 없게 되어 버린다.
한국 경제가 휘청거릴 일이었고.
통신 카르텔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
그날 저녁.
나는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데이비드와 함께 축배를 들었다.
“고생했어요. 부시 대통령이 슈퍼 301조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는데 데이비드가 노력해 준 덕분에 오늘 발동이 되었네요.”
“아이폰의 인기가 높은 덕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백악관을 어렵지 않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나는 막대한 후원금을 부시 캠프에 지원해 주었었다.
그렇다고 한들 내 마음대로 슈퍼 301조 같은 엄청난 일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은 당연히 자국 기업의 발전을 원했고.
우리는 아이폰이 한국 출시를 바랐으니 서로의 이해관계가 전혀 상충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아주 난리가 났겠군요. IMF 조기 졸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갑자기 슈퍼 301조라는 방해물을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라인을 통해 들어 보니 청와대로 고위급 관료가 전부 소집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왜 휴대폰과 자동차 업계까지 슈퍼 301조에 포함하라고 하셨습니까? 자동차 회사를 보유한 태우그룹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는 조치이지 않습니까?”
“그래야 우리 편을 모을 수 있으니까요.”
통신 카르텔을 상대하기 위해선 우리도 카르텔이 필요했고.
통신 카르텔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우린 손해를 막기 위해 모여야 했다.
슈퍼 301조로 자동차 미국 수출이 막힌다면?
당연히 현재차가 반발하고 나서기 마련이었다.
삼진전자와 CL전자를 상대하려면 태우그룹과 현재차 그룹 동맹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어?
“괜히 현재자동차만 가만히 있다가 불똥을 맞은 셈이군요.”
“불똥을 맞았으니 화풀이 대상이 필요하겠죠.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통신 카르텔이 딱 좋은 화풀이 대상이죠.”
“그리고 통신 카르텔의 분열도 일어나겠습니다. 통신 회사야 손해 볼 일이 없지만, 휴대폰 회사는 미국 판매가 막히면 매출에 지대한 손해를 입게 되지 않습니까?”
“좁은 한국 땅덩어리에서 휴대폰을 팔면 몇 대나 팔겠어요? 미국 판매가 막히면 매출이 반토막이 나겠죠.”
통신 카르텔이 방송위원회를 이용한다면.
나는 백악관을 이용해 반격을 가하면 그만이었다.
나도 웬만하면 이런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한민국 경제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나를 이렇게 만든 건 통신 카르텔이었다.
“그런데 통신 카르텔에서도 반격을 가하지 않겠습니까? 통신 카르텔 정도면 미국 정치권에 대규모 로비를 할 자금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경우라면 가능하겠죠. 하지만 이번 일은 자국의 기업의 이익을 방해하는 일인데 어느 정치인이 그런 로비를 받아들이겠어요?”
“그래도 통신 카르텔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아이폰 출시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럴 일이야 생기겠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국은 물론이고 동맹국까지 한국의 휴대폰과 자동차를 수입하지 않게 될 겁니다. 매출이 반토막이 나는 게 아니라 반의 반토막이 나게 되는 거죠.”
일명 세컨더리 보이콧.
3자 제재라도 불리는 방식으로 미국과 동맹인 국가까지 슈퍼 301조를 따르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다른 국가는 생각도 못 할 방법이었지만, 미국은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었다.
“통신 카르텔을 더 몰아붙이기 위해선 여론의 힘이 필요합니다. 현재차와 합세해서 통신 카르텔을 공격하는 기사를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WIPI로 인해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외국 휴대폰 회사도 자극해 보세요. 그들까지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 통신 카르텔도 어쩔 수가 없을 겁니다.”
나는 한국 경제를 담보로 통신 카르텔을 협박하는 셈이었다.
통신 카르텔이 나를 이기려고 들면 한국 경제가 무너지게 되는 구조였으니.
무조건 내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그러게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건드리냐고!
***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송위의 강대기 위원장을 찾아왔다.
같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 두 사람이었지만, 고개를 숙이는 쪽은 강대기 위원장이었다.
같은 장관급이라고 해도 비서실장은 권력의 이인자였고, 그의 목소리가 곧 대통령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일을 어떻게 하고 계시길래 미국에서 슈퍼 301조를 발동한다고 나섭니까! WIPI인지 뭐시기인지 하는 규제를 당장 그만두세요.”
“국내 기업을 보호하고,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WIPI가 필요합니다.”
“국내 기업? 말은 똑바로 하세요. 방송위원회와 친한 몇 개의 기업을 위해 필요한 거겠죠.”
비서실장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누군 IMF를 조기 졸업하기 위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니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