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45)
독식하는 재벌 3세-145화(145/518)
145화. 카르텔 (4)
비서실장의 분노가 터져 나왔지만.
여전히 통신 카르텔은 굳건했고, 오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술자리를 가지는 그들이었다.
“위원장님께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조금만 더 고생을 해 주세요.”
“고생이랄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면 그만이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고생 부탁드리겠습니다.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시고 나서도 고생을 하셔야 하니 미안할 따름입니다.”
“허허, 한국 통신 업계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대통령 임기는 고작해야 5년.
방송위 위원장의 임기는 더 짧은 3년.
그 이후의 삶을 통신 카르텔에서 책임져 주겠다는 말이었다.
각 회사의 명예 고문으로 3년씩만 옮겨 다녀도 최소 10년 이상은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게 되니 어찌 마다하겠는가?
욕 한 번 듣는 대가로 10년의 인생이 편해진다.
그러니 비서실장이 찾아와 욕을 쏟아붓는 것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매우 다혈질이라고 들었습니다. 위원장님의 귀가 한동안 시끄러워지겠습니다.”
“이번 정권의 임기도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내년이면 레임덕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몇 달만 더 참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허허허.”
“대통령 지지율도 많이 떨어지긴 했죠. 올해 하반기만 되어도 대통령의 힘이 예전 같지 않을 겁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제는 제왕적인 권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권력을 누릴 수 있는 건 국민들의 지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만약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진다면, 권력의 기반이 흔들리기 마련이었고.
20% 선이 깨지기라도 한다면, 청와대의 목소리를 무시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보다 슈퍼 301조가 우려스럽습니다. 정말 미국에서 슈퍼 301조를 정식으로 발동이라도 하면 문제가 커지지 않겠습니까?”
“외환위기 때를 생각해 보시면 압니다. 그때도 자동차 업계에 슈퍼 301조가 발동되었지만, 결국엔 유야무야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냥 겁주는 용도로 슈퍼 301조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흠흠, 위원장님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미 로비스트를 보내 두었습니다. 백악관과 정치권에 골고루 약을 뿌릴 거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역시 다 방법을 생각해 두셨군요. 그럼 저는 열심히 욕만 먹고 있겠습니다!”
웃고 떠들며 술자리를 즐기는 이유가 있었다.
통신 카르텔은 미국 정치인과 상시 교류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막대한 로비 자금까지 투입하였으니 조만간 슈퍼 301조 문제가 해결될 거라 확신하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럼 오늘도 건배사를 외쳐 볼까요? 태우그룹을!”
“위하여!”
승리를 확신하는 통신 카르텔이었다.
그들은 오늘도 태우그룹을 농락하는 건배사를 외치며 술자리를 즐겼다.
***
요즘 들어 자주 만나게 되는 현재차 장경준 회장이었다.
미국에서 슈퍼 301조 카드를 꺼내 들자마자 나에게 연락을 걸어왔고, 오늘 그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갑자기 불똥이 왜 자동차 업계로 튀는지 모르겠군요. 통신 업계 문제로 왜 우리 자동차 업계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 겁니까?”
“만만한 게 자동차 업계이지 않습니까? 저도 죽을 맛입니다. 삼진전자와 CL전자는 휴대폰이라도 생산하지 우리 태우전자에서는 진작 휴대폰 사업부를 철수하였지 않습니까.”
일단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슈퍼 301조 문제를 내가 일으켰다는 걸 모르게 해야지만, 장경준 회장을 동맹으로 끌어들일 수가 있었다.
“후우, 그런데 설마 미국에서 정말 슈퍼 301조를 정식으로 발동하지는 않겠죠? 현재차는 WTO 제소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WTO 탈퇴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가 심각해지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청와대에서도 WIPI 규제를 완화하라고 지시가 떨어졌다고 하는데 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겁니까?”
“통신 카르텔을 잘 모르시는군요. 그들은 대통령의 목소리마저 무시할 정도의 힘을 가졌습니다.”
“하긴 재계 10위 기업 4곳이 힘을 뭉쳤으니 그럴 만도 하겠군요.”
재계 5위 안에 드는 기업만 해도 3곳이었다.
그러니 내가 현재차와 동맹을 맺기 위해 이 짓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통신 카르텔을 상대하려면 자동차 업계에서도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와 친한 언론사를 이용해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에서도 통신 카르텔을 저격하는 기사를 내보내려고 합니다.”
역시 손발이 착착 들어맞았다.
태우그룹 혼자 언론 플레이를 해 봐야 한계가 있지만, 현재차 그룹까지 같이 움직인다면 여론을 충분히 움직일 수가 있었다.
“흠, 슈퍼 301조로 IMF가 다시 올 수 있다고 겁을 주는 건 어떻겠어요?”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거기다 통신 업계의 데이터 요금 문제를 대두시킬 생각입니다. 외국에 비해 한국 통신 업계가 얼마나 돈독이 올랐는지 알린다면 효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언론만으로는 부족하지요. 정치권까지 움직입시다. 현재차 그룹과 친한 정치인들에게 전화를 다 넣겠습니다.”
“우리도 움직일 수 있는 정치인을 이번에 다 동원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이 재계 1위라고는 하지만.
이전에는 현재그룹이 재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정치인이 현재그룹과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들을 이번 싸움에 동원할 수만 있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
장경준 회장과의 작전 회의를 마치고.
나는 태우그룹 본사로 돌아와 기획실 직원들과 세부 작전 회의를 진행했다.
“아이폰 출시를 원하는 고객의 수가 지금보다 10배는 더 늘어나야 여의도까지 목소리가 전해질 겁니다.”
“미국의 아이폰 판매량이 매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태우전자 제품 매장에 아이폰 출시를 문의하는 전화가 몇 배로 늘어났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미국을 오가는 한국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그러니 한국에서 아이폰을 직접 만져 볼 기회를 만들어야 겠습니다.”
“한국 출시가 금지되어 있어 방법이 없습니다.”
통신 카르텔로 인해 아이폰 한국 출시가 막히긴 했지만.
굳이 아이폰을 판매해야지만 고객들이 아이폰을 사용할 기회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모든 태우전자 제품 매장에서 아이폰을 전시하세요. 초기 물량 일부를 전시 제품으로 사용하는 거죠.”
“아주 묘수입니다. 출시가 금지되었지만, 전시까지 금지된 건 아니니 지금 바로 가전제품 매장에서 아이폰을 전시하겠습니다. 그런데 초기 물량을 전시 제품으로 사용하면, 그 비용을 전부 우리가 부담해야 됩니다.”
“그 정도 비용 부담이야 당연히 감수해야죠. 출시만 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홍보비라고 생각하고 전시를 진행하세요.”
“내일 중으로 전국 매장에서 아이폰 전시를 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습니다.”
백문불여일견이라고 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기 마련.
가전제품 매장에서 아이폰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다면, 수요가 급증할 건 당연했다.
“그리고 유행에 민감한 학생들을 공략해야겠습니다. 전국의 주요 대학교에 아이폰 홍보관 설치를 하세요.”
“홍보관을 설치하기 위해선 무선 인터넷이 필요합니다.”
“그럼 무선 인터넷까지 대학교에 깔아 주고 오세요.”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작업입니다.”
“어차피 아이폰이 출시되면 무선 인터넷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전혀 손해는 아닙니다.”
현재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잘 깔려 있었다.
하지만 무선 인터넷의 경우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았기에 생소한 개념일 수가 있었다.
그러니 대학교부터 무선 인터넷을 설치해 무선 인터넷의 편리함을 알게 해 주어야 했다.
“전국의 유명 대학부터 홍보관을 설치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하세요. 아이폰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나야 아이폰 출시를 하루라도 앞당길 수 있습니다.”
“기획실 인원 전원을 투입하겠습니다.”
하나둘씩 통신 카르텔을 압박하기 위한 작전이 시행되었고.
아직 내가 구상한 작전은 여러 개가 남아 있었다.
특히나 외부가 아닌 내부를 공략하는 작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
애플의 부사장 토니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모든 구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고, 반도체, LCD 패널 등 한국 기업과의 거래도 그의 업무였다.
그를 접대하기 위해 삼진전자와 CL전자가 동시에 움직였고.
토니는 이례적으로 삼진전자 담당자와 CL전자 담당자를 동시에 만나기를 바랐다.
“두 기업에서 아이폰 한국 출시를 막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폰은 삼진전자에서 많은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고, CL전자의 LCD도 사용하고 있는데 왜 그런 정책을 펼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
할 말이 없는 담당자들이었다.
그들의 직책은 임원급으로 어디 가서 꿀릴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고객사와 이해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니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혹시 애플을 고객사가 아니라 경쟁사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우리도 부품 조달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와 LCD 업체로 삼진전자와 CL전자를 제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계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습니까?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실 수는 없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우리가 계약을 파기하면 소송이라도 거실 생각인가 본데. 어디 한번 해 보세요. 고객사를 견제하는 업체와 소송을 피할 이유는 없죠. 미국 법정에서 한번 싸워 봅시다!”
상황이 이렇게 번지는 걸 원하지 않는 담당자들이었다.
애플 자체가 무섭지는 않았지만, 만약 소송까지 번지게 되면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애플을 견제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단지 한국의 상황이 마땅치가 않아 지연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300만 대 분량의 부품 계약을 새로 체결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2차, 3차 계약도 진행되어야 하고요. 그런데 이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부품 계약을 체결하러 일본으로 떠나야 합니다. 그 점을 고려해 주세요.”
300만 대라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이는 담당자들이었다.
아이폰이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300만 대나 추가로 생산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바일 사업부 놈들!
왜 문제는 자기들이 일으키고 수습은 내가 해야 하는 건데!
삼진전자 담당자는 반도체 사업부 소속 임원이었다.
이번 일은 모바일 사업부에서 벌인 일이라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CL전자 담당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LCD 사업부 소속이었고, 통신 카르텔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이번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빨리 결론이 나와야 할 겁니다. 한국 출시가 이번 달 안에 진행되지 않는다면, 계약 파기는 물론이고 전량을 일본 기업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겁니다.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 그런 회사와 말이죠.”
삼진전자와 CL전자도 파벌이 존재했고.
이번 일은 파벌 간의 전쟁 발발의 시발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