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46)
독식하는 재벌 3세-146화(146/518)
146화. 카르텔 (5)
삼진전자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시가 총액 1위를 달성했다.
그룹의 재계 서열은 아직 태우그룹에 밀려 2위였지만, 단일 기업으로만 본다면 한국 1위 기업이 삼진전자였다.
웬만한 대기업 그룹과도 비등한 삼진전자였기에.
2명의 부회장, 5명의 사장과 10명이 넘는 부사장이 임원으로 있었고, 엄청난 권력을 지닌 그들이 회의실에서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었다.
“휴대폰 사업부를 살리자고 반도체 사업부를 날리자는 말씀이십니까? 애플에서 이번에 300만 대 분량의 반도체를 수입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객사를 견제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우리가 언제 고객사를 견제한다고 그러십니까! WIPI 규제는 방송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입니다. 삼진전자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그걸 누가 믿겠습니까? 저도 안 믿는데 애플에서 믿겠습니까? 통신 회사들과 힘을 합쳐 아이폰의 한국 출시를 막고 있다는 소문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쫙 퍼져 있단 말입니다.”
반도체 사업부와 모바일 사업부의 임원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로 가다간 주먹 다툼까지 벌일 분위기였기에, 정현우 부회장이 중재에 나섰다.
“진정들 하세요. 모바일 사업부와 반도체 사업부가 WIN-WIN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미국에서 슈퍼 301조까지 꺼내 든 상황에서 두 사업부가 동시에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슈퍼 301조 카드를 꺼내 협박하는 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슈퍼 301조가 실질적으로 발동된 적은 없습니다. 그저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정현우 부회장이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상황이 복잡해도 너무 복잡했다.
모바일 사업부와 반도체 사업부는 삼성전자에서 매출 1, 2위를 다투는 사업부였기에 누구 한쪽의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부회장이 중재를 중단하자 다시 싸움이 벌어졌고.
모바일 사업부에서 강한 발언을 쏟아 내었다.
“솔직히 반도체 사업부가 무슨 돈으로 굴러가고 있습니까? 이번 분기만 해도 2,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본 사업부가 반도체입니다. 휴대폰을 판매해서 적자를 메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반도체 사업부를 아예 죽이자는 말씀이십니까? 흑자전환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모바일 사업부에서 고객사를 쫓아내면 어쩌자는 겁니까!”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었고.
각 사업부 사장들의 목소리는 높아만 졌다.
그 순간, 끼이익!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여기가 시장판도 아니고 목소리를 왜들 그렇게 높이는 건가!”
“회,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희건 회장의 등장이었다.
현재그룹에 장영주 회장이 있었다면, 삼진그룹에는 오희건 회장이 있었다.
왕자의 난을 뚫고 삼진그룹의 총수가 된 오희건 회장이었고, 그는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삼진그룹을 재계 2위까지 올린 인물이었다.
“미국이 슈퍼 301조까지 꺼내 들 정도로 일을 복잡하게 만들면 어쩌자는 겐가. 그리고 애플에서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했다고 들었네.”
“고객사를 견제하는 회사와는 거래할 수가 없다고 전해 왔습니다.
“이 사장이 말해 보게나. 아이폰의 한국 출시를 꼭 막아야 할 정도로 삼진전자의 휴대폰이 경쟁력이 없는 겐가?”
“그건 절대 아닙니다. 삼진전자의 휴대폰은 세계 최고입니다.”
“그럼 왜 아이폰의 한국 출시를 막는 겐가? 한국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함인가?”
“기존의 휴대폰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폰이기에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벌기 위함입니다.”
오희건 회장 앞에서 거짓말은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보이는 모바일 사업부 이 사장이었다.
“자네의 뜻은 내 잘 알겠네. 그런데 아이폰의 한국 출시를 막느라 우리 휴대폰을 미국에 팔지 못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나?”
“슈퍼 301조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이시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백악관과 상원, 하원에 로비스트를 보내 두었습니다.”
“쯧쯧, 어떤 정치인이 자국의 이익을 반하는 일에 동참하겠나? 로비스트에게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불가능한 로비라는 걸 왜 모르는 겐가.”
오희건 회장은 이미 미국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이 보유한 라인을 통해 미국 정치권의 소식을 알아보았고, 로비가 통하지 않을 상황임을 파악했다.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긴 하지만 미국의 일은 로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신 카르텔이 그렇게 돈이 많은가? 월가보다 더 많은 로비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하냐는 말일세.”
“월가라고 하시면 미국의 투자회사들 말씀이십니까?”
“애플이 누구 소유인지도 모르는 겐가? 지분 대부분을 월가의 투자회사들이 나눠 가지고 있지. 그리고 미국 정치권에 가장 많은 돈을 뿌리는 곳이 월가이기도 하고. 그들과 싸워 이길 자신이 있는가?”
“…….”
오희건 회장의 혀를 찼다.
그 소리에 고개를 숙이는 모바일 사업부 이 사장이었다.
“이길 자신이 있다면 내 지원을 해 주겠네. 하지만 패배하는 순간 삼진전자가 부도가 날 수 있다는 걸 명심하게. 삼진전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쓰러질 수도 있는 일이란 말일세!”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쯧쯧, 한국에서 하던 대로 미국 정치권을 공략하려니 이런 사달이 생긴 게지.”
오희건 회장은 냉정하게 고개를 돌렸고.
가만히 대기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부 임원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아이폰과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면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나?”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지만, 적자 폭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삼진전자의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폰을 만들 수가 있는 겐가? 우리 반도체가 필수 부품이라면 갑과 을의 위치가 뒤바뀌게 된다네.”
“태우반도체와 일본의 반도체를 사용해서 아이폰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물론 성능과 단가 문제가 발생하긴 하지만, 제품 자체를 만들지 못할 정도의 문제는 아닙니다.”
반도체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는 삼진전자이긴 했다.
하지만 다른 반도체 회사와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더 생각할 것도 없겠군. WIPI 규제를 철회하도록 하게나.”
“하지만 회장님, 이미 여러 회사와 약속을 한 상태입니다. 특히나 통신 회사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설 겁니다.”
“휴대폰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는데 지금 고작 국내 통신 회사와의 문제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가!”
통신 회사와 휴대폰 회사는 어찌 보면 수직 관계에 가까웠다.
통신 회사를 통해서만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기에 통신 회사를 갑으로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삼진전자를 단순히 을이라고 볼 수는 또 없었다.
슈퍼 을이라고 해야 할까?
통신 회사들도 삼진전자의 휴대폰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막대한 손해를 입기에 삼진전자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슈퍼 301조로 나라가 망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게.”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이틀 후.
기획실장이 아주 반가운 소식을 가지고 찾아왔다.
“방송위원회에서 WIPI 강제 탑재 규제를 연기하기로 발표했습니다.”
“그래도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폐지가 아니라 연기로 발표를 했군요.”
“말이 연기지만 실상은 폐지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오늘부터 아이폰 출시가 가능해지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부회장님의 지시만 떨어지면 지금 당장이라도 전자제품 매장에서 아이폰을 판매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판매를 시작하세요.”
신제품이 나오면 대대적으로 광고를 뿌린 뒤 출시하기 마련이었다.
우리도 당연히 아이폰 관련 광고를 여러 버전으로 촬영해 두었지만, WIPI 문제 때문에 광고를 틀지 못하고 있었다.
그 문제가 이제 해결이 되었으니.
며칠 동안 광고를 대대적으로 한 뒤에 아이폰을 판매하는 것이 맞았지만.
뉴스와 신문에서 알아서 노이즈 마케팅을 해 준 덕분에 그럴 필요가 사라졌다.
“전자제품 매장 오픈과 동시에 아이폰 판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기획실장은 바쁘게 움직였고.
미루어 두었던 아이폰 광고 재개와 전국 매장에 연락해 아이폰 판매 시작을 알렸다.
그렇게 바삐 움직이던 기획실장이 다니 나를 찾은 건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부회장님! 큰일이 났습니다.”
“또 뭐가 문제죠? 설마 통신 카르텔에서 또 훼방을 놓고 있나요?”
“그게 아니라, 초기 물량이 벌써 다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초기 물량으로 10만 대나 들어왔는데 그게 반나절만에 다 팔리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실질적으로 팔린 건 2만 대에 불과하지만, 3만 명이 넘는 고객이 예약을 하였습니다. 이 흐름의 절반만 이어져도 이번 주 내로 초기 물량이 동이 나고 맙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었다.
그런데 내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뜨거웠고.
이는 통신 카르텔 덕분이기도 했다.
아이폰 출시로 슈퍼 301조가 걸리는 등 뉴스에서 크게 홍보를 해 주었고.
전국 매장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열심히 홍보 활동을 하였기에 판매 시작부터 고객이 몰려들 게 되었다.
“애플 본사에 연락해서 물량 공급을 요청하세요. 우리가 직접 중국 공장에서 물량을 받아 간다고 하세요.”
“이미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라 많은 물량을 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조만간 유럽 시장에도 출시를 시작할 건데 벌써 물량 부족 사태가 일어나 버렸군요.”
“애플 본사에서도 물량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부품 수급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단지 조립을 담당하는 공장의 규모가 작아 생산량이 떨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흠, 그냥 무턱대고 기다릴 수는 없죠. 흠, 태우전자에서 아이폰을 생산할 수 있겠습니까?”
“소형 제품 조립 공장을 이용하면 생산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애플이 인수한 태우 휴대폰 사업부 공장에 우리 인원을 동원해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한국 물량만큼은 우리가 책임지고 부족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태우전자 공장을 이용하면 물량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단가가 맞지 않습니다.”
중국에 조립 공장을 세운 건 인건비 때문이었다.
한국 공장에서 생산을 하게 되면 단가가 치솟는 건 당연했다.
그렇다고 이미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아이폰의 단가를 더 높일 수도 없었다.
“우리 몫을 조금 손해 보더라도 생산 물량을 맞춰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태우통신의 점유율이 더 올라갈 수 있어요.”
“지금 바로 태우전자와 협의에 들어가겠습니다.”
태우통신에서 아이폰을 독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이폰이 팔리는 만큼 태우통신의 고객이 늘어난다는 뜻이었고.
다른 통신사의 고객이 태우통신으로 넘어올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러니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단가가 높아지는 만큼 우리가 분담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으니 어떻게든 물량을 확보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