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49)
독식하는 재벌 3세-149화(149/518)
149화. 반등 (3)
스티브와 나는 애플의 제품 기획실 안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애플의 시초인 맥킨토시부터 이번에 나온 아이폰까지 전시되어 있는 장소였고, 나는 그 중간에 서서 두 팔을 벌려 보았다.
“뭔가 부족해 보이지 않으십니까?”
“뭐가 부족하다는 겐가?”
“맥과 아이폰은 너무 동떨어져 있어요. 그 중간 제품이 없습니다.”
“노트북을 말하는 건가? 안 그래도 노트북 형태의 맥을 개발 중이네. 맥북이라는 이름도 이미 정해 놓았네.”
애플은 PC 회사였고, 당연히 노트북도 개발을 하였다.
하지만 애플의 특성상 고사양 제품만을 내놓았기에 휴대성이 매우 떨어지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파워북이나 아이북을 개량해서 노트북을 만드실 계획이십니까?”
“맥북은 기존의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일세. 이미 2종류로 개발을 진행 중에 있고, 전문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종과 일반 사용자를 위한 기종으로 나뉘어 있다네.”
당연히 나도 맥북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실제로 사용해 본 적도 있었고, 엄청난 매니아층을 보유하게 되는 제품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맥북이 아니었다.
아직 개발에도 들어가지 않은 새로운 제품 이야기를 꺼내기 위함이었다.
“맥북은 아마도 노트북 형태겠군요. 그렇다고 할지라도 아이폰과 노트북 사이의 중간 제품이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자꾸 빙빙 돌리지 말고 어서 속에 숨겨 놓은 것을 꺼내 보게나.”
“아이폰은 이미 터치스크린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트북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키보드, 마우스 같은 입력장치를 전부 터치스크린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초소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의 힌트를 던져 주었다.
아이폰의 출시를 몇 년이나 앞당겼으니 아이패드의 출시 또한 앞당겨야 하지 않겠어?
“애플의 실패작을 다시 도전하라는 말처럼 들리는군. 자네가 말한 제품은 이미 애플이 제작한 적이 있다네. 메시지 패드라는 희대의 실패작이 자네가 말한 바로 그 제품이지.”
“메시지 패드가 실패한 건 시대를 너무 앞서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패드형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메시지 패드 때문에 애플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니 스티브가 부정적으로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메시지 패드와 비슷한 제품을 만든다고 하면 이사회에서 아주 난리가 날 건데 괜찮겠는가?”
“이사회를 걱정하는 걸 보니 스티브도 만들고는 싶으신가 보네요.”
“메시지 패드를 통해 기술력은 이미 확보해 두었네. 그러니 많은 개발비를 들이지 않고서도 충분히 패드형 노트북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저는 무조건 성공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걱정하지 말고 스티브의 감을 믿고 추진해 보세요.”
스티브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구석에 전시되어 있는 메시지 패드를 한참이나 만지작거리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액정을 컬러로 바꾸고, 음악과 동영상까지 재생할 수 있게 하고, 필기 기능을 살려 대학교나 직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면 되지 않겠나?”
“메시지 패드와 아이팟에 들어간 기술을 사용하고, 아이폰의 OS까지 사용하면 개발비는 거의 들지 않습니다. 리스크가 적은 제품이니 고민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사실 아이패드는 새롭게 창조해 내는 혁신적인 제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존의 기술을 짜깁기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대박 아이템이었다.
“자네 말이 맞아. 애플의 부족한 제품 라인업을 채우기에 안성맞춤인 제품이 되겠어! 지금까지 왜 명상을 했는지 모르겠군. 자네와 몇 분 대화를 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가 샘솟는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자네에게 받기만 하는 것만 같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하게나.”
당연히 아이디어를 그냥 던져 준 건 아니었다.
물론 아이패드가 출시되면, 그 안에 들어간 특허 중에는 태우전자 소유의 기술도 있으니 로얄티를 받을 수 있긴 했다.
하지만 고작 로얄티를 받자고 이런 아이디어를 막 던져 준 건 아니었다.
“한 가지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일이 있긴 합니다.”
“무엇이든 말해 보게나. 2세대 아이폰과 패드의 아이디어를 받았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도와주겠네.”
“애플과 협업해서 TV를 만들고 싶습니다.”
“TV? 태우전자에서 만든 인터넷 TV를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애플의 감성과 태우전자의 기술력을 합쳐 완전히 새로운 TV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애플을 앞세웠다.
하지만 이젠 애플이 충분히 키웠으니 이용할 때가 되었다.
“흠, 애플은 TV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네.”
“TV라고 해서 별거 있겠습니까? 요즘은 PC로도 영상을 보고 아이폰으로도 영상을 보지 않습니까?”
“우리와 협업해서 TV를 만든다고 해서 새로울 것이 있겠는가?”
“애플의 모든 제품과 호환이 되는 TV라고 보시면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애플의 이미지가 필요했다.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여전히 태우전자는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선 애플의 감성적인 이미지로 덮어씌워야 했다.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부분은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TV를 제작하는 기술은 태우전자에서 도맡아야 하네.”
“당연히 그럴 생각입니다. 모든 디자인은 애플에게 일임하겠습니다. 태우전자는 TV와 셋톱박스 개발에만 집중하겠습니다.”
“그럼 지분은 어떻게 나눌 생각인가?”
“7:3으로 나눠 가졌으면 합니다. 그 대신 태우가 모든 개발비를 부담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손해 보는 장사일 수도 있었다.
태우전자의 TV에 애플의 디자인만 사용하는 것에 불과한데 지분의 30%나 주는 것이니까.
하지만 크게 보면 절대 손해가 아니었다.
가전제품 판매로 이득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 판매로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애플-태우 TV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애플의 이름값은 일종의 홍보비이기도 했다.
삼진과 CL이 장악한 TV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선 엄청난 비용이 필요했고, 애플에게 주는 지분 30%는 그 비용인 셈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는 조건이군. 오히려 우리에게 너무 유리한 조건이라 미안하기까지 하군.”
“그만큼 뽑아 먹을 생각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애플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내가 애플의 대주주였으니까.
내가 가진 애플의 지분만 해도 60%가 넘는다.
그 점을 생각하면 애플-태우 TV의 지분 30%를 애플에 준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10% 정도의 지분만 주는 셈이었으니까.
“TV 제작 부서를 새로 만들어 한국으로 보내겠네. 자세한 협의는 담당자들끼리 진행하도록 하지. 내가 큰 틀은 신경 쓰긴 하겠지만, 2세대 아이폰과 패드형 제품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네.”
“그렇게만 해 주시면 충분합니다.”
나는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꺼내 들었고.
스티브는 계약서를 회사 법무팀에게 넘겼다.
애플에게 전혀 손해 될 것 없는 계약서였기에 법무팁에서도 곧장 OK 사인이 나왔고, 해가 지기 전에 나와 스티브는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 있었다.
***
캘리포니아에서의 일을 마치고 SAVE 투자회사로 돌아왔다.
한 팀장은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 것 마냥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대표님!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기다리다가 목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왜 이렇게 호들갑이세요? 무슨 일 있어요?”
“전화기가 아주 불이 나고 있습니다. 애플 지분을 우리에게 넘겼던 회사들이 아주 난리를 부리고 있습니다.”
“그냥 무시하세요. 우리가 팔라고 협박이라도 했어요? 자기들이 넘기겠다고 야단법석을 부려서 사 줬을 뿐이니까요.”
“아이폰 출시를 미리 알고 애플 지분을 인수한 거 아니냐고 난리를 부리고 있습니다.”
“CES에서 공개했을 때도 아무 말 안 해 놓고 지금 와서 이러는 건 너무 양심 없는 일이죠. 그냥 무시하세요.”
월가와의 인연은 중요했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호구짓을 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너무 잘해 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도 될까요?”
“정 그러면, 다른 IT 기업 주식을 다시 사 갈 생각도 있냐고 물어보세요. 그러면 꼬리를 내릴 겁니다.”
여전히 닷컴 버블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이폰이 대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애플의 주가가 5배밖에 오르지 않은 이유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IT 기업의 주식까지 넘겨받을 투자회사는 없었다.
“하긴 다른 IT 기업 주식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긴 했습니다.”
“IT 기업들이 여전히 죽을 쓰고 있으니 당연하죠. 혹시 제프리에게 연락이 온 적은 없어요?”
“몇 번 전화가 와서 앓는 소리를 한 적은 있습니다.”
제프리가 만든 아마존 또한 IT 기업에 속하고 있었다.
5달러에 육박하던 주식이 0.5달러까지 떨어졌으니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오랜만에 제프리 얼굴을 보고 싶네요.”
“지금 연락하면 당장이라도 사무실로 뛰어올 겁니다.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니까요.”
“그럼 지금 연락하세요. 얼굴이 얼마나 상했는지 직접 봐야겠네요.”
한 팀장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연락을 하고 1시간도 되지 않아 사무실까지 달려온 제프리였고, 안색이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저를 잊은 줄 알았습니다. 미국에 올 때마다 애플 본사에 들린다면서 왜 아마존은 한 번도 오시지 않는 겁니까? 지분을 그렇게나 많이 들고 계시면서 말입니다.”
“시원한 물부터 한 잔 마시세요.”
흥분한 제프리에게 물을 권했고.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 나서야 흥분을 가라앉힌 제프리였다.
“올해 하반기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맞나요?”
“500만 달러 정도 순익을 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순익이 얼마 되진 않긴 하지만, 적자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 경영자가 너무 앓는 소리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마존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매년 15% 이상 매출이 상승했고, 닷컴 버블의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었다.
“물류센터를 짓느라 매출액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건비도 얼마나 드는지 말도 못 합니다.”
“확실히 인건비가 문제죠. 태우그룹도 인건비 문제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어요.”
제프리는 악독하게 일을 시키기로 유명한 경영자였다.
물류센터에 에어컨 설치하는 비용보다 구급차를 부르는 것이 더 저렴하기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사람이니 아마존이 미국 뮬류 시장 50%를 장악한 것이기도 했다.
“그래도 한국은 좀 낫습니다. 미국에서 사람을 고용하려면 얼마가 드는지 아십니까?”
“잘 알다마다요.”
우리는 한참이나 인건비라는 공통의 주제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제프리는 한풀이라도 할 셈인지 쉬지 않고 인건비로 겪는 문제를 토해 내었다.
“인건비를 아낄 수만 있다면 악마와 손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입니다.”
“악마와 손을 잡지 말고 태우그룹과 손을 잡으시는 건 어때요?”
제프리를 달래기 위해 그를 부른 것이 아니었다.
아마존도 이제 충분히 성장을 했으니 빼먹을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