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5)
독식하는 재벌 3세-15화(15/518)
15화. 칼춤(1)
퀸텀펀드의 배신.
그 상황을 어떻게 이용해야 좋을지 제프리와 한 팀장에게 물었다.
어려운 질문이었기에 장고 끝에 어렵사리 말을 꺼내는 제프리였다.
“배신의 시점만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 수가 있습니다.”
“저는 부사장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퀸텀펀드는 물론이고, 월가 전체에게 미움을 살 수 있습니다.”
상반된 제프리와 한 팀장의 의견이었다.
제프리는 최대 수익을 한 팀장은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평소의 나라면 무조건 제프리의 말에 동의하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기 어려웠다.
만약 우리가 먼저 배신을 해 버린다면?
원래라면 퀸텀펀드로 향하게 될 화살을 우리가 대신 맞게 되는 셈이다.
화살받이가 되는 대신 조 단위의 수익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그게 또 그렇게 큰 금액이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럼 이번 작전은 퀸텀펀드나 월가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투자해야겠군요. 퀸텀펀드가 마르크화를 팔아 프랑화를 매수할 때 우리는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보죠. 너무 티가 나면 안 되니 큰 수익을 올릴 순 없어도 웬만한 투자 상품보다는 수익이 괜찮을 겁니다.”
“최대한 티가 나지 않을 정도의 수익만을 올리자는 말씀이시군요.”
“그가 언론에 나가서 하는 말을 반대로만 시행하면 됩니다. 프랑화가 저평가되어 있다면 프랑화를 공매도 치고, 마르크화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하면 마르크화를 공매도 치면 됩니다. 하지만 절대 금액이 너무 커서는 안 됩니다. 퀸텀펀드가 언제 또 변덕을 부릴지 모르니까요.”
교활한 변덕.
이번 투자를 통해 얻게 될 퀸텀펀드의 별명이었다.
언론에서 하는 말과 실제로 하는 행동이 너무 달라 변덕을 부린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게 된다.
그 변덕을 미리 알 수만 있다면 돈을 버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과하게 투자를 하면 또 변덕을 부릴 수도 있으니 적정선을 지켜 수익을 실현해야만 했다.
“20억 달러 미만으로만 움직이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네요. 그럼 나머지 120억 달러는 기존의 방식대로 제프리가 운영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최소한 손해 보지 않을 자신은 있습니다.”
“제가 괜찮은 정보를 간간이 넘겨줄 테니 제대로 한번 굴려 보세요. 아! 그리고 전에 말한 아이디어로 창업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창업 투자금은 100퍼센트는 제가 지원해 줄 테니까요.”
역사대로라면 제프리는 1994년에 아마존을 창업한다.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았으니 슬슬 창업 의지가 불탈 시기였다.
“최소한 내년까지는 회사에 남고 싶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창업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혹시 창업할 회사의 이름을 생각해 뒀나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카다브라로 정하려고 했습니다. 최초의 인터넷 서점의 이름으로 딱 맞지 않습니까?”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제프리는 처음 아마존의 이름을 카다브라라고 정했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시체를 뜻하는 말과 발음이 유사해 아마존으로 이름을 변경하는 일이 생긴다.
그런 귀찮은 일은 내가 사전에 막아 줘야지.
“아브라 카다브라에서 따온 이름 같군요. 뜻은 좋지만, 발음의 문제가 있네요. 차라리 아마존은 어떤가요?”
“……아마존. 확실히 발음하긴 더 편합니다.”
“천천히 생각하세요. 지금 당장 창업할 것도 아닌데요. 그리고 다시 한번 약속드리지만, 창업을 하시면 돈 걱정은 전혀 하지 마세요. SAVE 투자회사의 기둥뿌리까지 뽑아서 지원해 드릴게요.”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제프리는 늦어도 내후년이면 창업을 하러 떠나겠지.
그가 떠나고 나면 한 팀장이 그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부족한 경험만 제프리 밑에서 배우고 나면 투자회사를 이끌 능력은 충분한 한 팀장이었다.
끼익!
대화가 끝나갈 무렵 회의실의 문이 열렸고,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데이비드가 목소리를 높이며 들어왔다.
“보스! 저 돌아왔어요. 러시아에서의 일은 완벽하게 처리했어요.”
“고생 많았어요. 바로 회사로 온 거예요? 좀 쉬시지 않고.”
“보스가 언제 학교로 돌아갈지 모르는데 쉴 틈이 어디 있습니까?”
러시아에서 푸틴을 만나고 온 데이비드였다.
그의 얼굴이 밝은 걸 보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온 듯 보였다.
“어떻게 결과는 좋았나요?”
“당연하죠! 푸틴이 보스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데이비드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고.
그 안에는 영어로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I NEVER FORGET IT.]“절대 잊지 않겠다? 뭐 이런 뜻인가요?”
“대충 그렇게 이해하시면 돼요. 푸틴이 좀 힘든 상황이더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먼저 나서서 도와준다고 하니 엄청 고마워하더라고요.”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세요.”
“갈 때마다 보드카를 원 없이 마실 수 있으니 저야 무조건 오케이입니다!”
확실히 데이비드의 친화력은 안 통하는 곳이 없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러시아, 심지어 한국에서도 통하는 그의 능력이었다.
“복귀하자마자 또 일을 시키긴 그렇지만, 영입할 인재를 몇 명 선별해 뒀어요.”
“설마 또 외국으로 가야 하는 건가요?”
“이번엔 너무 멀지도 위험하지도 않아요. 대학 교수 몇 명의 프로젝트를 지원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 정도 일이면 누워서 수프 마시기죠.”
나는 데이비드에게 자료를 넘겼고.
제프리와 한 팀장도 같이 자료를 확인했다.
“보스! 이들은 배터리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교수들 아닙니까? IT라면 모를까 이런 사람들까지 지원해 줘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요.”
20년 후에 노벨 화학상을 받을 사람들이었다.
SAVE 투자회사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인물들이 아니었지만, 3년 뒤 내가 태우그룹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필요한 인재들이었고 기술이었다.
“프로젝트를 그냥 지원해 주라는 건 아닐 테고, 프로젝트의 지분을 받아 오는 대가로 자금을 지원해 주면 되는 겁니까?”
“데이비드의 능력껏 지분을 최대한 많이 받아 오면 됩니다. 자금 지원은 달라는 대로 다 줘도 돼요.”
“그 정도 일이라면 어렵지 않죠.”
나는 인재 영입 명단을 매일 추가했다.
그중에서는 구글을 만든 창업자의 명단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로 침을 발라 두고 싶었지만, 아직 스탠포드 대학교에 입학조차 하지 않은 그들이라 묵혀 둬야만 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페이스북의 창업자가 하버드에 입학하려면 한참 멀었고.
지금 페이스북을 만든다고 해도 인터넷이 제대로 상용화가 되어 있지 않아 인기를 끌기 힘든 시점이었다.
“명단은 제가 주기적으로 줄게요. 필요한 지원이 있으면 제프리나 한 팀장에게 말해서 받으세요.”
“활동비만 넉넉히 챙겨 주시면 제 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 그리고 클린턴 선거 캠프 쪽에서도 연락이 왔었습니다. 당선이 되면 자리를 한번 만들겠답니다.”
“선거가 몇 개월도 남지 않았네요. 당선이 되면 얼굴 한번 비춰 줘야겠네요.”
사전 정지 작업이 이제 얼추 끝나간다.
이런 준비가 있어야만, 3년이 지나 내가 태우그룹에 들어갔을 때 칼춤을 시원하게 출 수 있다.
* * *
하버드에서 3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조기 졸업 지원팀의 도움 덕분에 나는 계획대로 3년 만에 졸업장을 딸 수 있었고.
그사이 수많은 인재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두었고, 미국 정부와도 끈을 연결해 놓았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에 돌아왔다.
1994년의 마지막 날, 나는 가방 하나만을 가지고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아직 인천 공항이 개항하기 전이라 노선이 몇 개 없는 김포공항을 이용해야만 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못 본 사이에 얼굴이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방학 때라도 한국에 좀 들어오지 그러셨습니까. 회장님이 많이 아쉬워하셨습니다.”
“방학 기간에도 수업을 듣느라 한국에 들어올 틈이 없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미국에 방문하실 때마다 얼굴을 봤어요. 실장님도 같이 계셨으면서.”
“미국에서 보는 것과 한국에서 보는 게 어떻게 같겠습니까? 아이고, 제가 도련님을 너무 오래 세워 두었네요. 어서 차에 타시지요. 회장님이 저택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웬일로 할아버지가 한국에 계세요? 1년 중 200일은 외국에서 지내시는 분이.”
“도련님이 온다고 출장 일정을 미루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회장님 목 빠지시기 전에 얼른 출발하겠습니다.”
한국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확 풀렸다.
차에 타자마자 눈이 스르르 감겼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도련님, 많이 피곤하셨나 봅니다. 뜨끈한 국물을 준비해 뒀으니 회장님과 가볍게 한잔하시면서 피곤을 푸세요.”
“실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신세 좀 많이 지겠습니다.”
“하하하, 언제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제가 뭔들 못하겠습니까?”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고.
저택 입구에서는 여전히 정정하신 할아버지가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계셨다.
“우리 민재 왔구나! 고생 많았어. 정말 고생 많았어.”
“제가 어디 파병 갔다 온 것도 아니고, 편하게 공부하고 왔는데 고생이랄 게 있겠어요?”
“어서 들어가자. 이 할애비가 너 먹이려고 전국 팔도에서 좋다는 음식들을 싹 쓸어 왔단다.”
세상 모든 할아버지는 손자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가 보다.
할아버지는 내가 밥을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하셨고, 식사가 다 끝나고 나서야 대화를 이어 가셨다.
“이제 뭘 하고 싶으냐? 네 또래 애들은 이제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을 시기니 너도 좀 놀아도 된단다.”
“놀면 뭐 하겠어요? 하루라도 젊을 때 일을 시작해야죠. 바로 내년부터 태우그룹에서 일을 시작하고 싶어요.”
“그러겠니? 할애비가 되어서 손자를 부려 먹으면 안 되는데. 네가 회사에 온다고 하니 든든하구나.”
할아버지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하였다.
그런데 내가 회사에 들어가서 앞으로 저지를 일을 알게 되어도 저렇게 웃으실 수 있으실까?
“그런데 할아버지, 부서는 제가 정해도 될까요?”
“생각해 놓은 부서가 있느냐? 나는 너를 기획실에 보낼 생각이었단다.”
보통의 재벌 2, 3세의 경우.
회사 입사와 동시에 부장 혹은 상무의 직책을 받곤 했다.
사원으로 입사해서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회사의 핵심 부서에서 일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저는 공장에서부터 시작을 하고 싶어요. 현장을 알아야 실무를 제대로 볼 수 있지 않겠어요?”
“험한 공장부터 시작하겠다고? 현장 사람들은 많이 험하단다. 네가 어리다고 무시할 수도 있어.”
“괜찮아요. 설마 제가 할아버지 손잔데 때리기야 하겠어요?”
실무를 위해 현장부터 공부한다.
할아버지는 이런 내 행동에 정말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좋아하셨다.
힘든 현장을 내가 나서서 경험하겠다고 하니 좋아하실 수밖에.
그런데 내가 공장으로 가려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칼춤의 서막을 알리기 가장 좋은 장소가 공장이었기 때문이었다.
회귀하고 5년이나 갈아 온 칼을 드디어 사용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