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53)
독식하는 재벌 3세-153화(153/518)
153화. 친구 혹은 적 (2)
미국으로 온 건 무역센터를 확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태우그룹의 미래에 꼭 필요한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 미국으로 온 것이기도 했다.
“전에 말씀드렸던 교수님과 연락이 닿았다고 하셨죠? 언제쯤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오늘 만날 수 있도록 약속을 잡아 뒀습니다. 캐나타 토론토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어서 오늘이 아니면 약속을 새로 잡아야 합니다.”
인재 영입은 데이비드 담당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데이비드가 약속을 잡아 둔 상태였다.
“오늘 뵐 수 있으면 당연히 만나봐야죠.”
“그럼 오늘 같이 점심을 먹으실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 보겠습니다.”
데이비드와 함께 근처 식당을 찾았다.
911 테러의 여파로 식당은 한산했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제임스 힌톤이라고 합니다. 저를 왜 만나고 싶어하는지 궁금하군요.”
“태우그룹 부회장 김민재입니다. 평소 교수님의 연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SAVE 투자회사 대표가 아닌.
태우그룹 부회장으로 참석한 자리였다.
힌톤 교수를 태우그룹으로 영입하고자 했으니까.
“무슨 연구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알고리즘을 통한 딥러닝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딥러닝 연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딥러닝에 관심이 있으시다고요? 아주 의외군요. 대기업에서 관심 가질 만한 연구가 아닌데 말이죠.”
힌톤 박사는 AI의 대부라 불릴 사람이었다.
인공 지능의 중심축인 딥러닝 분야의 선구자였고, 그가 있었기에 AI 개발이 가능했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였다.
“딥러닝 개발만 가능하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계열사에 인공 지능 기술이 꼭 필요합니다.”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군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딥러닝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 없어요.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도 남아 있고, 교직을 떠나 기업으로 갈 생각도 없어요.”
힌톤 교수는 딥러닝 기술 개발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시기에는 AI 기술의 필요성을 모르고 있는 기업들이었고.
연구비 지원은커녕 외면받는 기술이었기에 딥러닝 기술을 연구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교직은 그대로 유지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 중단에 드는 위약금도 전부 우리 회사에서 부담하겠습니다.”
“나를 정말 좋게 봤나 보군요. 하지만 저는 딥러닝 개발을 할 계획이 없어요. 딥러닝은 투입되는 자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는 연구죠. 지금이야 관심이 생겨 지원을 하겠다고 하지만, 아마 2~3년만 지나도 관심이 식어 지원을 멈출 게 분명하니까요.”
벌써 여러 번 당했나 보다.
마음의 벽이 단단히 쳐져 있는 힌톤 교수였다.
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돈을 내밀어도 마음의 벽이 부서지지 않을까?
“연구비로 5억 달러를 일시불로 지원하고, 교수님에게는 계약금으로 1억 달러를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매년 5억 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한다는 계약서까지 작성하겠습니다. 그래도 못 믿으시겠다면, 은행에 공탁금을 내걸겠습니다.”
“허허, 아주 흥미로운 제안이군요. 하지만 태우그룹은 한국에 있는 기업으로 알고 있어요. 한국 기업을 제가 어떻게 믿겠어요?”
“SAVE 투자회사에서 공동으로 연구비를 지원합니다. 이번 일은 태우그룹뿐만 아니라 SAVE 투자회사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입니다.”
아직은 한국이 멀긴 한가 보다.
여전히 세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고, 한국에서 온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심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SAVE 투자회사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힌톤 교수의 얼굴색이 단번에 바뀌었다.
“SAVE 투자회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말이군요. 그러면 당연히 해야죠.”
“정말이십니까?”
“사실 제 아들이 세계무역센터로 출근을 하고 있었어요. SAVE 투자회사가 리모델링 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다시는 아들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커피라도 SAVE 투자회사에 돌리기도 했어요.”
“그게 교수님이셨습니까?”
사람 일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세계무역센터 리모델링이 이런 식으로 스노우볼이 굴러갈 줄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SAVE 투자회사에 감사를 표할 방법이 드디어 생겼군요.”
“리모델링을 담당했던 회사가 태우건설입니다. 초기 대처를 잘한 덕분에 피해가 감소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비드가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었다.
내가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능청스럽게 힌톤 교수에게 알려 주는 데이비드였고, 힌톤 교수의 표정이 또 한 번 바뀌었다.
“그 회사가 태우건설이었군요. 프로젝트를 맡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계약서에는 5억 달러 수준의 연구비 지원이라고 했지만, 원하시는 만큼 돈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원하시는 만큼 인력을 채용하시고, 슈퍼컴퓨터를 구입하셔도 괜찮습니다.”
“정말 슈퍼컴퓨터까지 구입해서 사용해도 됩니까?”
“계약서에 슈퍼컴퓨터 지원이라는 항목을 새로 추가해 넣어 드리겠습니다.”
“한 대에 1억 달러가 넘는 슈퍼컴퓨터까지 지원을 해 주신다고 하니 의욕이 아주 불타오릅니다!”
슈퍼컴퓨터가 그렇게 비싸다고?
뭐 그래도 힌톤 교수를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1억 달러가 아니라 10억 달라도 사용할 용의가 있었다.
“그리고 인공 지능 관련 재능을 가진 직원을 태우그룹에서 고용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요.”
의도치 않은 일 덕분에 AI의 대부를 영입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전쟁의 광기에 휩싸여 있었지만, 우린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다음 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데이비드로 인해 비행기 시간을 연기해야만 했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 만남을 요청해 왔습니다.”
“부시 선거 캠프 2인자의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죠. 지금 바로 약속을 잡으세요.”
부시 대통령을 가장 먼저 후원했던 사람이 조지 슐츠였고.
그는 공화당에서 막강한 힘을 지닌 사람이었고, 백악관에서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나는 뉴욕 외곽으로 향했고.
서부 영화에서나 볼법한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허허, 늙은이를 만나러 온다고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편하게 조지라고 불러요.”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부회장 김민재입니다.”
나는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왜소한 백발의 노인처럼 보이는 조지 슐츠였지만, 눈빛만 봐도 보통이 아닌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허허, 오늘은 태우그룹 부회장으로 나왔나 보군요.”
“알고 계시나 보군요.”
“이것저것 주워듣다 보니 김 부회장의 이야기도 알게 되었죠.”
내가 SAVE 투자회사의 실소유주라는 걸 알고 있는 조지 슐츠였다.
그렇다고 해서 놀라진 않았다. 충분히 그럴 만한 권력을 지닌 사람이었으니까.
“아직은 때가 아니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영원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죠. 누군가에 의해 밝혀지기 전에 천천히 공개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가 드리고 싶어요. 덕분에 테러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조지 슐츠였다.
사양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미소만 지어 보였다.
“제가 받은 것도 적지 않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보답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슈퍼 301조 법안을 말하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된답니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 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김 부회장이 한 일은 다르지요. 수천 명의 미국 국민을 살리고 미국의 자존심도 살린 일이니까요.”
진심으로 나를 감사하게 여기고 있는 조지 슐츠였다.
내가 준비한 선물이 백악관 전체를 감동시켰나 보다.
“미국과 한국은 든든한 동맹 관계 아니겠습니까? 태우그룹이 한국 기업이라곤 하지만, 우방을 위해선 그 정도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동맹 관계가 아니라 미국의 일원이 되실 생각은 없나요? 오늘이라도 미국 시민권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시민권 문제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하버드까지 졸업했다고 알고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나요?”
“한국에서 그룹을 이끌고 있다 보니 신경 쓸 부분이 더 있습니다.”
“흠, 아쉽군요. 그럼 감사의 표현을 우리 방식대로 해야겠습니다.”
보상을 준다는 말일까?
백악관에서 준비한 보상이니 결코 적은 보상을 아닐 터.
“보상을 받고자 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죠. 미국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니까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사양하진 않겠습니다.”
“백악관 차원에서 태우그룹과 SAVE 투자회사에 감사 성명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보험료 문제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 도움을 드리죠.”
생각한 것과는 다른 보상이었다.
뭐 감사 성명문을 발표한다면 태우그룹의 이미지가 좋아지긴 할 테니 그리 나쁘지 않은 보상안이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미국에서 태우그룹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지겠습니다.”
“그리고 비공식적인 보상안도 있어요. 태우자동차에 한해 반덤핑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겁니다. 이는 공식적으로 발표는 하지 않으니 홍보에 사용하시면 곤란해요.”
반덤핑은 정상 가격 이하로 물건을 수입하는 것을 뜻했고.
태우자동차는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가격 경쟁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보상안이었다.
미국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는 태우자동차에겐 아주 좋은 소식이기도 했다.
“태우자동차가 미국 자동차 회사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조절하겠습니다.”
“김 부회장을 믿겠어요. 너무 과하게 하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면책 조항을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 줘요.”
“명심하겠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생각은 없다.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반덤핑 면책 조항을 사용해도 태우자동차의 미국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백악관 차원에서 김 부회장에게 약간의 도움을 드릴 생각입니다.”
“어떤 도움입니까?”
“정보 교란과 조작. 김 부회장이 태우그룹 부회장으로만 당분간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죠. 하지만 우리 정권이 끝나는 순간 도움은 중단될 수밖에 없어요.”
미국 정부에서 내 신분을 감춰 준단다.
이런 큰 도움을 고작 4년 동안만 받을 수는 없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8년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재선에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태우그룹 부회장으로서 그리고 다른 신분으로서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허허, 마음 같아서는 김 부회장을 공화당 당원으로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예요.”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
조지 슐츠는 나를 좋게 보았는지 시종일관 미소를 띠었지만.
미국의 상황을 이야기할 때는 돌변했다.
“알카에다와 곧 전쟁이 시작될 겁니다. 알카에다에 소속된 모든 사람을 사살할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을 거예요.”
“미국의 승리를 응원하겠습니다.”
말로 하는 응원이야 몇 번이고 해 줄 수 있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태우그룹이 휩싸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