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54)
독식하는 재벌 3세-154화(154/518)
154화. 친구 혹은 적 (3)
예정보다 조금 늦게 한국에 도착했다.
때마침 아침 해가 뜨고 있었고, 나는 곧장 회사로 향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여전히 비상사태였기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부회장님! 회장님이 어제 한국으로 입국하셨습니다. 지금 회장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회장님이 베트남에서 돌아오셨어요?”
“부회장님이 미국으로 출발한 날 한국으로 들어오셨습니다.”
할아버지가 한국으로 돌아올 정도로 비상사태긴 했다.
그나저나 한국으로 올 거면 연락이라도 해 주시지.
기획실장으로부터도 연락이 오지 않은 걸 보면, 일부러 연락을 막으신 게 분명했다.
“회장님에게 지금 가 보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미국에 있는 동안 태우그룹의 상황 자료를 준비해 주세요.”
얼른 회장실로 달려 들어갔다.
오랜만에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것이라 절로 걸음이 빨라졌다.
“회장님! 한국으로 복귀하셨습니까? 베트남 밥이 입맛에 안 맞으셨나 봐요. 살이 쪽 빠지셨어요.”
“입에 안 맞긴. 너무 잘 맞아서 문제야. 이번 사태만 진정되면 다시 베트남으로 복귀할 테니 그리 알거라.”
어떻게든 할아버지를 한국에 붙잡아 두고 싶었지만.
단호한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도 베트남으로 돌아갈 기세였다.
“미국에서 직접 보니 상황이 어떻더냐?”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조만간 중동이 불바다로 바뀔 것 같습니다.”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이야기가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더구나. 알카에다면 이라크가 전쟁터가 되겠어. 쯧쯧, 중동은 조용한 날이 없구나.”
할아버지의 혀 차는 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건설 업계의 호황을 위해서라도 중동이 평화로워야만 했다.
게다가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기름 가격이 폭등할 수도 있으니 걱정거리가 늘어났다.
“그래도 걸프전 때만큼은 원유 가격이 폭등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건 전쟁이 일어나 봐야 아는 일이지. 그나저나 한국 주식 시장이 아주 난리가 났더구나. 현재그룹도 삼진그룹도 전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웃음을 참아 내며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셨다.
주식 시장이 대폭락장에 빠졌는데 왜 미소를 지으시겠어?”
“태우그룹은 폭락장에서 예외되었습니다. 특히나 태우전자와 태우통신이 태우그룹 전체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태우반도체도 많이 좋아졌더구나. 역시 너에게 그룹을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 이참에 정식으로 회장으로 취임하는 건 어떻겠느냐?”
“저는 아직 그럴 그릇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건강한 할아버지가 계시는데 제가 회장 자리에 오르면 사람들이 얼마나 욕을 하겠습니까. 손자를 권력에 미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
아직은 할아버지라는 방어막이 필요했다.
이미 많은 인맥도 만들어 두었고, 태우그룹의 미래 먹거리도 확보해 두었지만.
나는 나이라는 패널티를 안고 있었다.
나이가 젊은 건 보통의 경우엔 패널티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를 경우엔 패널티로 작용했고, 사람들의 시선을 위해서라도 부회장 자리에서 좀 더 있어야만 했다.
“흠, 내가 회장 자리를 손자에게 물려준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 이미 지분도 다 넘겨주었는데 말이야. 네가 자식을 키우느라 바쁘다고 하면 모를까.”
“결국 결혼을 하시라는 말씀이시네요. 이번엔 진짜 진지하게 결혼 상대를 만나 보겠습니다. 그러니 회장 자리를 넘긴다는 말은 거두어 주세요.”
“그건 차차 생각해 보마. 이번에 베트남에서 다녀오고 나서도 네가 혼자라면 회장 자리를 넘겨줄 테니 알아서 하거라.”
오랜만에 듣는 할아버지의 잔소리라 그런지 그렇게 듣기 싫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이런 잡담을 나누고 싶었지만, 비서실장 아저씨가 안으로 들어와 긴급 보고 상황을 알려 왔다.
“백악관 대변인이 성명문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린 다 같이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했다.
직접 본 적이 있는 플레이셔 대변인이 성명문 발표를 시작했다.
911테러를 규탄하는 내용으로 시작한 성명문이었고, 거의 마지막이 다 되어서야 태우그룹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태우건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거야 이미 알고 있었다만.
나를 명예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건 뭐야?
내가 시민권을 받지 않겠다고 하니 이런 식으로 시민권을 강제로 쥐여 주는 백악관이었다.
“허허, 손자 놈이 이제 양놈이 되었구나. 설마 시민권을 받겠다고 로비라도 한 건 아니겠지?”
“로비를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명예시민은 대통령이 선정하긴 하지만,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수여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금까지 살아서 명예 시민권을 받은 사람은 영국의 처칠 수상밖에 없는 걸로 아는데 설마 저에게 주겠어요?”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까 우려되었다.
내가 직접 세계무역센터 현장을 지휘한 것도 아니니 의회에서 반발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백악관 대변인의 입에서 태우그룹의 이름이 나왔으니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은 셈이구나.”
“억만금을 들여도 불가능한 홍보 효과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태우자동차에 한해 반덤핑을 모른 척해 주겠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알아서 잘 티 나지 않게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그래? 태우자동차의 미국 점유율을 확실히 올릴 수 있겠군. 괜히 한국으로 들어온 것 같구나. 네가 이렇게 알아서 잘하는데 말이야.”
할아버지는 아주 흡족해하셨다.
이러다가 진짜 베트남에 아예 정착할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할아버지가 뒤에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괜한 말 그만하고 이만 나가 보거라.”
할아버지는 베트남 관광 책자를 꺼내 드셨다.
뭔가 반대로 된 기분을 받았다.
보통은 재벌 2세가 놀러 다니고 재벌 1세가 열심히 기업을 키우지 않나?
어떻게 된 게 우리 그룹은 할아버지는 놀러 다니고 나만 쎄가 빠지게 일하러 다니는 것 같다니까.
***
놀러 다니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배가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벌여 놓은 일이 많기에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이미 태우전자와 통신의 사장이 부회장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부회장님, 아이폰 판매량이 40만 대를 돌파하였습니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안에 100만 대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은 흐름이긴 하네요. 뭐 미국에서는 벌써 300만 대를 돌파했다곤 하지만요.”
“미국과 한국의 인구수가 6배가 넘습니다. 인구수 차이를 감안하면 그렇게 낮은 판매량은 아닙니다. 그리고 한국 시장은 삼진전자와 CL전자의 충성 고객이 많기도 하고, 중년층 이상의 고객은 복잡한 아이폰을 꺼려 하고 있기도 합니다.”
피쳐폰과 스마트폰은 완전히 다른 기종이었다.
피쳐폰에 이미 익숙한 세대는 아이폰을 사용하기 위해 조작법을 새로 익혀야 했기에 구매를 꺼려 했다.
“지금이야 중년층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곤 하지만, 몇 년만 지나면 노인분들까지도 전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정말 그런 날이 오겠습니까? 저도 이번에 아이폰으로 휴대폰을 바꿨는데 여전히 조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도 그런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죠. 그리고 아이폰의 판매량을 증가시키려면 다양한 컨텐츠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아이폰의 성능이 아무리 좋으면 뭐 하겠는가?
다양한 어플이 뒷받침되어야만,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가 있었다.
“게임사들의 아이폰용 게임 제작이 마무리 단계란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번 달에 출시할 수 있는 게임도 있고, 올해가 끝나기 전에 대부분의 회사가 게임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군요. 우리가 자금에 인력까지 지웠을 해 줬는데 말이죠.”
“아이폰의 성능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피쳐폰에 비하면 높은 성능이긴 하지만, 컴퓨터에 비하면 너무 낮은 성능이라 최적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폰은 5년 이상 빨리 세상에 나왔다.
그러니 회귀 전보다 성능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제약이 많긴 하군요. 그래도 조금만 더 독촉을 해주세요. 필요한 만큼 자금도 지원해 주시고요.”
“돈보다 인력 지원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프리랜서 개발자를 고용해 지원하는 방침을 고려해 보겠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었다.
게임사들은 ‘아이폰용 게임이 돈이 되겠어?’란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과포화 상태에 가까운 PC 게임 사업과 달리 블루 오션인 스마트폰 게임업계였다.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고마워할 게 분명했다.
이번에 출시하는 아이폰용 게임이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게임을 만들면서 생긴 경험만으로도 엄청난 자산이 될 터였다.
“태우통신은 여기까지 하고, 태우전자로 넘어가죠. 애플과의 협업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애플 본사에서 디자인 담당자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태우전자의 모든 TV 디자인을 확인하고 새로운 디자인 설계에 돌입했습니다.”
“혹시 디자이너의 이름이 조나단인가요?”
“그렇습니다. 부회장님이 기술 연구소 소장으로 있을 때 이노폰을 디자인한 사람입니다.”
스티브가 이렇게 신경을 쓸 줄이야.
아이폰의 책임 디자이너인 조나단을 보내 주다니.
“제가 따로 만나 봐야겠군요.”
“기술 연구소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니 연락을 넣어 놓겠습니다.”
“애플-태우 TV 개발에 대한 여론은 어떤가요? 직원들이 반발하지는 않나요?”
“조금 자존심 상해 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아이폰이 대성공을 거두고 있으니 티를 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태우전자도 기술력으로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회사였다.
그러니 애플과 협업에서 TV를 만드는 걸 못마땅하게 여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로는 삼진전자나 CL전자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직원들도 알고 있기에 불만이 터져 나오지는 않고 있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죠? 추석 보너스를 넉넉히 챙겨 줘야겠군요. 자존심이 다쳤을 때는 금융치료만큼 좋은 약이 없죠.”
“작년과 올해 실적이 좋아 추석 상여금으로 200%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업무 성과에 따라 200~300%를 차등해서 지급해 주세요. 애플-태우 TV 개발진들은 무조건 최고 등급으로 상여금을 지급해 주시고요.”
“그룹 본사의 허락만 떨어지면 곧장 진행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은 돈에 인색하지 않았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긴 하지만.
입사한 직원들을 위해선 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해 주고 있었다.
결국 남는 건 돈이니까.
직장인이 명예나 유명세가 뭐가 필요하겠나?
집에 가져가는 돈이 남들보다 한 푼이라도 더 많은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아! 그리고 혹시 세이월드라고 들어 보셨나요? 세이월드 회사 대표를 한번 만나고 싶군요.”
“처음 들어 보는 회사지만, 알아보고 약속을 잡아 보겠습니다.”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SNS, 세이월드.
페이스북의 등장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지만, 지금은 이용가치가 있는 회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