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55)
독식하는 재벌 3세-155화(155/518)
155화. 친구 혹은 적 (4)
우성일 사장은 역시나 일처리가 빨랐다.
그를 아직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남긴 이유도 그 때문이었고.
세이월드 서광수 대표와 만나고 싶다고 말한 지 몇 시간 만에 그를 부회장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 많이 놀라셨죠?”
“아닙니다. 태우그룹 부회장님이 불러 주셔서 영광입니다.”
오랜만에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을 만났다.
서광수 대표는 대학 졸업 프로젝트로 세이월드를 처음 만들었고,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세이월드를 출시했기에 그의 나이는 아직 30대가 되지 않았었다.
“세이월드를 우연한 기회에 접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좋은 사이트더군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였습니다.”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유저수가 얼마 되지 않는 소규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불과합니다.”
세이월드는 2000년대 중반을 휩쓴 SNS 사이트였다.
하지만 아직은 미니 홈피 같은 개념이 도입되기 전이었기에 아는 사람만 아는 사이트에 불과했다.
“부족한 부분을 태우그룹에서 채워 줄 수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태우그룹에서 투자를 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시간을 길게 끌지 않았다.
곧장 투자 및 지분 인수 계획을 꺼내 놓았고, 서광수 대표는 큰 관심을 보였다.
“원하는 만큼의 투자금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지분의 49%를 태우그룹이 인수하겠습니다.”
“금액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있겠습니까?”
“최소 50억 원 이상입니다. 원하신다면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그렇게나 많이 말씀이십니까?”
지금의 세이월드는 50억 원의 가치가 없는 사이트였다.
이제 초창기에 불과했기에 각광받았던 기능도 개발되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50억 원이라는 거금을 불렀다.
태우그룹과 함께한다면 그 이상의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금액이었다.
“금액 지원은 물론이고, 인력 지원과 서버 지원까지 해 드릴 계획입니다.”
“서버 지원까지 가능하십니까? 안 그래도 트래픽이 증가하고 있어 다운이 자주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사이트 운영에 가장 고민인 부분은 서버였다.
서버 비용은 벤쳐 기업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었고, 서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망하는 벤쳐 회사가 부지기수였다.
“태우통신에서 서버를 확실히 지원해 주겠습니다. 그리고 태우전자의 우수한 인력을 지원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회사로 돌아가 친구들과 상의하고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늦어도 이번 주까지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친구들이 반대하더라도 제가 머리채를 잡아 끌고서라도 도장을 찍도록 만들겠습니다.”
서광수 대표는 숨 한 번 쉬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얼마나 다급해 보이는지 지금 당장 회사로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천천히 연락 주시면 됩니다. 여기 제 명함을 드릴 테니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명함을 잡고 달려 나가는 서광수 대표였다.
나는 명함을 아무에게나 주지 않았다.
그만큼 세이월드가 내겐 필요한 회사였다.
아이폰의 사용 용도를 확장하기 위해선 SNS가 필요했고, 페이스북이 등장하기 전까지 가교역할을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사이트였다.
***
며칠 후.
세이월드 사무실에 KS텔레콤 부사장이 직접 찾아왔다.
“인사드려. 우리 학교 선배님이셔. 태우그룹에서 우리 사이트에 관심을 보인다고 하니까 조언을 주기 위해 직접 찾아오셨어.”
“반갑습니다! 선배님! 학교 재학 중에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훌륭한 후배님들을 이렇게 만나게 되니 정말 기분이 좋군요. 혹시 말을 편하게 해도 될까요?”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인맥이 통하는 사회였고.
특히나 유명 대학 출신일수록 유대감이 더욱 끈끈했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하늘 같은 선배님이신데 당연히 그러셔야죠.”
“사회에 나왔는데 하늘 같은 선배는 무슨. 그냥 동종 업계 선배라고만 생각해. 그런데 태우그룹이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가진다고?”
“50억 원에 지분 49%를 인수하겠다고 제안이 들어왔었습니다. 김민재 부회장이 직접 제안을 해왔었습니다.”
박동희 부사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번번이 태우그룹 때문에 골치를 썩였던 KS텔레콤이었다.
게다가 태우통신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었고, 어느새 좁혀지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나고 있었다.
태우통신의 모든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두었기에 생긴 격차였다.
임원 회의에서 태우통신이 하는 프로젝트는 무조건 따라 시작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태우통신에서 또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으니 그걸 뺏어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자네들 회사를 세운 지 얼마나 됐지?”
“이제 3년 차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개발을 시작했고, 졸업과 동시에 사업자 등록을 했습니다.”
“그럼 아직 사회의 무서움을 모르겠군. 대기업이 벤쳐기업 기술만 쏙 빼먹고 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겠지?”
“들어는 봤습니다.”
“태우그룹이 그러기로 유명한 곳이야. 50억 원으로 세이월드 지분을 사는 게 아니라 기술을 훔치기 위해 50억 원을 투자하는 거지.”
“인력과 서버까지 지원을 해 준다고 했었습니다.”
“왜 굳이 인력까지 지원해 준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나? 세이월드의 모든 기술을 훔치기 위해 태우전자 직원을 투입하려는 거지.”
성공한 선배의 말에는 설득력이 가득했다.
게다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기술력을 강탈당한 사례를 여럿 보았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긴 대기업에서 벤쳐기업에게 인력 지원을 해 준다는 이야기는 저도 처음 들어 보는 경우긴 했습니다.”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그리고 지분을 49% 인수한다고 했지? 기술 강탈 목적이 아니라면 지분 회사 자체를 인수했겠지. 기술만 강탈하고 버릴 생각이니까 49%만 인수한다는 거라니까.”
“선배님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박동희 부사장이 인심 쓰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 조금만 더 구슬리면, 세이월드를 KS텔레콤으로 가지고 오는 건 일도 아니었다.
“흠, 후배님들이 그런 수모를 당하게 두고 볼 수는 없지. KS텔레콤이 세이월드를 인수할 수 있도록 힘써 볼게.”
“회사 자체를 인수하신다고요?”
“대략 70억 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냥 70억 원이 아니라 주식 형태로 받게 될 거야. 세이월드가 성장하면 주식의 가치가 70억 원에서 700억 원이 될 수도 있는 거지.”
“그렇게 좋은 조건이 가능합니까? 세이월드는 유저수도 적고, 아직 특별한 기술력도 없습니다.”
“후배님들이 사기를 당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어?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후배님들은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된다고. 이러지 말고 같이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더 나눠 볼까? 오늘 좋은 곳에서 한잔하자고.”
박동희 부사장이 세이월드 경영진을 이끌고 술집으로 향했고.
그러는 사이 KS텔레콤 법무팀에서 계약서를 만들어 술집으로 가지고 왔다.
이미 얼큰하게 취한 세이월드 경영진은 계약서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지장을 찍었다.
***
다음 날.
나는 기술 연구소를 오랜만에 찾았다.
기술 연구소에서 디자인 초안을 만들고 있는 조나단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조나단! 한국에 들어왔는데 왜 연락도 안 했어요?”
“제가 직접 연락을 하기엔 부회장님이 너무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아서 연락드리지 못했습니다.”
“우리 사이에 그런 게 어딨어요. 힘든 시절을 같이 지낸 전우 아닙니까!”
“그런가요? 앞으로는 편하게 연락드리겠습니다.”
조나단이 겸양을 떨었다.
내가 태우그룹 부회장이라곤 하지만.
조나단도 애플의 디자인 부서 총괄 책임자였기에 결코 낮은 직급은 아니었다.
“어떻게 TV 디자인은 잘돼 가나요?”
“휴대폰과 PC 디자인은 해 봤지만, TV 디자인은 처음이라 초안 잡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스케치한 제품이 몇 개 있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조나단이 스케치북을 꺼내 내게 보여 주었고.
회귀 전에 다양한 TV 제품을 봤음에도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애플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담당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모든 디자인 스케치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모든 디자인이 다 마음에 드는데요. 마음 같아서는 모두 제품화하고 싶네요.”
“아이폰을 만들 때의 마음으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심플하지만 미래지향적인 TV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스티브에게 스케치를 보여 주었나요?”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 디자인만 더 스케치하고 스티브에게 보여 주려고 합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스티브가 얼마나 꼼꼼한 성격인지. 스티브의 마음에 들려면 최소 50가지 이상의 디자인을 스케치해야 그중에서 하나 정도는 OK 받을 수 있어요.”
조나단은 스티브의 이름을 말하며 질색을 했다.
디자인 총괄 책임자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니 스티브가 얼마나 닦달을 했는지 안 봐도 연상이 되었다.
“디자인이 아무리 멋져도 제품화가 불가능하면 소용이 없어요. TV 개발팀과 의사소통을 하며 디자인 초안을 만들어 주세요.”
“그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폰을 디자인할 때도 개발팀과 얼마나 싸웠는지 모릅니다.”
나는 다시금 디자인 스케치를 바라봤다.
미니멀리즘, 단순 도형, 대칭 등.
애플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디자인들이었다.
간단한 스케치에 불과했지만, 벌써부터 애플-태우 TV의 성공을 직감할 수 있었다.
좋은 감정도 잠시.
기술 연구소로 다급히 달려오는 기획실장의 모습이 보였다.
상당히 심각한 얼굴을 보아하니 분명 무슨 일이 터진 것이 분명했다.
“부회장님, KS텔레콤이 세이월드 인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70억 원에 지분 전체를 인수하고, 주식으로 대금을 치르는 형식이라고 합니다.”
“고작 70억 원에 회사를 넘겼다고요? 그것도 현금이 아니라 주식 형태로요?”
내가 내민 조건이 어떻게 봐도 더 좋은 조건이었다.
그런데 세이월드가 KS텔레콤에 넘어갔다는 건 중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뜻이었다.
“차로 가서 이야기를 이어 가죠. 본사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기획실장과 함께 차로 이동한 이동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을 수가 있었다.
“우리와 대화를 나눈 뒤 KS텔레콤 박동희 부사장이 세이월드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박동희 부사장과 세이월드 경영진은 대학교 동문 사이입니다.”
“선배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세이월드와 계약을 체결했나 보군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연락을 넣어 보았지만, 세이월드 쪽과 일절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수발표까지 났으니 우리와 연락할 이유가 없겠죠.”
오랜만에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감히 내가 먼저 점 찍은 걸 강탈해 간다 이거지?
그렇다면 내가 세웠던 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를 엿 먹이고야 만다!
“태우 IT로 가 주세요. 지금 당장 대책을 수립해야겠습니다.”
후회하게 해 주지.
KS텔레콤이 세이월드를 인수한 걸 최악의 선택이 되도록 만들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