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58)
독식하는 재벌 3세-158화(158/518)
158화. 광기. (2)
모든 협상이 그렇듯.
간절함의 정도에 따라 거래 조건이 바뀌기 마련이었다.
그럼, 삼진전자는 정말 태우전자의 특허가 없으면 스마트폰을 제작하지 못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봐야 했다.
특허가 있으면 당연히 문제없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겠지만.
특허권 사용 허락을 받지 못한다고 한들 만들어 출시를 할 수는 있었다.
당연히 소송전이 열리겠지만, 몇 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야지만 결과를 받을 수 있었고.
그 시간이면 삼진전자는 자체 기술만으로도 스마트폰을 제작할 수 있는 우회 특허를 보유할 수 있었다.
물론 핵심 특허의 경우엔 우회 특허가 통하진 않겠지만.
지금에 비해 내야 하는 로열티의 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는 했다.
그러니 굳이 핵심 특허를 같이 사용하자는 오희건 회장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정당한 사용료만 내시면 당연히 태우전자가 보유한 특허를 사용하셔도 됩니다.”
“문제는 가격이지요. 지금 책정된 로열티 가격을 지불하면, 스마트폰을 생산할 때마다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더군요.”
손해 보고 파는 장사꾼 없다.
이런 옛말이 있지만, 스마트폰의 경우엔 정말 손해를 보면 팔 수도 있었다.
“저도 마음 같아서는 로열티 가격을 저렴하게 제공해 드리고 싶지만, 그러다간 배임 혐의로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할아버지에 이어 손자까지 검찰 포토라인 앞에는 설 수 없지 않겠습니까?”
“말을 들어 보니 생각해 놓은 조건이 있나 보군요?”
“큰 조건은 아닙니다. 향후 삼진전자에서 만들 스마트폰에 무조건적으로 태우전자가 만든 사이트와 어플을 장착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일명 기본 어플.
스마트폰을 처음 구매하자마자 깔려 있는 어플을 우리 태우전자에서 만든 어플로 도배하고 싶었다.
그렇게만 될 수만 있다면 로열티에 버금가는 금액을 어플 수수료로 벌 수 있으니까.
“흠, 나쁘지 않은 조건 같군요. 자세한 사항은 실무진에서 협의를 하는 것으로 했으면 하군요.”
“회장님과 저는 큰 틀에서 합의만 이루면 되지 않겠습니까? 디테일적인 부분은 실무진에 맡겨야지요.”
우리는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삼진전자는 적은 로열티를 지불하고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태우전자는 로열티에 더불어 어플 수수료까지 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지금이야 삼진전자가 유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에게 유리해지는 계약이었다.
***
협상을 마치고 강 대위의 사무실로 향했다.
한창 CL카드를 조사하고 있던 다이먼이 오늘의 협상에 대해 물어왔고, 그에게 세세히 알려 주었다.
“저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굳이 로열티를 낮춰 줄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 기본 어플로 태우전자의 어플을 설치할 수 있다면 큰 이득이 되긴 하겠지만, 어플을 사용하고 말고는 고객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로열티는 무조건 받아 낼 수 있는 돈이지 않습니까.”
“당연히 로열티를 받는 게 더 편하긴 하죠. 하지만 삼진전자도 하루빨리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어야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커지지 않겠어요?”
아이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야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규모가 커질 수 있었고.
그래야지만 우리가 미리 만들어 둔 사이트와 어플을 통해 더 큰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지금보다 더 커질 거라 예상하십니까? 여러 개의 전문가 보고서를 읽어 보았지만 기껏해야 30% 미만이라고 했습니다.”
“10년만 지나도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전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래서 태우전자에서 1,500명이 넘는 인원이 어플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거죠.”
1,500명의 IT 부서뿐만이 아니었다.
태우전자와 SAVE 투자회사는 다양한 어플 관련 회사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와 시스템을 이미 만들어 두었다.
“하긴 애플도 라이벌이 생겨야 더욱 뛰어난 제품을 만들긴 하겠습니다.”
“혼자 달리면 빨리 지치기 마련이죠. 삼진 같은 거대 기업이 후발주자로 뛰어들면 애플도 긴장해서 더욱 열심히 달리게 되어 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애플과 삼진전자의 전쟁이 벌어지게 될 터.
애플의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당연히 애플이 승리하면 좋겠지만.
만약 전쟁에서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손해 볼 게 없었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돈은 나에게 흘러들어오게 되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스마트폰 시장은 한쪽이 독점하기엔 너무 거대한 시장이었기에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한들 독점할 수도 없었다.
“경마장에서 어느 말이 빨리 달리든 모든 말이 우리 소유라면 누가 이기든 상관없긴 하겠습니다.”
“그런 거죠. 그나저나 CL카드는 좀 조사해 봤어요?”
“제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CL카드뿐만 아니라 카드 업계 전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카드 연체, 카드 돌려막기, 신용불량자 양성 등 폭탄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제가 태우카드를 CL카드에 넘겼을 때의 상황이 기억나나요? 그때는 아무도 카드 업계가 이렇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었죠.”
미국 부동산 시절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카드대란도 예상했듯이 미국 부동산도 내 말대로 진행될 테니 내 옆에 꼭 붙어 있으란 뜻이기도 했다.
“대표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그나저나 정부에서도 쉬쉬하고 있는 분위기 같았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찾아봐도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텨져 나오고 있는데 정부에서 모를 수가 없습니다.”
“정부에서는 IMF 조기 졸업이라는 치적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중인데 카드 업계의 일까지 신경 쓰기 싫었겠죠. 게다가 대부분의 카드 업계는 든든한 모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니 알아서 해결할 거라고 믿고 있을 겁니다.”
현재 카드 업계의 순위는 이러했다.
1위는 CL카드, 태우카드를 인수하면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중이었고.
2위는 삼진카드로 삼진그룹의 이미지를 이용해 고객의 수를 늘려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뒤를 현재카드가 따라붙고 있었고, 나머지 순위 카드사는 은행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었다.
“CL카드가 업계 1위라서 부실액 규모가 가장 크긴 하지만, 제가 보기엔 오히려 외환카드가 더욱 위험해 보입니다. 다른 은행과 달리 외환은행은 매우 부실한 상태입니다. 독일의 코메르츠은행이 자금을 출자해 지원해 주고 있지만, 카드대란이 일어나는 순간 무조건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외환은행은 아마 해외로 팔려 나가게 될 것 같군요.”
일명 롱스타 게이트.
미국의 헤지펀드인 롱스타가 헐값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해 3배가 넘는 차익을 실현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시발점이 카드대란이었고.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헐값에 넘긴다면 군침을 흘리는 외국 은행들이 꽤 될 것 같긴 합니다.”
“어떻게, 외환은행 은행장부터 시작해 보실 생각 있으세요?”
“제가 말씀이십니까?”
미국의 헤지펀드가 외환은행 인수로 재미를 보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가 재미를 보는 것이 더 낫지 않겠어?
나는 외환은행을 되팔이해서 차익을 남길 생각도 아니니 국가적으로나 외환은행 차원에서나 모두 이득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외환은행 은행장부터 시작해서 세계 최고의 은행의 CEO가 되는 거죠.”
“외환은행이 규모가 작은 은행은 아니긴 하지만, 고작해야 한국에 있는 은행에 불과합니다. 세계 최고의 은행 CEO가 되는 디딤돌로 삼기엔 너무 작은 것 같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어요? 천천히 한 계단씩 밟아 나가는 거죠.”
“흠, 알겠습니다. 외환은행 은행장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다이먼이 맡기엔 외환은행은 작은 규모긴 했다.
하지만 몇 년 안에 외환은행을 세계 최고의 은행 그룹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아! 그 전에 CL카드 문제부터 처리해야 합니다.”
“CL카드를 태우그룹이 인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두겠습니다.”
“태우그룹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
카드대란은 아직 시간이 남았다.
그 전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필수 어플 제작에 집중해야만 했다.
KS텔레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함이라기보다, 태우전자의 매출 상승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부회장님, 임재범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주세요.”
어플 제작은 IT 전문가가 많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고, 아이디어를 실체화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난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고.
임재범 대표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메신지 앱인 코코아톡을 개발하게 될 사람이었다.
일명 코톡이라 불리는 메신지 앱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사용하게 되는 국민 앱이었고, 나는 8년 일찍 코톡을 세상에 내놓을 생각이었다.
“반갑습니다. IT 솔루션 대표 임재범입니다. 태우그룹 부회장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저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형적인 공대생 이미지의 임재범 대표였다.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였기에 아직 공대생 물이 덜 빠진 상태였다.
“IT 솔루션 사업 아이템이 아주 신선하더군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코코아톡을 만든 임재범 대표였지만.
그는 처음부터 성공한 개발자는 아니었다.
지금은 기업을 대상으로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폐업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시장에선 고전하고 있는 듯 보이더군요.”
“……그렇습니다. 이미 대형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끼어들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레드 오션인 곳을 공략하지 말고, 저와 함께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시간을 끌 것도 없었다.
시간을 끌다 세이월드를 KS텔레콤에 빼앗긴 전적이 있으니 이번엔 속전속결로 계약까지 체결할 생각으로 빠르게 본론을 꺼내 들었다.
“태우그룹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를 태우전자에 채용하는 건지 아니면, 협업 방식인지도 알고 싶습니다.”
“태우전자와 합작회사를 만드실 생각 없으신가요? 큰 틀의 아이디어와 투자금, 그리고 인력 지원까지 전부 태우전자에서 담당하겠습니다. 대표님은 속된 말로 몸만 오시면 됩니다.”
“너, 너무 좋은 제안이긴 하지만, 그래서 조금 의아합니다. 그렇게 좋은 조건을 저에게 제안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누구라도 의심할 상황이긴 했다.
내가 태우그룹 부회장이 아니라면 사기꾼 소리를 들을 만한 제안이었다.
“저에겐 지금 한 명의 천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많은 돈 그리고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한 명의 천재가 있어야지만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스티브가 그렇든 말이죠.”
“제가 애플의 스티브가 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스티브와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 제 눈에 임재범 대표님은 스티브와 아주 많이 닮았습니다.”
천재를 영입할 수 있다면 뭐를 못 하겠는가?
입에 발린 말이야 몇 번이고 해 줄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