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60)
독식하는 재벌 3세-160화(160/518)
160화. 광기. (4)
모든 계약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기획실장이 직접 따뜻한 차를 태워 내게 가지고 왔다.
“도라지차입니다. 오늘 말씀을 많이 하셔 목에 좋은 차를 준비했습니다.”
“고마워요. 안 그래도 목이 조금 따끔거리고 있었는데 잘 마실게요.”
도라지 차로 목을 진정시키는 동안.
기획실장이 가만히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하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다름이 아니라 부회장님의 일을 옆에서 하다 보니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세이월드, 메신져 앱, 하두리. 모두 스마트폰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와 선점을 위해 매우 옳은 선택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괜히 기획실장이 되는 건 아니었다.
기획실은 그룹의 전반적인 흐름을 모두 알고 있어야 했고, 세상의 변화에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부서였다.
내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도 않았건만.
기획실장은 내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보시고 계시군요.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는 모든 어플과 사이트를 독점하려고 계획 중에 있죠.”
“메신져 앱을 통해 채팅 서비스를 하두리를 통해 짧은 영상 플랫폼을 독점하려는 것도 매우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동영상 전문 플랫폼을 만들지 않으시는지 의문이 듭니다.”
오호!
내 예상보다 훨씬 좋은 질문을 던지는 기획실장이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정말 탁월했다.
“기획실장님의 생각대로 동영상 플랫폼이 마지막 조각이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시작하기엔 너무 시대를 앞서간다고 볼 수 있죠.”
“동영상 플랫폼이 인기를 끌기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죠. 그러니 동영상 플랫폼은 잠시 잊어 주세요.”
물론 나는 이미 동영상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도 구글과 손을 잡고 만들어 나갈 계획이었다.
구글의 지분 49%가 내 것이니 손을 잡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유튜브와 스트리밍 서비스.
이미 유튜브 초기 개발자를 영입해 놓았고, 열심히 구글 안에서 개발 중에 있었다.
“의문이 모두 풀렸습니다. 쓸데없는 질문을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전혀요. 매우 좋은 질문이었고, 앞으로도 언제든지 의문점이 생기면 말씀하세요.”
기획실장을 승진시켜 줘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아직은 내가 회장에 오르지 않았으니 잠시 보류해야겠지만.
“태우증권 사장을 잠시 봤으면 하는데 가능할까요?”
“지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을 부회장실로 불렀다.
그에게도 카드대란 사태를 알려 줘야 할 때가 되었으니까.
“부회장님, 부르셨습니까! 너무 오랜만에 부르셔서 저를 잊어버리신 줄 알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박 사장님을 잊겠습니까? 태우그룹의 핵심 중에 핵심 아니십니까!”
박만덕 사장이 이끄는 태우증권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나 닷컴 버블에서 모두가 마이너스 수익을 보고 있을 때, 플러스 수익을 올린 애국 펀드 덕분에 태우증권의 고객은 30% 이상 증가하였다.
“모두 부회장님 덕분입니다. 닷컴 버블에서 피해를 입지 않아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었습니다.”
“애국 펀드를 출시하기 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태우카드를 몇 년만 CL그룹에 넘기겠다고 했던 약속 말입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설마 때가 되었습니까?”
기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박만덕 사장이었다.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얼마나 배가 아팠겠는가?
애국 펀드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곤 하지만, 다른 증권사는 카드를 무제한으로 뿌리며 돈놀이를 하고 있었으니까.
“카드사가 그렇게 가지고 싶으세요?”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겠습니까? 카드만 한 캐쉬카우가 없습니다.”
“그 생각이 몇 달만 지나도 확 바뀌게 될 겁니다. 조만간 CL카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카드사가 엄청난 부채로 휘청거리게 될 테니까요.”
“……튼튼한 모기업을 보유하고 있는데 설마 그렇게 되겠습니까?”
증권사를 이끌고 있는 박만덕 사장마저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니 정부에서도 카드 업계에서도 문제 삼고 있지 않는 것이기도 하겠지.
“지금 발급된 카드가 몇 장인지 아시나요?”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량 1억 장에 근접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경제 활동이 가능한 사람이 대략 4장의 카드를 들고 있는 셈이죠. 왜 그렇게 카드를 많이 들고 다닐까요?”
“카드 돌려막기를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카드 돌려막기는 결국 미래의 나에게 빚을 떠넘기는 행위에 불과하죠. 그리고 빚을 갚아야 하는 시기가 오고야 말았어요.”
카드 돌려막기는 부채를 증가시키는 편법에 불과했다.
지금 당장에야 부채에서 자유로워진다고 착각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능력 밖의 빚이 한순간에 찾아오게 된다면?
결국 빚을 갚지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되기 마련이었고, 카드사는 들어와야 할 돈이 연체되기 시작한다.
“경제 연구소에서 카드사의 연체율이 10%를 넘었다는 보고서를 보내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용불량자의 숫자가 외환위기 때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내용도 들어있었습니다.”
“IMF를 조기 졸업할 만큼 나라의 곳간은 채워졌지만, 일반 국민의 지갑은 더 가벼워졌다는 거죠. 그리고 이제는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까지 사라지고 말았죠.”
“그러면 카드 부채를 모두 카드사에서 떠안게 되겠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야 파악한 박만덕 사장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CL카드가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채의 규모가 크긴 하겠지만, CL그룹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올해 신용카드 사용액이 600조 원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10%만 연체되어도 60조 원입니다. CL카드의 점유율이 대략 30% 정도니 못해도 10조 원에 달하는 자금 문제를 안게 되는데 감당할 수 있을까요?”
카드사는 일종의 하청업체라고 볼 수 있었다.
현금 인출의 경우 은행에서 고객에게 돈을 인출해 주고, 카드사는 추후에 갚는 방식 혹은 은행에 회사 소유의 계좌를 만들어 그 계좌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런데 연체율이 증가한다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은행에게 제대로 돈을 지급해 줄 수가 없게 된다.
아무리 CL그룹이 재계 3위의 대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수조 원에 달하는 자금 유동성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CL그룹에서 카드사를 채권단에 넘길 수도 있겠군요.”
“조만간 CL카드는 현금 서비스를 중단하게 될 거고, 카드대란의 시발점이 될 겁니다.”
“카드대란이 일어나서 채권단으로 넘어간 CL카드를 인수하자는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CL카드를 인수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CL 반도체를 인수했을 때처럼 그룹 전체의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카드사를 인수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박만덕 사장이었다.
그런데 CL카드가 망할 것 같다고 하니 인수를 꺼려 하기 시작했다.
이익에 집착하는 금융사 대표이니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결하면, CL카드는 금방 정상화시킬 수 있어요. 이번 기회에 태우카드를 인수한 CL카드를 통째로 가지고 올 수 있어요. 단번에 카드 업계 1위 자리를 우리가 가지게 되는 거죠.”
“최대 10조 원에 달하는 자금 유동성 문제를 태우그룹에서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룹 잉여금이 10조 원이 훌쩍 넘어요. 따로 대출을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죠. 그리고 연체된 자금을 일부지만 돌려받을 방법도 있고요.”
“연체율 10%에 달하는 금액을 절반이라도 받아 낸다면, 자금 유동성 문제는 걱정할 필요조차 없긴 합니다. 그런데 방법이 있겠습니까? 채권 추심 업체에서도 받아 내기 쉽지 않을 겁니다.”
제도권 금융사에서 채권을 추심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없으니 연체 고객에게 돈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웠다.
그러니 채권 추심 업체에게 일을 맡겼고.
채권 추심 업체의 능력에 따라 연체 고객에게 받을 수 있는 돈의 금액이 달라졌다.
그런데 나에겐 명동의 주인이라는 최강의 채권 추심 업체가 있었다.
***
며칠 후.
나는 오랜만에 광화문 곰의 저택을 방문했다.
이영한이 개량 한복을 입은 채로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부회장님 오셨습니까! 너무 오래간만이라서 얼굴을 잊어버릴 뻔했습니다.”
“정장은 어쩌고 개량 한복을 입고 계세요? 나는 이 회장님이 살아 돌아오신 줄 알았어요.”
광화문 곰이 즐겨 입던 개량 한복이었고.
이영한은 광화문 곰과 똑같은 디자인의 개량 한복을 입고 있었다.
“명동에서는 이렇게 입고 다녀야 사채업자들이 고개를 숙여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명성을 빌린다고 생각하며 입고 있습니다.”
“여전히 명동에는 광화문 곰의 명성이 강하게 남아 있긴 하겠네요.”
삼국지의 제갈공명도 아니고.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내는 것처럼, 광화문 곰의 명성을 통해 명동을 장악하고 있는 이영한이었다.
“저를 보면 할아버지가 떠오르는지 가끔 눈물 흘리는 업자들도 있습니다.”
“사채업자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라면, 채권 추심도 악착같이 받아 내겠군요.”
“그렇긴 합니다만, 갑자기 채권 추심 이야기는 왜?”
“조만간 대규모 채권 추심을 할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말이죠.”
“부회장님의 부탁이라면 십 원 한 푼이라도 다 받아 낼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간 큰 놈이 태우그룹을 상대로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겁니까?”
이영한이 나보다 더 열을 올렸다.
자신을 명동의 주인으로 올려준 사람에 대한 의리 혹은 예의라고 봐야 할까?
“우리에게 돈을 빌린 건 아니고, 조만간 기업 하나를 인수할 생각인데 그 기업이 돈을 아무에게나 막 빌려주고 다녀서 우리가 회수해야 할 판이죠.”
“그런 기업이 있습니까?”
“CL카드를 인수할 생각입니다.”
“태우카드를 CL그룹에 넘기지 않으셨습니까? 매각한 태우카드를 다시 인수한다는 말씀이십니까?”
“태우카드는 물론이고, CL카드까지 묶음으로 가지고 오려고 합니다. 그래서 도움이 좀 필요해요.”
명동은 예전만 한 명성은 아니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명동이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돕겠습니다.”
“CL카드가 자금 유동성 문제에 빠져 있어요. 은행이나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러 다니면 괜히 채무 금액만 커지지 않겠어요?”
“CL카드사에겐 한 푼의 돈도 빌려주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명동 3인방에게도 말해 놓겠습니다.”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고.
은행에서 거절을 하면 명동까지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CL카드의 자금 유동성 문제를 좀 더 빠르게 발생하게 하고 싶네요.”
“명동에는 CL카드사의 채권이 꽤 퍼져 있습니다. 채권을 통해 압박하고, 제가 아는 모든 채권 추심 업체에게 CL카드의 채권은 당분간은 건드리지 말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불법적인 일까지 알아서 실행하겠습니다.”
이영한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명동에서 할 법한 불법적인 일이라면 대충 예상이 가긴 했다.
노숙자나 부랑자를 이용해 CL카드를 발급받고 돈을 갚지 않는 불법적인 방법을 명동은 거리낌 없이 실행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