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61)
독식하는 재벌 3세-161화(161/518)
161화. 광기. (5)
2001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회귀 전에는 카드대란이 일어난 시기는 2002년부터 2004년 사이였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태우카드를 CL카드로 넘겼기에 그 시기가 앞당겨졌고, 다이먼과 명동의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졌기에 더더욱 앞당겨졌다.
“부회장님! CL카드의 현금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자금 유동성 문제가 터졌나 보군요.”
“CL카드는 전산 장애로 인해 현금 서비스가 중단되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각 은행에 개설된 CL카드의 계좌 잔고 부족으로 현금 서비스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카드 업계 1위 CL카드의 현금 서비스 중단.
드디어 카드대란을 시작하는 신호탄이 발사되었다.
“다른 카드사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직은 크게 요동치고 있진 않지만, CL카드의 문제로 인해 다른 카드사의 문제점도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의 난리가 나겠군요. 외환위기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증시가 꽤 많이 하락할 겁니다.”
“태우그룹은 카드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만반의 준비를 기하겠습니다.”
기획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비서실에서 다급히 부회장실로 들어와 중요한 소식을 알려 왔다.
“CL그룹 고승택 회장님께서 만남을 요청해 왔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했나 보군요. 오늘 저녁에 뵙자고 전해 주세요. 좋은 식당도 예약해 주시고요.”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비서실 직원이 돌아가자 기획실장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내가 무리하게 CL카드를 인수할까 걱정하는 기획실장이었다.
“CL카드를 인수하면 태우그룹이 휘청거릴까 봐 걱정이세요?”
“현재반도체를 처음 인수했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합니다. 이제야 겨우 현재반도체의 후폭풍이 지나갔는데 또다시 폭풍이 몰아칠까 조금 걱정되긴 합니다.”
“실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럼 CL그룹 쪽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고요.”
기획실장의 반응은 일종의 바로미터였다.
기획실장이 민감하게 나오는 걸 보니 CL카드 인수전이 생각보다 싱겁게 끝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그날 저녁.
조용한 한정식 식당에서 CL그룹 고승택 회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와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 태우카드를 CL그룹에 매각할 때 만났었고.
이번 만남에서는 반대로 CL카드를 태우그룹이 인수할 차례였다.
“허허, 잘 지냈는가? 김 회장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있더군.”
“할아버지는 베트남에서 여유롭게 지내시고 계십니다. 그간 열심히 달려오셨으니 장기 휴가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부럽군. 너무 부러워. 누군 이 나이 먹도록 개고생을 하고 있는데 김 회장은 손자를 잘 둔 덕에 말년이 아주 폈구만.”
양반 가문으로 소문난 CL그룹이었고.
평상시의 고승택 회장은 꼿꼿한 양반의 모습을 유지했지만, 카드대란 때문인지 격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CL카드로 근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욕심을 부렸다가 제대로 큰코다쳤다네. 태우카드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자네가 부추긴 덕에 그렇게 되었네.”
“태우카드를 인수해서 큰 이익을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이익금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이번 사태를 막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내 책임으로 돌리려는 고승택 회장이었고.
나는 조금은 예의 없는 어조로 받아쳤다.
“허허허, 그래 경영을 잘못한 내 잘못이지. 어찌 자네 책임이 있겠는가.”
“제가 말이 과했던 같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는 되었고, 일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지. 태우카드를 다시 가지고 갈 마음은 없는가?”
이렇게 나오시겠다?
CL카드에서 태우카드를 떼어 내어 매각을 진행해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승택 회장이었다.
“이미 한 몸이 된 태우카드와 CL카드인데 어떻게 태우카드만 다시 가지고 올 수 있겠습니까?”
“그럼 CL카드 전체를 인수할 생각은 있는가? 아주 좋은 조건으로 매각을 진행하겠네. 채권단에 넘기는 것보다야 그편이 서로에게 이득이 되지 않겠는가?”
CL그룹 차원에서야 좋은 그림이겠지.
하지만 채권단에 넘기면 일정 부분 부채 탕감을 받을 수 있었고, 정부의 지원까지 받아 낼 수도 있었다.
“부채의 일정 부분을 CL그룹에서 책임져 주신다면 CL카드를 인수할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태 그대로 인수하게 된다면, 태우그룹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채권단에 넘기면 더 싼 값에 CL카드를 인수할 수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네. 하지만 채권단에 넘어가는 순간 CL카드를 인수하고자 달려드는 경쟁자가 한둘이 아닐 걸세.”
CL카드는 업계 1위였다.
금융사의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고.
특히나 이번에 대형 금융사로 성장하고 싶어하는 금융사들에게는 최고의 먹잇감이었다.
CL카드를 인수하는 즉시 선두주자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일 선상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되는 기회를 얻는 셈이었다.
“조건부터 들어 보고 결정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CL카드 인수 조건을 알려 주십시오.”
“부채의 30%를 우리가 책임지겠네. 그 대신 CL카드의 지분 90%를 7만 원에 인수해 주게나.”
“7조 5천억에 달하는 금액이군요.”
나는 CL그룹의 조건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CL카드는 7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매각되었고, 이는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금액이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과한 금액임은 나도 알고 있다네. 하지만 CL그룹의 입장에서는 이런 제안을 할 수밖에 없다네.”
“그렇다고 해도 7만 원은 너무 과한 금액입니다. 카드대란으로 CL카드의 주가는 계속해서 하락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결코 낮은 금액은 아니네. 이번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결하면, 못해도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유동성 문제만 해결되면, 여전히 캐쉬 카우 역할을 단단히 해줄 수 있는 CL카드였다.
그렇다고 해도 7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살 수는 없었다.
“부채 전부를 태우그룹이 떠안겠습니다. 그 대신 2조 원에 CL카드를 인수하는 방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의 도움을 받을 생각인가? 정부에서 채권단을 설득해 일정 부분 부채 탕감을 받아 낸다고 해도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걸세.”
“그래도 부채 문제는 어떻게든 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7조 원의 매각 대금을 지불하는 편보다는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부채를 떠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자네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지만, 너무 위험한 선택을 한 것 같네. 이번 채권 만기에 갚아야 할 돈만 7천억 원이 넘네.”
“CL카드의 당기순손실이 3조 원이 넘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단과 정부의 도움을 받아 낼 수만 있다면 태우그룹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나도 도울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돕겠네. 정부와 채권단을 같이 설득해 봅세나.”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고승택 회장이었다.
하긴, 빚더미에 깔려 있는 CL카드의 빚을 우리가 전부 떠안는 데다가 2조 원의 매각 대금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몇 년만 지나도 배가 아플 것이다.
CL카드는 최소 15년 동안은 매년 조 단위의 흑자를 내게 될 테니까.
자금 유동성 문제로 엄청난 캐쉬 카우를 헐값에 팔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될 고승택 회장이었다.
***
다음 날.
나는 아주 오랜만에 회장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지금 커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사고는 네가 치고 왜 나보고 수습을 하라고 하는 게냐. 내가 베트남에서 쉬는 게 그렇게 보기 싫더냐!”
“제가 정부와 협상하면 얼마나 얕보이겠습니까? 어린놈이 나댄다고 욕이나 먹지 않겠습니까?”
“쯧쯧, 그래 이번 일만 도와주마. 하지만 협상이 끝나면 곧장 베트남으로 돌아갈 터이니 그리 알고 있거라.”
입으로는 싫은 말을 내뱉지만 얼굴은 웃고 계신 할아버지였다.
오랜만에 복귀해서 하는 일이 나쁘지 않으신가 보다.
물론 즐거워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할아버지를 베트남에서 불러들인 건 아니었다.
정부와의 협상은 할아버지가 제격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장차관급 정치인들과 두루두루 친분을 보유하고 있으셨고, 채권단인 은행 대표들과도 잘 아는 사이이기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실 수 있는 할아버지셨다.
“그런데 자신 있느냐? CL카드를 인수했다가 태우그룹의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단다.”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결하면, 최고의 캐쉬 카우가 될 CL카드입니다. 할아버지도 태우카드를 하루빨리 돌려받고 싶어 하셨지 않나요?”
“CL그룹에 태우카드를 넘겨줄 때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어찌나 배가 아프던지. 흠, 그래 네가 자신 있다고 하니 내 책임지고 CL카드를 가지고 오마.”
***
협상은 몇 날 며칠 동안 이어졌다.
정부부처, 채권단, CL그룹 그리고 할아버지까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채권단에서는 차라리 외국 기업에 CL카드를 매각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고.
그렇게 협상이 파국으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까지 펼쳐졌었다.
하지만 오늘 아주 큰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부회장님, 외환카드가 현금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은행을 모기업으로 둔 카드사가 자금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외환은행에서 대규모 지원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벌써 바닥이 났나 보군요.”
“3천 5백억이 넘는 자금을 외환은행에서 외환카드로 지원을 해 줬지만, 워낙 채권 규모가 컸기에 금방 바닥이 났습니다. 외환은행에서 더는 외환카드로 지원을 해 줄 수 없다고 밝혀 왔습니다.”
대규모 경제 대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로 인한 트라우마가 극심하게 남아 있는 현 정권이었다.
그런데 다시금 경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생긴다면?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경제 위기의 원인을 해결하고자 할 것이었고, CL카드 협상 문제를 정부에서 보다 더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게 될 터였다.
“외한카드까지 문제가 생겼으니 협상이 다시 재개되겠군요.”
“안 그래도 회장님께서 방금 채권단 회의에 참석하신다고 나가셨습니다.”
“생각보다 좋은 소식이 빨리 찾아오겠어요.”
바삐 움직여야 하는 사람은 할아버지뿐만이 아니었다.
외환은행 인수를 노리고 있는 다이먼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가 되었다.
***
며칠 후.
할아버지가 아주 당당한 걸음으로 부회장실로 찾아오셨다.
“나는 이제 베트남으로 돌아가련다. 내가 먼저 연락하기 전에는 웬만하면 연락하지 말거라.”
“CL카드 협상이 모두 끝난 겁니까?”
“네가 말한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끝냈다. 정부와 채권단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부채를 탕감해 주겠다고 하더구나. CL카드를 태우그룹이 인수해 달라고 아주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네가 봤어야 하는데.”
며칠 사이에 채권단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나 보다.
외환카드까지 무너졌으니 부채 탕감을 하더라도 하루빨리 CL카드를 태우그룹에 넘겨야 된다는 기조가 형성된 듯싶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네가 고생해야지. 부채 탕감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연체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게야.”
“제가 열심히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골머리를 앓아 보거라. 나는 베트남으로 가련다.”
일을 마친 할아버지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여행 가방을 챙겨 나가셨다.
할아버지가 밥상을 예쁘게 차려 주셨으니 손자 된 도리로 맛있게 먹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