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62)
독식하는 재벌 3세-162화(162/518)
162화. 축제 (1)
CL카드가 드디어 태우그룹의 품에 안겼다.
집 나간 태우카드가 CL카드라는 와이프까지 데리고 온 상황이었지만, 태우증권의 박만덕 사장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CL카드의 카드채 규모가 상상 이상입니다. 숨겨진 카드채까지 다 더하니 2조 원이 훌쩍 넘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카드채입니다. 어느 은행도 카드사가 발행하는 카드채를 받으려고 하지 않고 있고, 신용 평가 단체에서 카드채의 신용 등급을 일제히 낮추었습니다.”
“굳이 카드채를 발행할 필요가 있겠어요? 태우증권의 자금력만으로도 감당할 수 있지 않나요?”
“CL카드가 발행한 카드채는 총 20조 원에 달합니다. 그 금액을 태우증권에서 홀로 감당하긴 어렵습니다.”
카드사는 고객이 카드로 긁은 금액을 은행에 대신 납부해 준다.
그리고 고객이 카드 대금을 납부하고 나면, 그 돈으로 카드채를 갚는 방식을 사용했다.
20조 원이라고 해서 엄청 큰 금액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저 돈이 돌고 돌다 보니 커 보일 뿐이었다.
“그럼 20조 원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카드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렇긴 하지만, 20조 원이나 되는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건 여러모로 손해입니다. 우리는 은행이 아닌 기업입니다.”
“그 문제는 제가 어떻게든 해결해 보죠. 그보다 연체율을 낮추는 게 우선 아니겠어요?”
“사실 연체 문제만 사라지면, 현금 유동성 문제가 생길 일도 없습니다. 필요 이상의 카드채를 발행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하지만 2조 원이나 달하는 연체 대금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드디어 명동이 나설 때가 되었다.
물론 명동을 이용하면, 수수료를 많이 떼어 주긴 해야겠지만.
평생 받을 수 없는 2조 원 중에서 절반은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연체 대금 문제는 새로운 채권 추심 업체와 계약을 맺어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이미 CL카드에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채권 추심 업체와 계약해 연체 대금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실력 있는 채권 추심 업체를 제가 알고 있어요.”
의아해하는 기획실장.
그를 부회장실에 두고는 명동으로 향했다.
***
광화문 곰의 저택.
정자에는 이미 명동 3인방과 이영한이 나를 기다리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정자에 합류하자, 백 할매가 웃으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어. 젊은 놈이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들을 기다리게 해서 되겠어?”
“죄송합니다. 좋은 선물을 가지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좋은 선물은 개뿔. 연체 대금을 한 뭉텅이 들고 왔겠지.”
“그래서 싫으십니까?”
“됐고 어서 꺼내기나 해.”
이미 선물의 정체를 알고 있는 명동 3인방이었고.
그들 입장에서는 조 단위의 돈을 벌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기도 했다.
특히나 명동 사채업자를 꽉 쥐고 있는 이영한에게는 좋은 일거리였다.
“이미 채권 추심 업체 등록을 끝내 놓았습니다. 명동에서 제일 유명한 업자들을 대기시켜 두었습니다.”
“금액이 2조 원이 넘어요. 사채업자 몇 명만으로 다 받아 낼 수 있겠어요?”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1년 안에 최소 절반 이상의 연체 대금을 받아 낼 자신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늙은이의 노하우를 꺼내 놓게 생겼구만.”
비릿한 미소를 짓는 사채꾼들이었다.
이영한도 명동 3인방도 사채꾼들이었고, 그들에게 연체 고객은 싸워서 이겨야 할 적이나 다름없었다.
마른 수건도 쥐어짜 낼 사채꾼들이 저들이었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저들에게 맡길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돈이 없는 사람에게서 어떻게 돈을 받아 낼 생각이십니까?”
“찾아보면 방법은 다 나오기 마련이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말게나. 조폭들처럼 신체 포기 각서를 받거나 강제로 다치게 해서 보험금을 받는 그런 무식한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새우잡이 배에 태울 수는 있어도 죽진 않을 게야.”
돈이 없으면 벌어서 갚도록 하면 되었다.
백 할매의 이야기처럼 새우잡이 배라도 태워서 돈을 벌도록 하면 되긴 했지만.
그래 가지고 언제 돈을 벌어 갚겠는가?
“신체 건강한 연체자들이 일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를 태우그룹에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가능하겠나? 연체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 최소 수십만 명 단위일 텐데?”
“태우건설에서 공사 인부로 고용할 수도 있고, 태우전자에서는 단순 반복 노동을 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하청업체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태우전자 1차 협력 업체의 숫자만 해도 100곳이 넘었고.
2차, 3차 협력 업체까지 다하면, 1,000곳이 훌쩍 넘었다.
양질의 일자리라고는 할 수 없어도, 어떻게든 카드빚을 갚을 순 있는 일자리긴 했다.
“정말 돈을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면 자네 쪽으로 보내겠네. 그런데 자네가 그렇게 정이 많은 사람인 줄은 몰랐군. 연체 고객의 사정까지 생각할 줄은 정말 몰랐네.”
“동정심이나 정 때문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연체 대금을 받아 내야지만, 태우카드가 회생할 수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 두겠네. 그럼 일은 오늘부터 시작하면 되겠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로써 연체율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아직 채권 추심 단계를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명동 사채업자들에게 일이 넘어간 순간 해결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
다음 날.
나는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다이먼을 만났다.
외환은행 인수로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다이먼이었다.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은행 매각을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인수를 고려하는 국내 금융사는 없으니 해외로 팔려는 생각이겠군요.”
외환위기 당시 외환은행은 독일의 코메르츠방크에 매각되었다.
하지만 현재건설 부도 사태와 카드대란까지 연이어 난항에 부딪히자 결국엔 매각을 결정하게 된 코메르츠방크였다.
“문제는 해외 은행에서도 외환은행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습니다.”
“은행에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월가의 사모펀드에서는 관심을 보일 겁니다. 헐값에 인수해서 잘만 손보면 몇 배의 수익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저도 그 점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한국의 은행법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은행 인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외 조항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BIS 비율이 8% 이하인 부실 은행의 경우엔 매각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은 있지만, 외환은행은 그 정도의 부실 은행은 아닙니다.”
이미 많은 걸 조사한 다이먼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외환은행은 사모펀드인 롱스타에 매각된다.
억지로 예외 조항을 발동시켜 아주 헐값에 외환은행을 사들이는 롱스타였다.
“강 대위! 금감원에 우리 사람이 있나요?”
“대한민국 모든 부처에 우리 사람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금감원의 고위층 1명과 실무진 3명이 우리 사람입니다.”
“조만간 외환은행 은행장이 BIS 비율 자료를 금감원으로 제출할 겁니다. 그 자료를 확보하세요. 분명 BIS 비율을 8% 이하로 만들었을 겁니다.”
“지금 바로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다이먼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 은행장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사로 만들 이유가 있습니까? 물론 사모펀드에 매각하기 위해선 부실 금융사가 되어야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매각 금액이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됩니다. 절반도 아닙니다. 거의 20%의 가격만 받게 됩니다.”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사로 낙인찍히면, 아마 1조 원 정도의 금액이면 인수할 수 있게 되겠죠. 그리고 사모펀드가 잘만 만지면 6조 원의 가격에도 팔아 치울 수 있을 겁니다. 5조 원의 차익이 생기는 거죠. 그러면 콩고물이 여러 곳으로 떨어지지 않겠어요?”
은행장이 고의로 BIS 비율을 조절했는지는 나도 자세히는 몰랐다.
아마도 은행장은 구속 수사를 받긴 했지만, 무죄로 풀려났던 걸로 알고 있다.
은행밥을 수십 년이나 먹었는데 당연히 법에 걸리지 않는 방법으로 BIS 비율을 조절했겠지.
아니면 정말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사였을 수도 있다.
솔직히 그건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외환은행이 지금 저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 중요했고,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만 해도 몇 배의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롱스타가 열심히 콩고물을 뿌린 걸 우리가 냉큼 잡아먹어도 되겠습니까?”
“월가는 원래 그런 곳 아닌가요?”
“괜히 월가를 하이에나라고 부르겠습니까? 다른 맹수가 사냥한 먹잇감을 빼앗아 가는 경우가 많으니 하이에나라고 불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입꼬리를 올리는 다이먼이었다.
그 또한 월가의 인물임을 증명하는 미소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롱스타는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
불법적인 일을 대신 해 주고, 외환은행의 가격까지 낮춰 주니까.
물론 우리가 외환은행을 중간에서 가로챌 수만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겠지만.
“쉽진 않을 겁니다. 이미 롱스타는 로비를 통해 자신의 편을 잔뜩 만들어 뒀어요. 그들의 연결고리를 단번에 잘라 내야지만 우리가 가로챌 수 있어요.”
“작전을 잘 짜 보겠습니다. 롱스타는 BIS 비율만 조절하면 무조건 외환은행을 자신들이 인수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습니다. 경쟁자가 없다고 방심하고 있어서 그런지 빈틈투성이입니다. 대표님의 라인을 사용하면 크게 어렵지 않게 가로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만만해하는 다이먼이었다.
그는 월가의 방법뿐만 아니라 한국의 방법까지 능통했다.
명동에서 직접 한국의 금융 구조를 파악한 덕분에 롱스타의 빈틈을 단숨에 알아차린 다이먼이었다.
“필요하다면 명동의 힘도 사용하셔도 됩니다. 뒷공작은 명동이 밥 먹듯이 하던 일이니까요.”
“이영한 대표와도 협의해서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구상한 작전이 실행되기만 하면 많은 공무원과 금감원 직원이 옷을 벗게 될 겁니다.”
“그 문제는 롱스타에서 알아서 하겠죠. 필요하다면 롱스타에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겠어요? 그리고 자리가 비면 우리 사람을 박아 넣을 기회도 생기니 더욱 좋네요.”
사모펀드와 손잡은 사람들을 내가 왜 걱정하겠나?
그들은 옷을 벗는다고 하더라도 다 먹고살 방법이 있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
며칠 후.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이 부회장실을 찾아왔다.
“연체 대금 회수율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습니다!”
“채권 추심 업체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나 보군요.”
“그렇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금 유동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그 문제라면 걱정 마세요. 카드채를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 조만간 생길 겁니다. 우선은 태우증권의 자금으로 버텨 보세요.”
외환은행만 인수하면 카드채 발행 문제는 사라진다.
겉으로는 다이먼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처럼 꾸미겠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내가 되는 것이니까.
“은행과 협의가 되신 겁니까? 역시 부회장님이십니다. 삼진카드조차 해결하지 못한 카드채 문제를 해결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삼진카드는 다른 카드사와 달리 상황이 좀 낫다고 들었는데 어떤가요.”
“CL카드 사태가 일어나기 6개월 전부터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카드 발급 조건을 높이고, 현금 서비스 금액을 낮추었습니다. 그리고 카드채도 완벽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삼진그룹이라고 해야 할까?
대부분의 카드사가 휘청거리고 있었지만, 삼진카드만은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카드 업계 1위를 달성하진 못할 것이다.
업계 1위는 태우카드의 자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