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63)
독식하는 재벌 3세-163화(163/518)
163화. 축제 (2)
2002년의 새해가 밝았다.
축제가 끝나지 않는 2002년.
월드컵과 대선.
두 번의 축제가 대한민국에서 열렸기에 유난히 뜨거운 한 해였다.
물론 모두가 즐거운 축제는 아니었겠지만, 태우그룹이 웃기 위해선 승리하는 쪽에 붙어 있어야 했다.
“부회장님, 2002년 기획안입니다. 전 계열사의 사업 계획서와 국내 정치 상황 그리고 해외 정치 상황까지 분석한 자료도 포함된 자료입니다.”
“이건 나중에 보기로 하고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네요. 비서실장님도 같이 나눠야 할 이야기입니다.”
“지금 바로 부회장실로 모시고 오겠습니다.”
할아버지의 그림자 역할을 하고 있는 비서실장 아저씨였다.
내가 부회장에 오르고 나서는 정말 그림자처럼 조용히 지내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비서실장 아저씨의 도움이 필요했다.
“부회장님 부르셨습니까!”
“얼굴이 많이 타셨네요. 회장님을 뵈러 베트남을 자주 간다고 하시더니 아주 재밌게 지내시나 봐요.”
“회장님을 모시고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멋쩍은 미소를 짓는 비서실장 아저씨였다.
그의 미소에서는 연륜과 여유가 넘쳤다.
벌써 할아버지를 따라 같이 은퇴를 하고자 하기에 나오는 미소였다.
“할아버지도 안 계시는데 비서실장님까지 자리를 비우면 제가 너무 고달파지지 않겠습니까?”
“부회장님은 그 어느 분보다 잘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 같은 옛날 사람은 이제 물러날 때가 되었습니다.”
어디 도망가려고!
나한테 일을 다 던져 놓고 쉬시겠다?
할아버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해도 비서실장 아저씨까지 그러는 꼴은 절대 못 보지.
“인수인계는 다 해 주시고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비서실 직원들에게 제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착실히 전수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일만큼은 비서실장님이 직접 해 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일 말씀이십니까?”
비서실장 아저씨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제야 베트남으로 떠난 마음이 한국으로 돌아왔나 보다.
“2002년에 빅 이벤트 2개가 열리는 것 알고 계시죠?”
“월드컵과 대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월드컵이야 기획실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비서실장님이 굳이 손대지 않으셔도 되지만, 대선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 않겠습니까?”
태우그룹의 궂은일을 전담하는 자리가 비서실장 자리였고.
비서실장 아저씨는 군사 정권 이전부터 선거 관련 일을 도맡아 하셨다.
“음, 이번 대선은 보수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선거가 되지 않겠습니까? 여론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지지율 격차가 최소 15% 이상씩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 자리는 하늘이 점지해 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물론 나는 결과를 알고 있었다.
3%도 안 되는 격차로 아주 의외의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
하지만 나도 이번 선거만큼은 자신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개입함으로써 많은 변화를 일으켰기에 3%의 지지율 격차가 어떻게 뒤집힐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6월에 있는 지방 선거 결과를 기다려 보면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보통 지방 선거에서 압승한 곳에서 대통령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확률이 높다고 해서 꼭 당선이 되는 건 아니죠.”
“부회장님이 생각하신 후보라도 있으십니까? 회장님도 대선만큼은 부회장님의 선택을 전적으로 지지하셨습니다. 무당보다 더 용하다는 말씀도 하셨었습니다.”
결과를 알고 있으니 누구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할지 선택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나도 알 수가 없었기에 새로운 길을 개척할 계획을 세웠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가 전적으로 지원하면 어느 당의 후보든 대통령에 당선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너무 자만하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원을 한다면 선거 결과에 조금은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대통령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아! 이번 선거에 한정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 예상으로는 정말 미미한 격차로 대통령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지원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부회장님의 예상대로라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부회장님은 누굴 지원하실 계획이십니까?”
큰 관심을 보이는 비서실장 아저씨였다.
아무리 자리에 미련이 없다고 해도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는 한국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지원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선거 자금 지원을 한 푼도 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미국처럼 선거 자금 지원이 합법인 세상도 아니고, 걸리면 감옥에 가는 위험한 모험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있겠습니까?”
“한국에서 기업을 하기 위해선 정부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그거야 기업의 규모를 키워 나갈 때나 도움이 필요하지. 태우그룹은 이미 정부의 정부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정도로 커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감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당연하지만 권력이 매번 바뀌는 구조였다.
그 말인즉슨, 한 번이라도 줄을 잘못 타는 순간 그간의 업보를 한 번에 돌려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정치계와의 선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선거 자금 지원 같은 불법적인 일은 그만하려고 합니다.”
“선거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갑니다. 돈이 아닌 다른 보상으로는 정치인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정치인의 목표는 선거 당선이었고.
당선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 지원이 필수였다.
그렇기에 정치인들과 기업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이번만은 제 말대로 해 주세요. 올해에는 그 어느 쪽에도 선거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기업에서는 수백억 규모의 선거 자금을 각 당에 후원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태우그룹이 역차별을 받게 됩니다.”
“정 안 되면 그때 돈을 뿌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선거 자금은 일찍 줄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당선된 이후에 지원을 하려면 몇 배나 더 큰 돈을 쥐여 줘야만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수리비가 많이 나오기 마련.
그럼에도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향후 터질 사건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지는 알기 어려웠지만, 대선 과정에서 선거 자금 사건이 연달아 터지게 될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동시에 터진 선거 자금 사건.
한국의 모든 대기업이 연루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큰 사건이었고.
그 사건에서 태우그룹만큼은 제외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비서실장님도 은퇴를 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비서실장님이 정치권과의 관계를 잘 정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떻게든 버텨는 보겠습니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야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겠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는 저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만 해 주시면 됩니다.”
일단 대선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선거자금을 한 푼도 지원하지 않기로 했는데 더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다음 주제인 월드컵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대선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는데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우자동차에서는 차량 할인 행사에 들어갔고, 태우전자와 태우통신에서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당연히 기적을 예측하는 이벤트를 연다면 큰 성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월드컵이라는 큰 기회를 그냥 날리기는 아까웠다.
“현재 국가 대표 감독과 선수단 전원과 광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선수들이야 그렇다 쳐도 감독과도 광고 계약을 체결하는 건 그룹 이미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평가전에서 0-5로 참패를 했습니다. 감독을 비난하는 여론이 매우 뜨겁습니다.”
지금은 죽일 듯이 욕하고 있지만.
월드컵 기간이 지나면 국민 감독으로 불리게 될 터.
말로만 국민 감독이 아니라 실제로 명예국민 자격까지 부여받는다.
지금이 최저점인 감독과 선수단이었으니.
미리 계약을 체결해 놓으면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니 감독과 선수단의 인기가 높아질 겁니다. 최고 수준으로 광고 계약을 체결해 주세요.”
“어느 계열사와 광고 계약을 체결하면 되겠습니까?”
“우선 태우자동차, 태우전자 그리고 태우통신, 태우건설 정도면 되겠네요.”
“주요 계열사 전부와 광고 계약을 체결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월드컵 기간이니 이 정도는 해야죠. 그리고 몇몇 선수와는 장기계약을 체결해 주세요. 명단은 제가 따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세계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나 EPL에서 활약하는 선수의 경우엔 지금부터 장기계약을 체결해 둘 필요가 있었다.
“부회장님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제작한 광고를 방영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기획실에서는 광고만 잘 뽑아 주세요. 아! 그리고 태우그룹이 이번 월드컵 공식 후원사는 아니죠?”
“그렇습니다. 공식 후원사가 되려면 500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내야 했기에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경쟁사 중에서는 현재자동차와 한국 통신이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었습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 월드컵 광고가 제한되었다.
하지만 월드컵 특수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으니 편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러면 월드컵 공식 응원단과 계약을 체결하세요. 월드컵이 주제가 아닌 응원단을 주제로 광고를 만드는 거죠.”
“자칫 잘못하면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법무팀의 조언을 받으며 진행하겠습니다.”
빅 이벤트 두 건을 모두 처리했다.
이제 다시 외환은행 문제에 집중할 때가 되었고, 다이먼을 만나기 위해 강 대위 사무실로 이동했다.
***
강 대위 사무실도 많이 변했다.
옛날에는 꼬마 빌딩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주변 건물을 인수해 거대한 성을 구축했다.
경호원들이 사용하는 5층 건물, 다이먼의 팀이 활동하는 7층 건물 등.
주변 모든 건물이 SAVE 투자회사 혹은 경호 회사 이름으로 인수되어 있었고, 근방을 지나다니는 사람 모두 우리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일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대형 폭탄을 몇 곳에 설치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금감원으로 외환은행 은행장이 BIS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몇 프로로 보고했답니까?”
“6.16%입니다. 그냥 부실한 은행이 아니라 완전 쓰레기 은행 취급을 받을 정도의 수치입니다.”
롱스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는 곳에 이미 우리가 덫을 쳐 둔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