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64)
독식하는 재벌 3세-164화(164/518)
164화. 축제 (3)
내부 고발.
어느 조직이든 가장 껄끄러운 상황이 내부 고발이었다.
특히나 수직구조인 공무원 사회에서 내부 고발은 곧 배신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카르텔로 똘똘 뭉쳐 있는 몇 개의 정부부처에서는 내부 단속을 철저히 했고.
금감원의 경우엔 경제를 움직이는 부처였기에 특히나 내부 단속에 더욱 신경을 썼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고위층이라고 볼 수 있는 은행 감독국 이일석 팀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금융감독원 팀장 이일석입니다. 저는 금융감독원의 일원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BIS 비율을 낮춰 외국 자본에 헐값에 넘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를 증명할 내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습니다. 부디 공정한 조사를 통해 국민의 혈세를 보호해 주시기 바랍니다.]기자회견을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일석 팀장은 녹취록을 비롯한 내부 정보를 공개했고.
투명한 금융시장 구축을 위해 모두 노력해 달라는 말로 끝맺음을 맺었다.
“기자회견문을 아주 잘 준비했네요.”
“전문가들이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만든 기자회견문입니다. 이렇게 되었으니 정부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못해도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상세히 조사하지 않겠습니까?”
BIS 비율 조사만 들어가도 롱스타의 입찰 자격은 박탈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계획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였다.
롱스타가 어디까지 로비를 했냐에 따라 이번 사건은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조금 아깝네요. 롱스타 같은 사모펀드를 저격하기 위해 아까운 우리 사람 한 명이 금감원에서 방출당하게 되었군요.”
“제 밑에서 같이 일하기로 얘기가 끝났습니다. 지금 받는 것보다 3배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SAVE 투자회사로 보내셔도 됩니다. 한국의 투명한 금융 시장 구축을 위해 노력한 사람인데 연봉 3배가 아니라 5배도 줄 생각이 있어요.”
“안 됩니다. 저도 사람이 부족해 죽겠습니다. 외환은행 은행장으로 끝날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쉽지만 이일석 팀장을 다이먼에게 내어 주어야겠다.
뭐 다이먼 밑으로 간다고 해도 내 사람인 건 마찬가지겠지만.
“그나저나 기자회견만으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겠어요?”
“다음 타석도 강타자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스치기만 해도 최소 3루타를 칠 수 있는 타자입니다.”
“뭔지 궁금하네요.”
“롱스타의 자격 자체를 박탈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다이먼이 여러 자료를 꺼내 들었다.
내가 보기 쉽게 표로 만들어진 자료였고, 롱스타의 자산규모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야! 롱스타가 골프를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네요. 무슨 130개가 넘는 골프장을 사모펀드가 왜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전부 일본에 있는 골프장이고, 4조 원에 육박합니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거죠?”
“은행법상 2조 원이 넘는 비금융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산업 자본으로 분류가 되며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됩니다. 그러니 롱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자료입니다.”
아주 좋은 자료였다.
일본에 있는 자산까지 어떻게 파악했을까?
강 대위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 안에서만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설마 미국 정치권의 도움을 받았나요?”
“데이비드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자료도 아니라 로비 자금이 따로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롱스타가 대한민국을 아주 만만하게 봤나 보군요. 이런 자료를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고 있네요.”
“내일 중으로 이 자료를 언론에 풀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일섭 팀장의 기자회견도 더욱 조명받지 않겠습니까?”
역시나 다이먼이었다.
아주 꼼꼼하고 완벽한 덫을 쳐 두었다.
“그다음 타자로는 다이먼이 직접 출격할 겁니까?”
“오늘을 위해 새로운 법인 하나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제 모든 재산을 박아 넣었고, SAVE 투자회사가 만든 차명 회사로부터 투자를 좀 받았습니다.”
“잘하셨어요. 괜히 SAVE 투자회사와의 연관성이 밝혀지면 조금 곤란해질 겁니다. 뭐 걸려도 큰 상관은 없지만요.”
“뒤탈 나오지 않도록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내가 더 신경 쓸 부분도 없었다.
우리 라인 검찰을 살짝만 움직여도 이번 사건은 대형 사건으로 번질 정도로 불씨가 번져 있었다.
***
며칠 후.
금감원 내부고발과 롱스타 자격 문제가 동시에 불거졌고.
모든 언론에서 외환은행 매각을 원점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대표님, 외환은행 은행장이 오늘 구속되었습니다.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아 구속 수사를 진행한다고 검찰 쪽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은행장이 구속되었으니 롱스타 쪽에서도 난리가 났겠군요.”
“감사원에서 금감원까지 들쑤시고 있으니 롱스타와 손잡은 공무원들이 대거 쓸려 나가게 될 겁니다.”
“금감원까지는 어떻게 로비를 했겠지만, 감사원이 움직일 줄은 몰랐겠죠.”
감사원은 독립성이 부여된 정부 부처였다.
물론 독립성을 법률상으로 보장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긴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고.
레임덕으로 허덕이고 있는 정권 차원에서 마지막으로 칼춤을 추고 있기에 감사원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가 있었다.
“청와대에서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대표님께서 움직이신 겁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외환은행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니 빠르게 나선 거겠죠.”
“외환은행 매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려면 오히려 묻어 두고 가는 것이 더 낫지 않습니까?”
“내부 고발이 없었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언론에서 이렇게 떠들고 있으니 빨리 뒤집어엎고 새판을 짜고 싶겠죠.”
두 번의 경제 위기는 무조건 막고 싶을 청와대였다.
게다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마지막 업적을 남기고 싶을 게 뻔했다.
“롱스타에서는 법적 소송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소송을 해서라도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뿌린 로비 자금이 아까워서라도 이대로는 못 돌아가겠죠. 하지만 경쟁자가 붙으면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금감원이 물갈이된다고 해도 외환은행을 매각할 곳이 없다면, 롱스타가 인수 자격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 금감원이 괜히 무리수를 둘 필요가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돈을 받은 직원들이 모두 물갈이되면.
당연히 남은 직원들은 똥물을 뒤집어쓰고 싶지 않을 터.
법과 규칙에 근거해 판단만 내려도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인수 의사는 언제쯤 밝힐 생각입니까?”
“감사원의 감사가 끝나는 시점에 발표할 계획입니다. 그래야 금감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저도 최대한 우리 사람을 금감원에 꽂아 볼 테니 조금만 더 고생하세요.”
“고생이랄 게 뭐가 있겠습니까? 롱스타를 엿 먹일 생각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습니다.”
다이먼이 새하얀 치아를 모두 보이며 웃어 보였다.
마치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의 미소였지만, 롱스타의 입장에서는 악마의 미소처럼 느껴질 것이다.
***
1월도 벌써 열흘이나 지났다.
그리고 나는 뒤늦게 2002년의 축제가 하나 더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부회장님, CES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기획실장이 TV를 켰고.
CES 행사 생중계가 진행되고 있었다.
세상 참 좋아졌어. 직접 미국으로 가지 않고 CES를 볼 수 있다니.
“애플의 발표 차례는 언제죠?”
“마지막 시간입니다. 주인공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TV로만 봐도 행사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느낄 수가 있었다.
특히나 스티브가 등장하기 전에는 숨조차 쉬는 걸 잊었는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팟! 핀 조명이 단상을 비췄다.
그리고 등장하는 검은 터틀넥을 입은 스티브.
[우와아아아아!]이때를 위해 숨을 참은 걸까?
관중들은 비명과도 같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것도 잠시. 스티브가 손을 올리자 마치 연습한 것인 양 입을 다무는 관중들이었다.
[오늘 저는 세상에 애플의 혁신적인 신제품을 소개해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이폰이 아니라 실망하셨나요? 미리 실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폰 다음 버전도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우와아아아아아!]아이폰 이야기만 나와도 자지러지는 반응이 튀어나왔다.
그만큼 아이폰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아이폰이 아니었다.
[신제품을 설명하기 전, 애플의 역사를 한번 되짚을 필요가 있겠군요. 애플은 1991년 파워북을 출시했습니다. 첫 번째로 탄생한 현대적인 노트북이죠. 그리고 현재까지 가장 뛰어난 노트북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아이폰이 탄생했죠.]대형 스크린에는 파워북과 아이폰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리고 스티브는 그 사이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너무 괴리감이 들지 않습니까? 노트북과 아이폰. 이 사이에 무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저는 이 질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이폰의 기능과 노트북의 기능을 충실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제품. 이는 매우 어려운 기술력이 필요했습니다.]잠시 숨을 고른 스티브는 노트북과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을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
[이메일, 사진 공유, 영상 시청, 음악 감상 그리고 게임까지. 이 모든 기능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으며. 노트북보다 훨씬 휴대가 간편한 그런 제품. 제가 너무 꿈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꿈이 아님을 제가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스티브가 노란색의 서류 봉투를 꺼내 들었다.
사람들은 스티브가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아이패드를 꺼내자 웃음이 환호성으로 뒤바뀌었다.
이걸 지금 사용한다고?
회귀 전에는 서류 봉투 퍼포먼스를 맥북 에어를 공개할 때 사용했었다.
그런데 내가 개입함으로써 맥북에어보다 아이패드가 먼저 개발되었고, 퍼포먼스의 순서가 얽혀 버렸다.
뭐,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니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스티브가 직접 아이패드 시연을 보이자 관중들은 환호성과 함께 손이 부서져라 박수를 쳐 주었다.
[벌써 너무 목이 쉰 사람이 있으시군요. 아이폰 다음 버전을 위해 목을 아껴 주세요.]이어서 아이폰S가 공개되었다.
원래라면 아이폰2로 이름 지어져야겠지만, 혁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 대신 S가 붙어 버렸다.
[아이폰S를 공개합니다! 외형은 이전 버전과 비슷하지만 기능은 완전히 다른 제품입니다. 특히 아이폰S 기기끼리는 무상으로 화상통화가 가능합니다.]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따로 장비를 구입할 필요 없이 아이폰S만 있으면 무료로 화상 통화가 가능하기에 폭발적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네비게이션 기능과 카드 기능까지.
대중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한 기능이었고, 이번 CES에서도 애플이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제품이 하나 남아 있었다.
이전 제품들만으로도 막대한 로열티의 수익을 벌 수 있었지만, 이번 제품은 직접적으로 태우그룹이 이득을 볼 수 있는 제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