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66)
독식하는 재벌 3세-166화(166/518)
166화. 축제 (5)
이수현 은행장은 고민에 빠졌다.
만약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다면, 외환은행 매각 계획의 수정이 필수였다.
정말 롱스타가 자격을 박탈당한다면, 그러면 롱스타와 자신이 맺었던 약속도 전부 폐기되는 셈이었다.
“고민은 충분히 하신 것 같군요. 어떻게 마음의 준비가 되셨습니까?”
“제가 뭘 어떻게 해 드려야 하는 겁니까? 그리고 제가 무엇을 받을 수…….”
“당연히 챙겨 드려야죠. 돈으로 챙겨 드렸다간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고문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그렇게 할 수는 없고, 1년 후에 따로 챙겨 드리겠습니다.”
“고문 자리라고 하면 혹시 미국 투자회사의 고문 자리입니까?”
“가만히 앉아만 계셔도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그런 자리를 준비해 드리죠.”
은행장이라고 해 봐야 월급쟁이에 불과했다.
물론 은행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한 은행장도 있었지만, 자신은 그런 특권 계층이 아니었다.
은행장 자리에 물러나면 들어오는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검찰 조사까지 받으며 언론에 이름을 올렸기에 갈 수 있는 자리도 제한적이었다.
지금까지는 롱스타와의 약속을 믿고 있었지만, 그 약속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이먼이 내민 손은 이수현 은행장에게는 황금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제가 무엇을 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BIS 비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시면 됩니다. 필요한 자료는 따로 준비해 두었으니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재판에 가더라도 무죄를 선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만 하면 되는 겁니까?”
이수현 은행장에게는 너무 고마운 제안이었다.
BIS 비율을 자신이 조작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주겠단다.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였기도 했기에 이수현 은행장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롱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막으세요. 은행장님도 아시고 계시겠지만, 롱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는 순간 여러 문제가 불거집니다.”
“저야 그러고 싶지만, 롱스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자격 박탈을 당하는 순간, 롱스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로비를 폭로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롱스타도 타격을 받는 일이니 그러진 않겠죠.”
배신 혹은 계약 파기.
이수현 은행장이 해야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이 배신이나 계약 파기가 아니라고 합리화했다.
어차피 자격이 박탈당하기만 하면, 처음 맺었던 계약이 자동으로 파기되는 것 아니겠어?
“그렇게 하겠습니다. 롱스타가 입찰 자격 박탈당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자료만 준비해 주시면, 나머지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감사원에서 금감원 조사를 끝내기 전에 자료를 건네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주 내로 자료를 만들겠습니다.”
이수현 은행장이 배를 갈아탔다.
롱스타라는 배는 이미 암초에 걸린 상태였으니 배를 옮기는 건 생존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다.
***
1월이 며칠 남지 않은 오늘.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라크 그리고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공식 발표를 하였다.
이라크와의 전쟁을 알리는 시발점이었긴 하지만, 아직은 전쟁이 시작되려면 멀었기에 크게 관심을 두진 않았다.
지금 급한 건 외환은행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이먼이 때마침 아주 좋은 소식을 들고 오기도 했다.
“롱스타가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확실히 외환은행 은행장이 움직인 게 주효했나 보군요.”
“그리고 제가 만든 퍼스트 투자회사가 외환은행 매각 의사를 밝힌 덕에 금감원 쪽에서 미련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다이먼은 퍼스트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투자했고, SAVE 투자회사와 명동의 자금까지 일부 투자 받아 순식간에 자산 규모 10조 원이 넘는 투자회사를 만들어 내었다.
“그럼 이제 외환은행 인수는 9부 능선을 넘은 셈이군요.”
“가격 협상만이 남았습니다. BIS 비율이 조정되지 않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외환은행의 간판을 퍼스트 은행으로 바꿔 달 수 있게 됩니다.”
“그래도 금감원의 체면을 살려주려면, 롱스타가 제안한 금액보다는 더 비싼 금액으로 인수해야 할 겁니다.”
“롱스타는 1조 3천억 원을 제안했으니 우린 1조 5천억 원을 제안할 생각입니다. 2천억 정도면 금감원에서도 면이 살지 않겠습니까? ”
2천억 원은 정말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조 단위가 훌쩍 넘는 은행 인수만 놓고 본다면 그리 큰 금액도 아니었다.
그리고 회귀 전에는 1조 3천억 원에 롱스타에 인수된 외환은행이 몇 년 뒤에 6배가 넘는 가격으로 팔렸다.
차익만 5조 원.
그걸 생각하면 2천억 원을 더 투자하는 건 그리 큰 금액도 아니었다.
“축하드립니다. 이제 은행장이라고 불러 드려야 하나요? 아니면 CEO라고 불러 드려야 할까요?”
“그냥 다이먼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구멍가게 같은 은행을 인수했다고 생색내고 싶지 않습니다. 세계 최고의 은행 대표가 되었을 때 호칭을 바꿔 주세요.”
“그렇긴 하겠군요. 외환은행을 거진 인수했으니 이제 외환은행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겠군요.”
이 분야는 다이먼의 전공 분야기도 했다.
죽어 가는 기업을 몇 번이고 살려 낸 다이먼이었고, 그가 손을 대기만 해도 외환은행의 가치는 몇 배 이상 상승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나도 성의는 표시해야 하지 않겠나?
미국에서 데려와 몇 년 동안 일만 시켜 먹었는데 약간의 성의라도 보여야지.
“태우그룹 계열사 몇 곳의 주거래 은행을 퍼스트 은행으로 지정해 드리죠. 그러면 다이먼이 움직일 수 있는 폭이 확 늘어나게 될 겁니다.”
“그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되지만, 도와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태우그룹이 보유한 캐쉬 카우는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정유회사. 아람코와 합작으로 만든 정유회사는 매출이 매년 10조 원에 달했고 영업 이익의 경우 4조 원에 육박했다.
태우전자와 통신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 태우 IT까지 더해진다면.
퍼스트 은행은 다른 대기업을 유치하지 않아도 충분히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5년 동안 최대한 퍼스트 은행을 키우세요. 세계 최고의 은행을 인수할 수 있을 최소한의 몸집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대표님이 도와주시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요. 대표님이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퍼스트 은행을 키워 보겠습니다.”
“그러면 오랜만에 축배나 들러 가 볼까요? 그동안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오늘 하루는 신나게 마셔 보죠.”
우리만의 축제를 열었다.
정말이지 2002년은 축제의 연속인 한 해였다.
***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0개월.
아직 후보 경선도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대기업들은 벌써부터 특정 후보에게 줄을 대기 위해 움직였다.
부으응!
2.5톤 트럭 한 대가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멈춰 섰다.
운전자는 주변을 살피더니 키를 차에 꽂아 넣은 상태로 조용히 하차했고.
그러는 사이 대기하고 있던 중년 남성이 차에 올라타 휴게소를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운전자.
그는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보고를 했다.
“전달 완료했습니다.”
[전달 사고가 나거나 하진 않았겠지?]“설 변호사 직접 차를 몰고 갔습니다.”
[10분 뒤에 휴게소로 차를 한 대 보내겠다.]운전자는 쓰고 있던 모자와 옷을 쓰레기통에 넣어 버렸고.
미리 준비한 양복으로 갈아입은 뒤 휴게소로 도착한 세단에 탑승했다.
“팀장님 고생하셨습니다.”
“휴우! 백억이 넘는 돈을 태우고 운전하려니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군.”
“그런데 정말 기발한 방법입니다. 2.5톤에 돈을 실어서 운반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라고 했겠습니까?”
“우리 CL그룹이니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
운전자의 입에서 CL그룹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운전자는 CL그룹 기획실 소속 팀장이었고, 그는 백억이 넘는 선거 자금을 전달한 것이었다.
일명 차떼기.
금융 실명제로 인해 선거 자금 전달이 어려워지자 개발된 방식이었고.
다른 대기업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특정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전달해 주고 있었다.
이렇게 대기업 기획실이 바쁜 시기였지만.
태우그룹 기획실만은 그 어느 후보에게도 선거 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고 있었다.
***
월드컵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최근 들어 열린 평가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국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부회장님, 한국 대표님 감독과 선수단 전원과 광고 계약을 마쳤습니다. 경쟁사 제품 광고에는 출연할 수 없다는 조항까지 추가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잘하셨어요. 훈련을 방해할 수는 없으니 훈련 과정을 촬영하거나 휴식 시간에 간단한 인터뷰를 하는 식으로 광고를 제작하세요. 절대 훈련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성적이 좋지 않으면, 우리에게 불똥이 튀어 버립니다.”
“이미 광고 촬영진에게 말해 두었습니다. 영상미가 떨어져도 좋으니 훈련을 방해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습니다.”
보통의 TV 광고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광고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다큐멘터리식의 광고로 선수들의 훈련 과정과 인터뷰를 내보내어 현실감을 살릴 계획이었다.
물론 이런 광고에 회의적인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만 거둘 수 있다면, 그 어떤 방식의 광고보다 효과적인 광고임에는 분명했다.
“그리고 특정 선수와의 장기 계약은 어떻게 되었나요?”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무명에 가까운 선수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지불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투자는 그런 것 아니겠어요? 벤쳐 기업 투자도 10개를 투자해서 1개만 성공해도 이득을 보죠.”
“벤쳐 기업의 경우야 그렇지만, 한국 대표팀의 경우엔 다른 국가와 비교해 특출나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입이 근질근질했다.
한국이 축구 강국을 연달아 격파하며 4강에 올라갔다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기에 그냥 웃으며 넘어가야만 했다.
“그건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그리고 보고드릴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태우전자에서 올라온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태우 TV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드디어 출시된 애플-태우 TV였다.
아이패드와 아이폰S와 함께 출시되어 애플 매장과 태우전자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게다가 아이폰 1세대의 경우에는 미국과 한국에서만 우선 판매를 시작했었지만, 이번엔 미국, 한국, 유럽,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판매를 시작했다.
“태우전자의 다른 가전제품 판매량도 증가했겠군요.”
“전년 대비 20% 이상 판매량이 증가하였습니다. 애플-태우 TV와 함께 태우전자의 다른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늘었습니다. 특히나 혼수용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이 증가하였습니다.”
결혼은 새로운 가정의 시작이었다.
그러니 혼수로 가장 좋은 가전제품을 사고 싶기 마련이었고.
애플-태우 TV를 살 수 있는 태우전자 매장을 찾는 신혼부부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태우카드와 연계해 신혼부부 할인 행사를 진행하세요.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배가 더 멀리 나가는 법이니까요.”
“이번 주 내로 행사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의 이미지가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고리타분한 태우전자의 가전제품이 지금은 신혼부부들이 찾는 감성적인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