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67)
독식하는 재벌 3세-167화(167/518)
167화. 드라마 (1)
외환위기 시절 태우그룹은 많은 계열사를 매각했다.
특히나 규모가 큰 조선, 카드, 휴대폰 사업부 등.
일부는 다시 태우그룹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규모를 줄여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끝나고 대규모 인수합병 작업에 들어갔고.
배터리, 반도체 등 대규모 사업부를 인수하게 되어 덩치는 오히려 더욱 커져 갔다.
게다가 태우 IT를 비롯한 새로운 사업부도 만들어 내었기에 항상 직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실장님, 상반기 공채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나요?”
“대규모 공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신규 채용 인원을 줄여 나가는 추세지만, 우리 태우그룹은 매년 신규 채용 인원을 크게 늘려 나가고 있습니다.”
기획실장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이라는 경제 위기 속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대기업은 태우그룹과 삼진그룹뿐이었으니 자부심을 가질 만도 했다.
“몇 명이나 채용할 계획인가요?”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선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양질의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선 1만 명이 한계인 것 같습니다. 하반기 공채까지 더하면 올해에만 2만 명에 달하는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경쟁률은 얼마나 될까요?”
“취업난이 매년 심해지고 있어 경쟁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계열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80:1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80만 명이 태우그룹에 지원을 한다는 말이군요.”
매년 졸업하는 대학생의 숫자는 50만 명 정도였다.
그들 모두가 지원한다고 해도 80만 명이 되지 않았고.
졸업은 했지만 취업하지 못한 사람, 외국 대학 졸업자, 혹은 이직을 원하는 사람까지 지원을 한다고 봐야 했다.
“80만 명이라고 해서 많아 보이지만, 서류 지원에서 탈락하는 숫자가 30% 이상입니다. 그리고 1차 직무검사에서 8배수 정도만 남게 됩니다. 그리고 2차 직무검사에서 2~3배수만을 걸러내 면접을 보게 됩니다. 그러니 경쟁률은 허수가 꽤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공채가 시작되면 모든 지원자의 이력서를 제가 봤으면 하네요.”
“80만 장이나 되는 이력서를 보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자소서는 말고 이력서만 대충 훑어보려고요.”
“그게 가능하시겠습니까?”
나는 조용히 계산기를 꺼내 들었다.
한 명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분.
A급 이상의 직무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만 확인한다면 30초까지 줄일 수 있었다.
30초씩 80만 장을 본다고 치면.
대략 7천 시간 정도가 필요했다.
260일이 걸려서야 80만 장의 이력서를 확인할 수 있는 셈이었다.
이력서만 확인하다가 올해를 다 보내겠는데?
내가 욕심이 너무 과했다.
“태우 IT와 태우전자에 지원한 사람의 이력서만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만 해도 최소 5만 장 이상의 이력서입니다.”
5만 장이면 17일을 밤새면 볼 수 있는 분량이었다.
회사 업무도 보고, 잠도 자야 하니 대충 한 달은 족히 걸리겠군.
“다 가지고 오세요. 그리고 다른 계열사 지원자 중에서도 서류 합격 조건은 되지 않지만, 수상 경력이나 뛰어난 이력을 보유한 사람의 이력서도 저에게 보내 주세요.”
“인사팀에서 부서 일을 부회장님이 뺏어 간다고 싫어하겠습니다.”
웃으며 말하는 기획실장이었다.
내가 다른 계열사 사장일 때는 인사에 관여하는 건 월권행위였지만.
부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은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
“뭐 제가 본다고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 고작해야 몇 명을 추가로 더 뽑는 정도겠죠.”
“그런데 공정한 절차로 채용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룹 내에서 문제 삼을 사람은 없을 테고, 외부에서 문제를 삼는다는 말씀이시군요.”
“태우그룹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나 이번 대선이 끝나면 태우그룹을 물어뜯으려고 하는 정치인이 더 늘어날 게 분명합니다.”
대선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으니 정치권에서 보복을 준비하고 있을 터.
정치권에서 태우그룹을 길들이기 위해 공격이 들어올 걸 걱정하는 기획실장이었다.
“로비나 청탁으로 직원을 뽑은 것도 아닌데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력서가 들어오는 대로 부회장님에게 보내 드리겠습니다.”
인재 욕심은 아무리 내도 부족하지 않았다.
이왕 같은 월급을 줄 거라면 능력이 우수한 직원을 뽑아야 하지 않겠어?
그러기 위해선 내가 시간을 갈아야 하겠지만.
***
3월 말부터 공채 시즌이 시작되었다.
엄청난 양의 지원서가 쏟아져 들어왔고, 기획실장은 약속대로 태우전자와 IT를 지원한 모든 지원자의 이력서를 내게 보내왔다.
펄럭, 스르륵!
이력서를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서류 탈락자 대부분이 내가 원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하다 보니 상세 정보를 보는 요령이 생겨 더욱 빠르게 이력서를 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몇백 장을 넘겼을까?
멈칫! 처음으로 내 손을 멈추게 하는 이력서를 발견했다.
“프로그래밍 능력 A급!”
태우 IT에서도 A급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유한 직원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서류 탈락자 중에서 A급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니!
나는 이력서의 다른 부분을 확인했고.
지원자의 학벌이 고등학교 졸업임을 발견했다.
이번 공채는 대졸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고졸 지원자는 서류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람을 놓치긴 아깝지.
상세 정보를 더 자세히 살펴보니 프로그래밍을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니고 독학으로 지금의 경지까지 오른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제대로 된 교육까지 받는다면?
이런 사람을 위해 내가 귀한 시간을 할애해 가며 이력서를 찾아보고 있는 거 아니겠어!
펄럭! 스르륵!
이력서 한 장을 따로 빼놓고는 다시금 이력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덕분인지 눈이 다시 맑아지고,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부회장님, 오늘은 그만 들어가서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밤을 지새우며 이력서를 살펴보았지만.
보석 원석을 찾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책상 위에는 커피잔이 쌓여 있었고, 몸에서는 피 대신 카페인이 흐르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 노력으로 겨우 5명을 건졌다.
모두 A급의 업무 능력을 지닌 지원자였고, 가정 형편 등의 문제로 제대로 학업을 이어 가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여기 있는 5명의 지원자는 무조건 회사에 입사시키세요.”
“제가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이들은 우선 인턴으로 입사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야 추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획실장도 고민을 많이 했나 보다.
정식 공채가 아니라 인턴으로 입사 후 능력을 인정받아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다면, 문제 될 부분은 없었다.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공채 합격자와 동일한 기수가 되려면, 다음 달부터 인턴으로 일을 시키면 되겠군요.”
“부회장님이 선발하신 인원들이 다음 공채 기수와 같이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 사우나로 향했다.
사우나에서 몸에 깃든 카페인 기운을 뽑아내고 3시간의 숙면까지 취하곤 회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사르륵, 펄럭! 이력서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5명의 원석을 찾아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찾는 건 A급 원석이 아니라 S급 원석이었다.
계열사 하나를 먹여 살릴 능력을 보유한 S급 인재가 분명 숨어 있을 거란 기대로 이력서를 더욱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을 무렵.
이제 이력서 한 장을 보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았고.
기계처럼 이력서를 훑고 있을 때!
“찾았다!”
드디어 S급 원석을 발견했다.
그것도 S급 능력을 2개나 보유한 세계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천재가 한국에 숨어 있었다.
이런 사람은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게 할 수는 없지.
S급 원석의 이력서를 챙겨 회사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날이 풀려 온풍이 불어오는 날씨임에 잠시 놀라곤 강 대위의 사무실로 향했다.
“대표님 무슨 일 있습니까? 얼굴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그보다 이 사람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소소한 정보까지 모두 구해 주세요. 급한 일입니다.”
“직원들과 명동까지 움직여 오전 내로 모든 정보를 알아내겠습니다!”
강 대위에게 이력서를 건네주고는.
털썩, 소파에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었다.
“대표님! 천민정에 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왔습니다.”
“천민정? 아! 이력서에 적힌 이름이 천민정이었죠. 그런데 제가 몇 시간이나 이러고 있었죠?”
“5시간 동안 주무셨습니다.”
5시간이나 지났다니.
체감상 5분 정도 잔 것 같은데 오전이 통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래도 자기 전보다는 확실히 몸이 가벼워져 있었다.
“천민정의 정보를 간략히 보고해 주세요.”
“우선 나이는 21살로 현재는 무직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우수한 성적과 컴퓨터 관련 대회를 휩쓸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외환위기로 인해 무너져 대학 원서를 낼 돈도 없었다고 합니다.”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면 어디든 취업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직도 무직이군요.”
“사실 무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학교 졸업 작품을 대신 만들어 팔아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졸업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돈을 더 벌 수 있으니 취직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태우그룹에 취직하면 그보다 더 벌 수 있으니 지원을 한 거군요.”
강 대위가 5시간 만에 정말 많은 정보를 알아내었다.
현재 사는 곳, 부모님의 직장, 교우 관계를 비롯해 경찰과 검찰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범죄자 조회 자료까지.
“경찰에서 현재 천민정을 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졸업 작품을 맡긴 학생 한 명이 천민정이 만든 졸업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경찰에 신고를 한 것 같습니다.”
“신고를 하면 졸업 작품을 맡긴 그 학생에게도 불이익이 갈 건데 신고를 했다고요?”
“그 학생의 아버지가 중앙지검의 검찰로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지 대충 예상이 갔다.
천민정이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검사 아들놈의 자존심을 건드렸나 보다.
“천민정을 만나 보고 싶군요. 오늘 만날 수 있을까요?”
“태우그룹 부회장으로 만나시려는 겁니까? 아니면 대표님으로 만나 보시려는 겁니까?”
“둘 다라고 할 수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만날 수 있도록 데리고 오겠습니다.”
“과격한 방식은 사용하지 마세요.”
“정중히 모시고 오겠습니다.”
나는 회사로 돌아갔다.
아직 책상에 이력서가 산처럼 쌓여 있기에 남는 시간을 잘 활용해야 공채 시즌이 끝나기 전에 모든 이력서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렇게 오후 9시까지 이력서를 살펴보았고.
강 대위의 연락을 받아 회사 근처 조용한 술집에서 천민정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천민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태우그룹 황태자? 당신이 여길 어떻게?”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부회장 김민재입니다.”
그녀는 얼떨결에 내 손을 잡았고.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다시금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업무 능력 : 프로그래밍 S, 알고리즘 S, …….]역시나 S급 업무 능력을 2개나 보유하고 있었고.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했다.